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83화 (183/254)

제 183화

<강적들>

- 누가 온다! 내색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

- 아, 알았어.

- 우철이 형. 형은 되도록이면…… 아무 말도 하지 마.

"……."

강준우의 말에 권우철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그의 뜻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나름 권우철을 배려했지만, 굳이 그런 배려가 없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다른 사람들의 주의가 이어졌다.

"선배는 그냥 가만히 있어."

- 아무 것도 하지 마요.

직설적인 김연희의 귓속말과 유키코의 전음에 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침묵했다.

'준우가 모습을 감춘 걸 보면…… 평범한 상대는 아니라는 건데. 다른 엘프들인가?'

어느새 강준우는 모습을 감췄다.

은밀하게 숨어서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생각인 것 같았다.

적의 방심을 끌어낼 생각이 분명한 만큼 남아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따로 권우철에게 주의를 준 걸 보면 무엇을 하려는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강준우의 생각을 어렴풋이 짐작하며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대부분의 기운을 회복했지만, 그들은 자리를 지키면서 계속 기운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는 조심스럽게 캐스팅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곧바로 마나를 움직이지는 않았다.

"……."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가만히 자리를 지키던 백선화는 오히려 이런 침묵이 더 어색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하는 거지?"

"그, 글쎄. 다시 움직여야겠지."

"후우.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

"너무 걱정하지 마. 모두 잘 될……"

"조심해!"

말을 하던 그들을 뒤로하고 권우철은 방패를 세우며 앞을 가로막았다.

콰앙.

강한 기운에 그가 휘청거리자, 놀란 그들이 다급하게 주변을 경계했다.

"하압!"

미리 준비하고 있던 유키코는 공격이 날아온 곳을 향해 장력을 뿌렸다.

음기를 가득 품은 힘이 주변을 얼리며 쏘아졌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강한 폭발이 일었다.

콰과광.

"후우. 제법 힘이 있는 놈들인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하긴, 이렇게 빠른 대처를 보이는 걸 보면 미리 준비하고 있었겠지. 그게 아니면…… 엄청난 고수거나."

"……."

전방에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이라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한 명이 더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도 상대의 수를 파악할 수 없었던 유키코는 그런 둘을 경계했다.

이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한 고수인 게 분명했다.

'강준우가 따로 몸을 숨긴 것만 봐도……'

어느 정도 실력을 갖췄다고 봐야했다.

그들의 힘을 확인한 여섯은 긴장하며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제 역할을 찾아 들어갔다.

적절한 대응을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두 사람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그래도 여기까지 살아온 놈들이라는 건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는……"

"너희들 생각은 필요 없어. 우리가 싸울 생각이 있거든."

"……."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수적으로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났지만, 두 사람은 여유가 있었다.

그런 이들의 모습에 여섯 명은 긴장했다.

인원이 더 많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이미 강준우를 통해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긴장을 유지한 채, 천천히 기운을 끌어 모았다.

- 너무 걱정하지 마. 강 상이 있잖아!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돼.

말이 없던 하야테는 모두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며 그들을 안심시켰다.

평소와 다른 행동이었지만, 그들은 그런 하야테의 행동에 조금의 긴장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약간의 긴장은 도움이 되지만, 과한 긴장은 오히려 몸을 굳게 만들었다.

하야테의 말로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자, 달라진 상태를 확인한 상대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창을 든 놈을 막아요!

"알았어. 블레싱!"

유키코의 말에 권우철은 축복을 걸어주며 창을 쥔 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유키코는 나무 막대를 들고 있는 사람을 가로막았고, 뒤에 있던 네 명은 그런 그들을 보조하기 위해서 마법을 캐스팅해 나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온 굉음들.

강준우는 일부러 모습을 감춘 채, 나타난 자들의 뒤로 돌아갔다.

'강한 힘을 가진 세 명이라.'

가지고 있는 기운만 봐서는 그와 비견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느낌이 아니었다.

그들은 실력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은 초절정인데 가진 힘은 극마경인가?'

완전히 처음 마주한 느낌이 아니었다.

언젠가 이런 식의 기운을 가진 자들을 접한 기억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명확히 떠오르지는 않았다.

긴가민가한 기억이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강준우는 떠오르는 상념을 떨쳐냈다.

이미 다른 두 사람은 권우철을 비롯한 일행들과 부딪치고 있었다.

저들이 두 사람을 막아내는 사이에 뒤에 있는 한 명을 쓰러뜨려야만 했다.

따로 모습을 감추며 움직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극마경에 오른 그의 기감에 세 사람이 잡혀들었고, 개중에 한 명은 다른 성질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마법사였다.

마법을 사용하는 자라면 뒤에 남을 게 분명했다.

먼저 골칫거리로 남은 자를 처리하는 게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거라는 판단에 그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저 정도면 잘 버틸 수 있겠지?'

짧은 순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일행들의 실력을 믿었다.

이제 여섯 명의 합이 점점 맞아 떨어져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의 힘이라면 두 사람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흐음.'

그래도 불안함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되도록이면 남아 있는 자를 빨리 처리하면서 일행을 도울 생각이었다.

귀영심법을 토대로 유령보를 펼치는 그의 몸이 은밀하게 움직였다.

아직 싸움에 참여하지 않은 채,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는 생각보다 잘 버티는 여섯 명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병신들 뭐하고 있는 거야?"

자신만만해 하며 나섰던 둘은 방패를 쥐고, 얼음을 날리는 무인에 막힌 채 좀처럼 움직이지 못 했다.

힘에서는 그들을 압도했다.

가진 내공은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였지만, 문제는 뒤에 있는 마법사들이었다.

무엇보다 화살을 날리는 여자가 놀라웠다.

아무렇게나 쏘아대는 화살이 이상한 형태로 날아들면서 그들 사이의 간극을 채웠다.

그들뿐만 아니라 뒤에 있는 자들도 보통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나? 지들도 할 말은 없겠지."

일전에 처리한 놈들은 대부분이 그의 몫이었다.

이번에 만난 놈들은 저들 몫으로 넘기려고 했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라 직접 나서야만 했다.

그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명분으로 포인트를 얻고, 힘을 강탈할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나름 괜찮은 것 같은……"

가만히 중얼거리던 그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곧장 마법을 펼쳤고, 강한 기운이 그를 스쳤다.

서걱.

'얕았나? 어떻게 눈치챈 거지?'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한 강준우는 손끝에 남은 얕은 감각을 뒤로하고 주변을 살폈다.

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익숙한 외형을 한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블링크?'

감이 좋았는지 찰나의 순간, 마법을 펼치며 공격을 빠져나간 게 분명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강준우는 곧장 바닥을 박차며 상대를 향해 뛰어들었고, 그 모습을 확인한 사내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저 새끼는 뭐지?'

알람 마법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목이 떨어졌을 게 분명했다.

최대한 빠르게 블링크를 펼쳤지만, 옆구리 쪽이 베이며 아릿한 고통을 전해줬다.

문제는 상대의 공격이었다.

분명히 실드를 펼치고 있었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달려든 것도 모자라서, 실드까지 뚫어내?'

살수로 보이는 놈의 능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수많은 마법과 무공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드를 무시하며 공격을 날릴 수 있는 무공이 있는 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비록,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뒤늦게나마 상대를 확인할 수 있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이 고통! 배로 갚아주지."

다짐하듯 소리친 그는 곧장 준비한 마법을 펼쳤다.

쇄도하는 강준우의 움직임을 확실히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변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날린 것이다.

쉬이익. 촤아아악.

날카로운 바람이 주변을 휩쓸었다.

그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 거친 바람이 휘몰아쳤고, 그 안으로 뛰어든 강준우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바람 마법인가?'

하야테가 사용했던 윈드 블레이드라는 마법이 광범위한 곳에 펼쳐진 것 같았다.

그보다 더 강력한 위력이었다.

윈드 스톰이라는 강력한 마법에 강준우는 어쩔 수 없이 검격을 뿌리며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다.

티디디딩.

주변에 있는 커다란 고목이 너무나 쉽게 잘려나갔다.

강력한 바람과 그 안에서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기운에 강준우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의 위치를 확인한 자는 남은 힘을 그에게 집중시켰다.

"죽어라! 트윈 토네이도(twin tornado)!"

자신만만한 외침과 함께 강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두 개의 회오리가 강준우를 향해 날아들었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입고 있는 갑옷에 힘을 더하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멀리서도 상당한 압력이 전해졌다.

정면에서 부딪치면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앞에 있는 자만 쓰러뜨린다고 싸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윈드 스톰으로 잘려 나간 주변의 잔해들이 회오리에 휩쓸렸다.

두 개의 회오리 안은 부서진 잔해로 가득 채워졌다.

저 공격에 휩쓸린다면 온 몸이 찢겨나갈 게 분명했다. 그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힘은…… 그때 그 힘인가?''

직접 마주하고 나서야 겨우 긴가민가해하던 힘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요르문이라는 놈을 상대하기 전에 놈에게 홀렸던 사람들 중의 일부가 가지고 있는 힘과 비슷했다.

당시에는 극마경의 상태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상대가 가진 기운을 파악해내는 게 지금보다 더 부족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정체를 파악하는 게 늦었다.

뒤늦게 그 힘을 떠올릴 수 있었지만, 문제는 상대가 사용하는 힘이 일반적인 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상당한 마나가 필요한 마법을 거리낌 없이 펼치고 있었다.

윈드 스톰은 계속해서 그를 압박하고 있었고, 멈춰선 그를 노리며 트윈 토네이도가 파고들었다.

점점 다가오는 힘을 확인한 강준우는 기운을 끌어 올리며 바닥을 박찼다.

쿠웅.

그대로 천마군림보를 펼치며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를 노렸다.

콰과광. 파사삭.

강한 기운이 터져 나오자 상대의 실드가 깨져나갔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고 여러 겹의 실드를 만든 그는 다시 블링크를 이용해서 거리를 벌렸다.

꽤나 거리가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공격을 날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크윽. 도대체 어떤 무공이지?"

살수처럼 느껴진 놈의 힘이 상당한 것 같았다.

마지막 발악을 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블링크로 위급한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천마군림보라는 무공이다."

"…… 히익!"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상대는 어느새 그의 옆에 나타났다.

말이 되지 않았다.

여전히 주변을 휩쓸고 있는 윈드 스톰을 헤치고, 트윈 토네이도를 피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문제는 그의 목에 닿은 검이었다.

검신의 싸늘한 감촉이 그의 목을 파고들었다.

"크윽!"

기겁할 상황에 다시 블링크를 펼치려고 했지만, 블링크를 펼친 이후에는 곧바로 블링크를 사용할 수 없었다.

강준우 역시 그런 블링크의 약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굳이 바로 움직이지 않고, 천마군림보를 펼치면서 상대를 공격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미 블링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확실히 할 생각이었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확실히 상대를 옭아맨 그는 수많은 생채기가 난 갑옷을 뒤로하고 상대 마법사의 몸을 두드렸다.

투두두둑.

그가 상대의 혈을 누르기 무섭게 마법사의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마나가 묶이자 주변을 휩쓸었던 마법이 멈췄고, 점혈당한 자의 눈이 커다래졌다.

강준우는 그런 그의 목을 틀어쥐며 기운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으으읍!'

갑자기 빠져나가는 마나에 기겁한 그가 몸부림쳤지만, 점형당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놀라는 것뿐이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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