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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73화 (173/254)

제 173화

<교활한 탑의 주인>

일양지를 쏘아낸 강준우는 곧바로 형상기검을 펼쳤다.

오필리아의 옆을 스치며 벽에 파고든 일양지를 기검의 형태로 바꾸면서 그대로 팔을 당기자,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강준우는 벽에 발이 닿기 무섭게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극성으로 유령보를 펼치며 벽을 내달리기 시작하는 와중에도 기검을 펼치며 스스로의 몸을 지탱했다.

중력을 거스르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이게 최선이었다.

나름 미봉책을 펼치며 움직이자 다행히 탑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유령보가 5성으로 올라섰습니다.]

그 와중에 유령보의 성취가 올라섰다.

힘겨웠던 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지자, 그의 움직임이 더욱 수월해졌다.

그 사이, 추락하던 다이스케가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몸을 추슬렀고, 오필리아의 몸을 장식한 탑의 주인은 마력을 쏟아내며 좀비들을 끌어모았다.

탑의 주인이라는 자가 다른 좀비들을 불러모으는 사이, 강준우는 분주히 움직였다.

원뿔로 된 탑의 꼭대기.

천장이 뚫린 그곳에 서서 마력을 흘리는 놈의 모습에 강준우는 힘을 끌어내며 바닥을 박찼다.

허공에 몸을 날린 그의 손에는 어느새 진한 기운이 맺혀들었다.

찰나의 순간, 천장 끝에 걸린 탑의 주인을 확인한 그는 그대로 기검을 휘두르며 놈을 공격했다.

쉬이익.

짧은 순간 생겨난 수많은 강기가 뻥 뚫린 천장을 향해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강기의 폭풍에 이상함을 느낀 오필리아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지근거리에서 느껴지는 힘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오필리아는 급히 마력을 쏟아내며 실드를 만들어냈다.

이 상황에서는 마법을 날릴 수 없었다.

급한대로 계속해서 검은 실드를 중첩시키며 몸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날아드는 강기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콰과과광.

허공에서 날린 천마기멸격이 그대로 오필라아의 몸을 두드렸다.

강한 위력에 앞을 가로막은 실드가 힘없이 깨져나갔고, 다시 몸을 비튼 오필리아의 육신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아무리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 정도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내고도 멀쩡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사라지는 그녀의 육신 사이로 강한 마력을 머금은 지팡이가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강준우는 아래에 있는 다이스케를 찾으며 소리쳤다.

"다이스케! 매직 미사일!"

쉬이익. 콰앙.

그가 말을 내뱉기 무섭게 다이스케는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그 어떤 마법보다 빠르게 날릴 수 있는 마법이 바로 매직 미사일이었다.

이미 뱀파이어들을 상대하면서 합을 맞춘 만큼, 다이스케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곧바로 쏘아낸 매직 미사일이 강준우의 발밑에서 터져 나갔다.

그 충격을 발판삼은 강준우는 떨어져 내리는 다시 솟아오르며 지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진한 기운을 머금은 기검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기검을 휘두르려던 그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지팡이를 부술 생각이었지만, 아래에서 몰려드는 좀비에 생각을 달리했다.

놈들이 계속 남아 있다면 내공이 부족할 것 같았다.

차라리 지팡이에 있는 마력을 흡수해서 마력을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었다.

강준우는 곧장 지팡이를 붙잡으며 천마흡기공을 펼쳤다.

지금까지 보인 천마흡기공의 공능이라면 지팡이가 가진 마력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파츠츠츠.

- 크아아아! 이놈!

검은 보석처럼 보이는 곳을 붙잡기 무섭게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빠져나가는 힘에 저항을 하듯, 놈의 의념이 그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엘더 리치의 의념에 저항합니다.]

'엘더 리치! 이놈 정체가 엘더 리치였나?'

지팡이를 손에 쥐려는 생각을 가지면서 대충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의 짐작대로 안에 있는 의념이 그를 잠식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오필리아의 몸을 잠식한 것처럼 그의 몸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강준우가 가진 무공은 그녀가 가지고 있던 힘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공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무공이 바로 천마신공이었다.

9성에 이른 천마신공은 엘더 리치의 의념에 저항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그 기운을 떨쳐낼 수는 없었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천마흡기공을 운용했다.

빠르게 몰려드는 마력이 그의 몸을 가득 채웠다.

엘더 리치의 의념은 계속해서 그를 공격했지만, 천마신공의 공능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투욱.

그 사이, 추락하는 그의 몸을 다이스케가 받아들였다.

잔뜩 구겨진 그의 표정에 이상함을 느낀 다이스케는 아래에 있는 일행들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힐! 힐이 필요해."

"기, 기다려! 힐!"

심상치 않은 그의 외침에 권우철은 곧바로 힐을 쏟아냈다.

신성력이 그대로 강준우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엘더 리치의 처절한 괴성이 뒤를 이었다.

- 끄아아아!

아무리 엘더리치라지만, 놈은 언데드였다.

당연히 신성 마법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강준우의 상태를 걱정하며 회복 마법을 펼친 것이 그를 도와주고 있었다.

마력을 빼앗긴 엘더 리치의 의념이 점점 흐려졌다.

- 으아아아!

엘더 리치도 나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대로 부서진다면 모르겠지만, 강준우는 라이프 베슬이라고 할 수 있는 지팡이를 부수기보다 그 힘을 얻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강준우의 몸을 빼앗은 이후에 상황을 주도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앞에 있는 인간의 몸을 차지할 수가 없었다.

강준우도 내심 놀라워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엘더 리치의 의지가 너무 강력했다.

천마신공의 힘이 없었다면 버티는 게 힘들었을 지도 몰랐다. 쏟아진 신성력이 아니었다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을 게 분명했다.

그런 엘더 리치의 의념도 의념이었지만, 손에 쥔 지팡이에 남은 힘도 놀라웠다.

흡수한 기운보다 흩어낸 기운이 더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단전의 상당부분을 다시 채우고 있었다.

연신 쏟아지는 힐을 뒤로한 그는 손에 넣은 검은 보석을 깨뜨렸다.

파사삭.

그의 손에 깨져 버린 엘더 리치의 마력.

탑의 주인이라고 불리던 엘더 리치의 라이프 베슬이었다.

보석이 깨지기 무섭게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탑의 주인, 엘더 리치를 처치했습니다. 5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기운을 운용하는 능력이 상승합니다. 내공의 운용이 더욱 자연스러워집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마법사라고 할 수 있는 놈을 처리하면서 새로운 능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는 그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힘이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어느 정도 경지에 들었던 자를 쓰러뜨리면서 힘을 축적하는 수단에 관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았다.

다른 내공심법을 올릴 때만 높아지던 심법에 관한 이해도가 이런 식으로 오를지는 몰랐다.

강준우에게는 나쁘지 않은 보상이었다.

내공의 운용이 자연스러워진다는 사실에 만족했지만, 그 순간 낯선 기억이 떠올랐다.

**

"모든 영광을 함께 누리자고 하지 않았던가?"

"악의 힘을 숭상하는 그대들과는 함께 할 수 없네."

"그동안 헌신했던 우리를 버리는 것인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네."

"…… 뻔뻔하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백성들은 그대들의 힘을 두려워하고 있네."

상대의 말에 로브를 뒤집어 쓴 자는 실소를 흘렸다.

터무니없는 말이 오히려 황당하게 들렸다.

"백성들이 아니라 권력을 잡은 그대들의 뜻이겠지."

"무슨 말인가?"

"우리의 힘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대들이 아닌가?"

"…… 순순히 우리의 뜻에 따르게!"

쿠구궁.

말을 마치기 무섭게 상대하는 자들은 강한 마법을 쏟아냈다.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그들은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성 마법을 펼치며 그들을 압박했고, 흑마법을 익힌 그들도 사력을 다해서 그 힘에 대항했다.

콰과광. 콰과광.

경천동지할 위력이 쏟아졌다.

주변을 초토화시킬 강한 마법이 연신 주변을 뒤흔들었고, 그 힘에 휩쓸린 자들의 몸이 터져나갔다.

신성 마법에 휩쓸린 자들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아무리 흑마법이 강한 위력을 내보인다고 하지만, 상극인 신성 마법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성스러운 검과 갑옷으로 무장한 자들이 앞을 들어서며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신성한 빛을 뿌리는 자들이 그들을 압박했다.

작정을 하고 움직인 자들의 마수를 피할 수 없었다.

연신 쏟아지는 성스러운 빛에 그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속속 쓰러지는 동료들의 모습에 남은 자들은 피를 토하며 마력을 쏟아냈다.

스스로의 몸을 희생하며 계약한 자들을 불러낸 그들은 힘겹게나마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 기회를 통해서 몸을 빼낸 자들은 원망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맹세한다! 너희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할 것이다."

"크윽."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대마법사의 다짐.

흉측한 몰골을 선택한 그는 리치로 변하며 복수를 맹세했다.

**

'흐음.'

뱀파이어를 쓰러뜨리면서 확인했던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억이었다.

믿었던 자들에 대한 배신과 그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모습들은 비슷한 맥락을 보였다.

두 무리에 관한 공통점은 모두 인간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인간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복수라는 것도 모두 인간을 향해 있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 대부분이 이런 적의를 가지고 있었던 건가?'

이들뿐만 아니라 웨어 울프와 오크, 고블린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대충 이들의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많은 의구심이 생겼다.

마법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살아온 그들이었다.

리치는 물론이고, 뱀파이어들이 복수를 하려는 대상은 그들이 될 수는 없었다.

이들의 적의를 자신이 받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강준우는 이런 기억이 전해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꽤나 심각했던 그 광경을 떠올린 그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지만, 그런 생각을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주어진 조건이 완수됐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도시의 저주가 풀립니다. 되살아난 자들이 영면에 듭니다.]

전체적인 보상이 뒤따랐고, 임무가 완수되기 무섭게 달려들던 좀비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탑의 절반을 빼곡히 채웠던 좀비들은 물론이고, 탑으로 달려들던 좀비들이 그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언제 나타났냐는 듯이 다시 땅으로 들어가는 놈들의 모습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개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정 무공의 성취가 100% 상승합니다.(무작위)]

[형상기검이 5성으로 올라섭니다.]

[형상기검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기검 형성에 필요한 내공이 줄어듭니다. 변화시킬 수 있는 기검의 형태가 확장됩니다.]

보상으로 얻은 것은 이제 특정된 것 같았다.

무작위로 올라서는 특정 무공의 성취.

100%로 올라서는 것만 봐서는 그만큼 기여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 것 같았다.

5성으로 올라선 형상기검과 새롭게 확인할 수 있게 된 사실도 만족스러웠다.

'형상기검이라.'

탑 위로 떠오른 엘더 리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된 것이 바로 형상기검이었다.

만약 일양지를 쏘아내고 그 힘을 기검으로 만들 수 없었다면 싸움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무공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건가?'

짧은 순간, 가진 무공을 운용하면서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가진 무공만 펼친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그 힘을 응용하면서 펼칠 수 있었다.

처음에 공중으로 떠오르던 오필리아를 공격한 것도 그의 판단이었다.

사용한 적이 없었던 비검술을 처음 펼쳐봤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위력이 좋았다.

무공에 대한 응용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그 사실에 내심 만족해하던 강준우는 문득 이 시스템의 틀을 깰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다.

극마경에 오르면서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화경이라고 불리는 극마경의 경지.

조금씩 초식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지가 바로 극마경이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이 늦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이런 변화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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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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