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91화 (191/254)

선을 넘은 자들 (2)

힘없이 무너지는 동료의 모습.

사내는 어렵지 않게 동료를 처리하는 강준우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켰다.

동료 역시 그와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겨우 세 번 휘두른 검에 목숨을 잃었다.

그 사실만으로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앞에 있는 자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마주한 사내는 잔뜩 겁을 집어 먹고 있었지만, 그와 마주하고 있는 강준우는 상대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지?'

도망을 가든 공격을 감행하든 둘 중에 하나를 내보여야 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저 자리만 지킨 채, 그를 경계할 뿐이었다.

이런 반응이 너무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마저 상대를 처리할 요량으로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귀영심법과 무영검만으로도 충분히 제대로 된 힘을 낸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천마신공을 펼치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았다.

강준우는 곧바로 일양지를 뻗으며 앞선 자를 공격했다.

기습적인 공격이었지만, 상대는 도를 휘두르며 공격을 받아냈다.

터엉.

강력한 도격이 날아든 지력을 쳐냈다.

하지만 튕겨져 나간 힘은 다시 유형화되면서 검의 형태로 바뀌었다.

"미친!"

이미 비슷한 형태로 날아드는 공격을 확인한 이후였다.

미리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래도 공격이 곧바로 검으로 바뀐다는 것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애써 마음을 추스른 자는 곧바로 날아오는 기검을 쳐냈다.

터엉.

기검이라고 하기에는 그 형태가 너무 특이했지만, 중요한 것은 살기 가득한 공격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이 노인네는 왜 안 나타나는 거야!'

손끝에 남은 커다란 충격에 그는 절로 얼굴을 구기며 한 사람을 욕했다.

상대가 될 수 없는 자를 마주하고 도망가지 못한 이유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다른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즉에 모습을 드러냈어야 할 노인이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미친 영감탱이! 결국에는 우리를 이용… 흐읍!'

속으로 그를 욕하던 사내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검격에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지금은 다른 것을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마주한 상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상대할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사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그대로 목이 잘릴 것 같은 상황에 그는 야생의 감각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검격을 막아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가장 도움이 되는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뿐이었다.

터엉. 터엉.

계속해서 막히는 검격에 오히려 강준우가 놀라워했다.

'검을 뻗기도 전에 먼저 움직이고 있잖아?'

상대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버티고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어디를 노릴지를 알고 움직이는 것 같은 상대의 반응이었다.

마치 그의 생각이 읽히고 있는 것 같았다.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로를 다르게 해봤지만, 상대는 그것까지 눈치채며 공격을 받아냈다.

'예지력이라도 있는 건가?'

아무리 천마신공의 힘을 끌어내고 있지 않고 있다지만, 쉽게 막힐 공격이 아니었다.

무영검에 일섬을 섞은 검격이었다.

어지간한 사람은 반응도 하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였다.

채앵.

힘겹게 공격을 받아내는 그 모습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곧 다급한 소리가 뒤를 이었다.

"적이야! 다른 놈이 또 있었어!"

"…."

그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강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조차도 쉽게 가늠하지 못한 힘이었다.

뛰어넘은 계곡의 건너편에서 그와 비슷한 힘을 가진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채앵.

앞에 있는 자를 떨쳐내며 뒤로 물러난 강준우는 상대를 확인하며 침음을 삼켰다.

'양동작전이었나?'

아직 계곡을 건너지 못한 두 사람을 향해 강한 힘을 가진 자가 근접해오고 있었다.

뒤늦게 앞에 있는 자가 자리를 지켰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뒤에 나타난 사람을 기다린 것 같았지만, 정작 그의 위치를 확인한 중년인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미친 영감탱이! 왜 저기에서 나오는 거야!"

"역시나 일행이었나?"

"크윽."

다시 날아드는 검격에 중년인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앞에 있는 놈을 붙드는 사이, 노인은 그를 돕기 위해서 움직여야만 했다.

기습적인 공격으로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야 했지만, 믿었던 놈은 애먼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저런 놈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젠장, 이대로 우리를 버릴 생각이었나?'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이었다.

그로서는 당연히 황당하고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앞에 있는 놈을 상대해도 모자랄 판에 뒤에서 나타난 걸보면 아무래도 자신을 버리는 패로 이용한 게 분명했다.

'개자식들!'

속으로 그들을 욕한 그는 사력을 다해서 검을 받아냈다.

이제는 계속해서 이 자리를 지킬 이유가 없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 했다.

'날아오는 힘을 이용해서… 물러난다.'

다시 검격이 날아오면 그 반발력을 이용해서 도망갈 생각이었다.

앞에 있는 놈의 실력이라면 노인의 힘을 눈치 챘을 게 분명했다. 뒤에 있는 일행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도망가는 자신의 뒤를 쫓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날아들 공격을 기다렸고, 강준우는 미묘하게 달라진 그의 변화를 읽어냈다.

'이제야 도망을 갈 생각인가?'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과 달라진 상황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천마신공을 움직였다.

동시에 상대를 노린 강한 살기가 집중됐다.

'크흡!'

검이 움직이기도 전에 느껴지는 강한 살기.

야생의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그는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유난히 강해진 기운에 그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그는 모든 힘을 끌어내며 도를 들어 올렸다.

삐리링. 삐리리.

도주를 염두에 둔 중년인은 모든 기운을 도에 집중했지만, 그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파고들었다.

"크흑!"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만큼 귓속을 파고드는 소리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음공에 그의 몸이 멈칫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을 노리며 강준우의 검격이 쏘아졌다.

카앙. 서걱.

"거, 검… 강?"

그의 도를 베어내며 파고든 예리한 검격.

도신에 어린 도기를 쉽게 베어내는 상대의 기운에 그는 경악했다.

"개자식들. 커헉!"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막아낼 수 없는 힘이었다.

이미 벽을 뛰어넘은 자를 상대로 무모하게 달려들었던 것 자체가 죽여주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래도 사력을 다해서 그의 검격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검신에 어린 힘까지 막아내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아비규환을 헤쳐 나오면서 끝까지 살아남았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그의 마지막도 이전에 죽은 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강에 베인 자의 몸이 무너져 내렸고, 익숙할 알림이 전해졌다.

[야생의 감각을 획득하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동일한 능력으로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야생의 감각이 8성으로 올라섰습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야생의 감각? 사용하고 있었던 게 이거였나?'

뒤늦게 자신의 공격을 받아냈던 상대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준우도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근래에 잘 사용하지 않고 있는 힘이었지만, 직접 상대하고 보니 꽤 유용한 능력인 것 같았다.

생각지도 못한 유키코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상대를 잡을 수 있었다.

어쩌면 천마신공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도 적을 쓰러뜨릴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미리 그 사실을 알았다면 천마신공을 끌어올리지 않았겠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지금은 그것보다 뒤에 있는 적을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상대의 힘이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나와 비슷한 경지에 오른 사람인가?'

초절정을 넘어선 상대는 처음이었다.

일전에 만난 엘프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뒤에 있던 일행들 모두가 힘을 합쳐서 새롭게 나타난 자를 막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강준우 못지않은 힘을 가진 자였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특훈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조심해! 그래비티!"

"너 먼저 넘어가!"

"선배는?"

"네가 먼저 움직이는 게 도와주는 거야! 다이스케! 연희를 먼저 데리고 가!"

권우철은 뒤에 있는 다이스케를 불렀다.

파이어 월로 앞을 막고 그래비티로 상대의 주변을 압박한 지금이 기회였다.

그의 외침에 다이스케는 거리를 좁혔고, 김연희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조심해! 곧 준우가 올 거야. 조금만 더 버텨!"

"나는 걱정하지 마."

"…."

뒤에 남는 권우철의 모습에 김연희는 안타까워하며 몸을 돌렸다.

권우철의 말대로 지금은 뒤로 물러나주는 게 그를 돕는 일이었다.

제때 돌아온 다이스케는 곧 김연희를 붙잡은 채, 다시 몸을 띄웠다.

하지만 그 순간, 불길에 막혀서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았던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촤아악.

강한 불길을 뚫고, 그래비티의 힘을 튕겨낸 그는 빠르게 튀어나왔다.

마치 일부러 이런 상황을 기다린 것 같았다.

권우철은 곧장 방패를 앞세우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상대는 그대로 주먹을 내지르며 그를 밀어냈다.

쉬이익. 콰앙.

강한 충격에 권우철의 몸이 밀려났다.

하지만 그는 다시 몸을 추스르며 자세를 다잡았다.

'이 정도 충격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고!'

그는 근접한 상대를 확인하며 다시 방패를 세웠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그를 무시했다.

굳이 강한 방어력을 가진 놈을 먼저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상대할 놈들이라면 뒤에 있는 마법사들을 먼저 처리하는 게 나았다.

실제로 놈들은 꽤나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매서운 공격을 날려댔다.

"조심해! 너희들한테 간다!"

"매직 미사일 12연발!"

콰과과광.

다이스케가 달려드는 자를 막아내기 위해서 매직 미사일을 날렸지만, 그의 공격은 허공에서 터져나갔다.

그 공격을 뚫고, 상대가 근접했다.

"노, 노인?"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진 자였다.

상대는 다시 날아드는 화염구를 확인하며 혀를 찼다.

"쯧. 귀찮은 놈들이네."

콰앙. 콰앙.

삐리리.

그는 어렵지 않게 날아오는 공격을 쳐내고, 귓속을 파고드는 음공을 떨쳐냈다.

그 모습에 김연희는 이를 악물며 다이스케를 향해 소리쳤다.

"먼저 물러나."

"하지만…"

"빨리!"

떠미는 김연희의 행동에 다이스케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는 곧장 플라이를 펼쳤고, 김연희는 다시 마법을 날리며 노인의 걸음을 묶었다.

"파이어 월!"

"미련한 거냐? 이런 게 먹힐 리가… 없잖아!"

말을 마치기 무섭게 노인의 몸이 엿가락 늘어지듯이 길게 늘어났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그 모습에 김연희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그 순간 그녀의 앞으로 두 개의 강한 회오리가 솟구쳐 올랐다.

콰과과광.

하야테가 일전에 얻은 마법으로 노인의 앞을 가로막았다.

기회를 얻은 김연희는 곧장 계곡으로 몸을 던지며 크게 소리쳤다.

"다이스케!"

"크윽. 너무 멀…"

"헤이스트!"

계곡으로 몸을 던진 김연희를 잡기에는 부족했지만,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던 김연희는 곧장 헤이스트를 펼치며 그의 속도를 끌어 올렸다.

다행히 다이스케는 아슬아슬하게 김연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더 큰 위협이 남아 있었다.

콰과광. 콰과광.

커다란 굉음과 함께 하야테만 만든 마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앞을 가로막은 마법을 힘으로 무너뜨린 것이다.

"미친! 마법을 날렸어!"

"조, 조심해! 강기야!"

건너편에서 그 모습을 확인한 유키코는 경악하며 소리쳤다.

상대의 실력을 확인한 만큼 아직 넘어오지 않은 그들이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우려대로 마법을 소멸시킨 노인은 곧장 두 사람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쐐에엑.

강한 힘을 잔뜩 머금은 권강이 둘을 꿰뚫듯이 날아들었다.

어마어마한 살기와 함께 날아드는 힘에 둘은 이렇다 할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콰과광.

하지만 뒤에서 날아온 기운이 권강을 쳐냈다.

커다란 폭발에 가까이에 있던 둘이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그 옆을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강준우!"

널따란 계곡을 뛰어 넘는 한 사람.

강준우는 노인을 향해 검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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