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79화 (179/254)

제 179화

<명확해지는 적들>

"몰아냈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

"흥! 일부러 모르는 체 하는 거냐?"

"……."

처음 듣는 말에 강준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여기까지 오면서 확인한 기억들을 떠올렸다.

뱀파이어는 물론이고, 리치를 처리하면서 얻은 기억은 지금 손에 잡힌 자가 하는 말의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간들에게 배신당하고 여기로 내몰렸다는 건가?'

그게 사실이라면 이들의 적의는 당연했다.

하지만 이곳으로 온 그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들이었다.

인간에 대한 적의가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이 잘못 됐다.

오히려 이곳에 떨어지면서 죽을 위기에 처한 그와 일행들이 더 억울한 상황이었다.

침묵하는 강준우의 모습에 다크 엘프는 마저 말을 이어갔다.

"그들의 제안에 따랐어야만 했다. 너희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던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했어!"

"그들이라고? 다른 놈들이 더 있다는 소리냐?"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조금 더 명확히 하기위해서 되물었지만, 손에 잡힌 다크 엘프는 그에 대한 답보다는 자기 할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

"역시나 네놈들은 바뀌지 않았구나."

"우리를 먼저 공격한 건 너희들이라고 밝혔을 텐데?"

"우리 터전을 침범한 것은 너희들이다!"

"그럼 경고를 했었어야지. 다짜고짜 죽이려고 달려드는데 가만히 당하고 있으라는 거냐?"

"네놈이 알브렘을 그냥 놓아줬더라면 이런 일은…… 끄윽."

"힘이 없었으면 그런 제안도 없이 우리가 먼저 죽었겠지."

강준우는 목을 틀어쥔 손에 더욱 힘을 줬다.

그 충격에 다크 엘프는 말을 잇지 못 했고, 강준우는 굳은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썩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아무리 적대적인 관계라고 하지만, 이들에게도 뭔가 사정이 있어 보였다.

짧은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그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떨쳐냈다.

"준우야?"

다크 엘프를 붙잡은 강준우의 모습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권우철이 그를 불렀다.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지만, 그는 권우철이 무슨 마을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권우철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잡은 다크 엘프의 말을 들었다면 놈을 놓아주자는 말을 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런 권우철의 부름을 무시했다.

저주한다는 말을 내뱉은 놈을 살려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놓아준다고 하더라도 적의를 거둘 리가 없었고, 상황을 되돌릴 수 없었다.

'이미 동료로 보이는 놈을 죽인 마당에 놓아준다고 달라질 리가 없잖아?'

그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리고 손에 잡힌 다크 엘프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푸욱.

일양지를 뻗으며 기검으로 다크 엘프의 목숨을 취하자, 익숙한 알림이 전해졌다.

[다크 엘프 알브하를 처치했습니다. 7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기민한 움직임을 획득하였습니다. 유지할 수 없는 능력은 비슷한 특성을 가진 힘으로 대체됩니다.]

[이형(移形)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새로운 무리(武理), 이형(移形)을 얻었습니다.]

[획득한 무리의 영향으로 관련된 무공의 전반적인 능력이 향상됩니다.]

'흐음.'

알브렘이라는 엘프보다 더 강했던 알브하라는 다크 엘프를 처리하면서 관련된 능력을 확실히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했던 대로 이형이라는 무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보상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또 다른 보상이 뒤를 이었다.

[정령석의 소유권이 바뀝니다.]

정령석이라는 귀물로 보이는 물건까지 손에 넣었다.

정령술과 관련된 힘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물건 같았다.

그에게 큰 도움이 될 물건은 아니었지만, 백선화의 힘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귀물이었다.

없는 것보다는 나은 물건이었다.

이런 귀물을 얻은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일이었지만, 정작 정령석을 손에 넣은 강준우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막상 다크 엘프를 처리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쓰러진 다크 엘프의 모습을 바라보는 강준우는 씁쓸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를 향해 권우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굳이 죽일 필요까지 있었을까?"

"선배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럼 저놈들을 살려줘?"

"하지만 말을 들어보니까 이들도 어쩔 수 없이……"

"먼저 우리를 공격한 쪽은 저놈들이야! 강 상, 말처럼 마냥 당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선배는 너무 물러! 정우일이나 오민중 같은 놈도 그냥 둬서 결국에는……"

"그만해. 서로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

강준우의 말에 김연희는 말을 아꼈다.

그의 말처럼 계속 말을 해봤자, 서로 기분만 상할 게 분명했다.

괜히 일을 키워봤자 좋을 건 없었다.

"불만을 참으면서까지 굳이 같이 다닐 필요는 없어. 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 돼."

"……."

냉정한 그의 말에 권우철은 말을 아꼈다.

강준우의 말이 맞았다. 생각이 다르면 굳이 같이 움직일 이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강준우와 다른 길을 걸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쓰러진 다크 엘프의 말이 마음에 걸렸을 뿐이었다.

강력한 적을 쓰러뜨렸지만, 오히려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다이스케는 그런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강준우의 손에 쥔 물건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건 뭐야? 평범한 돌은 아닌 것 같은데."

"……."

"아니. 그냥…… 궁금하잖아?"

그의 말에 강준우는 손에 쥔 물건을 확인했다.

정령석.

정령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큰 힘을 준다.

계약한 정령의 힘을 키울 수 있다.

손에 쥔 물건을 확인한 강준우는 백선화에게 물건을 넘겼다.

그보다는 백선화에게 더 필요한 물건이었다.

"나한테 주는 거야?"

"정령석이라는데, 네가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고, 고마워."

귀물을 건넨 그의 행동에 백선화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시 일행을 챙기는 강준우의 행동에 남은 사람들은 그를 뒤따라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웃을 수 없었다.

옆에 있던 하야테는 부러운 듯이 정령석만 바라볼 뿐이었다.

다이스케는 그런 하야테의 모습에 그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다음에는 네 차례가 오겠지."

"……."

안타까움이 가득한 말이었지만, 정작 그 말을 들은 강준우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오히려 다이스케의 말에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고, 더 어색해진 상황에 유키코는 남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우선 좀 쉬는 건 어때?"

"그, 그래. 그게 좋겠네."

김연희가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갔던 그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절실했다.

죽은 다크 엘프를 통해서 단편적인 정보를 얻었지만, 그 말이 명확하지 않았다.

꽤나 충격적인 말을 확실히 하고, 지친 몸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임무를 얻으면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무작정 달려온 그들에게는 잠깐의 휴식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

"여기에서 만난 놈들 모두가 신화나 판타지에 나오는 놈들이잖아? 오크니, 고블린이니."

"그래. 허무맹랑한 존재들이지. 뱀파이어와 좀비라니!"

"후우. 그런 놈들이 우리들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지."

"……."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휴식을 취하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마지막에 들은 다크 엘프의 말을 화두에 올렸다.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간의 습성.

엘프는 물론이고, 다른 놈들과 만난 적이 없는 그들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영문도 알지 못하고 그들의 적의를 받아내야만 했다.

그나마 알 수 없는 힘을 손에 넣으면서 간신히 대항할 수 있었지만, 그런 힘을 갖고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살아나기 위해서 힘을 키운 게 전부였지만, 이번에 얻은 정보로 상대해야만 하는 자들에 관해서 조금 알아낼 수 있었다.

인간에 관한 적의를 가진 존재들.

다크 엘프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을 이곳으로 몰아낸 자들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함께 살아오다가 그들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김연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저들을 밀어냈다는 거잖아?"

"그럼, 전설이나 신화, 설화 같은 게…… 모두 사실이라는 건가?"

"모르지. 그래도 저놈들이 여기에 있는 건 사실이잖아?"

몇 마디 말로 모든 상황을 유추할 수는 없었지만, 마주한 현실은 그런 자들을 그들이 상대해야한다는 점이었다.

인간에게 배신을 당하며 이곳으로 몰린 존재들.

평범한 인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자들로, 몬스터나 괴물이라고 부르는 자들이었다.

"근데, 왜 하필 우리지? 우리는 그런 놈들을 마주한 적도 없는데, 우리가 왜 여기 와야 되는 건데?"

"그거야…… 나도 모르지."

놈들이 적의를 가지는 것은 그냥 넘긴다고 하더라도, 그 분노를 왜 그들이 받아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갑자기 눈을 떠보니 다른 세상이었다.

뜬금없이 무공이나 마법과 같은 낯선 힘을 손에 넣고, 그 힘으로 모두를 죽이려는 자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극한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같은 사람들의 위협까지 피하면서 살아남아야만 했다.

도저히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싸움에서 살아남은 그들은 그 사실을 궁금해 했지만, 딱히 그 궁금증을 풀어줄 존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사실이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함께 자리한 모두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강준우도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들과는 다르게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보다는 다른 것을 고민했다.

어차피 여기로 온 이유를 고민한다고 뭔가를 알아낼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 상대할 또 다른 놈들인가?'

인간에게 복수를 하겠다던 제안을 따르지 않았다는 다크 엘프의 말.

이곳에 있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자들이 존재한 것 같았다.

지성을 가진 자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런 자들을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번에 만난 놈들도 그들을 보자마자 공격을 해왔다.

처음 잡은 놈을 그냥 놓아줬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지도 몰랐지만, 다시 그런 상황이 맞이한다고 하더라도 비슷하게 행동할 것 같았다.

목숨을 위협하는 놈들을 그냥 놓아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고민하던 강준우는 들려오는 말에 상념을 떨쳐냈다.

"여기에서 고민한다고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아."

"…… 그럼 어떡해?"

"어떡하긴? 힘을 키워야지!"

김연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녀의 말마따나 고민을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오히려 명확해진 놈들의 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을 키워야만 했다.

강준우도 그 말에 동의했다.

지금은 힘을 키우는 게 먼저였다.

"근데, 여기에서 만난 엘프들은 너무 강한 것 같던데."

"그렇기는 하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놈들은 아니었던 것 같으니까."

"준우, 너는 어때? 괜찮은 것 같아?"

"쉬운 놈들은 아니더라."

"……."

갑자기 각성을 한 다크 엘프의 움직임은 그로서도 쉽게 잡을 수 없었다.

김연희의 마법을 통해서 겨우 따라 잡을 수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오히려 누군가가 쓰러졌을 지도 몰랐다.

"그냥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건 어때?"

"다른 곳? 다시 산을 내려가자고?"

"조금 더 힘을 키우고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

유키코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을 맞는다면 제대로 된 사냥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제 와서 그쪽으로 움직인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그게 무슨 뜻이야? 당연히 달라지겠지."

"먼저 움직인 사람들이 있잖아? 뒤늦게 합류한다고 우리가 얻을 게 많을 것 같지는 않을 거야. 오히려 그 사람들과 부딪치게 되겠지."

"그런가?"

김연희의 말에 유키코는 아쉬워했다.

김연희는 그녀가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꺼내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강준우에게 모든 힘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게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필요 없는 물건은 넘기고 있었지만, 정작 포인트는 손에 넣을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들도 힘을 키워서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랐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거, 걱정이라니?"

"포인트를 얻을 수 없을까 봐 걱정하는 거잖아?"

"그, 그건……"

"우리가 잘하면 돼."

"우리가 잘하면 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유키코는 권우철의 말을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우리가 힘을 합쳐서 놈들을 상대할 수 있다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리야."

"……."

"지금까지 봐왔던 준우라면…… 혼자서 놈들을 독식하지는 않을 테니까."

권우철은 확신하듯이 말했다.

김연희와 백선화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다이스케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강 상은 츤데레라고 할 수 있지."

"츠, 츤데레?"

"툴툴거려도 자기 사람은 잘 챙기잖아? 물론, 쓸모가 있어야겠지만."

"……."

다이스케의 정확한 표현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함께 하면서 유대감을 키웠다고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얼마나 쓸모가 있느냐였다.

최소한 마나라도 넘겨줘야 돌아오는 게 있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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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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