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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54화 (154/254)

제 154화

<갑옷을 입은 사람들>

두 사람의 변명이 뒤를 이었지만,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굳은 얼굴로 강준우를 직시하며 권우철을 향해 물었다.

"저 말. 확실한 거야?"

"무슨 뜻이야?"

"……."

권우철이 되묻자 몇몇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연희는 이상한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앞에 나선 정우일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뒤늦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저 갑옷은 뭐지?"

"……."

"저건 민중이가 입고 있던 갑옷 같은데. 설마, 리치에게서 당한 민중이의 갑옷을 저 사람에게 넘긴 거야? 그렇다면 저 사람들은 왜 멀쩡하지? 민중이가 죽을 정도의 리치라면 작은 상처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

간과한 부분을 정확히 꼬집은 정우일의 말에 권우철은 말을 잇지 못 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 앉았다.

흉흉해진 분위기에 다이스케가 급하게 앞으로 나서며 변명하듯 말했다.

"먼저 우리 둘을 공격하려고 했던 사람은 그 오민중이라는 사람이었……"

"말도 안 돼! 민중이가 먼저 공격했다고? 그럴 리 없어!"

"맞아. 그놈이 왜?"

"먼저 공격하고 뒤집어 씌우는 거 아니야?"

그의 설명이 오히려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나름 평판이 좋았던 오민중이었다. 실제로 그의 실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정우일은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권우철을 향해 물었다.

"이렇게 데리고 온 것을 보면 앞으로 저 사람들하고 함께 해야 할 생각이겠지?"

"그거야 당연히……"

"좋아. 그럼 나는 이 무리에서 빠질 게."

"그게 무슨 소리야? 이 무리에서 빠지다니?"

갑작스러운 말에 김연희가 놀라며 되물었지만, 정우일은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미 신뢰가 깨진 것 같아서. 그렇다고 너희들이 저 사람들을 버릴 것 같지도 않고."

"그건……"

"내가 빠지지. 그쪽은 여기에 남지?"

"……."

정우일은 강준우를 향해 말했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괜히 이들 분위기를 흐린다는 사실에 강준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히 우리 둘 때문이라면 그럴 필요는 없다. 내가 빠질 테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준우 네가 왜?"

백선화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하자, 곧장 무리가 갈렸다.

정우일과 그 무리들이 따로 떨어져 나왔다.

거침없는 그들의 움직임에 권우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처음 그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무리를 이끌려고 했을 때 아무런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정우일은 이 기회를 노렸는지도 몰랐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권우철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정우일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후우. 거짓을 말한 건 내 잘못인데, 민중이가 한 일은……"

"그만! 거기까지 해."

"……."

"그놈이 어떤 짓을 했든 우리는 처음 보는 저 사람보다 그놈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어. 그리고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니까."

정우일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말했잖아. 우리는 이제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

"따로 복수…… 같은 건 하지 않을 게. 정확한 상황이 어땠는지는 우리도 확신할 수 없으니까."

강준우를 힐끗 바라보며 건네는 정우일의 말에 권우철은 말을 아꼈다.

만약 복수를 한답시고 달려들었다면 막았겠지만, 차라리 이런 선택이 나을 지도 몰랐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김연희와 백선화, 유키코와 하야테를 제외한 모두가 정우일과 뜻을 함께 했다.

"뭐야? 왜 이러는 거야?"

"아무래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깨져서 그런 게 아닐까?"

"……."

"민중이를 죽이고, 그 갑옷을 입고 나온 사람하고 같이 있을 수는 없잖아?"

"맞아. 그건 좀……"

모두의 말에 김연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몇몇 사람을 바라봤다.

그 사이에 임창현과 남은 무리들도 끼어 있었다.

묘한 배신감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붙잡을 수도 없었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었다.

"조만간 다시 볼 수 있겠지."

"몸 조심해라. 모두들."

"…… 너희들도 조심해."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름 힘을 합쳐서 싸웠던 그들이었다.

너무나 쉽게 무리가 갈렸지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갈등이 이런 식으로 나타난 건지도 몰랐다.

그래도 입안이 썼다.

남은 사람들은 아쉬워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준우와 다이스케의 합류를 반겼다.

하지만 곧바로 회포를 풀 수도 없었다.

무리가 떨어져 나가기 무섭게 좀비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흐음. 공교로운 시기에 이렇게 갈리다니.'

다가오는 좀비 떼의 모습에 권우철은 침음을 삼켰다.

그가 이곳으로 오면서 많은 놈들을 쓰러뜨렸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놈들의 수는 많았다.

"우선 저놈들을 상대할 준비를 해."

"아, 알았어."

권우철의 말에 남은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유키코도 투구를 내리며 권우철의 옆에 섰고, 김연희와 하야테는 뒤로 물러나며 손에 창을 쥐었다.

다이스케는 그 모습에 놀라며 되물었다.

"뭐야? 마법사들이 왜 창을 들어?"

"마법이 통하지 않아. 신성 마법이라면 모를까."

"하야테, 너도?"

"……."

여전히 과묵한 하야테는 대답 대신 손에 쥔 창을 들어 보였다.

백선화를 제외한 두 사람은 창을 들어 올리며 다가올 좀비를 기다렸다.

그나마 김연희는 헤이스트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수가 확연히 줄어든 만큼 어떤 상황을 맞을지 알 수 없었다.

"화염 마법도 안 통하는 거야?"

"큰 효과가 없어. 오히려 불에 탄 놈들이 달려들면서 우리만 더 큰 피해를 입더라고."

"……."

생각보다 놈들과의 싸움이 어려운 것 같았다.

그나마 권우철이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권우철은 이미 많은 힘과 체력을 소진한 상황이었다.

"다이스케! 넌 어떻게 할 거야?"

"나? 나야…… 따로 할 일이 있어."

"할 일이 있다고? 네 마법은 통한다는 거야?"

"……."

김연희와 하야테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화염과 바람을 다루는 그들의 마법은 좀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 했다.

마법을 날리면 일부를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오히려 헤이스트를 걸어주면서 다른 사람을 돕거나 신성력이 부여된 창을 찌르는 게 더 나았다.

의아한 물음에 다이스케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차마 물약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머뭇거리는 그를 뒤로한 김연희는 강준우를 향해 물었다.

"너는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선배는 조금 지친 것 같은데. 네 힘이 안 통하는 건 아니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저 인간을 뭘로 보고!"

그녀의 물음에 옆에 있던 다이스케가 황당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격한 그의 반응에 오히려 김연희가 놀라워했지만, 그런 다이스케의 반응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앞에 있는 놈들은 내가 상대해 볼 게."

"너 혼자?"

"아무래도 혼자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알았어. 그럼 내가 헤이스트를……"

"아니. 너는 따로 할 일이 있을 거야."

"내가? 따로 할 일이 있다니?"

뜬금없는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옆에 있던 다이스케는 그 말을 알아들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일부러 모른 체를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강준우의 부름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이스케?"

"…… 왜? 무슨 일이야?"

"준비하고 있으라고."

"지금?"

"네가 먼저 시범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시, 시범이라니. 후우. 그래."

썩 내키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는 체념을 했는지 그는 마치 선수금을 주듯이 건네는 단약을 받아들였다.

뜬금없이 뭔가를 건네주는 그의 모습에 김연희와 백선화의 눈이 커다래졌다.

"무슨 일이야? 저 인간이 너한테 단약을 왜 주는 건데?"

"너한테도 그 깃털을 줬잖아."

"그, 그건……"

"너도 곧 그 답례를 해야 할 거야."

"다, 답례라니?"

"있어. 두고 보면 알아."

말을 아낀 다이스케는 자리에 앉으며 소진한 마나를 채우기 시작했다.

스스럼없는 그의 모습에 남은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그와의 거리를 벌렸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움직일 게."

"그, 그래."

권우철에게 말을 건넨 그는 곧바로 좀비 떼를 향해 달려들었다.

갑옷을 입은 그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지만, 평범한 좀비들을 상대하는데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그어어어."

놈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강준우는 곧장 기운을 끌어 올리며 바닥을 박찼다.

그대로 놈들 사이로 파고든 그는 근처 있는 좀비를 향해 일양지를 뻗었다.

쐐에엑. 푸욱.

쏘아낸 일양지에 서너 마리의 좀비가 그대로 쓰러졌다.

한 번에 머릿속을 파고든 일양지의 기운이 그만큼 강력했지만, 그의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곧바로 형상기검을 펼친 강준우는 한 바퀴를 회전하며 주변에 있는 좀비들을 휩쓸었다.

콰과광.

좀비들의 머리를 날린 그는 곧장 기검을 날리며 뒤에 있는 놈을 공격했고, 모여든 놈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여전하네."

"선배보다 더 잘 싸우는 것 같은데?"

"그야…… 강준우니까."

"……."

오랜만에 마주한 그의 무용은 여전히 대단했다.

스스럼없이 좀비들 사이로 파고든 강준우의 강력한 공격에 좀비들이 휩쓸려 나갔다.

그들 역시 성장을 거치면서 저 정도의 파괴력을 내보일 수 있었지만, 저 정도로 효과적으로 좀비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저렇게 움직이려면 소진하는 내공까지 염두에 둬야만 했다.

주변에 생겨난 공간은 또 다른 좀비들로 채워졌지만, 강준우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일양지를 펼치고 형상기검을 이용해서 주변에 있는 좀비를 도륙했다.

머리가 베인 놈들이 쓰러지면 다시 기검을 날리며 멀리 떨어진 놈들을 휩쓸었고, 그렇게 순식간에 1/3이 넘는 좀비들이 무너져 내렸다.

'후우.'

당연히 내공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어느 정도 내공을 소진한 그는 다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고, 고생했다. 조금 쉬어."

"잠깐이면 될 거야."

"…… 자, 잠깐이라니?"

"기다리고 있어. 다시 움직일 테니까."

강준우의 말에 권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강준우의 행동에 그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손."

"그렇게 애완견한테 명령하듯이 말하지 마."

"그럼 목을 잡을까?"

"후우. 내가 말을 말아야지. 자!"

다이스케는 체념한 듯이 손을 내밀었다.

강준우는 그의 손을 붙잡았고, 다이스케는 침음을 흘리며 괴로워했다.

"뭐, 뭐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둘이…… 무슨 사이야?"

김연희는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소리쳤고, 백선화는 충격을 받은 듯이 물었다.

옆에 있던 유키코는 뭔가를 참고 있는 듯한 다이스케의 모습에 질겁하며 소리쳐다.

"이 새끼. 느끼고 있는데?"

"닥쳐! 무슨 개 소리를…… 흐읍."

"……."

낯선 두 사람의 모습에 남은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 했다.

하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다시 움직였다.

다이스케에게서 충분한 힘을 꺼낸 그는 현철보검을 꺼내들며 모여든 좀비들을 향해 검격을 뿌렸다.

쉬이익.

전방을 가득 채우는 검이 반월의 검기를 만들어냈다.

"저건 그 미친 무공이잖아?"

"…… 내공 소모가 상당할 텐데!"

이미 많은 힘을 소진한 강준우가 내공소모가 심한 무공을 다시 사용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광경에 그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콰과과광. 콰과광.

전방에 휘몰아치는 검기의 폭풍에 좀비들의 쓸려나갔다.

놈들은 마치 소멸되는 것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강준우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위력을 가진 무공이었다.

천마기멸격이 순식간에 좀비들을 휩쓸었지만, 여전히 많은 놈들이 남아 있었다.

"처음에 움직였던 것처럼 싸우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아?"

"그래도 근방에 남은 놈들이 없어졌잖아."

"그건 그렇지만……"

확실히 위력적이었지만, 효율은 떨어지는 그 모습에 김연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녀에게 강준우가 다가왔다. 그리고 뭔가를 건넸다.

"이, 이게 뭐야?"

"필요할 거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건 단약이잖아? 이걸 왜 건네는 건데?"

"손을 줘."

"뭐?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손이라니?"

"……."

김연희는 황당해하며 되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본능적으로 강준우가 건네는 단약을 받아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반응하는 모습에 뒤늦게 정신을 일깨웠지만, 이어지는 상황에 그녀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흐읍! 미친!"

강준우는 그 손을 잡기 무섭게 흡기공을 운용했다.

균형의 무리를 이용해서 들어오는 기운을 흡수하려고 노력했고, 반발하는 기운을 억누르며 상황을 유지했다.

갑자기 빠져나가는 마나.

당연히 그 힘에 저항했다. 하지만 그녀의 필사적인 반항도 큰 소용이 없었다.

'이 미친놈. 내 기운을 가지고…… 이래서 단약을 건넨 거였어?'

그제야 다이스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마 자신의 역할을 말하지 못한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걸어 다니는 물약이었다.

무엇보다 불사조의 깃털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뒤늦게 이해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묘한 자괴감이 들었다.

왠지 침울해했던 다이스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연희야…… 괜찮아?"

"……."

묘하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는 그녀의 모습에 백선화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왈가닥인 그녀의 침묵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걱정스러워했지만, 이어지는 굉음에 그들의 시선이 저절로 한 곳으로 향했다.

콰과과과광.

다시 펼쳐진 천마기멸격.

엄청난 위력을 다시 내보이는 강준우의 행동에 자리한 모두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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