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77화 (177/254)

제 177화

<명확해지는 적들>

한 수 앞을 내다본 강준우의 행동.

그 충격에 휩쓸린 거목이 부서지고, 엘프가 튕겨져 나왔다.

채앵.

그 와중에 엘프가 작정을 하고 날린 화살은 강준우와 부딪쳤다. 하지만 바닥으로 떨어진 엘프의 얼굴에 그늘이 내려앉았다.

쐐에엑.

강준우는 날아온 화살을 수월하게 받아냈다.

나름 작정을 하고 날린 공격이었다.

최소한 시간이라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회심의 일격으로 날린 공격은 오히려 그를 향해 되돌아왔다.

이미 강준우가 그가 날린 화살을 되돌려 보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날아오는 공격을 되돌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공격을 반사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물론, 강준우는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상급 정령을 단 일격에 역소환 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강기에 근접한 힘을 되돌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나름 자신하고 있었지만, 결과는 너무나 허무했다.

'이렇게 되면…… 흐읍!'

다시 되돌아오는 화살에 엘프는 어쩔 수 없이 시위를 당겼다.

제대로 된 화살도 걸지 않았지만, 빈 시위에 흐릿한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미 자세는 무너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으며 시위를 놨고, 흐릿하게 맺힌 기운이 쏘아지며 되돌아오는 화살을 쳐냈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전방에서 강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충격에 휩쓸린 엘프는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커헉!"

휘몰아친 충격에 피를 토해낸 그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되돌아오는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먼저였다.

진탕된 내부를 뒤로한 엘프는 곧장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를 놓아줄 강준우가 아니었다.

강기와 배진격, 착까지 응용하며 공격을 되돌린 그는 곧바로 바닥을 박차며 엘프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는 비틀거리며 몸을 날리는 놈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검격을 뿌리며 상대를 베어냈다.

촤아악.

"크윽."

엘프의 다리가 꺾였다.

강력한 고통에 그가 무릎을 꺾었고, 강준우는 바닥에 처박히며 고통스러워하는 엘프의 머리를 붙잡았다.

"끄으윽."

강한 악력에 엘프는 괴로워했다.

마저 놈을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가진 힘을 흡수하면서 소진한 내공을 채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날카로운 공격이 그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쉬이익. 터엉.

아슬아슬하게 그를 스친 화살이 뒤에 있는 나무에 박혔다.

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힘을 머금은 공격이었다.

'한 놈이 더 있었던 건가?'

아무래도 또 다른 놈이 나타난 것 같았다.

근접할 때까지 그 힘을 느끼지 못한 것을 보면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지금 날아온 화살도 이렇다 할 기운이 담아 있지 않았다.

일부러 기운을 싣지 않고 은밀하게 화살을 날린 걸보면 확실히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손에 잡힌 엘프 역시 그 존재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알브하! 도망가!"

"……."

손에 잡힌 자는 크게 소리치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멀리에서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망가라고 했던 동료의 말을 무시하며 나타난 것이다.

모습을 드러낸 존재 역시 강준우에게 잡힌 놈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기다란 은빛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시원시원하게 뻗은 다리를 가진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앞선 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앞가슴이 봉긋하다는 점이었지만, 강력한 적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브렘을 놓아줘라."

"……."

"알브렘을 그대로 놓아주면, 우리 터전을 침범한 죄를 묻지 않겠다."

알브하라고 불린 엘프는 강준우를 향해 말했고, 강준우는 그 제안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터전을 침범한 죄라고?'

아무래도 이쪽은 엘프라는 놈들의 구역인 것 같았다.

제 구역을 침범하면서 공격을 한 것 같았지만, 다짜고짜 공격을 가하는 그런 이들의 행태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처음부터 경고만 했으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

"이제 와서 놓아달라고? 죄를 묻지 않겠다고?"

"그래. 이곳을 침범한 죄를……"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먼저 적의를 보인 건 너희들이다. 그리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내 쪽이고."

"먼저 이곳을 침범한 쪽은 너희들이다!"

말을 이어가던 알브하라는 엘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제법 말을 알아들을 것 같았던 강준우의 손이 알브렘의 머리를 더욱 강하게 옥죄었기 때문이다.

"끄으읍!"

알브렘은 최대한 고통을 참았다.

여기에서 괴로워한다면 앞에 있는 알브하가 동요할 것 같았다.

되도록이면 그녀가 이대로 물러나기를 바랐다.

잠깐 상대한 놈은 그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그녀는 물러나지 않았다.

"어서 물러나!"

"……."

그의 생각대고 알브하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위를 당기며 강준우를 노려봤다. 여차하면 공격을 가할 듯한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손에 잡힌 알브렘이라는 놈을 들어 올렸다.

"계속 움직이면 이놈 목숨은 없다."

"……."

그를 방패삼아 앞을 막아내는 강준우의 모습에 알브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고, 강준우는 빠르게 손에 잡힌 놈의 기운을 빨아들였다.

부족한 내공을 채우며 앞에 있는 엘프와의 싸움을 준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브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강준우의 말처럼 칼자루는 그가 쥐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된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곧장 정령을 준비했다.

최대한 은밀하고 빠르게 정령을 움직일 생각이었다.

우선 강준우의 몸을 묶을 생각으로 땅의 정령을 움직이자, 물컹해진 바닥이 그를 집어 삼켰다.

그가 잠깐 멈칫거리자, 알브하는 화살이 힘을 실으며 그대로 시위를 놨다.

쉬이익.

그녀가 날린 화살은 강준우와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허공으로 날아가던 화살은 갑자기 방향을 바꾸며 강준우를 노렸다.

이번 공격 역시 정령의 힘을 빌렸다.

앞을 가로막은 알브렘을 피해서 강준우를 쓰러뜨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흐음.'

이미 손에 잡힌 엘프를 통해서 그런 식의 공격 방법을 확인했었다.

크게 위협적이지 않은 힘을 확인한 강준우는 잡힌 엘프의 몸에 기운을 흘렸다.

쿠웅.

천마흡기공으로 뽑아낸 기운 중에서 흡수하지 못한 힘을 다시 되돌린 것이다.

이미 강한 충격을 입고 있던 엘프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따로 손을 쓸 필요가 없었다.

"커헉."

내부에서 터져 나가는 충격에 피를 토한 그의 몸이 축 늘어졌다.

동시에 새로운 알림이 전해졌다.

[엘프 알브렘을 처치했습니다. 7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기민한 움직임을 획득하였습니다. 유지할 수 없는 능력은 비슷한 특성을 가진 힘으로 대체됩니다.]

[이형(移形)의 무리에 관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빠르게 올라가는 알림들.

독한 마음을 먹고 손에 잡힌 놈을 처리하자, 낯선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기민한 움직임이라는 능력.

하지만 엘프라는 종족만 유지할 수 있는 힘이었다.

일전에 상대했던 웨어 울프들이 남긴 만월의 축복과는 성질이 다른 것 같았다.

그런 힘보다는 손에 넣은 실마리가 더 좋아 보였다.

'이형이라고?'

말 그대로 몸을 옮긴다는 뜻이었다.

경신이라는 무리보다 조금 상위의 개념을 확인했지만, 아쉽게도 온전한 힘이 아니었다.

다른 무리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강준우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앞에 있는 또 다른 엘프에게로 향했다.

'그 전에 날아오는 공격을 받아내는 게 먼저겠지?'

그는 날아오는 화살을 염두에 두며 축 늘어진 엘프를 내던졌다.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자로 앞을 가로막자, 날아오던 화살이 급하게 방향을 바꿨다.

쉬이익. 터엉.

죽은 알브렘의 몸을 피해서 바닥에 박히며 부르르 떠는 화살대의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의 시선이 절로 돌아갔다.

잘게 몸을 떨고 있는 또 다른 엘프.

알브렘이라는 엘프가 죽기 무섭게 남은 엘프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살기 가득한 시선이 쏘아졌다.

하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이제 이런 시선은 낯설지 않았다.

그는 곧장 기운을 끌어 올리며 자신을 옥죄고 있는 존재를 떨쳐냈다.

쿠웅. 콰과광.

곧바로 천마군림보를 펼치며 바닥에 힘을 뿌리자, 바닥이 들썩였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바닥이 휩쓸리자, 정령을 부린 엘프의 몸이 휘청거렸다.

소환한 땅의 정령이 충격을 받으면서 엘프 역시 피해를 입은 것이다.

강준우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검강을 뽑아내며 소환된 정령들을 노렸다.

쉬이익. 콰앙.

그의 공격에 바람의 정령이 모습을 감췄다.

바닥에 있던 땅의 정력에게도 큰 피해를 줬는지, 일그러졌던 바닥이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찰나의 순간 이루어진 강력한 공격들.

충격을 입은 엘프가 다시 한 번 피를 토하며 휘청거렸고, 강준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드드득.

바닥으로 들어간 발을 빼낸 그는 곧바로 동요하는 엘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저 목숨을 취하고 새롭게 얻은 실마리를 완성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크게 휘청거리는 엘프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캬아아!"

소름끼치는 괴성과 함께 알브하라는 엘프의 기운이 크게 흔들렸다.

'뭐지?'

앞에 있는 엘프의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 기운을 키워나갔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그는 곧바로 걸음을 멈췄추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검격을 뿌리며 엘프를 노렸다.

쉬이익. 콰과광.

예의 강한 기운이 그대로 엘프의 몸에 꽂혔다.

그대로 몸이 잘려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예리한 검격이었다.

기운을 가득 머금은 검기가 그대로 엘프를 때렸지만, 그의 힘은 별다른 피해를 남가지 않고 사라졌다.

오히려 상대에게 힘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뭐야? 탑의 주인이라는 놈과 비슷한 상황인가?'

그의 공격이 상대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기운이 빠르게 엘프에게 빨려 들어갔고, 강준우는 뒤로 물러나며 그 상황을 지켜봤다.

어느새 그의 주변으로 다른 일행들이 모여들었다.

그들 역시 심상치 않은 상황을 느낀 것이다. 따로 떨어져 있는 것보다 강준우의 옆이 더 안전할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권우철을 통해서 옆구리의 상처를 치료한 다이스케는 강준우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쓰러져 있는 엘프를 발견했다.

"저건…… 엘프잖아?"

"엘프?"

"귀가 뾰족한 걸로 봐서는……"

엘프가 분명했다.

하지만 한 놈은 이미 목숨을 잃은 상황이었다.

그 죽음에 분노하며 폭주하는 또 다른 엘프.

상황이 심상치 않아보였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행들은 곧바로 기운을 끌어 올렸다.

마냥 넋을 놓고 지켜보고 있는 것보다 상황이 끝나기 전에 먼저 놈을 처리하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런 그들을 만류했다.

"가만히 지켜봐."

"그냥 지켜보라고? 차라리 지금 처리하는 게"

"놈이 기운을 흡수해."

"……."

기운을 흡수한다는 그의 설명에 모두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된 게 만나는 놈들마다 괴물만 나타나는 것 같았다.

"엘프는 원래 숲을 사랑하는 거 아니었나? 왜 다짜고짜 공격을……"

쉽지 않은 상황에 권우철이 투덜거렸지만, 그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계속해서 기운을 흡수하던 엘프의 주변이 다시 고요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진 엘프의 모습을 확인한 그들은 말을 잇지 못 했다.

변화를 마치고 그들을 노려보는 엘프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다, 다크 엘프?"

새하얗던 피부는 온데간데없었다.

은발의 머리칼도 까맣게 변해 있었고, 그 피부도 까맣게 변했다.

흔히 알고 있는 다크 엘프의 모습이었다.

적의로 가득 찬 눈빛은 그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게 느껴졌다.

"완전히 흑화(黒化)된 건가?"

하야테의 표현이 정확했다.

완전히 달라진 엘프의 모습에 모두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강준우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다크 엘프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엘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경지를 뛰어 넘은 듯한 강한 느낌은 그조차 긴장해야 할 정도였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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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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