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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74화 (174/254)

제 174화

<명확해지는 적들>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글쎄. 그건 우리가 결정할 게 아닌 것 같은데?"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준우는 떠오르는 상념을 떨쳐냈다.

지금은 달라진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보다 아직 남아 있는 자들과의 일을 마무리 짓는 게 먼저일 것 같았다.

아직 그곳에는 그와 일행들을 공격했던 자들이 남아 있었다.

그나마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두 사람은 이미 목숨을 잃은 이후였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잘됐네.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

다급한 변명에 유키코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여기 있는 모두가 이런 상황에 적응하고 있었다.

유키코의 말에 변명을 이어가던 그들도 체념을 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강준우의 손에 롤란드와 오필리아가 죽으면서 실제로 그들은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강준우는 그다지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아니더라도 남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 할까?"

"너희들 알아서 해. 나는 이미 얻은 걸로 충분하니까."

"그래? 알았어."

저들의 처우를 맡기는 강준우의 말에 남은 사람들이 안도했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순번을 정해서 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고, 달라진 공기는 느낀 자들은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그들이 걸음을 떼기 무섭게 남아 있던 사람들이 달라들었다.

무자비한 모습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힘을 얻는 게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었다.

"으아아아! 저리 꺼져!"

처절한 소리가 뒤를 이었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마지막에 떠올렸던 생각을 정리했다.

굳이 다른 무공을 얻거나 무리를 손에 넣지 않더라도 다른 힘들을 조합해서 비슷한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들.

어쩌면 여러 무공을 응용해서 새로운 힘을 확립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직 그의 능력으로는 그 정도의 생각을 실현하기에는 부족했다.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무공을 익히면서 무리를 깨달은 게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시스템의 도움으로 포인트를 이용해서 무공을 손에 넣고, 발전시키고 있었다.

손에 넣은 힘을 응용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생각이었지만, 아직 그에게는 무리였다.

그래도 이 정도로 실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한 그는 상념을 떨쳐내며 손에 넣은 다른 물건을 바라봤다.

'마력 지팡이라.'

마력 지팡이.

엘더 리치의 사념을 품은 지팡이.

마력이 집약된 리치의 라이프 베슬이 깨졌지만, 여전히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소유자의 마력을 증진시키고, 사용하는 마법의 위력을 올릴 수 있다.

가만히 그 물건을 확인한 강준우는 다이스케를 찾았다.

"다이스케?"

"후우. 자!"

"……."

강준우가 부르자 다이스케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밀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제는 이름을 부르면 자연스럽게 팔을 내밀며 마나를 건네줄 준비를 했다.

그런 다이스케의 반응에 강준우는 쓰게 웃었고, 다이스케는 체념한 듯이 말했다.

"마나가 많지 않아. 나보다는 다른 사람이 더……"

"이거 너 가지라고."

"뭐라고? 저, 정말?"

강준우는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건넸다.

손에 넣은 갑옷을 유키코에게 건네주던 그였다.

당연히 이번에 얻은 물건도 다른 사람에게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한차례 욕심을 부리면서 자신의 추한 모습을 내보였던 다이스케였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강준우는 그를 먼저 챙겼다.

"싫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기든지."

"그럴 리가! 고마워. 앞으로도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잠깐만! 나는?"

마법사에게서 얻은 지팡이를 다이스케에게 넘기는 강준우의 모습에 김연희가 아쉬워하며 말했다.

그녀의 개입에 다이스케는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고, 손에 쥔 지팡이를 노리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확인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너는 불사조의 깃털이 있잖아?"

"저놈도 망토가 있잖아?"

"그래서?"

"그, 그냥 조금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화는 아직……"

"그렇게 안타까우면 네가 선물하면 되겠네. 나는 다이스케가 제격이라고 생각하거든.

"……."

강준우의 말에 김연희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물건을 넘기는 것은 온전히 강준우의 판단이었다. 그녀가 왈가왈부할 게 아니었다.

실제로 다이스케가 누구보다 큰 도움을 줬다.

그들 역시 강준우를 도와서 탑의 주인을 상대했다고 하지만, 강준우를 어깨에 태우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사람은 다름 아닌 다이스케였다.

남은 사람들도 그의 판단에 고개를 끄덕였고, 상황이 정리되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이스케는 손에 넣은 마력 지팡이를 살피며 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남은 일행들과 함께 강준우를 따라서 탑 밖으로 빠져나갔다.

"우와. 완전히 달라졌잖아?"

"저주가 풀린 건가?"

뿌연 먼지로 가득 차 있던 곳이 달라졌다.

저주가 해제되면서 폐허처럼 보였던 곳이 변했고, 그 모습을 확인한 모두는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공동묘지였나?"

"……."

수많은 비석이 세워진 그곳은 공동묘지와 닮아 있었다.

그렇다고 음침한 기운이 가득 찬 곳은 아니었다.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으로 뿌연 먼지가 걷히면서 볕이 잘 드는 곳이었다.

묘지보다는 공원과 같은 공간은 처음 그들이 접했던 황량한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뭐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이네."

"그러게. 여기가 좀비들이 득실대던 곳이었다기에는……"

놀라워하던 그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했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사람들 역시 탑을 목표로 움직였던 것 같았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눈빛과 경계하는 눈빛을 가진 채 근처로 모여들었고, 개중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임창현 씨? 괜찮아요?"

"…… 네."

"알고 있는 사람들인가요?"

임창현과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그를 향해 물었다.

탑에서 나온 듯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이곳에 있는 강한 적을 쓰러뜨린 게 분명했고, 당연히 그들에 관해서 궁금해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함께 했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가요?"

임창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들과의 조우를 반기는 듯한 눈치가 아니었다.

그와 함께 하고 있던 사람은 그의 반응에 멋쩍어하며 임창현을 부른 권우철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데미안 보네타라고 합니다. 멕시코 출신이죠."

"…… 권우철입니다."

"데미안이라고 부르세요."

데미안은 자신을 먼저 소개했다.

딱히 적의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저 인사를 건네는 것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상황에서 굳이 적의를 드러내봤자 좋을 것은 없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그의 행동에 주변에 모인 다른 사람들도 서로 인사를 건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곳곳에서 기회를 엿보면서 좀비를 잡던 사람들이었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탑의 주인을 그들만으로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준우가 아니었다면 힘들었겠지?'

강준우의 역할이 컸다.

그가 아니었다면 롤란드가 이끄는 자들의 견제를 뚫고, 탑의 주인을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탑의 주인이라고 불리던 놈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프 베슬의 위치도 너무 교묘했다.

'상대하던 여자 마법사의 손에 쥔 귀물이 라이프 베슬이었다니.'

교활한 놈의 행태를 떠올린 권우철은 계속해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을 상대했다.

강준우는 그런 그들에게 관심이 없는 듯한 눈치였다.

임창현에게 잠깐 눈인사를 건네는 것을 제외하고는 뒤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그였지만, 이런 상황을 내켜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둘러보니까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두 곳인 것 같더군요."

"……."

"저쪽으로 가든지, 산을 넘든지."

데미안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 길게 뻗은 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에 드리워진 기다란 산맥과 옆으로 뻗어진 기다란 길.

수월하게 움직일만한 곳은 옆으로 난 길이었지만, 그 길 역시 길게 뻗어진 산맥의 일부를 넘어야 하는 길이었다.

"무슨 산맥이 이렇게 솟아나 있는 거지? 꼭 병풍처럼 이곳을 막아놓은 것 같네."

"그러게. 병풍 같네. 그러고 보니까 뱀파이어들이 나왔던 곳도 이랬잖아?"

"뱀파이어요?"

안드레이의 말에 데미안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들로서는 다른 곳에 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 모인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보였다.

"거기도 이랬거든요. 결계가 해제되면서 움직일 수 있는 곳이 나타났었죠."

"……."

"지형도 비슷한 것 같았고."

"지형도 비슷해요?"

"네. 이런 식이었어요. 도시가 들어선 곳이 여기랑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주변이 산맥으로 막힌 공간에 위치한 도시는 엇비슷했다.

안드레이의 말에 강준우도 관심을 가졌다.

곧바로 내성으로 들어서면서 주변을 살피지 못했던 그인지라, 그런 말이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다른 구역으로 나뉜 채,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

아무래도 저주나 결계를 통해서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임무를 완수하면서 저주나 결계를 풀 수 있는 것 같았지만, 이런 식으로 막힌 공간을 풀어내는 게 좋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차피 그들에게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임무를 완수하려면 어쩔 수 없이 그 결계를 풀어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사실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한데 모인 사람들은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며 의견을 주고받았고, 강준우는 뒤로 빠져서 그 모습을 바라왔다.

"어휴. 이놈의 아싸."

"……."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떡하냐니?"

"네가 결정을 내려야 움직일 거 아니야? 어느 쪽으로 갈지 정해줘야지."

김연희는 강준우를 향해 물었다.

지금 같은 경우는 권우철이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강준우였다.

누구보다 그의 의사가 중요했지만, 강준우는 그녀의 물음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왜 아무 말도 없어?"

"뭘 알아야 결정을 내리지."

"……."

"나도 이곳은 처음인데 어떻게 결정을 내려?"

"그럼 어떡하려고?"

강준우라면 명확한 답을 내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생각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하긴, 저 인간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겠지.'

마냥 강하게 느껴졌던 강준우도 그들과 비슷한 처지였다.

그들이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서로 논의를 이어가던 사람들은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꽤나 소란스러웠던 그들은 의견을 한데 모았다.

중앙에 있는 산맥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들과 대화를 끝낸 안드레이와 권우철은 다시 강준우를 찾았다.

두 사람 역시 강준우의 뜻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함께 움직이는 상황에서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저 사람들은 모두 함께 움직일 생각인 것 같아."

"전부가 다?"

"그래. 그게 더 안전할 것 같더라고. 그렇다고 결정을 내린 건 아니야. 각자가 따로 의견을 모으려고 움직였으니까."

"……."

"준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글쎄."

권우철의 말에 강준우는 쉽게 답을 하지 못 했지만, 이미 마음은 한 쪽으로 기울었다.

"어디로 움직이기로 했는데?"

"산을 넘는 것보다는 다른 도시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

"다른 도시?"

"아무래도 저 산맥을 넘으면 제대로 된 놈들이 나올 것 같더라고. 조금 더 힘을 키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어때?"

산이 아닌 다른 쪽으로 움직인다는 설명에 강준우는 다른 선택을 내렸다.

"나는 저 산으로 갈 생각이야."

"산을? 위험하지 않겠어?"

"뭐가 있는지는 모르는 거잖아? 오히려 저쪽이 더 위험할 지도 모르고."

"……."

생각과 다른 반응에 안드레이는 고심했다.

당연히 다른 도시로 향해서 힘을 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강준우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흐음."

"굳이 나와 함께 할 이유는 없어."

"…… 그럼 우리는 저쪽으로 움직이지."

안드레이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와중에 강준우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는 담담한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강준우와 함께 하면 제대로 된 힘을 키울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보다 더 안전할 수 있겠지만,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힘을 키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지금의 강준우는 그와 일행들보다 권우철과 다른 사람을 더 신경 쓰고 있었다.

힘겨운 결정을 내린 안드레이가 무리를 향해 움직였다.

그 모습에 권우철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괜찮겠어?"

"각자 다르게 판단하는 거지. 형도 불안하면 저쪽으로 붙어."

"나야. 너와 함께 해야지. 근데…… 따로 이유라도 있는 거야?"

"이유라니?"

"네가 아무 생각 없이 저쪽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그냥…… 사람이 너무 많잖아."

"……."

생각지도 못한 답에 권우철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처음부터 혼자 동떨어져 있었던 강준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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