제 152화
<갑옷을 입은 사람들>
부우웅.
갑작스러운 공격에 다이스케는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상대의 망치가 그대로 머리를 쪼갤 듯이 날아들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것과 직접 마주한 움직임은 완전히 달랐다.
거침없는 상대의 공격에 다이스케는 뒤로 물러나며 실드를 만들어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상대의 망치는 그에게 닿기 전에 멈췄다.
터엉.
"뭐야? 이걸 막아?"
"……."
강준우의 검에 공격이 막히자, 그 남자는 황당하다는 듯이 뇌까렸다. 하지만 그런 놀라운 감정도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콰앙.
강력한 충격과 함께 그런 감정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크윽.'
헤이스트를 통해서 배가 된 움직임을 잡는 것도 대단하다고 느껴졌지만, 날아든 충격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간신히 무기를 들어 올리며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지만, 손에 남은 얼얼한 충격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만만한 놈들은 아니라 이거지?'
마음을 다잡은 그는 자세를 고 쳐잡았다. 그리고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압!"
기합을 내뱉으며 달려든 그는 곧바로 손에 쥔 기다란 망치를 휘둘렀다.
낯선 형태의 기다란 망치.
통 쇠로 만들어진 무기에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역시 조금 전에 날린 공격이 막히는 것을 보고 대강이나마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부웅. 부웅.
망치가 휘둘러질 때마다 요란한 굉음이 흘러 나왔다.
상대의 공격은 끊임없이 날아들었고, 망치를 휘두르는 속도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어지간한 쾌검술과 비슷할 정도로 빠른 움직임에 강준우는 무영검을 펼치며 날아오는 공격을 쳐냈다.
터엉. 터엉.
손끝에 남은 묵직한 충격.
그 힘을 가늠하던 강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손끝에 남은 충격이 크지 않았다.
망치를 휘두르는 속도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속도를 끌어 올려주는 힘을 떠올렸다.
'헤이스트인가?'
뭔가 다른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힘을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 순간 몸속을 파고드는 힘에 눈을 부릅떴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낯선 기운을 이겨냅니다.]
'뭐야? 이건!'
낯선 기운이라고 하지만, 그 힘은 강준우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힘이었다.
바닥을 타고 흘러들어오며 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이질적인 기운.
천마군림보였다.
'설마,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는 건가?'
천마군림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앞에 있는 자는 임창현과 비슷한 형태로 무공을 펼치고 있지 않았다.
부족한 파괴력을 대신하기 위해서 뛰어 오르던 그와는 다르게 가벼운 걸음만으로도 제대로 된 천마군림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효과적으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어야만 가능했다.
제대로 된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는 사람을 마주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앞에 있는 자를 그냥 둘 수 없었다.
멈칫거리는 강준우의 모습에 갑옷을 입고 있는 오민중의 표정이 밝아졌다.
투구에 가려져서 그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는 더욱 힘을 끌어 올리며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낯선 힘이 그의 몸속을 파고들었다.
'크윽. 이게 뭐야? 설마, 천마군림보?'
상대 역시 그 힘에 경악했다.
문제는 파고든 힘을 쉽게 떨쳐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어지간한 힘은 천마신공의 공능으로 이겨낼 수 있었지만, 지금 파고든 힘은 떨쳐낼 수 없었다. 동시에 강한 충격이 뒤를 이었다.
콰앙. 콰과광.
일격이 꽂히기 무섭게 연속된 공격이 그의 갑옷을 두드렸다.
나름 많은 포인트를 건네고 얻은 귀물이었지만, 갑옷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찌그러졌고, 그의 몸도 튕겨져 나갔다.
"크윽."
"이정도 검격을 버텨낸다?"
확실히 갑옷 자체가 평범한 물건은 아닌 것 같았다.
앞에 있는 자를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처리할 이유가 더 늘어나는 것 같았다.
그런 강준우의 생각과 다르게 먼저 공격을 감행한 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씨발, 잘못 생각했어!'
엄청난 놈과 마주했다.
뒤에 있는 마법사는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검을 쥔 놈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수였다.
그것도 같은 천마신공을 익힌 놈이 분명했다.
'천마신공을 익힌 놈이라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같은 무공을 가진 자라면 당연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악문 오민중은 다시 달려드는 강준우를 바라보며 곧바로 망치를 뿌렸다.
강맹한 위력이 담긴 일격이 그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예사롭지 않은 공격에 강준우는 곧바로 기운을 끌어 올리며 검격을 떨쳤다.
쉬이익. 콰앙
'크흡.'
'끄윽.'
서로 일격을 마주한 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강준우는 생각보다 강한 상대의 힘에 놀랐고, 공격을 감행한 남자도 막힌 공격에 말을 잇지 못 했다.
'천마복룡파(天魔伏龍把)를 막아냈다고?'
용을 때려잡을 수 있다는 무공이었다.
등급 외에 등재되어 있는 무공으로 어지간한 놈들은 이 일격으로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위력을 냈지만, 앞에 있는 놈은 멀쩡해 보였다.
밀려난 강준우는 굳을 얼굴로 찢겨진 교룡피의를 바라봤다.
'이 무공은 또 뭐지?'
어지간한 공격에는 생채기도 나지 않은 교룡피의가 찢겨져 나갔다.
날아오는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냈지만, 그 여력이 파고들면서 그를 노린 것이다.
생소한 공격이 놀라웠다. 하지만 지금은 앞에 있는 자를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멀리서부터 낯선 기운이 느껴졌다.
- 누군가 온다! 조심해.
"……."
다이스케는 강준우의 말에 주변을 둘러봤다.
이 와중에 새로운 자가 나타난다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을 발견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의아해하던 그는 크게 흔들리는 좀비 떼의 모습을 확인하며 말을 잇지 못 했다.
조금 전에 놈들을 헤치며 달려들었던 자와 비슷한 복장을 한 사내가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앞에 있는 좀비들은 무기력하게 쓸려 나갔다.
콰과광.
방패를 쥐고 둔기를 든 그의 공격에 좀비들이 휩쓸려 나갔다.
오히려 강준우가 보인 모습보다 더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조금 전에 나타난 놈도 상당한 실력자인 것 같았지만, 지금 나타난 자는 더한 실력자 같았다.
'이대로 저자가 합류를 한다면……'
상황이 곤란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이스케는 마음을 다잡으며 마법을 펼쳤다.
곧장 플라이를 사용하며 위로 떠올랐고, 그 모습을 확인한 오민중은 별다른 말없이 강준우에게 집중했다.
'저놈이 대장을 막을 수는 없겠지!'
그 역시도 좀비 떼를 헤치며 달려오는 그의 존재를 눈치챘다.
걱정을 뒤로한 그는 앞에 있는 강준우를 향해 다시 일격을 날렸다.
"이제 그만…… 죽어라!"
크게 소리친 그는 강한 공격을 뿌렸다.
양손에 쥔 기다란 망치에 강한 힘이 모여들었다.
기다란 대를 중심으로 광포한 기운이 모였다. 검기가 맺히듯이 손에 쥔 무기에 회색빛이 어렸지만, 일반적인 검기와는 다른 형태였다.
'무기 주변을 회전하는 검기라.'
달려드는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다시 한 번 발을 구르며 달려드는 상대를 막아 세웠다.
콰과광.
5성에 이른 천마군림보에 바닥이 터져나갔다.
하지만 미리 그 힘을 인지했는지, 상대는 곧장 뛰어 오르며 공격을 쏟아냈다.
쿠구구구.
강한 회전을 머금은 낯선 검기가 곧장 강준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상당한 힘이 실렸지만, 그는 날아드는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을 뻗으며 그 공격을 받아냈다.
'흥. 이번에도 막아낼 수 있을까?'
한 번의 공격이 막혔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그인지라 이번에는 남은 힘을 대부분 쏟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면에서 공격을 받아내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쿠웅.
쏟아낸 검기가 그대로 강준우의 검에 부딪쳤다.
크게 밀리는 듯한 그의 모습에 갑옷을 입은 사내는 입꼬리를 올렸다.
"정면에서 내 공격을 받아내는 게 쉬울 리가 없…… 미, 미친!"
상대를 비웃던 그는 방향을 바꾸며 날아드는 공격에 경악했다.
그가 쏘아낸 천마복룡파가 그를 향해 돌아오고 있었다.
마치 강준우가 그를 향해 공격을 쏟아낸 듯한 느낌이었다.
기겁한 오민중은 남은 힘을 쥐어짰다.
그리고 배진격을 통해서 되돌아오는 공격을 받아냈다.
콰과과광.
어쩔 수 없이 정면에서 공격을 받아내자, 커다란 굉음이 주변을 뒤덮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저려오는 손을 털어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공 자체가 너무 복잡한 것 같은데.'
정작 공격을 되돌렸지만, 조금만 잘못했으면 그 힘에 먹혔을 지도 몰랐다.
까다로운 공격에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비틀거리는 상대를 확인하며 바닥을 박찼다.
승기를 잡은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달려드는 강준우의 모습에 오민중은 이를 악물며 힘을 쥐어짰다.
'버티면 된다! 조금만 더 버티면 살 수 있다!'
강력한 지원군이 오고 있었다.
그때까지 버텨야만 했다.
새롭게 등장한 한 사람.
미친 듯이 좀비 떼를 뚫고 움직이는 그의 시선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을 향해 있었다.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오는 곳.
그곳에서 싸우는 사람 중에 한 명은 그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또 사고를 친 건 아니겠지?'
강한 굉음과 폭발이 연신 터져 나왔다.
그는 조금 더 힘을 끌어 올리며 좀비들을 헤치며 움직였다. 하지만 한 사람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라이트닝 매직 미사일!"
처음 듣는 마법을 영창하며 공격을 날리는 상대.
전력을 품은 12개의 매직 미사일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응? 이건……'
공격을 마주한 그는 어딘지 익숙한 마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미처 말을 꺼낼 겨를도 없이 공격이 쏟아졌다.
콰과과광. 지지직. 콰지직.
급하게 방패를 들어 올리며 공격을 받아내자, 여전이 방패를 두드렸다.
너무나 쉽게 막히는 공격에 다이스케는 다시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마법을 날렸지만, 그 방향을 세밀하게 조절하면서 상대를 노렸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매직 미사일.
하지만 그 공격 모두 큰 충격을 남기지 못 했다.
콰과광. 콰과광.
"보, 보호막?"
방패를 중심으로 펼쳐진 커다란 빛의 막이 날아오는 공격을 모두 받아냈다.
왠지 친숙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 함께 했던 권우철과 비슷한 힘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다이스케는 떠오르는 상념을 떨쳐냈다. 같은 무공이나 능력을 익힌 사람은 많았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해. 그 인간이 다른 놈을 쓰러뜨릴 때까지!'
지금은 앞에 있는 자가 합류하지 못하도록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다이스케는 다시 마법을 만들며 라이트닝 매직 미사일을 날려댔고, 끊임없이 쏟아내는 구체가 연신 상대의 방패를 두드렸다.
콰과과광. 콰지지직.
계속해서 터져나가는 마법들.
공격을 받아내던 자는 그 마법을 쏘아내는 사람을 확인하며 크게 소리쳤다.
"다이스키!"
"……."
"나야! 나라고 다이스키!"
다급하게 소리치는 상대의 말에 다이스케는 굳은 얼굴로 공격을 멈췄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염두에 두며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멈춘 공격에 아래에 있던 사람이 투구를 들어 올리며 그를 반겼다.
"다이스키! 나야."
"권 상?"
"그래. 나야!"
"권 상이 왜 거기에서 나와?"
"그, 그야……"
"그리고 나는 다이스키가 아니라 다이스케라고. 다이스케!"
"……."
짜증난다는 듯이 소리치는 다이스케의 말에 권우철은 멋쩍어했다.
하지만 그는 의아해하며 이 상황을 물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나를 왜 공격한 거야?"
"그야 당연히…… 저기 있는 놈 동료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지."
"저기 있는 놈?"
"갑옷을 입은 놈이 다짜고짜 공격을 하더라고."
"……."
다이스케의 말에 상황을 전해들은 권우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방금 전까지 그를 반기며 환하게 웃던 얼굴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권우철은 그의 말에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민중이가 먼저 공격을 했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조금이라도 손을 모아야 할 때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쓰러뜨릴 이유가 없었다.
따로 다른 마음을 품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번뜩 스치는 생각에 권우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설마, 저기에서 민중이랑 싸우는 사람은?"
"강 상이지."
"가, 강 상? 설마, 준우?"
"그래. 그놈도 미친 거지. 사는 게 지겨워진 것 같아."
다이스케의 말에 권우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준우라면 민중이를……'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권우철은 굳은 얼굴로 강준우를 향해 달려갔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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