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1화
<휴식과 성장>
"후우."
"정말 이래도 되는 거지?"
"몰라! 지금은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저놈 잡는 거에나 집중해!"
"저, 저놈?"
"지금은 적이잖…… 아?"
"……."
"뭐야? 왜 아무 말도 없어?"
다이스케의 말에 그들은 말을 아꼈다.
괜히 그의 말에 동의를 해봤자 좋을 것은 없었다.
묘한 배신감을 느낀 다이스케는 이를 악물었다.
"세상이 믿을 놈들 하나 없다더니!"
"나는 년인데?"
"저런 년을 동료라고!"
"온다! 집중해! 블레싱!"
권우철의 외침에 그들은 다가오는 상대에 집중했다.
상대가 움직이기 무섭게 권우철은 축복을 걸며 모두의 힘을 끌어 올렸다.
신성 마법에 능력이 향상되자,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온다!"
쐐에엑. 콰앙.
선두에 선 권우철이 날아오는 검기를 받아냈다.
강한 충격에 그의 몸이 밀려났지만, 유키코가 밀려나는 그를 도왔다.
"선화야!"
"알았어. 윈디!"
그녀는 곧장 시위를 놓으며 화살을 날렸다.
몇 번의 연습으로 이제는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어차피 소환한 정령이 그녀를 도왔기 때문에 따로 목표를 노리지 않아도 충분히 위협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상대하는 사람은 이 공격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처억. 쉬이익.
"미친! 저건 사기 아니냐?"
"그런 말 할 시간에 화살이나 막아!"
"내가 막을 게. 윈드 커터!"
하야테는 준비한 마법을 날리며 되돌아오는 화살을 쳐냈다.
하지만 그의 마법만으로는 그 공격을 받아낼 수 없었다.
"노움!"
백선화가 다시 정령을 불러냈고, 솟아난 바닥이 화살을 막아내며 공격을 무력화 시켰다.
문제는 그 공격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라이트닝 매직 미사일 12연발!"
콰과광. 콰지지직.
"괜히 힘 빼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봐!"
"그럼 어떡하라고?"
"내가 잠깐 막고 있을 게."
"…… 가능할까?"
"우선 부딪쳐봐야지. 연희! 헤이스트!"
"조심해. 헤이스트!"
김연희는 곧바로 유키코에게 헤이스트를 걸었다.
한층 가벼워진 몸을 느낀 유키코는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이렇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강준우를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의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도 헤이스트까지 건 상태라면!'
나름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마주 오는 강준우를 향해 장력을 뿌렸다.
쐐에엑. 까드드득.
극성으로 펼친 소수마공이 주변을 얼리며 쏘아졌다.
기다란 얼음 기둥을 만들어내는 공격이 곧장 강준우의 가슴을 꿰뚫었다.
"미, 미쳤어?"
그저 가볍게 부딪치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대련 형식이었다.
물론, 강준우가 일방적으로 그들을 몰아붙이는 경향이 강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강한 공격을 날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뒤에 있던 권우철이 소리쳤지만, 김연희는 그런 그를 일깨웠다.
"저런 공격에 당할 놈이 아니잖아!"
"그렇지만……"
이미 가슴에 꿰뚫린 강준우의 모습에 우려의 말을 건네던 권우철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공격을 허용한 강준우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자, 잔상인가?"
"적을 걱정하자면 어떡하자는 거야?"
"…… 크흡!"
터엉.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권우철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옆구리에 강한 충격이 꽂혔다.
힘을 이기지 못한 그가 튕겨져 나가기 무섭게 12개의 매직 미사일이 강준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럴 줄 알았다고! 라이트닝 매직 미사일 12연발!"
다이스케는 미리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미 네 번의 격돌로 강준우가 어떻게 움직일지 파악한 이후였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나름 대책을 세웠다.
매번 비슷한 형식으로 무너진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그들은 오히려 권우철을 미끼로 삼았다.
강준우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권우철이 소리쳤을 때부터 그 사실을 눈치 채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를 튕겨내고 손에 남은 그 느낌이 전과는 또 달랐다.
튕겨져 나간 권우철이 어렵지 않게 몸을 일으켰다.
곧바로 힐을 사용하며 몸을 회복한 권우철은 다시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찰나의 순간, 주변을 훑어본 강준우는 이어질 공격을 준비하는 모두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위기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미 일행들의 의도를 눈치챈 이후였다.
곧바로 보검을 꺼낸 그는 날아오는 다이스케의 마법을 베어냈다.
콰앙. 콰지지직.
전력을 가득 머금은 다이스케의 매직 미사일.
12개의 매직 미사일이 터져나가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지금까지는 다이스케의 공격을 모두 피해냈던 강준우였다.
그 역시도 이형환위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나름 연습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식으로 정면에서 공격을 받아낸 적은 처음이었고, 그 처음이 모두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콰지지직.
"크윽!"
"미친 여기에서 전격 마법을…… 흐읍!"
그런 다이스케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던 김연희는 날아드는 강준우의 손짓에 말을 잇지 못 했다.
몸은 물론이고, 혀까지 뻣뻣하게 굳으면서 이미 무력화 됐다.
점혈당한 그녀의 모습에 유키코는 황당해하며 그를 타박했다.
"거기에서 전격 마법을 사용하면 어떡하자는 거야?"
"나라고 저럴 줄 알았냐고!"
다이스케의 말을 뒤로하 유키코는 강준우를 따라잡으며 다시 공격을 감행했다.
조금 전에 만들어낸 얼음 기둥을 쏘아내며 그를 노렸고, 강준우는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며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파사삭.
혈수를 펼치자, 쏘아진 얼음 기둥이 그대로 부서져 나갔다.
그 사이 권우철이 방패를 들어 올리며 김연희의 앞을 가로막았고, 다이스케는 준비한 마법을 펼치며 강준우의 몸을 옥죄었다.
"그래비티!"
배가 된 중력.
강준우는 일부러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지금은 일행을 단련시키는 것도 중요했지만,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했다.
늘어난 중력에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졌고, 유키코의 장력이 그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강맹한 기운이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부서져 나간 얼음 조각을 끌어들이면서 날아오는 공격은 예전에 웨어 울프 상급 전사를 상대하면서 보였던 그 공격이었다.
소수마공의 오의라고 할 수 있는 힘이었다.
늘어 난 중력과 강력한 공격.
그조차도 경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거기에 하야테의 마법과 백선화의 정령이 그를 노리며 쏟아졌다.
이미 강준우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인지라 모든 힘을 끌어 올렸다.
어지간한 상대는 순식간에 소멸시켜버릴 정도로 위력적인 공격이었지만, 그들은 강준우의 힘을 믿고 있었다.
'그래도 죽지는 않겠지?'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지만, 그 생각을 가지기 무섭게 강준우가 있던 공간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콰과과광. 콰과광.
다섯 명의 공격이 집중된 만큼 위력은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나타난 강준우의 모습에 모두는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잔상이야?"
"이건 완전히 사기잖아!"
아무리 강한 공격을 쏟아내도 그를 잡을 수가 없었다.
강준우는 위험하다 싶으면 이형환위를 펼치면서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를 잡는 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짜증 섞인 유키코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지만, 그들이 말을 내뱉기도 전에 강준우는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미리 움직일 곳까지 예상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
"그게 말이 되…… 커헉."
유키코의 몸이 절로 꺾였다.
이런 식으로 강준우를 놓치면 강한 응징이 뒤따랐다.
부우웅.
뒤늦게 소수를 펼치며 그를 후려쳤지만, 그녀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대신 그대로 뒤를 잡히며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무기력한 스스로의 모습에 자괴감이 들었지만, 이어지는 강준우의 행동에 그녀의 얼굴에 다급함이 서렸다.
"미친! 뭐하려고?"
"……."
"자, 잠깐! 잠깐…… 흐윽."
뒷목을 잡은 강준우의 손으로 그녀의 내공이 빠져나갔다.
지금까지 기운을 강탈당한 적이 없던 유키코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통제를 벗어나서 한 곳으로 모여드는 내공에 그녀는 급히 기운을 조절했지만, 큰 소용이 없었다.
'크윽. 엄청 굴욕적이잖아?'
뒤늦게 다른 사람들이 느꼈던 그 기분을 여실히 경험할 수 있었다.
기운을 빼앗기는 것도 빼앗기는 것이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굴욕감이 뒤를 이었다.
여섯 명이 한 사람을 상대로 제대로 된 피해도 줄 수 없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자, 더 참담했다.
그녀가 기운을 빼앗기자 남은 사람들은 주춤거렸다.
유키코가 사로잡힌 상황에서 강준우를 공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때, 다이스케는 개의치 않으며 마법을 날렸다.
"뭐하는 거야? 미쳤어?"
"실제 상황을 가정해야지!"
"그럼 유키코는 어떡하고?"
"버려!"
"……."
냉정한 말과 함께 다이스케는 다시 마법을 날렸다.
강준우는 뽑아낸 기운 중에 흡수하지 못한 힘을 날리며 마법을 쳐냈고, 유키코는 다이스케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콰과과광.
그의 마법이 터져나가기 무섭게 강준우는 바닥을 박찼다.
유키코를 놓아준 그의 몸이 빠르게 다이스케를 향해 쏘아졌다.
나름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을 확인한 다이스케는 이를 악물며 몸을 띄웠다.
그의 눈에는 강준우가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우선 플라이로 거리를 벌리고 상황을 살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떠오르기도 전에 강한 기운이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쉬이익.
"미쳤어? 날 죽일 셈이야?"
"……."
쏘아진 일양지에 질겁한 다이스케는 크게 소리치며 곧바로 마법을 쏟아냈다.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내는 시간은 다른 마법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기 때문에 잠깐의 시간을 벌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콰과과광.
강준우는 손에 쥔 기검을 휘두르며 만들어낸 매직 미사일을 터뜨렸다.
그 와중에 천마흡기공을 운용하며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크흑."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이스케 역시 강준우에게 따라잡혔다.
곧바로 실드를 펼친 그는 위로 뛰어 오르며 남은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해? 빨리 도와……"
"……."
"젠장! 설마, 날 버린 거야?"
그 역시 유키코의 신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곧 강준우에게 붙잡히며 기운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고,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가 됐다.
나름 작전을 짜면서 강준우를 속이려고 했다.
실제로 그를 속이면서 안으로 끌어들였지만, 괴물 같은 그를 잡을 수가 없었다.
"실력 차가 너무 나는 거 아니야?"
"그러게. 그 상황이라면 조금은 곤란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전과 다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적어도 몇 번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지만,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그 상황을 빠져나왔다.
"엘프라는 놈들도 이렇게 강할 것 같지는 않을 거야. 그냥 네 스트레스를 풀려고 이렇게 싸우자는 건 아니지?"
"점점 발전하고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그 함정은 완벽했지?"
"완벽?"
"그래. 너도 거의 당할 뻔 했잖아? 다른 상대 같았으면 충분히……"
"당하기는 무슨. 이미 눈치채고 있었는데."
"말도 안 돼!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고?"
나름 고심하면서 대책을 세웠지만, 너무나 허무하게 깨진 것 같았다.
그 이유를 알 수 없던 그들은 의아한 눈으로 강준우를 바라봤다.
"어떻게? 하야테를 통해서 텔레파시로 상황을 전했는데, 어떻게 눈치를 채?"
"우철이 형."
권우철을 가리키는 말에 모두의 시선에 그에게 향했다. 하지만 정작 권우철은 억울하다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서, 선배가?"
"난 아니야!"
"혹시 선배가 너한테 몰래 알려준 건…… 아!"
강준우의 말을 곱씹던 김연희는 중요한 사실을 놓쳤다는 걸 인지했다.
뭔가를 깨달은 그녀의 반응에 유키코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뭔데?"
"애초에 이 계획은 성공할 수가 없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권 상이 설마 앞잡이였던 거야?"
"아니."
"그럼?"
"선배는 발 연기거든."
"바, 발 연기?"
유키코의 공격에 경악하던 권우철의 외침.
그제야 어색했던 그 기억을 떠올린 모두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그동안 찝찝했던 그 정체를 뒤늦게 깨달았다.
연기라는 게 하루아침에 느는 게 아니었다.
그 점을 간과한 그들은 결국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저 인간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
그들도 나름 성장을 했다지만, 강준우와는 비교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런 특훈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곳에서 다시 만날지도 모를 또 다른 엘프를 상대할 수 있도록 힘을 갖추기 위한 일이었다.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적어도 강준우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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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