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78화 (178/254)

제 178화

<명확해지는 적들>

꽤나 큰 충격을 입은 것 같았지만, 알브하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피해를 모두 회복한 것 같았다.

흘러나오는 기운만 봐서는 상처를 입었을 때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다크 엘프로 각성이라.'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모든 일이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그들이 손에 넣고 있는 힘도 만찬가지였다.

강준우는 천천히 끌어 올린 기운을 터뜨렸다.

파앙.

모두를 옥죄는 강한 살기는 그가 뿜어낸 기파에 흩어졌다.

온 몸을 짓누르는 무형의 기운이 사라지자, 뒤에 있던 일행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그가 기운을 흩어내기 무섭게 변신을 마친 다크 엘프가 움직였다.

파사삭.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사라진 다크 엘프가 강준우의 눈앞에 나타났다.

마치 공간을 이동한 것처럼 사라진 그의 모습에 그는 다급히 검을 들어 올리며 공격을 받아냈다.

채앵.

'뭐지? 이 빠르기는?'

그조차도 쉽게 반응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였다.

기존에 상대했던 엘프 역시 상당히 빠른 움직임을 보였지만, 변한 다크 엘프는 쉽게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놀란 강준우는 일섬을 섞으며 검을 뿌렸다.

예의 무영검이 그대로 다크 엘프의 목을 베어냈지만, 손에 걸리는 감각이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 공격을 피해낸 것이다.

엄청난 반응 속도에 그는 더욱 기운을 끌어 올리며 이어질 상황에 대비했다.

"죽어라!"

순식간에 공격을 피한 다크 엘프는 곧바로 반격을 해왔다.

손에 쥔 날카로운 단도가 시린 섬광을 만들어냈다.

주변을 가득 채우며 날아드는 기운에 강준우는 급히 기운을 끌어 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채앵. 티디딩.

무지막지한 빠르기였다.

검을 휘둘러도 모든 공격을 받아낼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견고한 판금 갑옷이 부족한 방어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내공을 잔뜩 머금은 갑옷은 다크 엘프의 단검을 막아냈다.

기운을 머금은 단검이었지만, 갑옷 역시 강준우의 기운이 담긴 상황이었다.

상대는 제대로 된 피해를 줄 수 없었다.

강준우는 달라붙은 상태로 머뭇거리는 다크 엘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쐐에엑. 파앗.

급하게나마 일양지를 뻗으며 다크 엘프의 머리를 노렸다.

기습적인 공격이었지만, 상대는 그 공격까지 피해냈다.

기검을 만들면서 다시 공격을 펼쳐도 큰 소용이 없었다.

다크 엘프는 곧장 뒤로 물러나면서 공격을 피했고, 오히려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흐음.'

아주 잠깐 부딪쳤지만, 강준우는 다크 엘프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지금까지 강준우의 모습을 봐왔던 그들로서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곧바로 정신을 일깨우며 이어질 상황에 대비했다.

- 우리를 이용해.

"……."

- 저놈이 우릴 노리면, 다이스케가 마법을 펼칠 거야. 그때를 노려.

낯선 목소리였다.

뒤늦게 그 주인공이 하야테라는 사실을 깨달은 강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섬과 무영검으로도 잡을 수 없다면 저 방법이 좋겠지.'

뒤에 있는 남은 일행들도 나름 방법을 강구한 것 같았다.

세세한 부분은 조율할 수 없었지만, 그런 언질만으로도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이 의견을 주고받기 무섭게 다시 다크 엘프가 움직였다.

손에 단검을 쥔 다크 엘프는 다시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했다. 엄청난 속도에 강준우는 곧바로 바닥을 구르며 주변을 노렸다.

쿠웅. 콰과광.

어차피 지금 당장 목표가 될 사람은 강준우 본인이었다.

그는 잔상이 흩어지기도 전에 천마군림보로 주변을 공격하며 다크 엘프의 움직임을 묶었다.

"크윽."

미리 짐작하며 공격을 감행한 것이 효과를 보였다.

갑자기 텅 빈 바닥에서 강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충격에 휘말린 다크 엘프가 머뭇거렸고, 강준우는 극성으로 무영검을 펼치며 다크 엘프를 베어냈다.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곧바로 끝낼 생각이었다.

검신에 진한 기운이 모이면서 강기를 만들어냈고, 휘두른 검격이 허공을 벴다.

파앗. 콰과광.

공간이 잘리는 듯한 착각이 일었지만, 다크 엘프를 베어낼 수는 없었다.

허공을 가른 검강이 뒤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내며 사라졌다.

휩쓸린 곳이 초토화 됐지만, 다크 엘프는 멀쩡했다.

강한 공격에 놀랐는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한 다크 엘프는 목표를 바꿨다.

언제 다시 바닥이 터져 나올지 몰랐다.

차라리 놈이 알브렘을 쓰러뜨린 것처럼 동료로 보이는 자들을 처리하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최소한 그렇게라도 복수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녀는 지체 없이 움직였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면서 모여 있는 자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

권우철이 앞을 가로막았다.

방패를 쥔 채로 갑옷을 입고 있는 그 모습에 알브하는 목표를 바꿨다.

일격에 쓰러뜨릴 수 없는 놈에게 붙느니 다른 놈을 노리는 게 나았다.

짧은 순간, 주변을 훑은 그녀의 시선에 넝마가 된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놈이 가득 들어왔다.

손에 쥔 지팡이가 예사 물건이 아닌 것 같았지만, 외형만 보자면 마법사가 분명했다.

그가 공중에 떠올랐던 놈이라는 것을 인지한 그녀는 곧장 다이스케를 향해 달려갔다.

일격에 목을 베어낼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뒤를 잡은 그녀는 드러난 다이스케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그 순간, 익숙한 힘이 그녀를 방해했다.

콰드드득.

바닥이 솟구쳐 나오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런 식으로 곧바로 반응을 보일 존재는 정령밖에 없었다.

기운을 끌어낸 그녀는 벽으로 변한 땅의 정령을 노려보며 바닥을 박찼다.

벽을 무너뜨리면서 시간을 지체하는 것보다 한 놈을 먼저 쓰러뜨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뒤늦게 그 존재를 인지한 다이스케는 곧장 뒤로 물러났다.

터엉. 파사삭.

"미친!"

미리 펼친 실드가 깨져나갔다.

내뻗은 단검이 곧장 그의 가슴을 노리며 날아들었지만, 근처에 있던 권우철이 급하게 힘을 쏟아냈다.

"프로텍션(protection)!"

신성 마법을 사용하기 무섭게 다이스케의 몸이 환한 빛이 어렸다.

그 힘을 인지한 알브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크 엘프로 변한 그녀에게는 달갑지 않은 힘이었다.

그녀가 머뭇거리는 사이, 다이스케는 준비했던 마법을 펼쳤다.

"그래비티."

"흐읍!"

따로 누군가를 특정 지으며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상대를 향해 마법을 펼치더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미리 다크 엘프의 움직임만을 확인했던 그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일정한 공간을 묶었고, 마법에 영향을 받은 모두는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강한 중력이 주변을 짓눌렀다.

하지만 다크 엘프의 움직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 있는 동료들이 그 힘에 힘겨워하며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다크 엘프는 다른 사람을 노렸다.

힘겨워하는 그녀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또 다른 마법을 준비하고 자였다.

"하야테. 조심해!"

"크윽."

빠르게 쇄도하는 다크 엘프의 모습에 하야테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다크 엘프가 다가오기 무섭게 그의 앞이 터져나갔다.

콰과광.

강력한 폭발에 다크 엘프는 곧바로 방향을 틀었고, 그런 하야테의 앞으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 강 상!"

"김연희! 마법!"

"알았어. 헤이스트!"

강준우의 목소리에 김연희는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사용했다.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강준우에게 휘감겼고, 그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쳇!"

마법의 정체를 깨달은 다크 엘프는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누구 하나도 쓰러뜨릴 수 없었지만, 이 자리에 계속 머무를 수가 없었다.

빠르게 달려드는 강준우의 모습에 그녀는 뒤로 물러나며 단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티디딩.

단검에서 쏘아낸 기운이 강준우를 난도질 할 것처럼 날아갔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공격을 받아냈다.

문제는 그가 공격을 받아낸 방식이었다.

휘두른 검이 날아드는 공격을 모두 받아냈다.

헤이스트를 통해서 속도를 끌어 올리자, 그녀와 비슷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그나마 움직임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이제는 그런 이점이 사라진 것이다.

강준우는 날아든 공격을 모두 받아내는 것도 모자라서 반격까지 날렸다.

쉬이익. 콰앙.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빠르기에 어쩔 수 없이 검격을 받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공격을 받아낸 다크 엘프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크흑.'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얼얼한 팔에 남은 힘을 떨쳐내려 뒤로 물러났지만, 강준우는 거리를 좁히며 연신 검격을 날렸다.

'이걸로 간극은 채워진 건가?'

헤이스트를 통해서 상대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검이라도 상대에게 닿지 않으면 큰 소용이 없었다.

그 간극이 채워지자, 강준우는 미친 듯이 상대를 몰아붙였다.

마법이 사라지기 전에 상대를 잡아야만 했다.

그의 공격을 피해서 뒤로 물러나는 다크 엘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적극적인 반격 대신에 회피를 선택하면서 빠르게 물러났다.

하지만 강준우를 떨쳐낼 수 없었다.

쿠웅. 쉬이익.

'끄윽!'

채앵.

바닥을 타고 은밀한 기운이 흘러들어왔다.

천마군림보로 균형을 깨뜨리며 예리한 공격을 뿌리는 강준우의 공격을 피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격을 막아내도 문제였다.

속도를 제외하고 가진 힘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검신에 어린 기운은 일반적인 검기와는 비교도 할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품고 있는 강기였다.

강기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힘을 사용해야만 했다.

남은 힘을 쥐어짜면서 간신히 공격을 받아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강준우도 헤이스트가 끝나기 전에 상대를 잡아내기 위해서 미친 듯이 움직였다.

그리고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파앗.

"크윽."

제대로 흘리지 못한 공격에 피가 튀었다.

검은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피.

어깨를 베인 다크 엘프의 몸이 휘청거리자, 강준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기운을 끌어 올린 그의 검이 그대로 다크 엘프의 미간을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 놓인 다크 엘프의 표정이 그의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잔상?'

이상함을 느끼기 무섭게 다크 엘프의 몸이 흩어졌다.

허공을 가르는 검과 함께 등 뒤에서 강력한 살기가 느껴졌다.

상대하는 다크 엘프 역시 사력을 다했다.

남은 힘을 모두 끌어 올리며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고, 강준우의 등 뒤를 잡기 무섭게 단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손끝에 묵직한 감각이 걸려 들었다.

회심의 일격이 성공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내지른 단검은 더 이상 깊숙이 파고들지 못 했다.

지이이익.

꿰뚫린 갑옷이 잘리며 강준우가 뒤를 돌아봤다.

피가 튀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으며 다크 엘프의 팔과 목을 붙잡았다.

"커흡!"

턱 막혀오는 숨에 다크 엘프는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그녀가 승부를 걸었던 것처럼 강준우도 나름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베어낸 것이 잔상이라는 것을 느끼기 무섭게 남은 내공을 판금 갑옷에 집중시키면서 철포삼의 힘을 최대한 끌어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상대가 뽑아낸 기운이 완벽한 강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갑옷이 꿰뚫린 상태로 몸을 돌리면서 살이 벌어졌지만, 어차피 만월의 축복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강준우는 손에 잡힌 다크 엘프를 옥죄며 기운을 뽑아냈다.

천마흡기공을 통해서 기운을 회복하기 무섭게 다시 기운을 되돌리며 충격을 남겼다.

콰앙. 콰앙.

내부에서 충돌하는 서로 다른 두 힘에 다크 엘프의 몸이 들썩였다.

그녀 역시 먼저 죽은 알브렘이라는 엘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의 죽음에 충격을 받으면서 다크 엘프로 화했지만, 결국에는 앞에 있는 놈을 쓰러뜨리지 못 했다.

"끄윽. 결국에는 또 네놈들이구나!"

"……."

"저주한다! 우리의 선택을 저주하고,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네놈들을 저주한다! 그 탐욕이 결국 너희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강준우는 처절하게 외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억울하다는 듯한 다크 엘프의 반응.

그로서는 오히려 이들의 행동이 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개소리 하지마라. 먼저 공격한 놈들은 너희들이니까."

"끄으윽. 우리를 이곳으로 몰아낸 놈들은 너희들이다!"

"……."

황당한 소리였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이곳에 덩그러니 내던져진 그는 말없이 다크 엘프를 바라봤다.

어쩌면 이자를 통해서 궁금했던 것들을 알아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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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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