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67화 (167/254)

제 167화

<모습을 드러낸 놈들>

"허억. 허억."

강준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극마경에 이르면서 어떤 무공도 수월하게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된 천마기멸격은 또 달랐다.

그저 강기를 쏟아내는 게 끝이 아니라, 손을 떠난 강기까지 조절하면서 움직여야만 했다.

'부족한 건가? 또 다른 힘이 필요하나?'

강기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펼친 천마기멸격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무공이었다.

하지만 굉음이 잦아들고 드러난 광경은 도저히 부족하다고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강력해 보이던 해골 병사들의 2/3가 휩쓸려 나갔다.

제대로 된 뼛조각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놈들을 쓰러뜨리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강준우가 펼친 천마기멸격은 모인 놈들을 모두 가루로 만들었다.

흔적도 남지 않은 모습에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행들은 입을 다물지 못 했다.

'미친! 저게 말이 돼?'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지?'

대충 강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유키코의 외침에 그 힘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드러난 결과는 과해 보였다.

뼈도 추리지 못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놈들은 뼈도 추리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갈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해골 병사들을 바라보는 강준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우철이 형! 마법!"

"…… 아, 알았어. 힐!"

"나 말고, 저놈들한테 써."

"저놈들한테?"

강준우의 말을 곱씹던 권우철은 곧바로 신성 마법을 사용했다.

"홀리 라이트!"

"홀리 라이트! 힐! 힐!"

그를 따라서 니키타도 신성력을 사용하며 앞에 있는 놈들을 노렸다.

강준우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런 공격에서 다시 살아난다고?"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잖아!"

아무리 해골이라고 하지만, 저런 상태로 다시 되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강준우가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었다.

계속해서 신성 마법을 날리던 권우철은 니키타를 바라보며 물었다.

"놈들을 처리했다는 알림은……"

"없어요. 이미 다 죽은 게 아닐까요?"

다시 되살아날 기미는 없어 보였다.

어쩌면 강준우가 착각을 했을 지도 몰랐지만, 강준우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역시 별다른 알림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밝혔다.

알 수 없는 상황에 권우철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그때 뒤에 있던 하야테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해볼 게."

"하야테. 네가?"

"윈드 스톰!"

그는 캐스팅했던 마법을 쏟아냈다.

바람 마법을 사용하는 그는 강력한 마법을 펼치며 뒤에 있던 해골 병사들까지 공격했다.

휘이이잉.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앞을 가득 채우는 바람이 바스라진 뼛가루를 흐트렸다.

다시 모이지 않도록 나름 조치를 취한 것이다.

꽤나 적절한 대응 같았지만, 그 역시도 별다른 알림을 전해듣지 못 했다.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 뒷일을 맡긴 강준우는 다이스케를 향해 다가갔다.

다가오는 강준우의 뜻을 잘 알고 있는 다이스케는 기다렸다는 듯이 팔을 내밀었고, 그는 천마흡기공을 이용해서 부족한 마나를 채웠다.

가진 마나가 빠르게 빨려나갔다.

이미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던 다이스케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흐읍. 뭐야? 왜 이렇게 격렬해?'

이전과는 또 달라졌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거칠게 빠져나가는 마나에 놀란 다이스케는 이를 악물었다.

강준우가 그렇게 기운을 채우는 동안, 남은 사람들이 앞으로 나섰다.

강한 위력에 잠깐 멈춘 해골 병사들이 다시 움직였기 때문이다.

"쿠와아아!"

검은 갑옷을 입은 놈이 크게 포효하기 무섭게 놈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맹렬한 그 모습에 권우철과 니키타는 뒤로 물러났고, 뒤에 있던 마법사들이 마법을 날렸다.

언데드에게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마법이었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피해를 더 줘야만 했다.

콰과과광.

다양한 마법이 주변을 휩쓸었다.

달려들던 해골 병사들의 발길을 멈추기 위해서 위력적인 공격이 쏟아졌지만, 놈들은 만만치 않았다.

뒤에 남아 있던 해골 마법사들이 날아오는 마법을 쳐냈다.

까만 실드가 전방을 가리면서 공격을 막아냈고, 앞장선 해골 병사들이 속도를 높였다.

온전한 무기를 든 놈들의 위협적인 모습에 유키코를 위시한 무인들이 앞으로 나섰다.

"하압!"

크게 소리친 그녀의 손에서 시린 장력이 쏟아졌다.

소수를 펼치며 달려오는 놈들을 공격했지만, 놈들도 적절한 대응을 이어갔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그녀의 장력이 터져 나갔다. 하지만 놈들이 휘두른 무기에는 검은 기운이 잔뜩 어려 있었다.

"검기야!"

"쳇!"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해골 병사들.

절정에 오른 무인들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뒤에서 마법을 쓰는 놈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검은 실드를 만들어내며 그들이 날린 마법을 막아낸 것만 봐서는 그들의 실력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봐야했다.

처음에 강준우가 그들의 수를 줄이지 않았다면 힘겨운 싸움을 했을 게 분명헀다.

"물러나!"

안드레이는 혀를 차는 유키코에게 소리치며 주먹을 날렸다.

수많은 권기가 전방을 가득 채웠고, 그가 날린 권기가 앞에 있는 해골 병사들을 덮쳤다.

콰과광.

놈들이 유키코의 공격을 막아냈다지만, 한기를 가득 머금은 장력은 놈들의 몸을 움직임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그녀가 남긴 충격에 결국 놈들의 몸이 바스러졌다.

일차적인 움직임을 저지할 수 있었지만, 아직 남은 놈들이 많았다.

그들은 다시 내공을 뿌리며 놈들을 공격하며 놈들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그런 공격도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까드드득.

그들의 주먹에 바스러진 놈들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안드레이의 공격에 부서진 놈들이 제 형상을 갖춰나갔다.

다시 널브러진 갑옷을 챙겨 입기 시작하면서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왔고, 그 모습을 확인한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쿠아아!"

문제는 더 강력한 놈이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뒤에서 명령을 내리던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까만 갑옷을 입은 놈은 칠흑 같이 검은 대검을 휘두르며 앞을 가로막은 유키코를 후려쳤다.

콰앙.

갑자기 날아든 공격에 그녀도 장력을 뿌리며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 힘을 버틸 수 없었다.

유키코는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이미 절정을 넘어선 그녀가 공격을 받아내지 못할 정도로 상대하는 놈은 강력한 괴력을 쏟아냈다.

"데스 나이트다!"

"데스 나이트?"

"그런 것 같아. 저놈은 데스 나이트가 분명……"

콰앙.

놀란 누군가가 소리치기 무섭게 달려들던 놈이 튕겨져 나갔다.

데스 나이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하게 밀려나는 모습에 모두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주, 준우야?

"저놈은 내가 상대할 게."

"……."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놈을 떨쳐냈다.

일격에 밀려나는 놈의 모습은 처음에 보였던 강렬한 인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다른 놈들과 다르게 놈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공격을 흘린 건가?'

강한 힘으로 놈을 떨쳐냈지만, 앞에 있는 놈은 충격을 분산시킨 것 같았다.

평소와 다른 감각을 확인한 그는 다시 검은 갑옷을 입은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대로 자세를 잡기 전에 몰아붙일 생각이었지만, 주변에 있던 해골 병사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쐐에엑. 티디딩.

곳곳에서 날아드는 예리한 공격이 강준우를 노렸지만, 어렵지 않게 공격을 튕겨냈다.

주변에 있는 해골 병사들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놈들과의 현격한 차이를 확인한 강준우는 곧바로 보검에 기운을 흘리며 앞을 막은 놈들을 상대했다.

우선 놈들을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그 순간 강력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콰드드득. 콰앙.

강력한 검격이 옆구리를 노렸다.

근방을 휩쓸면서 날아든 강한 일격에 강준우는 황당해했다.

"저런 미친놈!"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행들도 경악했다.

검은 갑옷을 입은 놈의 공격에 앞을 가로막고 있던 해골 병사들이 쓸려 나갔기 때문이다.

서너 마리의 해골 병사들이 튕겨져 나갔다.

다행히 강준우는 그 공격을 받아냈지만, 검은 갑옷을 입은 놈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부우우웅.

강한 파공음이 주변을 잠식했다.

놈은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는 것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빠르게 날아드는 검격은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상대적으로 가느다란 검을 쥔 강준우가 그대로 쓸려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공격이었다.

하지만 공격을 받아내는 강준우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채앵. 채앵.

중병기를 막아내는 것치고는 소리가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사량발천근과 건곤대나이의 힘이라.'

적절하게 두 힘을 사용하는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공격을 받아냈다.

미친 듯이 날아드는 대검을 수월하게 받아냈지만, 쓸려나간 해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서진 와중에도 놈들의 손은 강준우를 붙잡았다.

조금이라도 방해를 할 생각이었지만, 바닥을 기던 놈들이 움직이기 무섭게 강준우는 발을 구르며 내공을 흘렸다.

콰과광.

천마군림보의 힘에 그의 주변이 터져나갔다.

강한 충격이 주변을 휩쓸었고, 그 힘에 놀란 놈이 대검을 세우며 공격을 받아냈다.

어렵지 않게 모두를 밀어낸 강준우는 앞에 있는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느새 그의 검에는 진한 기운이 맺혀 있었다.

"쿠아아!"

강기를 마주한 놈이 포효하며 대검에 힘을 쏟아 부었다.

놈의 손에 쥔 대검에 칠흑 같은 어둠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검강?'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의 눈이 커다래졌지만, 빠르게 모이던 그 기운은 제대로 된 형상을 갖추지 못 했다.

검강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모습이었다.

검기보다 진한 기운이 실처럼 얽혀 있었다.

검사(劍絲)라고 불리는 경지였지만, 검강에 비할 수 없는 힘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앞에 있는 놈의 힘이 더 대단한 것 같았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검격을 뿌렸다.

터엉.

그대로 앞을 가로막은 대검을 쳐낸 그의 검이 다시 휘둘러졌다.

터더덩. 터더덩.

연신 두드리는 검격에 요란한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견고해 보이던 대검이 미친 듯이 흔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서져 나갔다.

대검이 수십 조각으로 나뉘며 잘려나가기 무섭게 날카로운 기운이 검은 갑옷을 잘라냈다.

빠르게 휘두르는 검격이 어느새 둥근 막을 만들어냈다.

검강이 어린 검초가 검막을 형성할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졌고, 그 반경에 들어온 상대의 몸이 분해되기 시작했다.

극쾌로 펼쳐진 검격.

검강으로 형성된 공격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던 놈이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천마기멸격을 맞고 가루로 변해버린 다른 해골 병사들처럼, 우두머리 격인 놈의 몸도 가루로 변하며 흩날리기 시작했다.

끝판왕을 잡는 끝판왕의 모습.

강준우의 위용에 모두가 말을 잇지 못 했다.

"후우우."

깊은 날숨과 함께 움직임을 멈추자, 가루로 변한 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강준우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않았다.

'이놈들은 뭐지? 왜……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거지?'

이만한 힘을 가진 놈이라면 당연히 포인트를 얻었다는 알림이 전해져야만 했다.

조금 전에 쓰러뜨린 놈들도 그렇고, 지금 쓰러뜨린 놈까지 아무런 알림이 전해지지 않았다.

'뭐에 홀린 건가?'

그랬다면 천마신공이 작은 변화라도 감지하면서 움직였을 게 분명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에 작은 생채기를 내봤지만,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홀린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함을 느낀 그는 주변으로 기감을 퍼뜨렸다.

뭔가 놓친 것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반대편에 있던 문이 열렸다.

콰앙.

떨어져 나갈 것처럼 열린 문에서 누군가가 튕겨져 나왔다.

바닥을 구르는 놈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리고 놈을 튕겨낸 자들은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가진 자들이었다.

문 밖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뭐야? 사람이 있었어?"

"사람? 우리보다 먼저 들어온 놈들이 있다고?"

"여기까지 어떻게 들어온 거지?"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맞은 강준우와 일행들

서로는 서로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때, 바닥에 쓰러져 있던 자가 곧장 위로 떠올랐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강준우는 곧바로 검을 들었지만, 날아오는 공격에 놈을 노릴 수 없었다.

쉬이익. 콰앙.

공격을 받아낸 강준우는 굳은 얼굴로 앞에 있는 자를 받아냈다.

그의 시선에 나타난 금발의 사내는 놀라워하며 입을 열었다.

"저놈은 우리 몫이거든."

"……."

공중으로 떠오른 로브를 쓴 존재.

일전에 마주한 적이 있는 리치와 비슷한 놈이 그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다이스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뇌까렸다.

"또 다른 자살 희망잔가?"

"자살 희망자?"

"그런 게 있어. 그나저나 이제 내가 나설 차롄가?"

진지한 다이스케의 표정.

사뭇 비장한 그의 모습에 김연희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작품 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