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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68화 (168/254)

제 168화

<모습을 드러낸 놈들>

부르지도 않았지만, 다이스케는 앞으로 나서며 곧바로 마법을 펼쳤다.

"그래비티!"

떠오른 리치를 노리며 마법을 사용하자, 거리를 벌리던 리치의 몸이 움찔거렸다.

멈춰선 놈은 그런 다이스케의 힘에 점점 아래로 끌려 내려왔고, 마법을 사용한 다이스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하압!"

그런 리치를 노리며 예리한 기운이 날아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자들 중에 금발 머리를 한 사내가 검을 휘둘렀고, 허공을 격한 기운이 그대로 리치를 노리며 쏘아졌다.

하지만 공격을 날린 사내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저런 미친!"

굽힌 무릎을 펴기 무섭게 강준우가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날아오는 검기를 쳐냈다.

어렵지 않게 검기를 받아내는 그의 모습에 검기를 쏘아낸 자는 이를 악물었다.

강준우는 그가 했던 짓을 다시 되돌려주고 있었다.

제법 힘을 실어서 날린 공격이 강준우의 손에 막혔다.

문제는 그렇게 막힌 공격이 허공에서 터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되돌아온다는 점이었다.

"조심해!"

콰앙.

강준우는 배진격을 이용해서 공격을 되돌렸다. 그리고 곧장 몸을 비틀며 허공에서 방향을 바꿨다.

다시 움직인 그는 곧바로 검을 뿌리며 내려온 리치의 몸을 노렸다.

"흐읍!"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리치는 몸을 옥죄는 기운을 떨쳐냈다.

그래비티의 힘을 튕겨낸 그는 다시 위로 떠올랐다.

이미 날아오는 검기를 막아내기 위해서 실드를 펼친 상황이었다.

실드를 유지한 상황에서 몸을 피한다면 앞에 있는 자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리치는 너무나 쉽게 잘리는 실드에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걱.

찰나의 순간 검강을 뽑아낸 강준우의 검이 그대로 리치의 몸을 베어냈다.

순식간에 몸이 두 동강이로 나뉘었지만, 리치는 그대로 몸을 띄우며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지?'

마주한 놈들은 확실히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몸이 잘린 와중에도 움직이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어지간한 놈들은 목숨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였다.

하지만 언데드나 그에 준하는 놈들은 이 정도 상처만으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투둑.

잘린 리치의 하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강준우 역시 바닥으로 내려섰지만, 그가 발을 내딛기 무섭게 강한 기운이 날아들었다.

쐐에엑. 터엉.

밖에서 나타난 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날린 공격은 너무나 쉽게 가로막혔다. 오히려 방향을 바꾸며 다시 되돌아갔고, 공격을 감행한 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콰과광.

다시 공격을 받아낸 그들은 싸늘한 눈으로 강준우를 바라봤다.

"저놈은 우리 몫이라고 했을 텐데?"

"내가 그 말을 들어줘야 하나?"

"……."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한 강준우의 강경한 태도에 그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잠깐 내보인 강준우의 실력이 가볍지 않았다.

그 혼자라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겠지만, 뒤에 있는 자들의 수가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여기까지 온 걸로 봐서 그들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 어떡하지?

- 저 리치를 넘길 수는 없잖아?

- 저놈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

동료의 말에 선두에 선 롤란드는 말을 아꼈다.

아무래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저놈을 포기할 수는 없는데.'

왕좌에 앉아 있던 놈을 이대로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놈이 어떤 힘을 남길지 알 수 없었다.

이곳으로 들어서면서 얻은 지팡이도 보통이 아니었다.

지금 떠오른 리치가 뭘 남길지 알 수 없는 만큼, 롤란드는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오필리아가 얻은 마법 지팡이라면…… 더 대단한 걸 남길지도 모르지.'

강한 마력을 가진 지팡이.

일행 중에서도 강한 마나를 가지 오필리아가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다면 저들을 상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비록, 앞에 있는 놈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지만, 그들 역시 힘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 많은 좀비들을 뚫고, 가장 먼저 안으로 들어선 사람들이 바로 그와 일행들이었다.

"어쩔 수 없지. 준비해! 우선 저놈들을……"

쿠구구구.

롤란드는 각오를 다지며 말을 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변화가 생겨났다.

널따란 공간에 강한 마력이 몰려들었다.

주변에 휘몰아치는 마력에 강준우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위에 있는 리치의 음침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 모두가 이곳에서 잠들 것이다!

모두의 시선을 모으는 놈의 목소리.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엄한 곳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힘에 절로 시선을 돌렸다.

앞에 있는 놈들 역시 나름 준비를 하고 있는지 힘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힘을 눈치챈 그는 곧장 뒤로 물러났다.

우선 뒤에 있는 일행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이어질 상황에 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가 물러서기 무섭게 해골들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몸이 부서진 놈들이 한데 모이면서 다시 제 형상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강준우가 쓰러뜨린 놈도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거의 가루로 만들다시피 놈을 부쉈지만, 인근에 있던 다른 해골들이 서로의 뼈를 공유하며 새로운 형상을 갖췄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놈의 수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남아 있던 해골들이 모두 힘을 합치며 검은 갑옷을 입고 있던 놈을 만들어냈고, 그 수가 셋으로 늘어났다.

"저건 또 뭐야?"

"합체해서 데스 나이트로 변한 건가?"

비록 해골 병사들의 수는 줄었다지만, 힘을 하나로 합친 놈들을 경시할 수 없었다.

강준우와 부딪치면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뿐이지, 놈은 여전히 강한 위압감을 흘리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당분간은 지켜보는 게 좋지 않을까?"

앞에 있는 놈과 위에 떠 있는 리치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아무리 강한 놈이라고 하더라도 강준우가 놈을 맡는다면 충분했다.

시간을 버는 것뿐만 아니라 확실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문제는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강준우를 공격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놈들이었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나올 지가 관건이었다.

'다시 관계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들이 적의를 버린다고 하더라도 강준우가 저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권우철은 저들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곧 움직이는 저들의 모습에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하압!"

금발의 사내를 필두로, 문 근처에 있던 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곧바로 마법을 쏟아내며 앞에 있는 놈들을 노렸다.

콰아아앙.

강한 마법이 데스 나이트들을 휩쓸기 무섭게 앞에 있던 자들이 뛰어들었다.

딱히 그들을 견제하는 듯한 느낌은 아니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드레이는 강준우를 향해 물었다.

"이대로 지켜볼 거냐?"

"지금은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저놈들을 쓰러뜨려도 얻을 게 없거든."

"차라리 저 리치를 잡는 건 어때?"

"리치를?"

"이때가 기회인 것 같아서. 여차하면 우리가 도울 수 있을 지도 모르고."

"……."

안드레이의 말에 강준우는 잠깐 고민했다.

리치가 다시 움직인다면 앞에 있는 놈들은 다시 살아날 게 분명했다.

차라리 앞에 있는 놈들에게 힘을 쏟아내는 것보다 위에 있는 놈을 상대하는 게 나아보였다.

'문제는 저놈들인데.'

가장 큰 문제는 앞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리치를 잡겠다고 공언한 놈들이었다.

리치를 잡고 그 이후의 상황을 고려해봐야만 했다.

잠깐 고민을 했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강준우는 근처에 있는 다이스케를 바라봤다.

"어떻게? 다시 그래비티를……"

"아니. 위로 올라가야 할 것 같아."

"……."

최대한 그 일만은 피하고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이스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답을 들은 강준우는 남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저놈들이 끼어들지 않게 견제해 줘."

"알았어. 근데,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놈을 잡을 수 있을까?"

거리가 너무 멀었다. 탑을 벗어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공중에 떠 있는 만큼 놈을 상대하는 게 쉬울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시선이 다이스케에게 향하자, 다이스케의 몸이 점점 떠오르기 시작했다.

"플라이?"

뒤늦게 그 방법을 깨달은 모두의 얼굴에 놀람이 스쳤다.

하지만 그런 놀람은 연민의 감정으로 바뀌었다.

"아, 셔틀!"

"그 의미가 저런 의미였어?"

유키코는 일전에 갑옷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그때를 후회했다.

이제야 다이스케가 왜 그렇게 게거품을 물며 자신의 처지를 피력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이스케가 어느 정도 떠오르자 강준우도 위로 뛰어 올랐다.

그가 곧바로 다이스케의 어깨 위로 올라서자, 다이스케는 빠르게 위로 올라서며 마법을 날렸다.

"그래비티!"

"……."

위에 있는 리치를 향해 다시 마법을 뿌리자, 리치의 몸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이미 한 번 겪어본 힘이었다.

놈은 어렵지 않게 그 힘을 떨쳐내면서 마법을 만들어냈다.

거리를 좁혀오는 다이스케와 강준우를 떨쳐낼 생각이었다.

- 죽어라.

거친 목소리로 크게 소리친 놈의 주변에 마력으로 만들어낸 검은 창이 생겨났다.

그 창은 그대로 두 사람을 노리며 쏘아졌고, 강준우는 그대로 뛰어오르며 검을 뿌렸다.

쉬이익. 터엉.

콰과광.

그는 배진격을 이용해서 날아오는 창을 쳐냈다.

서로 부딪친 마력의 창이 커다란 굉음을 흘리며 터져나갔고, 강한 폭발에 아래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뒤늦게 그들의 행동을 눈치챈 자들이 곧바로 강준우와 다이스케를 노리며 공격을 쏟아냈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지만, 리치는 반드시 그들의 손으로 잡아야만 했다.

강력한 원거리 공격이 빛을 뿌리며 쏘아졌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허공에서 터져 나갔다.

콰과과광.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연희와 남은 일행들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강준우와 다이스케가 온전히 리치를 처리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줬고, 곧 두 무리의 눈빛이 부딪쳤다.

"우선 저놈들 먼저 죽여!"

"알았어!"

해골과 상대하는 놈들을 제외한 모두가 그대로 남은 일행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공중에 떠오른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아무리 공격을 날린다고 하더라도 반대편에 있는 자들이 방해를 한다면 저들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짧은 순간에 상황을 파악한 롤란드는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의 외침에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이 움직였다.

그들 사이로 세 마리의 데스 나이트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놈들을 우회하며 반대편으로 내달렸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하는 거야? 집중해! 매직 미사일!"

"……."

콰과과광.

다이스케는 아래쪽에 시선을 두는 강준우를 일깨우며 마법을 날렸다.

쏟아낸 매직 미사일이 날아드는 검은 창을 쳐냈지만, 온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정수리를 노리며 떨어지는 검은 창에 강준우는 곧바로 검을 뿌렸다.

콰앙.

힘을 잃은 창이 그대로 터져 나갔지만, 그의 몸은 다시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다이스케는 곧바로 그를 받쳤다.

"크윽. 빨리 끝내!"

힘들어하는 다이스케를 뒤로한 강준우는 다시 몸을 띄웠다.

밀어내는 그의 힘에 다이스케가 추락하듯 떨어져 나갔지만, 개의치 않은 강준우는 리치와의 거리를 좁혔다.

상체만 남은 리치는 그런 강준우를 상대하기 위해서 곧장 마법을 펼쳤다.

다시 실드를 만들어내고, 검은 창을 불러내며 그를 향해 쏟아냈다.

상대적으로 위에 있는 만큼 놈을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 상태로 검격을 뿌렸다.

불안한 자세에서도 검을 휘둘렀고, 진한 기운이 허공을 가르며 쏘아졌다.

쐐에엑. 콰과광.

검강이 날아들며 앞을 가로막은 공격을 모두 잘라냈다.

만들어낸 검은 창이 모두 부서지며 사그라들다.

그것도 모자라서 실드를 펼친 리치의 몸을 베어냈다.

아래에서 쏘아진 검강이 그대로 리치의 몸을 갈랐다.

반으로 잘린 리치가 힘을 잃고, 곤두박질 쳤다.

콰앙.

강한 충격에 놈의 몸뚱이가 산산조각나자, 해골들이 모이며 만들어졌던 데스 나이트도 힘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강준우는 일격에 놈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뭐지? 뭐가 잘못 된 거지?'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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