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0화
<휴식과 성장>
자신에 대한 평을 뒤로한 강준우는 이번에 얻은 것과 전반적인 자신의 능력을 살폈다.
강준우(23세).
별호 : 살귀(殺鬼).
극마경.
환골탈태.
〈무공〉
천마신공(9成) - 43.37%. 연비도(8成) - 32%.
-천마군림보(5成) - 11%. 음풍퇴(8成) - 27%.
-천마기멸격(2成) - 45%. 착(10成) - 43%.
-천마흡기공(2成) - 7%. 점혈(8成) - 31%.
-천마복룡파(1成) - 74%. 전음(完).
건곤대나이(6成) - 75%. 귀음심공(12成).
-배진격(3成) - 68% -귀음신장(12成).
만천화우(1成) - 45% -귀음신법(12成).
형상기검(5成) - 38%. 철포삼(12成).
철사장(12成).
귀영심법(4成) - 83.68%. 삼재심법(12成).
흡기공(10成) - 71%. -삼재권법(12成).
혈수마공(4成) - 91%. -삼재검법(12成).
유령보(5成) - 2%. -삼재보법(12成).
일양지(4成) - 96%.
일섬(6成) - 43%. 피어(7成) - 53%.
무영검(5成) - 83%. 야생의 감각(6成) - 98%.
만월의 축복(5成) - 36%.
〈무리(武理)〉
발경, 경신, 공간, 반탄기, 흡기, 사량발천근.
균형, 후발선지, 허공섭물, 강기, 이형.
예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동안 손에 넣은 것들을 제대로 살필 겨를이 없었던 그는 눈앞에 떠오르는 것들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개는 다음 단계로 금방 올릴 수 있겠는데?'
숙련도를 조금만 더 올리면 성취를 올릴 수 있는 것들이 여럿 존재했다.
가만히 그 무공을 살피던 그는 이번에 손에 넣은 이형(移形)이라는 무리를 살폈다.
이형(移形).
말 그대로 형태를 옮긴다는 뜻이었다.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경신이라는 무리와 어느 정도 공통된 부분이 있었지만, 다른 이름을 가진 무리를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놈들을 잡고 얻은 무리라면 이제 빠른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것 같은데.'
엘프는 물론이고, 다크 엘프로 변한 자를 처리면서 얻게 된 무리였다.
일섬을 사용하는 그조차도 헤이스트라는 마법을 통해서 속도를 올리고 난 이후에야 겨우 상대하던 다크 엘프를 잡을 수 있었다.
'이형. 이형이라.'
당연한 말이었지만, 손에 넣은 무리를 통해서 조금 더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포인트를 이용해서 새로운 무공을 배우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형식으로 무공을 발현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얻게 된 무리가 관련된 무공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떠올린 그는 이형이라는 무리에 집중했다.
그저 내공과 초식만 강하다고 상대를 제압할 수 없었다.
상승 무공 자체도 중요했지만, 최소한 상대를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의 움직임도 중요했다.
다크 엘프와의 싸움으로 그 사실을 통감했다.
'그렇다고 계속 헤이스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데.'
헤이스트 자체가 뛰어난 마법이었지만, 효과가 사라진 이후가 문제였다.
다시 속도를 잃게 되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었다.
헤이스트의 도움을 받고 싸울 정도의 상대라면 효과가 끝나고 달라진 변화를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유령보의 성취를 더 높여야 할까? 아니면 등급이 더 높은 보법을 익혀야 하나?'
강준우는 유령보를 펼쳐 보였다.
아주 느리게, 아주 빠르게.
일섬을 섞으면서 움직임에 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의 움직임에 남아 있던 사람들도 스스로의 힘에 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
"이거 받아요."
"이게 뭐죠?"
"활하고 화살이요."
"……."
하야테는 백선화의 물음에 짧게 답을 하며 손에 쥔 것을 건넸다.
뜬금없는 그의 행동에 백선화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고, 옆에 있던 유키코는 그런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활을 사용해 보라는 것 같은데? 맞아?"
"맞아."
"활이라니. 사극 촬영에 시늉만 낸 게 전부라 날릴 수 있는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래? 근데, 왜 이걸 선화에게 주는 거야? 뭐야? 마음의 표시라도 하는 거야?"
"마, 마음의 표시라니? 그 엘프들이 사용했잖아!"
"……."
짓궂은 유키코의 말에 하야테는 얼굴을 붉히며 변명을 이어갔고, 백선화는 건넨 활과 화살을 받아들었다.
'상점창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물건인데.'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암기나 비도뿐이었다.
활이라는 무기도 없었고, 관련된 무공도 없었다.
손에 넣은 활의 시위는 강한 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어렵지 않게 시위를 당겼다.
빈 화살을 겨누며 허공을 향해 시위를 놓자, '투웅'거리는 소리가 퍼져 나가며 시위가 제 자리를 찾아 나갔다.
상당히 좋은 활이었다.
활에 대한 조예가 깊지는 않았지만, 엘프들이 사용하는 활을 접한 백선화는 이게 그저 그런 활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시위를 걸고 제대로 된 화살을 날려보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괜히 잘못 사용해서 아군만 다치는 거 아니야?"
"그러게."
백선화도 그게 걱정이었다.
유키코의 말에 동의하며 불안해했지만, 하야테는 두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말을 건넸다.
"정령이 있잖아요."
"저, 정령이요?"
"죽은 엘프들도 정령을 이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 정령!"
백선화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 모습을 지켜봤었다.
바람 마법에 관심을 가졌던 하야테는 그것을 인상적으로 지켜봤고, 그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은 백선화는 손에 쥔 화살을 바라봤다.
대강이나마 화살을 쏘는 법을 배웠던 그녀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시위를 쟀다.
그리고 따로 과녁을 정하면서 화살을 날렸다.
쉬이익. 투웅.
가볍게 날려본 화살이었지만, 강한 힘으로 날아갔다.
다만, 원하는 곳에 적중시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윈디!'
따로 바람의 정령을 불러낸 그녀는 정령의 도움을 받았다.
이렇다 할 경험은 없었지만, 불러낸 정령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도왔다.
'정령술을 이용한 화살?'
근처에서 유령보를 밟던 강준우도 움직임을 멈추며 백선화의 모습을 지켜봤다.
엘프를 상대하면서 그들이 날린 화살의 위력을 확인한 그인지라 그런 백선화의 성장에 흥미가 돋았다.
그의 시선을 인지하지 못한 백선화는 화살에 집중했다.
원하는 곳을 정하며 당긴 시위를 놓자, 정령의 힘을 품은 화살이 빠르게 회전하며 그곳에 꽂혔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화살을 맞은 고목이 터져 나갔다.
강력한 회전을 머금은 화살은 단단한 고목을 꿰뚫었고, 강한 폭발과 함께 나무가 쓰러졌다.
"조심해!"
공교롭게도 쓰러지는 나무는 그들이 있는 곳이었다.
하야테는 다급하게 마법을 날리며 쓰러지는 나무를 밀어냈고, 커다란 굉음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쿠웅.
"우와. 대박!"
"뭐야? 선화 네가 날린 거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두가 깜짝 놀랐지만,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백선화 본인이었다.
그저 정령을 불러내서 길잡이를 자처했던 게 그동안 했던 일의 전부였다.
이런 식으로 강한 위력을 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제 막 중급이 된 윈디가……'
뒤늦게 손에 넣은 정령석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정령술 자체가 정령 마법을 빠르게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강한 위력을 내보이지는 못 했다.
중급 정령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상대하는 사람들 역시 평범한 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강한 위력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준우가 건넨 정령석으로 정령의 힘을 키울 수 있었고, 활과 화살이라는 위력적인 무기와 성장한 정령의 조합이 나쁘지 않았다.
매혹이라는 능력을 제외하고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백선화였다.
의기소침해 있던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제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에 당연히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주변 분위기를 느낀 그녀는 뒤늦게 정신을 일깨웠다.
'뭐, 뭐지?'
모두가 놀라워했지만,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뒤늦게 그 이유를 깨달은 백선화는 말을 아끼며 기운이 모여드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준우?'
그녀를 지켜보던 강준우가 움직임을 멈춘 상태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 그의 주변으로 주변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많지는 않지만, 근처에 있는 여러 기운이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스르륵.
동시에 그의 모습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유령보를 펼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유령보를 펼치면서 뭔가를 골똘히 연구하는 모습을 다시 내보이고 있었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은 전과는 또 달랐다.
몇 번의 움직임을 내보이던 강준우의 행동이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계속해서 자리를 바꿨고, 점점 그 움직임을 좇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뭐야? 어떻게!'
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강준우의 모습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일행동의 눈이 커다래졌다.
분신처럼 모습을 늘리는 그의 행동은 경악 그 자체였다.
'다크 엘프?'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연희는 강준우의 움직임이 일전에 내보였던 다크 엘프의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러 개의 잔상을 남기면서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마치 분열을 하는 것 같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특히, 권우철과 유키코의 놀람은 더 컸다.
상대방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야만 가능한 동작으로, 경신법 중에서 가장 고절한 수법 중에 하나였다.
마치 공간을 격하며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순간 이동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계속해서 강준우의 위치가 바뀌었다.
헤이스트나 다른 버프를 받지 않고서 저렇게 움직이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강준우의 능력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경악스러운 모습까지 보일 줄은 몰랐다.
"저건 이형환위(移形換位)잖아?"
"이, 이형환위?"
놀란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무아지경에 빠져 있던 강준우는 그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파앗.
빠르게 바뀌는 주변의 모습들.
직접 움직이고 있는 와중에 순간순간 달라지는 모습이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도 몇 번의 움직임이 계속됐다.
점점 그런 움직임에 적응을 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상황을 이어갔다.
스스로도 이형환위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무섭게 낯선 알림이 전해졌다.
[이형환위(移形換位)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또 다른 힘을…… 흐읍.'
따로 포인트를 이용해서 능력을 손에 넣은 게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그저 생각만 했던 일이 성공하자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알림을 전해듣기 무섭게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여러 번 펼치는 건 무리였나?'
단전이 거의 텅 비어갔다.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몸이 큰 부담을 주는 것과 같았다.
그나마 환골탈태를 거치면서 몸 상태가 최상으로 변해졌기 때문에 몇 번의 움직임이 가능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진즉에 쓰러졌을 게 분명했다.
강준우는 부족한 내공과 몸에 남은 충격에 움직임을 멈추며 호흡을 골랐다.
"허억. 허억."
"괘, 괜찮아?"
"우리가 방해를 한 건…… 아니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지른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강준우의 눈치를 살폈다.
그들이 소리를 지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가 움직임을 멈췄기 때문이다.
작은 방해도 조심해야 할 판이었다.
무아지경에 빠졌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크게 소리를 지른 두 사람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준우는 대역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왠지 모를 불안함에 김연희가 그런 강준우를 향해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고의가 아니었을 거야."
"……."
"나중에 다시 시도를 하면 되잖아. 그러니까 굳이 이럴 필요는 없…… 크흡."
앞을 가리는 김연희는 대뜸 손을 붙잡는 강준우의 행동에 말을 잇지 못 했다.
헛바람을 집어 삼키는 그녀의 반응에 뒤에 있던 일행들이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지만, 다행히 그들이 생각했던 불상사는 없었다.
"미친! 말이라도 하고……"
"……."
강준우는 천마흡기공을 이용해서 부족한 내공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꼭 일이라도 낼 것처럼 움직인 그의 모습에 놀라며 앞을 막았던 김연희는 그런 강준우의 행동을 욕했다.
누군가에게 마나를 빼앗긴다는 게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김연희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고, 뒤에 있던 다이스케는 뒷걸음질을 치며 두 사람과의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유키코는 그런 그를 붙잡았다.
"다이스케? 어딜 가?"
"무슨 소리야? 누가 어딜 가?"
"뒤로 빠지는 것 같던데. 아니었어?"
"그, 그럴 리가!"
"그렇지? 망토며 지팡이까지 받은 네가 일부러 뒤로 물러나는 짓을 할 리가 없지!"
"……."
다이스케는 그런 유키코를 노려보며 말을 아꼈다.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들의 기운을 가져가길 바랐지만, 지금 물러나면 더 이상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썩 내키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 역시도 김연희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억지로 힘을 빼앗기는 게 좋을 리 없었다.
강준우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운기를 통해서 기운을 회복하는 게 더 효과적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천마흡기공을 사용하면서 숙련도를 올릴 생각이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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