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82화 (182/254)

제 182화

<휴식과 성장>

치열한 싸움 흔적을 살피는 일련의 무리들.

개중에 한 명이 다른 곳과는 많이 달라 보이는 곳을 확인하며 침음을 흘렸다.

"흐음."

좋지 않은 생각이 스쳤다.

불안한 마음에 급히 정령을 불러낸 그는 어설프게 묻힌 공간을 드러내며 안에 묻힌 자들을 확인했다.

둘 모두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외형이지만, 완전히 달라져 있는 까만 피부를 확인한 루이지는 이를 악물었다.

동요하는 그의 감정에 맞춰, 주변의 기운이 흔들렸다.

이상함을 감지한 동료들이 급하게 루이지에게 다가왔고, 그들 역시 쓰러져 있는 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알브렘이잖아? 그리고 이건……"

"알브하다."

"아, 알브하라고? 이 타락한 영혼이?"

그들의 죽음보다 알고 있던 자의 타락이 더 충격이었다.

완전히 변해버린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엘프들이 절로 뒤로 물러났다.

타락한 영혼.

다크 엘프를 뜻하는 말이었다.

죽어서도 구원받지 못할 그 존재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불길한 일이었다.

그들은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않았지만, 둘을 발견한 루이지는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모습을 살폈다.

"알브렘이 먼저 죽은 건가? 그걸 본 알브하가 결국에는……"

"알브렘이 먼저 죽다니?"

"……."

겉으로 봤을 때는 별다른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는 넝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엉망이었다.

강한 힘이 내부에서 충돌하면서 절명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루이지는 옆에 있는 알브하를 바라봤다.

'알브렘이 죽었다면…… 알브하도 참을 수 없었겠지.'

치명적인 상처와 함께 목이 잘린 알브하의 모습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이런 식의 재회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 더 적극적으로 막았어야 했나?'

새삼 자신의 선택이 후회로 다가왔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지도 몰랐다.

분을 삭이는 그의 모습에 주변에 모인 다른 엘프들이 입을 열었다.

"알브렘을 죽인 자들을 잡으러 가야하지 않겠어?"

"……."

"이대로 알브렘을……"

"이미 스스로 마을을 떠난 자들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거야?"

"……."

"루이지!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런 그의 결정에 남은 엘프들이 반발하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루이지라고 불리는 엘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둘이 죽은 이유가 뭐일 것 같아? 마을로 향하는 길을 막은 게 분명해!"

"……."

"너도 알고 있잖아? 계속해서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는 걸."

그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

이들은 마을로 향하는 자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복수를 위해서 움직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을 상대할 수 있는 놈들이라면……'

그것도 타락하면서 다크 엘프로 변한 알브하가 이렇게 쓰러진 것을 보면 상대하려는 자들이 평범한 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복수는 없어! 이미 마을을 버린 자들이다."

"……."

단호한 루이지의 말에 남은 엘프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개중에 한 명은 그의 말에 수긍할 수 없다는 듯이 언성을 높였다.

"그럴 수는 없어! 이미 이 둘이 마을을 위해서 이렇게 희생……"

"밖으로 나오면서 모든 결정은 내가 내린다는 것을 잊은 건 아니겠지?"

"하지만……"

"내 실력이 부족하다고 무시하는 건가?"

"무슨 소리야! 누가 너를 무시할 수 있겠어?"

"그럼 내 뜻을 존중해 줘."

"……."

단호한 루이지의 말에 그는 고개를 떨궜다.

이미 모든 권한이 루이지에게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침울해 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둘을 쓰러뜨린 자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러길래 왜 마을을 나가서는!"

"……."

제대로 된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결국 다시 되돌아오려고 했던 두 사람이었다.

이미 마을을 나서면서 다시 되돌아올 수조차 없었다.

마지막까지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모두의 바람을 확인한 루이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함께 있는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주변을 살펴라."

"주변을 살피라니?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거 아니었어?"

"마을에 위험이 될지도 모르는 놈들이잖아? 어떤 놈들인지 확인을 하는 게 먼저다."

"루이지?"

"단, 싸움은 없다."

"……."

"정체를 파악하는 걸 우선으로 한다. 그들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

"아, 알았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싸움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그 말을 내뱉는 루이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의 명에 남은 엘프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주변에 남은 흔적을 확인하면서 이곳에 머물렀던 자들의 뒤를 쫓았다.

***

터엉.

[일양지가 5성으로 올라섭니다.]

[일양지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권우철이 튕겨져 나가기 무섭게 새로운 알림이 전해졌다.

계속되는 공방을 통해서 서로가 힘을 키워나갔다.

강준우는 부족한 숙련도는 채우면서 성취를 올렸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 합을 맞춰나가며 그에게 맞섰다.

여섯 명이 함께 공격해도 쉽게 잡을 수 없을 정도의 고수가 바로 강준우였다.

그런 그를 상대하는 다른 사람들도 빠르게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이제는 처음과 같이 허무하게 당하는 일이 줄었다.

"하압!"

권우철을 밀어내면서 움직임을 멈춘 강준우의 모습에 유키코는 굳은 얼굴로 장력을 쏟아냈다.

일양지가 오르면서 멈춰선 그가 마치 그들을 봐주고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극음의 기운이 그대로 강준우를 향해 쏘아졌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소수를 받아냈다.

터엉. 치이이이.

극음과 극양의 기운이 부딪치면서 생겨난 수증기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뿌연 수증기가 시야를 가리자, 그 틈을 노린 백선화가 날카로운 공격을 날렸다.

쉬이익.

기운을 가득 머금은 화살이 유키코를 향해 날아들었다.

쏘아낸 화살의 존재를 감추려는 듯이 그녀의 뒤로 화살을 날렸지만, 정작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유키코는 개의치 않았다.

'이게 통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키코의 등 뒤로 날아가던 화살이 돌연 방향을 바꿨다.

평범한 화살은 보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정령의 도움을 받은 화살은 그녀를 피해서 강준우를 향해 날아들었고, 갑자기 튀어나온 공격을 확인한 그는 곧장 팔을 뻗었다.

그 순간, 유키코가 빠르게 물러났고, 백선화는 크게 소리치며 정령을 불렀다.

"샐러!"

콰앙.

'흐음.'

그가 화살을 붙잡기도 전에 공중에서 강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강한 폭발이 손을 뻗은 강준우를 밀어냈다.

이미 그가 배진격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확인한 그들은 오히려 그런 강준우의 행동을 이용한 것이다.

가까이 붙은 유키코는 폭발이 일어나기도 전에 물러나자, 백선화는 물의 정령을 부리며 주변을 적셨다.

촤아아아.

주변을 가득 채운 수증기와 갑자기 빗물처럼 뿌려진 물기들.

기회를 엿보던 다이스케는 준비한 마법을 펼치며 강준우를 노렸다.

"체인 라이트닝!"

쐐에엑. 콰지지직.

물기를 잔뜩 머금은 강준우라면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다.

미리 전략을 짠 그들은 거침없이 움직였고, 강준우는 계속 몰아치는 공격에 흡족해하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쏘아진 전격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바닥을 박찼다.

콰지지직.

멈춰선 그에게 다이스케의 마법이 꽂혔지만, 강한 전력이 휩쓸기 무섭게 그의 몸이 흩어졌다.

"또 이형환위야?"

"걱정하지 마! 이미 그런 것까지 다 계산해 뒀으니까."

"……."

다이스케는 자신만만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강준우가 나타났지만, 허공을 때린 마법은 곧 그를 휘감았다.

광범위한 곳에 뿌려진 물을 통해 움직인 전격이 그대로 그를 덮친 것이다.

'나름 머리를 썼나?'

물기에 노출된 주변과 입고 있는 판금 갑옷은 뇌기를 끌어당겼다.

강한 힘이 그를 덮쳤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는 바닥을 박차며 일행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멀찌감치 떨어진 그들은 갑작스러운 강준우의 행동에 당황하며 소리쳤다.

"마, 막…… 크윽."

콰지지직.

전격을 품은 채 움직이던 강준우는 손을 뻗으며 소리치는 유키코를 노렸다.

그의 손짓에 다이스케가 쏘아낸 마법이 되돌아갔다.

"크윽."

배진격으로 힘을 되돌린 것이다.

물리적인 공격뿐만 아니라 이런 식의 마법도 되돌리는 게 가능했다.

가히, 사기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건곤대나이 역시 등급 외의 능력이었다.

천마신공에 못지않은 무공으로 이런 힘을 내는 건 당연했다.

강한 전력에 적중당한 유키코가 멈칫거리기 무섭게 힐이 쏘아졌다.

하지만 그 사이, 강준우는 그녀를 향해 팔을 뻗었다.

쉬이익. 콰앙.

붉은 장력에 적중당한 그녀의 갑옷이 그대로 일그러졌다.

충격을 받은 유키코는 튕겨져 나갔고, 강준우는 그 틈을 파고들며 남은 사람들을 쓰러뜨렸다.

콰과광.

내지른 장력에 남은 사람들도 튕겨져 나갔다.

대부분이 마법사인 만큼, 난입한 강준우를 막아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가 큰 빈틈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이건 너무 말이 안 돼!"

"……."

투덜거리는 다이스케를 뒤로한 권우철은 남은 사람들을 돌봤다.

곧바로 힐을 사용하며 그들의 상처를 치료했고, 뭔가를 바라보는 강준우의 모습에 침묵했다.

'이번에도 뭘 얻은 건 아니겠지?'

그들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강준우 만큼은 아니었다.

이제는 그런 강준우의 모습이 무섭기까지 했다.

혹시라도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한 그는 소리를 죽이며 일행들을 모았고, 모두의 시선이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혈수마공이 5성으로 올라섭니다.]

[혈수마공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양강의 기운을 외부로 표출할 수 있습니다.]

일행들과의 부딪침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성장시켰다.

혈수마공이 5성으로 올라서자 새로운 알림이 전해졌다.

'양강의 기운을 외부로 표출한다고?'

생소한 사실에 가만히 힘을 끌어 올리자, 그의 팔이 붉게 변했다.

피처럼 붉어진 팔뚝.

그 팔을 중심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끌어올린 힘과 함께 주변의 온도가 올라가자 강준우는 내심 만족해했다.

그동안 이렇다 할 속성이 없이 펼쳤던 무공에 속성이 생긴 것이다.

혈수마공을 펼치면서 양강의 힘을 쏟아내고, 귀음신장으로 음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힘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혈수마공이 5성으로 올라서면서 이제 그런 공격이 가능했다.

'유키코가 사용하는 소수처럼 주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건가?'

양팔에 붍은 불길을 확인한 그는 곧 기운을 갈무리했다.

달라진 그의 모습을 확인한 김연희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뭐야? 그 불길은?"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신경 끄고, 네 힘이나 키워."

"……."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강준우의 태도에 김연희는 입술을 삐쭉이며 말을 아꼈다.

"여기까지만 하자."

"그래. 그게 좋겠다."

대련을 끝낸 강준우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으며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곁으로 다이스케가 다가오며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왜 힘을 안 가져가는 거야?"

"…… 저리 가서 네 기운이나 회복해."

"정말?"

"곧 움직일 거다. 준비하고 있어."

"움직인다고? 벌써?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싸운 이유는 그들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일전에 만난 엘프를 상대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움직일 생각이었다.

"우리가 벌써 그 정도로 성장한 거야?"

"잔말 말고 기운이나 회복 해."

"아, 알았어!"

다이스케는 강준우의 말을 반기며 답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는 아닌 것 같았다.

남은 일행들 표정도 밝아졌다.

그들 역시 나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주변을 지킬 게."

"그래. 부탁할 게."

유키코가 자처하며 경계를 섰다.

그녀의 말에 남은 사람들이 힘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부족했던 숙련도를 채우고, 대련을 끝낸 강준우의 판단에 많은 힘을 소진하지는 않았다.

먼저 기운과 체력을 회복한 강준우는 유키코의 역할을 대신했다.

천마신공의 성취가 높아지면서 내공을 회복하는 시간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나쁘지 않은데? 가끔 쉬는 것도 필요한 건가?'

이번 휴식을 통해서 나름대로 많은 힘을 올릴 수 있었다.

내심 뿌듯함을 느꼈지만, 그런 생각이 길지만은 않았다.

'적인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멀리서도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꽤 강한 힘을 가진 자들이 가까워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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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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