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76화 (176/254)

제 176화

<명확해지는 적들>

'화살을 날리는 놈들이라고?'

아직까지 활을 사용하는 무공은 없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 중에서 화살을 날린 놈은 오크 사냥꾼뿐이었지만, 꽤나 먼 거리에서 날아온 화살로 봐서는 그간 상대했던 오크 사냥꾼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이스케의 실드를 뚫어내면서 피해를 입히는 화살.

특수한 화살을 이용한 게 아니라면 강한 기운을 실은 게 분명했고,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타다닥.

강준우는 빠르게 숲을 내달렸다.

다이스케를 통해서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확인하는 순간, 일섬을 섞은 유령보로 빠르게 움직였다.

최대한 드러내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일부러 숲을 내달려야만 했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나무 꼭대기로 움직이면서 그 방향까지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살피면서 그런 생각을 버렸다.

'둘 이상이 아니라면 엄청 빠른 놈인 것 같은데.'

상당히 빠른 움직임이 가능한 자인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나타난 놈들을 염두에 두면 대충 어떤 존재인지 짐작이 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속단을 할 수는 없었다.

다시 한 번 나무기둥을 박찬 강준우는 빠르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기운을 확인하며 은밀하게 움직였다.

'놈도 움직이고 있는 건가?'

상대 역시 다이스케가 떨어진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굵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그곳에서 자리를 지키다가 다가오는 놈을 급습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그를 공격했다.

쐐에엑.

강력한 기운이 강한 파공음을 흘리며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나무 뒤에 숨은 그를 노리며 날아오는 공격에 강준우는 급히 몸을 날리며 공격을 피해냈다.

콰앙.

우지지직. 쿠웅.

커다란 굉음과 함께 그가 몸을 숨겼던 굵은 나무가 그대로 쓰러졌다.

정확히 그가 숨어 있던 곳의 머리 쪽을 꿰뚫은 화살이 나무 기둥을 박살냈다.

문제는 그 수단이 화살이라는 점이었다.

쓰러뜨린 나무의 가지보다 훨씬 얇은 화살이 거대한 고목을 쓰러뜨린 것이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상대를 확인한 그의 표정이 더욱 딱딱하게 굳어졌다.

'흐음. 저놈을 엘프라고 해야 하나?'

작은 활을 든 채, 그를 노려보는 한 존재.

매체에서 접하고 말로만 들었던 그 엘프인 것 같았다.

다만, 모습을 드러낸 놈은 강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와 뾰족한 귀를 가진 존재는 엘프라고 불리는 자였다.

허리춤에 단검을 꽂은 채 시위를 당기고 있는 상대의 행동에 강준우는 다시 움직였다.

이대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먼저 적의를 드러내며 공격한 걸로 봐서 따로 대화가 통할 것 같지도 않았다.

지금도 그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쏟아낸 공격을 보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스르륵.

그는 곧바로 유령보를 펼치며 모습을 감췄다.

귀영심법을 이용하면서 기척을 숨기고 일섬을 섞으며 빠르게 움직였지만, 그런 그에게 예리한 공격의 날아들었다.

쉬이익. 파앗.

강준우는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쳐지나가는 화살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미 극마경이라는 경지에 오르면서 스스로의 기운을 통제할 수 있었다.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작정하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그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상대는 너무나 쉽게 그를 찾았다.

'설마, 나와 비슷한 경지에 오른 건가?'

문득 불안한 생각이 일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쉬이익.

다시 화살이 날아들었다.

공격을 피해내면서 나무 뒤에 몸을 숨겼지만, 이번에 날아든 화살은 급격하게 꺾이며 그의 몸을 노렸다.

채앵.

강준우는 어쩔 수 없이 화살을 튕겨냈다.

은밀하게 움직이면서 적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이미 정체가 드러난 만큼 적의 공격이 더 매서워졌다.

거기에 생각지도 움직임을 보이며 꺾이는 공격은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검기와 같이 유형화 된 기운을 머금은 것은 물론이고, 급격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방식도 낯설지 않았다.

새삼 상대의 공격 방법에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상대를 제압하는 게 먼저였다.

화살을 튕겨낸 그는 힘을 발판삼아 움직였다.

일섬을 끌어내며 보법을 밟자, 강준우의 몸이 순식간에 반대편으로 튀어 나왔다.

달라진 움직임에 상대하는 자 역시 놀라며 화살을 날렸다.

쉬이익.

거리를 벌린 채로 날아든 화살에 강준우는 곧바로 팔을 뻗었다.

어느새 붉어진 팔뚝이 날아드는 화살을 잡아챘다.

혈수마공을 펼치며 손을 보호한 그는 건곤대나이의 배진격을 이용해서 날아드는 화살을 날렸다.

기운을 잔뜩 머금은 화살을 수월하게 잡아채는 강준우의 모습.

그를 상대하는 엘프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하늘로 떠오른 마법사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 나타난 인간은 그조차도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적을 몰아붙이던 본인이 위험해졌다.

상대는 쉽지 않은 공격을 너무나 수월하게 되돌렸다.

정확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에 엘프는 곧바로 화살을 날렸고, 두 화살이 부딪치며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왔다.

쉬이익. 콰앙.

신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날아오는 화살을 화살로 튕겨내는 모습은 누구도 쉽게 흉내 내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정작 되돌아온 화살을 쳐낸 엘프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렇게 빨리!'

꽤나 거리가 있었지만, 상대는 어느새 거리를 좁혀왔다.

맨손으로 화살을 잡아내고, 검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봐서 근접전에 자신이 있는 게 분명했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거리를 벌리며 적을 상대하는 게 유리한 엘프는 뒤로 물러나며 화살을 날렸다.

쉬이익.

강준우는 날아오는 화살의 궤적을 파악하며 바닥을 박찼다.

굳이 부딪치는 것보다 공격을 피하면서 거리를 좁히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 공격을 피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순간 날아오던 화살이 갑자기 수를 늘리며 공간을 장악했다.

'이게 뭐야?'

하나로 겹쳐 있던 화살이 분열하며 수를 늘여나갔다.

눈속임이나 환상 같은 게 아니었다.

실제로 세 대의 화살을 날렸지만, 의도적으로 하나의 화살로 보이게 조절을 한 것이다.

쉽게 볼 수 없는 궁술에 강준우는 곧장 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쳐냈다.

콰과광.

기운을 잔뜩 머금은 화살이 그의 검격에 튕겨져 나갔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그의 움직임이 멈췄다.

생각보다 화살은 강한 힘을 머금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번 공격을 받아내면서 신기에 가까운 궁술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정령이었어?'

바람의 정령이 날아오는 화살을 도와주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움직임을 내보이는 화살과 엄청난 정확도를 보인 이유는 바로 정령 때문이었다.

'백선화가 부리는 정령보다 더 대단한 놈인 것 같은데.'

최소한 중급 정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튕겨낸 화살에 담긴 힘도 작지 않았다.

검기상인의 경지를 웃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만천화우를 사용하면서 손을 떠난 사물에 내기를 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는 강준우였다.

아무리 화살이라지만, 그런 식으로 기운을 담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엘프라는 생각지도 못한 존재와의 싸움.

문제는 그렇게 상대하는 엘프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절정의 경지를 가볍게 넘은 것 같은 엘프가 이곳에서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앞으의 싸움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제는 더 강한 적들과 상대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은 저놈을 쓰러뜨리는 게 먼저겠지.'

지금 중요한 것은 적의를 가진 놈을 확실히 처리하고 것이었다.

나중 일은 그 이후에 걱정해도 충분했다.

강준우는 다시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가 주춤하는 사이, 엘프의 화살이 다시 그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쐐에엑.

이번에는 여러 개의 화살이 전방을 가득 채우며 날아들었다.

쉽게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적인 공격이었지만, 강준우는 곧바로 검격을 뿌렸다.

티디디딩. 콰과광.

그의 전신을 노리며 날아드는 화살이 투명한 막에 막히며 튕겨져 나갔다.

흐릿하게 생겨난 막과 부딪친 화살 대부분이 터져 나갔지만, 개중에 일부는 엘프를 향해 되돌아갔다.

배진격으로 일부의 힘을 되돌린 것이다.

엘프가 다시 화살을 날리며 그 공격을 튕겨냈고, 강준우는 그 틈을 노리며 상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쿠웅.

빠르게 거리를 좁히는 와중에 바닥을 타고 기운을 흘렸다.

천마군림보의 힘으로 상대의 기운을 방해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날린 공격은 너무나 쉽게 간파 당했다.

"하압!"

대뜸 바닥이 솟아났다.

튀어나온 바닥이 엘프를 밀어냈고, 천마군림보의 기운이 허무하게 흩어졌다.

이번에도 정령이 움직인 것이다.

정령의 친구라고 불리는 엘프였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엘프와 상대해야만 하는 강준우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지금은 엘프뿐만 아니라 그가 부리는 정령까지 상대해야만 했다.

쉬이익.

갑자기 그의 주변으로 낯선 기운이 모여들었다.

휘몰아치는 기운과 함께 흐릿한 형상이 맺혔고, 그를 향해 날카로운 기운이 쏟아졌다.

흐릿하게 생겨난 바람 정령이 팔을 휘둘렀다.

그 손짓과 함께 예리한 바람 칼날이 강준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건 뭐…… 천마기멸격이라도 펼친 모습이잖아?'

위력은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주변을 가득 채우며 날아오는 공격은 천마기멸격 못지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정령은 더 위협적인 존재인 것 같았다.

제대로 된 공격을 펼쳐내는 이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다시 기운을 흘리며 현철보검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광. 콰과광.

그의 주변이 휩쓸려 나갔다.

태풍이라도 몰아친 것처럼 주변에 있던 광풍이 몰아치며 집중적으로 그를 노렸다.

하지만 강준우는 끄떡도 없었다.

예의 검막이 모든 공격을 받아냈다.

오히려 그 와중에 소진한 내공을 회복하고 있었다.

천마흡기공을 통해서 미미한 기운을 흡수한 그는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입꼬리를 올렸다.

[천마흡기공의 성취가 오릅니다.]

[천마흡기공이 2성으로 올라섰습니다.]

[균형에 관한 이해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흡수하는 기운의 양이 증가합니다.]

습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천마흡기공의 성취가 올랐다.

계속해서 사용한 천마흡기공은 거의 주력으로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만큼 다른 무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나쁘지 않은 소식에 만족한 그는 강한 기운을 끌어 올리며 허공을 벴다.

서걱.

일섬을 섞은 무영검의 일초.

검신을 가득 채운 기운이 허공을 갈랐다.

찰나의 순간 뿌린 검격에 흐릿하게 맺힌 존재가 어무나 쉽게 사그라들었다.

"크윽!"

검강을 뽑아내며 앞에 있는 바람의 정령을 베어내기 무섭게 멀리 떨어져 있던 엘프가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상대가 단, 일격으로 정령을 역소환 시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미 백선화를 통해서 정령을 부리는 자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역시 정력이 역소환 당하면 큰 충격을 입었고, 그 사실을 염두에 둔 강준우는 오히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정령을 노렸다.

강한 충격을 전한 그는 멈춰선 엘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렵사리 잡은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순식간에 상대와의 거리를 좁혔고, 뒤늦게 몸을 추스르는 엘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엘프는 그를 피해서 바닥을 박차며 나무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강준우는 곧바로 검을 휘두르며 물러나는 엘프를 노렸다.

쉬이익.

쏘아낸 검기에 놀란 엘프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었다.

유연한 동작으로 아슬아슬하게 검기를 피해낸 그는 곧바로 몸을 비틀며 화살을 날렸다.

피잉.

기운을 잔뜩 머금은 화살이 강준우의 미간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었다.

'강기? 강기까지 실은 수 있는 건가?'

화살에 담긴 진한 기운은 강기와 닮아 있었다.

지금까지 쳐낸 화살과는 다른 힘을 머금고 있는 그 모습에 강준우도 진지하게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는 바닥을 구르며 검을 뿌렸다.

날아오는 화살을 받아냈고, 그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거대한 거목이 터져 나갔다.

콰과광.

'크흡!'

화살을 날리고 나무에 올라서려던 엘프가 균형을 잃었다.

강준우가 펼친 천마군림보가 그가 내려앉은 거목을 휩쓸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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