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85화 (185/254)

제 185화

<강적들>

[혈영창법을 획득하였습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간격(間隔)에 관한 작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간격?'

둘 사이가 떨어져 있는 정도를 말했다.

예전에 공간이라는 무리를 얻을 때도 비슷한 알림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간격과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던 강준우는 손에 넣은 보상에 의아했다.

'간격이라. 얼마나 도움이 되는 거지?'

아직 그 효과를 확실히 알아내지는 못 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새롭게 나타난 임무가 더 중요해 보였다.

다른 형태의 괴물이 아닌, 비슷한 사람을 처리하면서 이런 임무를 얻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무엇보다 대리자라는 단어가 너무 생소했고, 이들이 숨어 있는 자들과 계약을 했다는 사실 자체도 낯설었다.

'경지에 맞지 않은 힘을 가진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

대략이나마 이들이 가진 힘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남은 놈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물론, 직접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창을 쥔 놈을 처리하면서 새로운 무공을 손에 넣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남은 놈은 다른 사람들, 특히, 유키코의 몫으로 넘길 생각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뒤로 물러나는 사람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아무래도 동료의 죽음을 확인하면서 가망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쿠웅. 콰과광.'

강준우는 곧장 바닥을 밟으며 기운을 흘렸다.

그렇게 지체 없이 뒤로 물러나는 자의 앞을 가로막았고, 갑작스러운 힘에 기겁한 자는 뒤로 물러났다.

그런 그에게 유키코가 달려들었다.

권우철에게 뒤를 맡긴 그녀는 부담을 덜어내며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여차하면 강준우가 도와줄 게 분명했다.

그녀는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공격을 감행했고, 남은 사람들도 그녀를 도와서 상대를 압박했다.

다수와의 싸움이 쉬울 리가 없었다.

아무리 계약을 하면서 막강한 힘을 손에 넣었다고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진 자들을 압도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가만히 이 모습을 지켜보는 자가 마음에 걸렸다.

'강기를 쓰는 괴물이라니!'

상대가 좋지 않았다.

지금 싸우고 있는 놈들의 힘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보다 뒤늦게 참여한 놈이 강한 압박을 전했다.

가끔씩 파고드는 낯선 기운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해지는 강한 압박감이 그를 옥죄었다.

당연히 제대로 된 힘을 쏟아낼 수 없었다.

틈틈이 도망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강준우는 그가 물러나려는 낌새만 보이면 강한 공격으로 퇴로를 차단했다.

어쩔 수 없이 힘을 뽑아내며 남은 놈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큰 효과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는 늘어만 갔다.

'으아아아!'

답답한 마음에 크게 소리를 치며 힘을 쏟아냈지만, 그런 소리도 터져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강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콰앙.'

힘겹게 공격을 받아냈지만, 쳐낸 손이 빠르게 얼어붙었다.

소수마공의 한기가 그를 옥죄었다.

유키코가 흘리는 기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을수록 그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러워졌다.

동시에 강한 기운이 그를 짓눌렀다.

'크흡! 이건 또 뭐야?'

배가 된 중력에 그의 움직임이 느려졌고, 예의 화살이 그를 노리며 쏘아졌다.

'끄으윽.'

곧바로 힘을 뿜어낸 그는 몸을 짓누르는 힘을 떨쳐냈다.

그리고 날아오는 화살을 쳐냈다.

'부우웅.'

하지만 가슴을 노리며 날아든 화살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꿨다.

생각지도 못한 움직임에 당황했지만, 그렇다고 막아내지 못할 공격은 아니었다.

'콰앙.'

그는 곧장 손에 쥔 막대기를 휘두르며 방향을 바꾼 화살을 쳐냈다.

큰 충격을 남긴 화살이 그대로 터져 나갔지만, 그 틈을 노리며 또 다른 마법이 그를 두드렸다.

'촤아악.'

화살 뒤에 날아든 하야테의 윈드 커터가 그의 몸에 닿자, 날카로운 기운에 살갗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는 힘을 쏟아내며 벌어진 상처를 곧바로 치료했다.

'만월의 축복인가?'

남아도는 내력으로 어렵지 않게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모습에 지켜보던 모두가 놀라워했지만, 그 사이 유키코의 공격이 그의 몸을 때렸다.

'콰앙.'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자가 밀려났다.

뒤에 있던 권우철은 방패로 그를 후려 쳤고, 뒤이어 김연희와 다이스케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콰과과과광.

요란한 굉음이 뒤를 이었다.

다이스케가 펼친 사일런스가 사라지면서 무거운 적막이 깨졌다.

그동안의 답답함을 대변하듯 주변이 강한 굉음으로 가득 찼다.

그 공격을 받아낸 자는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고, 그 뒤로 유키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압!"

어느새 손에 얼음으로 된 창을 쥔 그녀는 곧바로 그의 머리를 노렸다.

콰앙. 파사삭.

강한 충격에 후려친 얼음 창이 부서졌다.

흩날리는 조각이 다시 그녀의 손짓과 함께 모여들었고, 강한 장력이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공격을 허용한 자는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상당한 내공을 쏟아 부은 유키코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지?"

"괜찮아? 누구 다친 곳 없어?"

권우철은 혀를 내두르는 일행을 향해 되물었다.

유일하게 치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그인지라, 싸움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상처 난 사람을 돌봤다.

"준우, 너는?"

"나도 괜찮아."

그는 권우철을 뒤로하고 남은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가까이 오기 무섭게 다이스케와 김연희는 손을 내밀었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그들의 반응에 백선화도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지만, 그는 세 사람을 무시하며 하야테의 앞에 섰다.

"…… 난가?"

하야테도 체념을 했는지, 조심스럽게 팔을 내밀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런 그에게 옆구리에 낀 자를 건네며 말했다.

"바람 계열 마법을 쓰고 있더라."

"……."

투욱.

멍하게 서 있는 그를 뒤로한 강준우는 사로잡은 자를 내던지며 뒤로 물러났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다.

하야테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강준우를 바라봤고, 옆에 있던 다이스케는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츤데레!"

"……."

"뭐하고 있어? 힘들면 내가 대신……"

"닥쳐!"

"……"

하야테는 쓰러진 자를 바라보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권우철은 그 모습에 고개를 돌렸고, 남은 사람들의 시선은 유키코에게 향했다.

"이 임무는 뭐야?"

"임무? 임무라니?"

갑작스러운 말에 모두는 의아한 눈으로 유키코를 바라봤다.

오히려 그들의 반응에 그녀는 더 당황한 것 같았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저절로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너도 모르는 거야?"

"……."

유키코의 말에 강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히 모두에게 임무가 전해졌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상황에 그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하야테가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말했다.

"나도 받았어. 그 임무."

"임무라고? 무슨 소리야? 나는 아무 것도 없는데."

"나도 임무를 받은 소리는 못 들었는데?"

"흐음."

김연희뿐만 아니라 남은 사람들도 의아해하며 되묻자, 이상함을 느낀 유키코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임무라니?"

"대리자들을 처리하라는 임무가 전해졌어."

"대리자?"

"아마도 저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아."

"……."

쓰러진 자들을 가리키는 그녀의 말에 권우철은 강준우를 바라봤다.

그녀보다는 강준우를 통해서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준우도 많은 것을 알지 못 했다.

"모두가 임무를 받은 게 아닌 것 같은데?"

"전체가 받은 임무가 아니라면, 개별적인 임무라는 거야?"

"글쎄. 저놈들을 쓰러뜨린 사람들만 임무를 받았잖아?"

그의 말대로 임무를 받은 사람은 셋이었다.

강준우와 유키코. 그리고 하야테까지.

세 사람의 공통점은 각각 기습을 감행한 놈들을 쓰러뜨렸다는 점이었다.

이런 형태로 임무가 전해졌다는 사실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강준우도 놀랐지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대리자라고 불리는 자들의 특성상, 이런 식으로 임무가 주어진다는 게 더 자연스러웠다.

'숨어 있는 자들과 계약한 놈들이라니.'

뒤늦게 이들이 가지고 있는 힘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었다.

요르문이라는 놈을 통해서 힘을 얻었던 놈들도 그 실력에 맞지 않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끊이지 않을 것처럼 사용하는 또 다른 기운을 가진 거라면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포섭하는 건가?'

숨어 있는 자들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그리고 그들과 계약을 한 사람들에게도 큰 이득이었다.

계약과 별개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쓰러뜨리면 또 다른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상대의 무공을 강탈할 수 있었고, 포인트를 빼앗을 수 있었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계약을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그런 빈틈을 파고든 건가?'

확실히 놈들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동안 상대했던 놈들만 봐서도 그냥 강한 힘만 가진 게 전부가 아니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포섭하거나 미끼를 던지고, 함정까지 만들었다.

얼마 전에 상대했던 리치라는 놈은 라이프 베슬을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에게 넘겼었다.

만만치 않은 놈들의 정체에 강준우는 침음을 삼켰고, 주변에 있던 남은 일행들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놈들을 쓰러뜨리고, 임무를 얻거나 완수해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요르문 개새끼 같은 게 있지 않을까?"

"뭐? 개새끼?"

"요르문이 누군데?"

"그런 게 있어. 수장 격인 놈이라고 하나?"

"…… 무슨 개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 봐."

"그러니까 뱀파이어를 상대하고 있을 때였어. 진혈의 뱀파이어라는 놈이 다른 사람들을 유혹해서 힘을 주고……"

다이스케는 남은 사람들에게 그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강준우는 그런 그를 뒤로하고 손에 넣은 새로운 무공을 살폈다.

창을 손에 쥐어본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쓰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A등급 창술이네.'

생각보다 등급은 높았다.

혈영창법.

창을 떨쳐낼 때마다 피를 본다는 창술이었다.

그 피가 그림자로 보일 정도로 강력한 창법이었지만, 이미 다른 위력적인 무공을 익히고 있는 그에게는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이미 현철보검을 쥔 상황에서 다른 무기를 드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형상기검을 통해서 창을 만들어낼 수 있나?'

어쩌면 그런 형태로 무공을 응용할 수도 있었지만,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해 보였다.

지금은 새로운 창술보다 간격이라는 무리에 대해서 더 궁리하는 편이 나았다.

새롭게 얻은 무리가 가지고 있는 무공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가 중요했지만, 그런 그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다.

"저기."

"……."

"고맙…… 다."

강준우를 찾아온 사람은 하야테였다.

쭈뼛거리며 다가온 하야테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사로잡은 마법사를 넘겨준 것에 대한 표현이었다.

"어차피 나한테는 필요 없는 놈이었어."

"그, 그래도…… 고마워."

"……."

어색한 그의 표현에 강준우도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 했다.

표정만 봐서는 꽤 좋은 것을 손에 넣은 것 같았다.

두 사람 모두 이런 상황이 어색해 보였다.

"신경 쓰지 마."

오히려 이런 표현이 멋쩍은 강준우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곧 굳은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또 누구지? 상황이 안 좋은데.'

조금 전까지 싸움을 이어갔던 그들이었다.

공교롭게 싸움이 끝나고 새로운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강준우는 큰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거의 지켜보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공은 충분했지만, 문제는 남은 일행들이었다.

- 근처에 누가 있는 것 같아. 모두에게 알려.

- 알았어.

그는 곧바로 옆에 있는 하야테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텔레파시라는 능력을 가진 하야테는 어렵지 않게 이 상황을 전파했다.

강준우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름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런 노력도 큰 소용이 없었다.

파바밧.

허공에서 일련의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과 비슷한 수였다.

대여섯 명이 나타나며 주변을 포위했지만, 문제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엘프? 저놈들은 엘프잖아?'

예의 활을 겨누며 모습을 드러낸 존재들.

그들은 일전에 상대했던 두 엘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강한 적의를 가진 상태로 나타난 그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기운을 끌어 올리며 이어질 상황을 대비했다.

하지만 나타난 자들은 곧바로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공격 대신 질문을 던졌다.

"그대들에게 묻겠다. 아니, 그대에게 묻겠다."

"……."

모습을 드러낸 엘프 중에 한 명이 백선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신을 지목하는 엘프의 말이 놀라웠지만, 곧 백선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대가 가지고 있는 활. 어디에서 난 것이지?"

"……."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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