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75화 (175/254)

제 175화

<명확해지는 적들>

은밀한 곳에서 다시 회동이 이루어졌다.

예의 공간에 모인 자들은 상성에 자리한 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외곽에 위치한 도시들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놈들을 너무 얕본 것 같습니다."

다시 한데 모인 자들은 우려의 뜻을 내비췄다.

생각했던 것보다 배반자들의 저력이 대단했다.

웨어 울프들이라면 충분히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들을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그 뒤에 있는 자들 역시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지만, 놈들은 그들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벌써 몇몇 도시는 그들의 손에 무너진 상황이었다.

그 소식을 접한 그들은 다시 자리를 마련했다.

[이대로라면 일을 시도하지도 못하고 끝나겠구나.]

"그,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가?]

상석에 앉은 자는 오히려 변명을 하듯 말을 이어가는 자의 말이 황당하다는 듯이 뇌까렸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울림에 자리한 자들은 모두 고개를 조아렸다.

그들 대부분이 배반자들을 경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로드라고 불리던 자는 그들을 경계하라고 주의를 줬지만, 자리한 자들은 오히려 안일한 마음을 가졌다.

그 결과가 이렇게 드러났다.

이대로라면 오랜 시간을 거쳐서 겨우 준비했던 일을 시도도 하지 못하고 접어야 할 판이었다.

그 점을 우려한 자들의 표정은 당연히 좋을 리가 없었다.

장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상황을 인지한 그들은 쉽게 입을 떼지 못 했고,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드라는 존재는 오랜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이대로 계속 지켜볼 수는 없다.]

"다른 혜안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준비된 자들의 수를 줄인다. 그리고 이곳으로 넘어온 자들을 상대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허나, 그렇게 된다면 계획에 차질이……"

[이미 충분한 차질이 생겼다. 지금은 경시하는 마음을 버리고, 놈들을 상대하는 게 먼저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힘 있는 그의 말에 대꾸를 하던 자는 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무거운 중압감이 모두를 억눌렀다.

그만큼 로드라는 자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로드의 분노를 사봤자, 좋을 것은 없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꼬리를 내렸고, 로드라는 자는 다시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따로 준비하고 있는 일들은 어떻게 되고 있지?]

"두각을 나타내는 놈들 중에 일부를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남은 자들도 조심스럽게 접근 중입니다."

[놈들의 습성을 잘 이용해야 한다.]

"허나, 놈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같은 종족을 배신할 놈들이라면 언젠가는 다른 뜻을 품을 지도 모릅니다."

답을 하던 자는 우려의 말을 건넸다.

배덕자들 중에서 배신할 자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런 놈들이 계속해서 그들의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런 걱정은 당연했지만, 로드라는 존재는 개의치 않았다.

[놈들의 두려운 점은 모두의 힘을 하나로 합쳐졌을 때다.]

"……."

[개개인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로드의 말에 그는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이미 배덕자들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개개인의 힘으로 덤빈다면 자리한 자들 중에 한 명만 움직여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

다행히 적당한 해법을 찾아 낼 수 있었고, 무거워진 분위기가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힘을 내보이는 놈들이었지만, 종극에는 사그라질 운명이었다.

[각 종족에서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있는 자들을 투입시켜라.]

"아, 알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로 모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

"예. 로드시어."

[맹약은…… 어쩔 수 없이 지켜야겠지만, 경계를 넘은 놈들에게는 제대로 된 상대를 붙여줘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답을 하는 그 모습에 로드라고 불리는 자는 다시 자취를 감췄다.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가 사라지자, 주변을 짓눌렀던 강한 중압감이 사라졌다.

남아 있던 자들은 뒤늦게 안도했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었다.

무너지기 시작한 도시와 종족들.

그들을 대신해서 경계를 넘은 놈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이제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때였다.

버러지로 보던 자들의 달라진 움직임에 그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

"괜찮겠지?"

한데 모인 사람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행의 모습에 유키코는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그녀와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이어지는 강준우의 말에 그들은 말을 아꼈다.

"그렇게 아쉬우면 저쪽으로 붙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그냥 그렇다는 거지! 누가 저쪽으로 붙는다고 했나?"

"……."

그들은 뜻을 모은 자들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전적으로 강준우의 뜻을 따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따로 다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 강준우의 기질이 그들의 행보를 결정지었다.

그렇다고 어느 쪽이 더 나은 길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뱀파이어가 있던 도시의 상황을 해결하면서 그곳에 있던 사람들 중의 일부도 다른 곳으로 움직인 상황이었다.

오히려 그들보다 먼저 산을 넘은 사람들도 존재했다.

지금 따로 움직이는 사람들처럼 다른 도시나 지역으로 들어선 사람도 있었다.

'다시 임무가 나올 때까지는 정처 없이 움직이는 수밖에 없는 건가?'

따로 임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새로운 지역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산맥 너머에 어떤 놈이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상대한 놈들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어려운 놈은 아닌 것 같았다.

극마경에 오른 강준우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의 힘도 상당히 강한 힘을 손에 넣은 상황이었다. 강준우에 비교하면 한참 부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권우철과 다이스케는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

남은 사람들도 다른 무리의 사람들에 비해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어차피 강준우가 함께 하고 있다면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지만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우선 정상까지 올라가서 주변을 둘러보는 게 좋겠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럼 어떡해? 다른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우리에겐 셔틀이 있잖아!"

"셔틀은 누가 셔틀이야!"

유키코의 말에 다이스케는 발끈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뜻에 따라야만 했다.

"장난이야. 장난!"

"하나도 재미없는 장난이거든!"

"…… 아무튼. 네가 수고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수고라니?"

"플라이! 산 너머에 뭐가 있는지 네가 확인하면 간단한 일 아니야? 정상에 오를 때까지 궁금해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잖아."

유키코의 말에 남은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아졌다.

다이스케는 부담스러운 시선에 강준우를 바라봤지만, 그 역시도 유키코의 말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쳇!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

"여기에서 기다려. 플라이!"

그는 곧장 마법을 사용하며 몸을 띄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역시도 산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점점 위로 떠오르는 그는 천천히 드러나는 산의 정상을 확인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말은 안 했지만, 다이스케 역시도 불안했다.

강준우의 선택에 따르기는 했지만, 차라리 다른 도시로 움직이면서 힘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눈에 조금씩 정상의 광경이 가득 들어왔다.

'뭐야? 산이잖아? 또 산이 있어?'

산맥 너머에 커다란 산이 있었다.

산맥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그 어떤 산보다 더 높은 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거리가 있는 건가? 그런데도 저런 크기라면 도대체 얼마나 크다는 소리…… 흐읍!'

드러난 산을 확인하던 그는 갑자기 날아온 공격에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터엉. 푸욱.

"끄윽."

혹시나 하는 상황에 실드를 펼쳐났지만, 갑자기 날아든 공격은 그의 몸에 틀어박혔다.

상당한 고통을 느낀 다이스케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상당한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다이스케의 모습에 아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행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다, 다이스케!"

"뭐야?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누구 하나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스케에게 날아든 공격은 쉽게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아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강준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뭐지? 화살인가?'

빠르게 쏘아진 것은 화살로 보였다.

짧은 순간 확인한 만큼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무시하기에는 날아든 공격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문제는 빠르게 곤두박질치는 다이스케였다.

이런 기습을 당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고, 실드를 펼친 그가 무기력하게 떨어진 거라고 상상하지 못 했다.

"어떡하지? 저대로 떨어지면 오히려 더 큰 충격을 받을 것 같은데."

"다이스케! 정신 차려!"

걱정을 담은 유키코가 크게 소리쳤다.

내공을 가득 실은 소리였지만, 강준우는 그런 그녀를 만류했다.

"괜히 소리를 높여서 좋을 건 없을 거야."

"그건……"

"맞아. 우리 위치만 알리는 셈이라고."

"미, 미안. 나는……"

김연희의 말에 유키코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자각했다.

하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모두를 일깨웠다.

"모두 여기에서 주변을 경계하는 게 좋겠어."

"아, 알았어."

"조심해. 날아온 공격이 심상치 않아 보였으니까."

"그, 그래."

"나는 다이스케에게 가볼 게."

"그래. 그게 좋겠다."

그들은 강준우의 말에 동의하며 주변을 경계했고, 그는 곧바로 바닥을 박찼다.

다이스케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높이 떠오른 만큼 거리에는 여유가 있었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 계속 추락하던 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다시 마나을 모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다시 실드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혹시라도 날아들지 모를 공격에 대비해서 방비를 갖췄고, 급하게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내며 주변을 경계했다.

여차하면 공격을 날릴 생각이었다.

대비를 마치며 곧바로 플라이 마법을 다시 펼치자, 또 다른 공격이 날아들었다.

정확히 그를 노리며 날아드는 공격에 다이스케는 이를 악물며 매직 미사일을 움직였다.

콰과과광. 터엉.

섬전처럼 쏘아진 공격에 뒤늦게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아슬아슬하게 움직인 매직 미사일이 날아드는 공격을 쳐냈지만, 그 공격을 온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날아든 공격은 그 충격을 뚫고 그에게 닿았다.

그나마 실드가 화살을 막아냈지만, 확실히 경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날아오는 거지?"

이미 옆구리에 박힌 화살로 날아드는 공격이 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다행히 넝마 같은 요르문의 망토가 제 힘을 발휘해서 날아온 화살의 위력을 줄였다.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다이스케는 일부러 상처를 입은 것처럼 행동했다.

적의 방심을 이끌어내고, 일행들에게 위험을 알릴 생각이었다.

그동안 여러 상황을 접하면서 다이스케 역시 발전했다.

나름 적절한 판단을 내리면서 행동했지만, 그렇다고 화살을 날린 놈의 위치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일전에 날아든 방향과는 또 다른 곳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대로는 힘들겠어.'

다이스케는 최대한 어지럽게 움직이며 날아올 공격에 맞섰다.

매직 미사일을 이용하고, 실드를 펼쳐도 제대로 된 방어를 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예측할 수 없게 움직이면서 공격을 피하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지만, 그런 그에게 싸늘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 무슨 짓이야?

"가, 강 상?"

- 그냥 내려와. 그런다고 화살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

냉정한 그의 말에 다이스케는 옅은 한숨을 내쉬면서 움직임을 멈췄다.

전음이 날아온 걸로 봐서 근처에 강준우가 있는 게 분명했다.

적어도 그가 옆에 있다면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며 아래로 내려오던 다이스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설마 나를 미끼로 쓰지는 않겠지?'

문득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

당연히 그럴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강준우라면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도 요르문의 망토와 마력 지팡이까지 넘겼는데 나를 미끼로 쓰지는…… 젠장!'

쉬이익.

그를 향해 또 다시 화살이 날아들었다.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다이스케는 날아오는 화살을 확인하며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콰과광.

"미친!"

다시 날아든 화살은 작정을 하고 펼친 매직 미사일을 터뜨리며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중으로 펼친 실드를 뚫고 들어온 화살의 위력이 전보다 더 강력해졌다.

문제는 그 공격에도 근처에 있던 강준우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강준우는 그를 미끼로 사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전음을 날릴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흐릿하게 맺힌 기운을 확인한 다이스케는 옆구리로 파고든 화살에 이를 악물었다.

요르문의 망토가 제 역할을 다하며 화살의 위력을 줄였지만, 이번에 날아든 화살은 그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끄윽!"

평범한 공격이 아니었다.

강력한 힘을 머금은 공격에 다이스케의 몸이 꺾였다.

그런 그의 눈에 빠르게 움직이는 강준우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당연히 자신을 막아줄 거라고 생각했던 그가 빠르게 나무 사이를 내달리고 있었다.

"저놈의 인성!"

화살이 날아든 곳으로 뛰어가는 그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침음을 삼켰다.

역시나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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