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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60화 (160/254)

제 160화

<월척>

완전히 달라진 뜻에 권우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는 의아한 눈으로 정우일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죽였어."

"주, 죽여?"

"그래. 그래야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

"……."

권우철은 황당한 말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정우일은 개의치 않으며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민중이를 죽인 놈을 상대하려면 힘이 부족할 것 같더라고."

"민중이 때문에 그런 거냐? 민중이는……"

"잘 알고 있어. 그놈이 한 일 대부분이 가식이었다는 걸. 그놈도 정상은 아니었지."

"……."

"죽어 마땅한 놈이었겠지. 하지만…… 그놈이 저놈 손에 죽었다는 게 문제지."

강준우를 가리키는 그의 말에 권우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런 그를 대신해서 강준우가 물었다.

"네가 죽일 놈을 내가 가로챘다?"

"확실히 눈치가 빠른 놈이라니까."

"……."

정우일의 말에 강준우는 침음을 삼켰다.

비록, 자신의 의도대로 놈들을 끌어들였다지만, 이 인원으로 뒤를 따라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을 의미했다.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일 놈은 아닌 것 같은데.'

나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선 게 분명했다.

거기에 지친 기색을 보이자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면 충분히 모두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가만히 그들의 면모를 살피던 강준우는 만만치 않은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놈들은 그저 그랬지만, 정우일이라는 놈은 상당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그를 봤을 때도 나름 강한 힘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모두 잡아먹었다는 건가?'

권우철을 뒤로하고 그를 따랐던 사람들의 수가 상당했다.

앞에 있는 다섯 명 전부가 그들을 처리한 게 분명했다.

그 정도 인원이 가진 힘을 흡수했다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변한 것도 크게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번뜩 스치는 생각에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임창현은 어떻게 됐지?"

"임창현? 그게 누구…… 아, 그 군인?"

"……."

"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냐?"

그에게 나름 도움을 받았었다.

나름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임창현이 그대로 죽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지만, 작정을 하고 모두를 속인 거라면 그의 죽음도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굳은 그의 표정에 정우일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눈치가 있는 놈이더라고."

"……."

"좀비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여서 내 손으로 죽일 수는 없었어. 그래도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거기에서 살아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았으니까. 제대로 된 사제도 없었고."

다행히 이들의 손에 죽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생사는 불분명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주시하던 강준우는 잘게 몸을 떨고 있는 권우철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뒤로 물러나 있어."

"…… 너 혼자 괜찮겠어?"

"마음 단단히 먹어. 앞으로 조금 힘들어 질 테니까."

"……."

강준우의 당부에 권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많은 힘을 소진한 상황이었지만, 몇몇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뒤로 빠지는 그의 행동에 정우일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보다 강준우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쐐에엑.

그는 곧장 검기를 날렸다.

천마복룡파의 힘이 실린 검기는 와류를 만들어내며 그들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깜짝 놀란 정우일이 고개를 숙이며 크게 소리쳤다.

"피해!"

콰과과광.

날아든 검기가 벽에 꽂히며 요란한 굉음을 흘렸다.

동시에 강준우는 곧바로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림없다! 홀드!"

뒤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마법사가 곧바로 마법을 날렸다.

그의 손에서 뿜어진 마력이 강준우의 몸을 옥죄었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그 힘을 떨쳐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상대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수월하게 공격을 뿌리친 그에게 정우일의 일검이 쏘아졌다.

"하압!"

큰 소리와 함께 회색빛 검기가 그대로 그를 베어낼 듯이 날아왔다.

허리를 노리며 날아드는 검기에 강준우는 곧장 바닥을 박찼다.

쉬이익. 콰앙.

옆에 있는 벽으로 몸을 내던지며 공격을 피해내자, 정우일의 검기가 벽에 꽂히며 굉음을 흘렸다.

- 뒤로 물러나면서 벽을 무너뜨려!

공격을 피해낸 강준우는 곧장 백선화를 향해 전음을 날렸다.

은밀한 목소리에 놀란 그녀의 시선이 강준우에게 향했지만, 그는 앞에 있는 일곱 명에게 집중했다.

타다다닥.

강준우는 벽을 타며 움직이고 있었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그의 움직임에 통로를 채우고 있던 자들이 황당해하며 공격을 뿌렸다.

콰앙. 콰앙.

움직이는 강준우를 잡기 위해 나름 작정을 하고 공격을 날렸지만, 일섬을 섞으며 움직이는 강준우를 잡을 수 없었다.

우르르르.

오히려 그들의 공격이 벽을 무너뜨렸다.

공격을 피해낸 강준우는 순식간에 일곱 명의 뒤를 잡았고, 뒤늦게 그의 의도를 파악한 정우일은 크게 소리쳤다.

"미친놈. 뒤를 막는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냐?"

"뒤, 뒤를 막아?"

그의 외침에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정우일은 그런 강준우의 행동을 비웃듯이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너희들이 저놈을 잡고 있어."

"너는?"

"앞에 있는 놈들을 먼저 처리할게."

"……."

딱히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우일의 말에 다섯은 강준우를 향해 몸을 돌렸고, 나머지 한 명이 정우일을 돕기 위해서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그때, 백선화가 곧바로 정령을 불러내며 강준우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쿠구구궁. 쿠구구궁.

갑자기 나타난 중급 정령.

그게 백선화의 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정우일은 놈을 쓰러뜨리려고 했지만, 나타난 정령은 생각지도 못한 곳을 공격했다.

뜬금없이 벽을 무너뜨리는 행동에 그들뿐만 아니라 권우철을 비롯한 모두가 놀란 눈으로 백선화를 바라봤다.

"준우가 벽을 무너뜨리라고 했어."

"와! 잔머리 보게!"

김연희는 짧은 순간,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강준우의 의도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달려들던 정우일과 남은 일행들도 당황했다.

무너지는 벽에서 나타난 놈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처억. 처억.

양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비슷한 형태의 짐승들.

"웨, 웨어 울프!"

"대전사다! 벽이 무너져 있었던 이유가 이놈들 때문이었나?"

"……."

최대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움직이던 그들인지라 그 이유를 이제야 확인할 수 있었다.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을 마주하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졸지에 앞뒤가 막힌 상황으로 변했다.

하지만 정우일은 마냥 당황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하압!"

그는 곧바로 공격을 감행하며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웨어 울프 대전사를 밀어냈다.

"입구를 막아!"

"아, 알았어."

놈들이 나오기 전에 막아내는 게 최선이었다.

정우일의 빠른 판단에 뒤에 있던 둘이 각각 입구를 막았다.

적어도 이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네 명이 강준우라는 놈을 막을 때, 나는 나머지를 처리하고 포인트를 얻으면……'

이 상황을 충분히 타개할 수 있었다.

권우철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른 놈들을 상대하느라 꽤나 지쳐 있었다.

강준우라는 놈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지친 놈이라면 뒤에 남은 네 명이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정우일은 곧장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런 그의 앞을 권우철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으며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쐐에엑.

강한 기운이 허공을 격하며 날아들었다.

그대로 권우철의 몸을 베어낼 듯한 예리한 일격이었지만, 권우철은 적절한 대응을 펼쳤다.

콰앙.

이미 넝마가 된 방패에 신성력이 어렸다.

날아드는 검기를 받아낸 그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정우일은 미리 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권우철의 힘을 많이 봐왔던 그인지라 일격에 그를 쓰러뜨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지만, 낯선 소리와 함께 여러 개의 빛무리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받아라!"

둥근 빛이 뭉쳐진 형태의 마법.

매직 미사일이었다.

이런 허접한 공격을 날린다는 것 자체에 황당해하던 그는 곧바로 검을 뿌리며 공격을 쳐냈다.

콰과광. 콰지지직.

"크윽."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충격이 아니었다.

매직 미사일 하나하나에 실린 힘이 가볍지 않았다. 더군다나 터진 매직 미사일에 스며있던 전력이 그를 휘감았다.

'미친!'

황당한 공격에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지만, 날아드는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리를 엄청 허접하게 봤나봐?"

"……."

김연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소리치며 마법을 날렸다.

동시에 머리통만한 불덩이가 정우일을 향해 날아들었다.

쉬이익. 콰앙.

아슬아슬하게 마법을 피했지만, 날아간 파이어 볼은 뒤에 있던 사람 주변에서 터져나갔다.

뜨거운 열기에 그들의 몸이 밀려나자 겨우 앞을 가로막고 있던 웨어 울프들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죽은 놈들한테는 크게 효과가 없어서 자제하고 있었던 것뿐이었거든."

"이런다고 달라질 건 없……"

쐐에엑. 콰과광.

섬뜩한 느낌에 다시 검을 휘두르자 날카로운 바람이 터져나갔다.

하야테는 아무 말 없이 중지를 휘두르며 마법을 쏟아냈다.

모욕적인 그의 행동에 정우일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다이스케의 외침과 함께 강한 힘이 그를 옥죄었다.

"그래비티!"

"크윽."

배로 불어난 중력에 그는 강한 압박을 느꼈다.

그런 그에게 시린 기운이 날아들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유키코가 곧바로 장력을 뿌리며 그를 공격했다.

차갑게 얼어붙은 주변과 함께 정우일은 잠들어 있는 힘을 개방하며 크게 소리쳤다.

"하압!"

콰과광.

강력한 기파와 함께 그래비티가 깨져나갔다.

동시에 유키코의 장력이 그의 검격에 막혔다.

"이것들이! 그동안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냐?"

"……."

"나대지 않았을 뿐이다."

김연희의 대꾸에 정우일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다짐하듯 뇌까렸다.

"기다려라. 곧 죽여 줄 테니까."

"글쎄. 네가 먼저 죽을 것 같은데?"

"무슨 개소리…… 흐읍!"

촤아악.

황당해하며 소리치던 그는 뒤에서 날아드는 예리한 공격에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가 있던 공간이 잘려나갔다.

어느새 벽 너머에 있던 웨어 울프 대전사들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뒤를 가로막은 놈들의 공격에 정우일은 이를 악물었다.

졸지에 상대해야 할 놈들이 더 늘어났다.

"첩첩산중이라는 말 알지? 절실히 느끼게 해 줄게. 그래비티!"

다이스케는 그런 상황을 반기며 다시 마법을 펼쳤다.

그래비티가 정우일의 몸을 옥죄기 무섭게 강력한 마법이 뒤를 이었다.

"죽어! 이 개자식!"

"갈기갈기 찢겨져라!"

그동안의 울분을 풀어내듯 세 사람이 거친 공격을 이어갔다.

그 앞에 놓인 정우일은 황당해하며 공격을 피해냈지만, 그들이 쏘아낸 마법은 뒤에 있는 웨어 울프 대전사를 도륙했다.

언데드 상태인 놈들은 그런 공격에도 끄떡없었다.

오히려 광분하며 더 강한 힘을 쏟아냈고, 그 사이에 놓인 정우일이 두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다.

'크윽. 씨발!'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정우일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뒤에 있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

"저 새끼 뭐야?"

"멀쩡하잖아? 지친 것 같지 않은데?"

"설마…… 일부러 우리를 끌어들이려고 이런 짓을?"

"……."

아무런 말도 없이 싸늘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강준우의 행동에 그들은 말을 잇지 못 했다.

무리가 반으로 나뉘었다.

기습을 펼치면서 남은 놈들을 끝내려던 그들은 역으로 위기에 처한 스스로의 상황에 황당해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씨발! 그래봤자 한 놈이야."

"그래. 제깟 놈이 뭘 어쩌겠어?"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저 수만 많은 언데드 오크나 웨어 울프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협력을 통해서 놈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묘한 대치가 이어졌다.

뒤에서 들려오는 굉음을 뒤로한 그들은 강준우를 대하며 곧장 힘을 끌어 올렸다.

"블레싱!"

사제로 보이는 사람이 곧장 무리에게 힘을 전했다.

희미한 빛이 어리자, 그들은 곧장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들은 저마다 힘을 끌어 올리며 이어질 싸움에 대비했다. 하지만 힘을 끌어올리기 무섭게 낯선 기운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쿠웅.

강준우가 발을 내딛자 앞에 있는 자가 신음을 흘렸다.

"크윽!"

그 소리가 새어나오는 순간, 가만히 지켜보던 강준우가 움직였다.

[작품 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은 큰 힘이 됩니다.

남은 연휴, 마무리 잘 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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