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89화 (189/254)

제 189화

<뒤늦은 깨달음>

등급 외에 등재되어 있는 무공들 중에 하나가 바로 조화신공이었다.

'조화신공이라. 이걸 익히면…… 별 탈 없이 정파의 무공을 익힐 수 있을까?'

그가 알고 있는 조화(調和)라는 단어와는 차이가 있었다.

서로 어긋나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조화가 아니었지만, 강준우는 그 차이를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물론, 그 무공에 관한 설명 역시 애매모호했다.

조화신공(造化神功).

만물을 창조한 신의 공로.

그저 그 뜻을 풀이하는 게 나타난 전부였다.

물론, 관련된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 여럿 있었다.

그 조건은 그가 익히고 있는 무공들 중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여겨지는 천마기멸격에 버금갈 정도로 복잡했다.

'형상기검을 7성까지 익혀야 된다고?'

형상기검은 물론이고, 균형과 상생, 상극이라는 무리가 필요했다.

5성에 오른 형상기검의 성취를 높이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았지만, 상생과 상극이라는 무리가 문제였다.

'상생(相生)과 상극(相剋)?'

서로 상반되는 무리를 손에 넣어야 했지만, 문제는 그런 무리를 얻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다른 무공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무리는 아니었다.

어떤 무공을 어느 정도의 성취까지 익혀야 관련된 무리의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무공이 나타나지 않은 만큼 무엇을 익혀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후우."

막막함에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몰랐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지만, 그 문제를 인식했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였다.

강준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금강부동신결의 선결 조건을 찾아서 관련된 무공을 익히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 예의 알림이 전해졌다.

'기존에 익힌 무공들과 상충된다라.'

여전히 첫날의 기억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주화입마였다.

아무리 천마신공을 익히고, 극마경에 올라섰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화입마는 경계해야 할 말이었다.

상충되는 무공을 익히는 것보다 먼저 상생과 상극이라는 무리를 손에 넣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상생과 상극이라……'

한참을 고심하던 그는 어렵지 않게 그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소수마공인가?"

"응? 소수마공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

대뜸 자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을 외치는 강준우의 말에 유키코는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런 유키코의 물음에 강준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무리를 얻은 게 있어?"

"무, 무리?"

"그래. 네가 얻은 무리."

"공간이나 발경. 이 정도?"

"……."

조심스럽게 가진 무리를 밝히는 유키코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혹시라도 피해가 있을까봐 조심스러운 듯한 모습에 강준우는 말을 아꼈다.

"중요한 거야?"

"아니야. 잠깐 뭘 좀 확인하느라고."

"……."

어색해진 분위기를 뒤로한 그는 상점창에서 소수마공을 살폈다.

그가 익히고 있는 혈수마공과 상극인 무공이 바로 소수마공이었다.

서로 다른 기운을 가진 무공을 익힌다면 조화신공에 필요한 상극이라는 무리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S등급에 등재되어 있는 소수마공.

등급이 등급인 만큼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 필요한 선결 조건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미 필요한 것들은 모두 익힌 이후였다.

음기를 품은 무공들 중에 하나를 익히고, 발경과 초절정이라는 경지에 이르러야만 익힐 수 있는 무공이었다.

이미 귀음심공과 귀음신장을 완성한 상황이었다.

소수마공을 익힐 포인트까지 충분했지만, 그래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잠깐 고심하던 그는 결국 소수마공을 손에 넣었다.

[소수마공을 익혔습니다.]

[기존에 익히고 있던 혈수마공과 부딪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수의 기운이 높아질수록 혈수의 기운이 반발합니다.]

[상극(相剋)에 관한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상극에 관한 실마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서로 다른 두 힘을 품으면서 그에 대한 부담감 역시 떠안아야만 했다.

강준우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굳은 그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두 무공의 반발을 억누릅니다.]

[건곤대나이가 상반된 무공의 충돌로 오는 힘을 흘려냅니다.]

익히고 있던 두 신공이 큰 도움이 됐다.

그 사실을 인지한 강준우는 소수마공을 2성까지 올리고 상황을 지켜봤다.

역시나 비슷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혈수마공의 힘이 소수마공에 반발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남은 두 신공이 그들의 부딪침을 가로막았다.

막상 상극이라는 무리의 실마리를 손에 넣을 생각으로 일을 감행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준은 아니었다.

'어찌됐든 조화신공을 손에 넣고 정종 무공을 익힌다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겠지?'

소수마공과 혈수마공은 물론이고, 점점 자신을 바꾸는 천마신공의 힘도 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천마신공이었다.

이대로 계속 천마신공의 성취를 늘린다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

'무작정 힘만 키우려고 했던 게 문제였나?'

상념을 떨쳐낸 그는 남은 무공을 확인했다.

그리고 일전에 손에 넣은 혈영창법의 성취를 3성까지 끌어 올렸다.

앞으로 천마신공과 관련된 무공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조화신공을 익힐 때까지 귀영심법을 토대로 형상기검을 주로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따로 혈영창법까지 익힌 이유는 기검의 형태를 창으로 바꾸면 창술까지 펼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새로운 무공을 익혀둬서 나쁠 것은 없었다.

성취를 올리면서 손에 넣지 못한 무리를 얻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후우."

짧은 순간에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그는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은 거야?"

"어. 대충은."

"……."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그들은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소수를 익히면서 가장 걱정됐던 부분은 가진 힘이 약화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지만, 이런 일행들의 모습에 뒤늦게 안도할 수 있었다.

'다크 엘프를 잡은 걸 보면…… 제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겠지.'

걱정을 떨쳐낸 그는 일행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들에게 그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썩 반길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 움직이는 거야?"

"그래. 이제 슬슬 움직이는 게 좋겠어."

"그나저나 어디로 가지?"

"……."

어디로 향할 갈지 정하는 것도 일이었다.

모두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엘프와의 관계를 껄끄러워하고 있었다.

굳이 그들과 부딪쳐서 좋을 것은 없다는 판단이었고, 강준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엘프들이 있다는 마을은 되도록이면 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엘프들의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우선 이 산맥 근처를 돌아보는 건 어때?"

"산맥 근처를?"

"그 엘프들이 지키는 쪽은 깊숙한 곳인 것 같았어. 되도록이면 그곳을 피해서……"

"잠깐."

강준우는 다이스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백선화가 손에 쥐고 있는 활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활은 그냥 버리는 게 좋겠다."

"이 활을 버리라고?"

"그래. 엘프들이 이곳에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부딪칠 거야. 그 활을 가지고 있어봤자 좋을 건 없을 테니까."

"……."

아무리 좋은 공격 수단이라고 하지만, 한차례 곤욕을 치르게 만든 물건이었다.

이번이야 수월하게 상황을 넘겼다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당연히 들고 다니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마을이라는 곳에서 적극적으로 개입을 한다면…… 위험해질 거야."

강준우의 말에 다른 일행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작 좋은 무기를 버려야 하는 백선화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권우철은 조심스럽게 대안을 제시했다.

"상점에서 비슷한 무기를 사는 건……"

"활을 팔지는 않았어."

"귀물에 활이 있었던 것 같던데."

"귀물?"

귀물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포인트가 필요했다.

아직 관련된 능력을 모두 배우지 못한 그녀였기 때문에 쉬운 선택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 활을 들고 다닐 수는 없었다.

결정을 내린 그녀는 곧장 노움을 불러냈다.

그리고 바닥에 활을 묻으며 흔적을 지웠다.

굳이 이런 식으로 처리를 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렇게 대충 상황을 정리한 그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가 익힌 소수가 8성이라고 했지?"

"맞아. 근데, 갑자기 내 무공에 관해서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거야?"

유키코는 강준우의 물음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지금까지 함께 움직이면서도 이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많지 않았다.

몇 마디 말을 섞은 것도 모두 그녀가 먼저 물었을 때가 전부였다.

유난히 적극적인 그의 모습이 낯설었지만, 이어지는 설명에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요조숙녀였다며?"

"……."

"처음 봤을 때는 그런 느낌을 찾을 수 없었거든."

"하긴, 누가 지금의 유키코를 요조숙녀라고 생각하겠어?"

"그거야…… 상황이 상황이니까."

옆에서 거드는 김연희의 말에 유키코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서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유키코는 오히려 강준우의 말에 의아해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까?"

"그건……"

유키코도 뒤늦게 이상함을 느꼈는지 말을 아꼈다.

대신 김연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죽어나가는 판에, 이상할 것도 없잖아?"

"네 성격은 어때?"

"나? 나야 뭐…… 원래부터 이랬는데?"

"쟤는 원래부터 저랬어. 여기 와서 성격이 조금 더 급해진 것도 같지만."

"누가 누굴 보고! 선배도 원래부터 우유부단했거든!"

지지 않고 받아치는 그녀의 모습에 강준우는 자신의 생각이 완전히 터무니없지는 않다고 여겼다.

원래대로라면 혼자만 알고 있었을 내용이었다.

하지만 함께 한 시간이 오래되고,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만큼 이런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발견하지 못한 뭔가를 발견할 지도 모르니까.'

혼자보다는 여럿이 고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서로가 익히고 있는 능력에 따라서…… 성격이 조금씩 변하는 게 아닐까?"

"성격이 변하다니?"

"어떤 능력을 익히느냐에 따라서 영향을 받는 것 같더라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

모두가 간과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정작 강준우에게 그런 생각을 가지게 했던 권우철도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나는 신성력 때문에……"

"완전한 흑우가 된 거지."

"호, 호구라니!"

"내가 호구랬나? 흑우랬지. 사실, 선배는 너무 무르잖아. 원래 흑우 기질이 다분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정신 못 차리고 너무 감성적으로 대하는 걸보면…… 그 말도 틀린 것 같지는 않네."

저마다 그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요조숙녀라고 불렸던 유키코도 자신의 상황이 소수의 영향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게 미간을 찌푸렸다.

익히면 감정이 없어진다는 소수였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정반대의 성격으로 달라져 있었다.

감정이 없어지기보다 오히려 더 직설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

완벽히 들어맞는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이 말을 해주는 이유가 뭐야? 설마?"

"마공을 익혔다면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

진지한 강준우의 말에 유키코는 침음을 삼켰다.

그가 이무 이유 없이 이런 말을 꺼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스스로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걸까?'

강준우의 조언이 도움이 됐지만, 그렇다고 소수마공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8성에 이른 소수마공.

그 힘을 바탕으로 무리의 중간에서 상황을 잘 조율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힘을 자제한다면 그동안 맞춰왔던 합이 깨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걱정하듯 말했다.

"되도록이면 소수마공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음공이 있잖아! 이제부터 음공을 쓰면 되겠네."

"음공을?"

"엘프한테도 효과가 좋은 것 같던데? 귀가 커서 소리를 더 잘 듣는 것 같았어."

시답잖은 다이스케의 말에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지만, 그래도 대안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에 손에 넣은 물건은 상당히 괜찮은 귀물이었다.

"음공을 펼치라고?"

"위급할 때만 소수를 펼치면 되는 거 아니야? 어차피 앞은 권 상이 맡을 테니까."

"그래. 그게 좋겠다. 그렇게 해. 유키코."

어렵지 않게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불안함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이것 역시 미봉책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인지하지 못한 문제를 알려준 그라면 뭔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설마…… 나와 비슷한 처지인가?'

어쩌면 지금까지 보인 강준우의 모습도 정상이 아닐지도 몰랐다.

가만히 그동안의 일을 곱씹어보던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강준우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하긴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런 짓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는 없겠지!'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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