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93화 (193/254)

선을 넘은 자들 (4)

[음양신공을 획득했습니다.]

[음양신공이 상극인 무공에 영향을 끼칩니다. 상극인 무공의 성취가 조정됩니다.]

[혈수마공이 3성으로 변합니다. 소수마공이 3성으로 올라섭니다.]

[상생(相生)에 관한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상극(相剋)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새로운 무리(武理), 상극(相剋)을 얻었습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노인을 처리하고 빠르게 올라가는 알림들.

음양신공이라는 무공을 손에 넣고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성취가 달라진 것을 제외하고 모두 그가 원하던 것들이었다.

비록, 혈수마공의 성취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대신 소수의 성취가 올라섰다.

동등하게 변한 두 무공도 놀라웠지만, 그동안 갈피를 잡지도 못하고 있었던 무리를 손에 넣는 것 자체가 큰 성과였다.

'상생과 상극이라. 음양신공 때문인가?'

상극은 혈수와 소수의 성취를 높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상생의 실마리까지 얻을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손에 넣은 음양신공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음양신공.

음기와 양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었다.

내부에서 부딪치는 서로 다른 기운을 이용해서 강한 피괴력을 낼 수 있는 무공으로, 경천동지할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신공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무공이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마공으로 분류됐다.

음과 양의 조화를 이뤄서 대성하게 되는 심오한 뜻이 담아 있었지만, 대성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공을 익힌 자들 대부분이 커진 기운을 감당할 수 없었다.

종극에는 힘을 키운 상극의 기운이 내부에서 부딪치면서 무공을 익힌 자를 위험에 빠뜨렸다.

무공을 익힌 자를 쓰러뜨리는 신공.

마공으로 분류될 이유는 충분했다.

두 기운이 부딪쳐서 몸이 터지기 전에 상극의 기운을 다스려야만 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안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상당히 위험한 무공이었지만, 지금의 강준우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힘이었다.

'운이 좋은 건가?'

마냥 운이라고 설명하기에 너무나 필요한 능력들을 손에 넣었다.

아무리 비슷한 경지에 이른 무인을 쓰러뜨렸다고는 하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무공을 이렇게 손에 넣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음양신공이라."

상점창에서 본 기억이 있는 무공이었다.

등급 외에 등재되어 있는 무공으로, 따로 익힐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무공이라 따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차라리 이걸 먼저 익혔다면 걱정도 없었을까?'

어찌 됐든 그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다른 귀물이 없다는 사실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손에 넣은 무공과 무리만으로도 비슷한 힘을 가진 무인을 상대한 보상으로 충분했다.

그 자리에 서서 가진 힘을 가늠하던 그는 뒤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감에 고개를 돌렸다.

"준우야? 괜찮은 거야?"

"거기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그야… 걱정이 돼서."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 혼자만 온 거야."

"몸은 괜찮은 거야?"

"힐이 있잖아."

그를 찾아온 사람은 권우철이었다.

모두를 대표해서 그를 찾았지만, 그곳에 나타난 사람은 권우철 혼자가 아니었다.

"멈춰라!"

"…."

분노한 목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그 존재를 확인한 강준우은 굳은 표정으로 나타난 자를 바라봤고, 권우철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살폈다.

"엘프?"

모습을 드러낸 자는 엘프였다.

뾰족한 귀를 가진 그가 싸늘한 눈초리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가슴이 뚫린 채, 죽어 있는 엘프가 널브러져 있었다.

뒤늦게 그 모습을 확인한 권우철은 놀란 눈으로 강준우를 바라봤다.

"저 엘프는…"

"저 노인 손에 죽었어. 나는 저 노인을 쓰러뜨렸고."

따로 변명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괜한 오해를 만들 이유는 없었다.

강준우의 설명에 권우철은 앞에 나타난 엘프를 향해 해명하듯 입을 열었다.

"우리도 습격을 당한 상태였습니다. 저 엘프는 저기 쓰러져 있는 노인이…"

"그만!"

"…."

권우철은 싸늘한 목소리에 말을 아꼈다.

꽤나 흥분한 엘프의 모습으로 봐서 지금 말을 한다고 좋을 건 없을 것 같았다.

그의 말을 일축한 엘프는 그가 아닌 강준우를 바라봤고, 강준우 역시 그 엘프의 시선을 마주했다.

'저놈이었나?'

얼마 전에 느꼈던 엘프였다.

자신과 비슷한 힘을 가진 존재가 바로, 앞에 있는 엘프인 것 같았다.

쉽게 가늠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엘프의 시선에 그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나는 검을 사용하고 있어. 그리고 거기 죽어 있는 엘프는 검이 아닌 주먹에 당한 거고."

"너는 아무 책임도 없다는 건가?"

"우리도 피해자다. 그쪽도 알다시피 우리는 계곡 너머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쪽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

"…."

"그 와중에 습격을 당한 거다. 이미 보고를 받은 것 같은데? 저 엘프를 내보냈었잖아?"

강준우의 말처럼 그는 따로 엘프를 붙였다.

인간들이 어디로 향하는 지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다른 뜻을 품고 있다면 곧바로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강준우의 말처럼 그들은 계곡을 넘었고, 죽은 엘프를 통해서 그 사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미 저들의 의도를 확인했다고 해도 무방했지만, 그의 앞에 동족이 쓰러져 있다는 게 문제였다.

"너희들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거냐?"

"미안한 말이지만, 여기도 너희들의 땅인가?"

"… 무슨 뜻이지?"

"나는 여기 죽은 노인… 아니, 인간을 상대했다. 그 와중에 저 엘프가 끼어든 거다."

"끼어들었다?"

"말했다시피 여기 쓰러진 자의 앞길을 가로막았고, 이자가 그 엘프를 공격한 거다."

그의 해명에 앞에 나타난 엘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침묵하는 그의 모습에 강준우는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그 엘프의 죽음은 유감이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밝혀두지."

"…."

강준우의 답과 함께 일련의 무리가 다시 합류했다.

먼저 나타난 엘프의 주변을 에워싼 그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같은 동료의 죽음에 몇몇은 그 이름을 부르짖었고, 살기 가득한 눈으로 강준우와 권우철을 노려봤다.

'이상하게 꼬이네.'

이미 엘프들과는 좋은 관계로 엮이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흉흉해진 분위기에 강준우도 천천히 기운을 끌어 올렸다.

상황이 공교롭게 변했다지만, 그래도 마냥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 놈들이 공격하면 바로 계곡으로 빠져나가.

"…."

- 나는 알아서 쫓아갈 테니까. 형은 계곡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어.

강준우의 말에 권우철은 말을 아꼈다.

전음을 통해서 은밀하게 전한 말을 굳이 티를 낼 필요가 없었다.

그가 권우철에게 따로 앞으로의 일을 알려주는 사이, 엘프는 합류한 자들을 단속했다.

"섣불리 움직이지 마라."

"하지만 베가르드! 저들은…"

"알고 있다. 그래도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달라진 강준우의 기세에 베가르드는 다른 엘프들을 자제시켰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입을 열었다.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다."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그래. 저기 쓰러진 자는 너희들에게 넘기지. 저 노인이 그 엘프를 쓰러뜨린 원흉이다."

"…."

베르가드라는 엘프의 눈을 주시한 강준우는 그의 의견을 물었다.

모든 결정은 그의 손에 달린 것 같았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가 중요했고, 지금까지 보인 모습만 봐서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한참을 그렇게 강준우의 눈을 직시하던 베르가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지금 당장… 여길 벗어나라."

"…."

베르가드의 답에도 강준우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옆에서 그 말을 들은 권우철은 그런 강준우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그를 일깨웠다.

"준우야?"

"… 알았어. 그만 움직이자."

"아, 알았어."

주변에 모인 또 다른 엘프들의 기감이 잡혔다.

숨어 있는 기운을 감지한 강준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겼다.

'설마, 다른 생각을 가지지는 않겠지?'

의심이 들었지만, 그래도 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저들을 맞아봤자 좋을 것은 없었다.

권우철을 앞세운 그는 후방을 경계하며 그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날카로운 공격이 날아들었다.

쉬이익. 터억.

강준우는 그를 노리며 날아든 화살을 낚아채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뜻이지?"

"… 무슨 짓이냐!"

강준우만큼이나 베르가드도 당황한 것 같았다.

그는 화살을 날린 쪽을 향해 소리쳤고, 그곳에서 한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낸 엘프는 다시 시위를 재며 강준우와 권우철을 향해 활을 겨눴다.

"캐롤라인! 무슨 짓이냐?"

"저들을 그냥 보내면 안 돼요."

"아니. 그냥 보낸다. 너희들은 뒤로 물러나 있어."

"그럴 수는 없어요."

"캐롤라인!"

캐롤라인이라고 불린 엘프는 다시 화살을 날렸다.

강경한 그의 모습에 손에 쥔 화살을 내던진 강준우는 날아오는 공격을 튕겨냈다. 그리고 뒤에 있는 권우철을 향해 전음을 날렸다.

- 먼저 가! 먼저 계곡을 넘어!

"아, 알았어. 블레싱!"

강준우의 말에 권우철은 곧장 축복을 걸며 빠르게 물러났고, 그의 행동에 숨어 있던 엘프들이 빠르게 뒤를 쫓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강준우가 아니었다.

쿠웅. 콰과광.

그는 엘프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천마군림보를 펼치며 그 길목을 앞을 막자, 베가르드는 굳은 얼굴로 그를 향해 말했다.

"멈춰라!"

"저들이 먼저 멈춰야 할 것 같은데?"

"모두 멈춰! 뭐하는 거냐?"

"지금 인간들이 마을을 공격하고 있어요."

"인간들이 마을을?"

"저자 역시 그들과 한패일 지도 몰라요."

"…."

엘프 마을을 공격하고 있다는 인간.

베가르드의 차가운 시선이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살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눈빛이었다.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듯한 그의 모습에 강준우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같은 인간이라고 같은 뜻을 가지고 있었다면 내가 저자를 왜 죽였지? 말이 안 되는 것 같지 않아?"

"흥! 원래부터 인간들은 거짓말을 잘하지!"

그의 말에 캐롤라인이 반박하듯 소리쳤다.

적의가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앞에 있는 베가르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할 거지?"

"그 말, 어떻게 믿을 수 있지?"

"…."

상황이 상황인지라 베가르드의 물음에서도 적의가 느껴졌다.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던 강준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기운을 끌어 올렸다.

갑자기 달라진 그의 기세에 베가르드는 허리춤에 채워둔 검을 빼들었다.

그의 행동에 맞춰, 남은 엘프들도 강준우에게 활을 겨누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했다.

강준우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짐하듯 말했다.

"먼저 공격해 온다면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거다."

"역시나 맞았어. 네놈은 마을을 공격하고 있는…"

"개소리 집어 치워! 지금 내 일행은 계곡을 건넌 사람들뿐이니까."

"…."

지금 해명을 한다고 먹힐 것 같지 않았다.

차라리 이 기회에 포인트를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차피 계곡만 넘으면… 상관없겠지.'

혼자라면 무리겠지만, 마을을 공격하는 자들이 있다면 충분히 물러날 수 있었다.

적어도 싸울 수 있는 엘프의 일부는 그곳으로 향했을 게 분명했다.

전력이 나뉜 만큼 계곡을 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