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3)
쉬이익. 콰과과광.
"크윽. 뭐하는 거야?"
"다이스케가 저년 눈을 본 것 같아!"
"… 조심하라고 했잖아!"
"이미 늦었어. 선배!"
"리무브 커스(remove curse)!"
권우철은 곧바로 신성 마법을 펼치며 눈이 돌아간 다이스케를 되돌렸다.
알 수 없는 괴물에 홀려서 일행을 공격하는 그에게 효과적인 것은 권우철의 신성 마법뿐이었다.
앞에 있는 괴물과 만난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여러 명이 홀리면서 일행을 공격했다.
라미아의 매혹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고, 그들은 라미아와 내부에서 생겨난 동조자를 상대하면서 곤욕을 치뤄야만 했다.
문제는 직접적으로 라미아를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빼어난 미모를 가진 라미아는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상대를 홀렸다.
어쩔 수 없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상대해야만 했고, 그 제약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
"저런 사기가 어디 있어!"
"그런 말 할 시간에 공격을 해!"
"파이어…"
"조심해!"
쉬이익. 콰앙.
마법을 펼치려는 김연희에게 날카로운 바람이 날아들었다.
백선화가 급하게 정령을 이용해서 공격을 받아냈지만, 이미 하야테의 눈도 돌아간 이후였다.
"선배!"
"이대로라면 신성력이 부족하다고."
"알았으니까, 우선 저놈 먼저 어떻게 해 봐."
"… 리무브 커스(remove curse)!"
권우철은 다시 신성력을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대로라면 그가 말한 대로 신성력이 부족했다.
작지 않은 힘을 필요로 하는 신성 마법이 바로 리무브 커스였다.
오히려 같은 동료를 상대하는 게 더 힘들었기 때문에 곧바로 저주를 해제하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신성력이 바닥을 드러낼 것 같았다.
"하압!"
콰과과광.
그런 그를 대신해서 유키코가 놈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연신 장력을 뻗어내며 라미아를 공격했고, 가려진 시야에 크게 소리쳤다.
"하야테. 비켜! 안 보여!"
"미, 미안해!"
"왜 자꾸 뒤를 돌아보는 거야? 저질들!"
"…."
뒤늦게 정신을 차린 하야테는 급하게 몸을 비켜섰다.
반라인 라미아의 상체는 그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백선화가 만들어낸 물의 장벽을 통해서 라미아의 강력한 매혹을 떨쳐낼 수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실체를 바라보려다가 이런 사단을 만들어냈다.
콰앙.
선전하던 유키코가 튕겨져 나갔다.
앞에 나타난 놈이 그저 매혹만 사용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채찍처럼 휘둘러진 꼬리에 그녀는 힘을 이기지 못하며 밀려났고, 그 빈틈을 권우철이 채웠다.
"우선 쉬고 있어. 이놈은 내가…"
"선배. 조심해!"
"미친!"
콰앙. 쩌저정.
김연희의 외침에 기겁한 권우철은 곧바로 방패를 들어 올리면서 날아든 공격을 받아냈다.
날아든 장력이 그대로 그의 몸을 얼렸다.
튕겨져 나간 유키코도 라미아와 시선을 마주했고, 그녀의 눈이 돌아가면서 권우철을 향해 공격을 날린 것이다.
상당히 까다로운 존재였다.
그렇지 않아도 만만치 않은 놈에 같은 일행이 공격을 해오자, 그들은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리무브 커스(remove curse)!"
권우철은 곧장 유키코를 되돌렸다.
동시에 라미아의 꼬리가 얼어붙은 그를 때렸다.
콰앙.
강한 굉음과 함께 그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큰 충격을 받았는지 쉽게 일어서지 못하는 권우철의 모습에 남은 사람들이 그를 걱정했다.
"파이어 월!"
김연희는 다급하게 불의 장벽을 세우며 라미아의 앞을 가렸다.
우선 잠깐의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라미아를 상대할 좋은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짧은 순간 여유를 가진 그들은 쓰러진 권우철을 일으켜 세웠다.
"이대로 물러나자."
"하지만 준우가 여기에서 기다리라고…"
"우선 계곡을 건너자고. 이대로는 모두가 죽어!"
"…."
김연희는 답답한 마음에 소리쳤다.
아무리 강준우가 기다리라고 했다지만, 그건 앞에 엄청난 괴물이 없을 때의 일이었다.
"다이스케! 우선 하야테랑 먼저 계곡을…"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야?"
뜬금없는 다이스케의 말에 김연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을 듣지 않아도 충분했다.
"강 상이다!"
"준우라니? 지금 준우는…"
그런 그녀의 눈에 익숙한 사람이 가득 들어왔다.
엄청난 거리를 뛰어넘은 한 사람이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갔고, 커다란 굉음이 뒤를 이었다.
콰과광.
불의 장벽을 후려친 장력이 그대로 라마아를 뒤덮었다.
"끼아아아!"
강한 폭발과 함께 비명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불을 이용한 장력만으로 쓰러질 라미아가 아니었다.
'엘프들도 겁을 집어먹을 정도라면 보통 놈이 아니라는 거겠지?'
강준우는 곧바로 보검을 꺼내들었다.
이어질 상황에 대비하려고 했고, 그 순간 불길을 뚫고 라미아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뒤에서 그 모습을 확인한 그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심해. 눈을 보면 안 돼!"
"눈?"
불길을 뚫고 뛰쳐나온 낯선 형태의 괴물.
상반신은 아름다운 여인의 형태였고, 하반신은 멀리서 봤던 뱀의 형태였다.
2m는 가뿐히 넘을 정도로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눈에 가득 들어오는 라미아의 형태를 놀라워했지만, 곧 요사스럽게 빛나는 라미아의 눈빛이 그를 직시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라미아의 매혹에 저항합니다.]
이런 식의 알림은 오랜만이었지만, 마주한 괴물의 힘이 생각보다 더 강력한 것 같았다.
매혹이라는 힘을 피할 수 있었지만, 아찔한 느낌이 전해졌다.
그 힘을 온전히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만큼 대단한 놈이라는 건가?'
마주한 라미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도 상상을 초월했다.
멀리서도 거대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막상 가까이 붙자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 같았다.
경시하는 마음을 떨쳐낸 그는 곧장 현철보검에 힘을 더하며 날아오는 꼬리를 받아냈다.
터엉.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거대한 꼬리를 베어냈다.
강기를 가득 담은 검신이 날아오는 꼬리를 쳐냈지만, 라미아의 몸뚱이는 생각보다 더 단단했다.
작은 생채기도 만들어낼 수 없었다.
이렇다 할 상처도 입지 않은 그 모습에 강준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강기를 막아내는 몸뚱인가?'
놀란 그는 멈칫거리는 라미아를 향해 지력을 쏟아냈다.
일부러 상체를 노렸다.
하체로 변한 몸에 큰 피해를 남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비교적 약해 보이는 상체를 공략했다.
아직 약점을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공격을 감행하면서 공략할 곳을 찾을 생각이었다.
쐐에엑. 퍼억.
하지만 쏘아낸 일양지는 라미아의 손에 가로막혔다.
길게 손톱을 뽑아낸 라미아는 허공을 베어내며 그를 공격했다.
쐐에엑. 티디딩.
검기처럼 변한 공격이 그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뒤에 있는 일행을 의식한 그는 곧장 검을 뻗어내며 공격을 받아냈고, 배진격을 펼치며 일부를 라미아를 향해 되돌렸다.
갑자기 되돌아온 공격에 놀란 라미아는 다시 손톱을 휘둘렀고, 커다란 폭발이 뒤를 이었다.
"블레싱! 홀리 웨폰, 홀리 아머!"
권우철은 그 순간을 노리며 강준우에게 축복을 걸었다.
이렇게라도 도움이 될 생각이었다.
달라진 상태를 확인한 강준우는 다시 라미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일섬을 섞은 무영검을 펼치며 라미아를 공격했고, 수많은 검격에 라미아의 상체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티디딩.
강기를 뽑아내며 라미아를 노렸지만, 라미아의 방어를 뚫어낼 수 없었다.
길게 돋아난 손톱에는 강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하체는 마치 상승보법을 밟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월하게 물러난 라미아는 빈틈을 노리며 강준우를 향해 꼬리를 날렸다.
콰앙.
갑자기 날아드는 변칙적인 공격에 그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다행히 공격을 막아냈지만, 상당한 충격이 뒤를 이었다.
"준우야!"
그 모습에 놀란 일행들이 소리쳤지만, 그런 외침이 라미아의 심기를 자극했다.
곧 그 시선이 일행들에게 향했고, 다이스케의 눈이 뒤집혔다.
"라이트닝 매직 미사일 12연…"
"리무브 커스(remove curse)!"
"크흡."
"물러나 있어!"
짧은 순간, 사람을 홀리는 리미아의 힘에 강준우는 남은 일행들을 향해 소리쳤다.
되도록이면 천마신공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았다.
쿠웅.
그는 곧바로 천마군림보를 펼쳤다.
우선 앞에 있는 놈의 몸을 구속시킬 필요가 있었다.
흘린 힘이 바닥을 타고 라미아의 몸속으로 파고들어갔다.
낯선 형태의 공격에 라미아가 움찔거렸고, 강준우는 강기를 날리며 바닥을 박찼다.
콰과광.
뒤늦게 힘을 떨쳐낸 라미아는 날아드는 강기를 쳐냈다.
하지만 그 순간 등 뒤에서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어느새 뒤를 잡은 강준우는 곧바로 검을 휘두르며 라미아의 등을 베어냈다.
촤아악.
'됐나?'
손끝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과 함께 피가 튀었다.
"꺄아아악!"
등을 깊게 베인 라미아는 가녀린 비명을 내지르며 괴로워했고, 강준우는 만족해했다.
하지만 곧 변칙적인 공격이 날아들었다.
'흐읍!'
라미아의 등을 베어내느라 몸을 띄운 그에게 꼬리가 휘둘러졌다.
따로 몸을 뒤집을 수 없던 그는 그대로 천근추의 수법을 사용했다.
경신이라는 무리를 이용하며 곧바로 바닥으로 내려섰지만, 그 순간 놈의 꼬리가 그대로 그를 옥죄었다.
'크윽!'
따로 피할 겨를이 없었다.
라미아는 본능적으로 그를 붙잡았고, 상처를 입은 분노를 그에게 집중시켰다.
뱀이 똬리를 틀 듯이 그를 휘감은 라미아의 상체가 비틀어졌다.
어렵지 않게 뒤를 돌아본 라미아는 손톱을 세우며 잡힌 강준우를 노려봤다.
'지독한 살기네.'
곧 죽일 것 같은 느낌에 그는 힘을 끌어 올리며 온 몸을 옥죄는 꼬리를 다잡았다. 그리고 곧장 천마흡기공을 펼쳤다.
달리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천마흡기공뿐이었다.
상대의 기운을 흡수하고 건곤대나이로 다시 되돌려주면서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려야만 했다.
강기로도 제대로 된 생채기를 낼 수 없었던 꼬리에 말린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몰랐다.
이런 식으로 완벽하게 상대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강기와 비슷한 힘을 뽑아내며 날을 세운 라미아의 손톱이 문제였다.
"크아아아!"
그가 기운을 뽑아내기 무섭게 라미아의 손톱이 날아들었다.
지금은 기운을 뽑는 것보다 공격을 막아내는 게 우선이었다.
강준우는 남은 힘을 갑옷에 몰아넣으며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허리를 굽히던 라미아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꺄아아!"
처절한 비명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예의 공격이 다시 날아들었다.
쉬이익. 푸욱.
'화살?'
라미아의 등을 뚫고 나온 것은 화살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힘이 실린 화살로, 그 형태는 일전에 봤던 엘프들이 사용하는 화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통스러워하는 라미아의 꼬리가 느슨해졌다.
단단히 그를 붙잡던 라미아는 멀리서 날아드는 화살을 막아내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바로 앞에 있는 강준우라는 존재를 잊은 것 같았다.
채앵. 채앵.
라미아는 날아드는 화살을 쳐냈다.
늙은 엘프가 날린 화살에 상당히 중한 상처를 입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위협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다만, 라미아의 가장 큰 실수는 강준우를 그대로 놓아뒀다는 점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준우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곧장 라미아의 몸을 밟으며 뛰어올랐다.
쿠웅. 콰과광.
내디딘 발에서부터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천마군림보의 힘이 라미아의 몸속에서 터져나갔다.
그 충격에 괴로워하는 라미아의 머리 위로 강준우가 떠올랐다.
"하압!"
강기를 뽑아낸 강준우는 그대로 뒤를 내보인 라미아의 머리를 노렸다.
길게 늘어난 검강 주변으로 강기의 조각들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와류를 만들어낸 강한 공격이 라미아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과광.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인 라미아의 상체가 사라졌다.
베이거나 잘린 것보다 소멸됐다는 말이 잘 어울렸다.
오랜만에 펼친 천마복룡파.
강기를 뽑아내며 제대로 펼친 천마복룡파는 강력해 보이던 라미아를 쓰러뜨렸다.
[라미아를 처치했습니다. 15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흡기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흡기공의 성취가 12성으로 올라섭니다.]
[흡기공의 영향으로 천마흡기공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천마흡기공이 3성으로 올라섭니다.]
생각지도 못한 무공의 성취가 올라서자, 강준우는 깜짝 놀랐다.
극성까지 끌어 올린 흡기공에 영향을 받아서 천마흡기공까지 성취가 올랐다.
하지만 얻은 것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기공과 관련된 무공의 성취가 100% 상승합니다.(무작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