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7화
<강적들>
"뭐, 뭐야?"
갑자기 일어난 기의 폭발.
바닥이 터져나가면서 몰려든 엘프들의 휩쓸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는 당황했지만, 다이스케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곧바로 힘을 쏟아냈다.
"그래비티!"
쿠웅.
배로 늘어난 중력이 폭발이 일어난 주변을 억눌렀다.
마법을 펼친 그는 남은 일행들을 향해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뭐하고 있어? 빨리 공격해!"
"쳇! 미리 언질이라도 줬어야 할 거 아니야?"
"척하면 척이지! 저 인간이 그냥 넘겨줄 사람은 아니잖아!"
"……."
다이스케의 말에 모두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한 공격을 날렸다.
"파이어 월!"
화르르르.
김연희는 곧장 그들의 주변을 가로막았다.
혹시라도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을 염두에 두며 퇴로를 막았고, 커다란 불길이 일어나며 모여 있는 엘프들을 휘감았다.
남은 사람들도 공격을 감행했다.
하야테는 바람 마법을 쏘아내며 김연희가 만들어낸 불길을 움직였고, 백선화는 계속해서 기가 응축된 화살을 날리며 그들을 노렸다.
콰과과광.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다시 상황을 돌이킬 수는 없었기 때문에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미 많은 기운을 소진한 그들이었다.
어설프게 적을 동정했다가 공격을 당한다면 오히려 위험에 처할 지도 몰랐다.
상대와의 약속을 이용해서 공격을 감행했다지만, 오히려 이런 판단이 더 효과적이었다.
"잘하면 이대로 끝낼 수 있겠는데?"
"방심하지 마!"
강준우는 그런 김연희를 일깨웠다.
날카로운 일침에 김연희는 곧 다음 마법을 캐스팅했고, 강준우는 여전히 멀쩡한 엘프들의 모습을 확인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공격에도…… 버틴다는 건가?'
천마군림보로 기습을 가하고, 곧바로 일행들의 강력한 공격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엘프들 중에 누구 하나 쓰러진 자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이들의 힘에 강준우는 현철보검을 꺼내며 기운을 흘렸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앞으로의 상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천마기멸격!'
검강을 뽑아낸 그는 허공을 향해 검격을 뿌렸다.
검막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빨라진 검격은 순식간에 수많은 강기를 만들어냈다.
제대로 된 반월의 강기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만들어낸 수많은 검강이 그의 의지에 따라 전방을 향해 쏟아졌다.
콰과과과광.
강기로 펼친 천마기멸격.
제대로 된 위력을 내보이는 그의 공격이 모여 있는 엘프들을 휩쓸었다.
막상 공격을 펼치던 다른 사람들은 그 위력에 입을 다물지 못 했다.
그들도 나름 작정을 하고 강력한 공격을 펼치고 있었지만, 지금 강준우가 펼치는 공격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등급 외의 무공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공이 바로 천마기멸격이었다.
그것도 강기를 이용해서 제대로 펼친 공격이었다.
경천동지할 위력을 내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워…… 살 떨려!"
"저게 말이 되는 거냐?"
"미친 거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살짝이라도 저 공격에 휩쓸리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
어마어마한 공격에 모두는 말을 잇지 못 했지만, 정작 공격을 펼친 강준우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결국…… 변한 건가?'
모여 있는 자들 중에 상당한 수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느껴지는 기운들 중에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문제는 그 중심에 선 두어 명의 엘프였다.
놈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기 무섭게 급격한 변화가 느껴졌다.
쿠구구구궁.
주변의 기운이 그들을 향해 모여들었다.
평범한 엘프들이 달라지면서 일어나는 변화였다.
마치 무적이 된 것처럼 강한 기운을 흡수하는 그들의 반응에 강준우는 남은 기운을 가늠했다.
'아직은 충분한 것 같은데.'
내공은 충분했지만, 문제는 다른 일행들이었다.
대부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 나름 강한 힘을 뿌린 그들이 지치는 것은 당연했다.
"젠장! 다크 엘프야."
"흐음."
폭발이 걷히고 드러난 광경에 그들은 침음을 흘렸다.
두 명의 다크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개중에 한 명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강준우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놈이 다크 엘프로 변해 있었다.
강력한 공격 속에서도 그를 지키기 위해서 공격을 받아냈던 동료들의 모습에 분노하며 결국 선을 넘은 것이다.
또 다른 엘프는 루이지의 뜻에 반했던 자였다.
그는 모든 공격을 받아내고 쓰러진 루이지와 동료의 모습에 분노하며 이성의 끈을 놓았다.
살기가 가득한 둘의 시선.
남아 있던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켰고, 강준우는 곧장 둘을 향해 달려들었다.
쐐에엑. 터엉.
그는 바닥을 박차며 움직이기 무섭게 일양지를 날렸다.
그나마 상처를 입은 놈을 먼저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그의 앞을 멀쩡한 놈이 가로막았다.
"크윽. 이놈은 내가 맡는다!"
"……."
"라르스! 너는 지친 놈들을 죽여라!"
그의 말에 남은 다크 엘프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권우철이 다급하게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변한 다크 엘프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연희야!"
"헤이스트!"
"……."
유키코가 권우철을 지나친 다크 엘프의 앞을 막는 사이, 권우철은 뒤늦게 헤이스트를 받으며 다크 엘프를 따라잡았다.
그들은 상처 입은 다크 엘프를 상대했고, 강준우는 멀쩡한 다크 엘프와 부딪쳤다.
채앵. 채앵.
바닥에 떨어진 기다란 검을 주워 든 다크 엘프는 강준우를 압박했다.
쉬이익. 채앵.
섬전처럼 날아드는 날카로운 검격들.
마치 일전에 상대했던 롤란드라는 자와 다시 부딪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쾌검술로 유명한 점창의 사일검법을 상대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일격 하나하나가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면서도 강력했다.
"갈기갈기 찢어주마!"
"……."
변한 다크 엘프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나름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지만, 앞에 있는 인간은 그의 공격을 모두 받아내고 있었다.
힘을 비축하면서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뒤늦게 루이지가 물러나려고 했던 이유를 깨달았지만, 이제 와서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그가 다크 엘프로 변한 이유는 앞에 있는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서였다.
머릿속은 강준우를 죽인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채앵. 채앵.
극성으로 펼친 공격은 사일검법의 날카로운 검격이 계속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도 위치를 바꾸며 기회를 잡으려는 상대의 움직임에 강준우 역시 힘을 끌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쉬이익. 파앗.
그런 강준우의 검이 다크 엘프의 몸을 베어냈다. 하지만 공격을 허용한 다크 엘프의 잔상이 흩어졌다.
사라진 다크 엘프는 곧바로 강준우의 뒤를 잡았고, 곧바로 그의 등에 검을 찔러 넣었다.
"죽어라!"
확실히 상대를 잡았다는 생각에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뻗은 검에 아무 것도 걸리지 않았다.
'자, 잔상?'
일전에 그가 보인 모습처럼 곧 흩어지는 강준우의 모습에 그는 기겁하며 몸을 비틀었다.
촤악.
화끈한 고통과 함께 피가 튀었다.
날아든 공격을 겨우 피해냈지만, 기회를 잡은 강준우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감행했다.
'크윽.'
바닥을 타고 흘러들어온 이질적인 기운이 다크 엘프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찰나의 순간, 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낯선 힘에 그의 몸이 주춤거렸다.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의 싸움에서 잠깐의 주저함은 치명적인 실수로 다가왔다.
하물며 그보다 우위에 선 강준우였다.
그 찰나의 순간이 승패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준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섬전과 같은 일격을 날리며 멈춰선 엘프를 찔렀다.
푸욱.
"크윽."
저주 받은 힘을 받아들이면서 급격히 힘을 키웠지만, 앞에 있는 자를 쓰러뜨릴 수 없었다.
오히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다크 엘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차라리 루이지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끝까지 변하지 않은 루이지의 판단이 아쉬웠다.
개중에 가장 강한 그가 생각을 다르게 했다면 모두가 살 수 있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도 부질없었다.
그는 다시 날아드는 검격과 함께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서걱.
강준우는 고통과 함께 멈춘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극성으로 펼친 무영검에 일섬의 힘을 섞었다.
혹시라도 공격을 막아낼지 모르는 상황을 가정해서 강기를 펼치며 마지막을 장식했고,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다크 엘프 페테르를 처치했습니다. 7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이형(移形)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다행히 기습적인 공격으로 한데 모인 엘프들의 수를 줄일 수 있었다.
다른 다크 엘프 한 놈을 마저 쓰러뜨렸지만, 손에 넣은 것은 포인트가 대부분이었다.
그 사실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별다른 피해 없이 놈을 처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짧은 순간에 상당한 기운을 쏟아낸 그는 거칠어진 호흡을 골랐다.
천마기멸격과 이형환위를 계속 펼친 만큼 그가 지치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나 이형환위를 펼치면서 상당한 체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환골탈태를 거치면서 몸이 최적의 상태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계속되는 이형환위는 그만큼 부담이었다.
삐리리링.
호흡을 고르는 그의 귓속으로 이질적인 소리가 파고들었다.
'피혼소?'
익숙한 소리와 그 안에 담긴 힘을 확인한 그의 시선이 저절로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와 떨어진 곳에서 대금을 불고 있는 사람은 유키코였다.
일전에 쓰러뜨린 자를 관련된 무공과 대금을 손에 넣은 그녀는 파혼소를 펼쳤다.
그런 그녀의 공격이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
중한 상처를 입고 있던 다크 엘프의 몸이 휘청거렸다.
아무리 헤이스트로 속도를 높인다고 하지만, 다크 엘프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단순하지 않았다.
라르스라는 다크 엘프는 권우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노렸다.
다이스케가 그래비티를 이용해서 그의 움직임을 막으려고 했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다크 엘프를 잡을 수 없었다.
몇몇이 피를 뿌리고 쓰러졌다.
뒤늦게 치료를 이어가면 최악의 상황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놈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결국, 유키코는 다른 방법을 강구했고, 파혼소를 펼치면서 다크 엘프의 움직임을 붙잡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휘청거리는 다크 엘프의 모습에 그들은 남은 힘을 쥐어짰다.
기회를 잡은 만큼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콰과과광. 콰과광.
연신 날아드는 마법이 멈춰선 다크 엘프를 향해 쏘아졌다.
생각지도 못한 음공에 충격을 받았는지 다크 엘프는 공격을 피하지 못 했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중한 상처를 입고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다크 엘프로 변했다지만, 상처까지 회복할 수는 없었다.
"허억. 허억."
"어떻게 됐어? 죽은 거야?"
"주, 죽었어."
"…… 후우. 다행이네."
김연희의 말에 그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아마도 마지막 포인트를 얻은 사람은 김연희인 것 같았다.
움직임을 멈춘 다크 엘프의 모습에 그들은 안도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권우철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다친 사람……"
"선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
조금 전에 보인 권우철의 모습을 떠올린 모두는 언성을 높였다.
그의 판단으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는 사실에 모두가 흥분했지만, 강준우가 그들을 가로막았다.
"형은 내 뜻에 따른 것뿐이야."
"선배가 네 뜻에 따랐다고?"
"그래."
강준우의 해명에 모두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굳이 진실을 밝혀서 그들과 각을 세울 이유는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놈들을 믿을 수 없었으니까."
"……."
"무기를 버렸다고 하지만, 그대로 물러난다는 보장은 없었잖아? 조금 더 확실히 할 생각이었어."
강준우의 설명에 그들 역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까지 보인 엘프들의 모습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의심을 하는 게 당연했다.
이곳에서 겪은 일들을 떠올리면 그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상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들의 말을 믿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마무리를 짓는 게 더 안전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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