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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99화 (199/254)

내 손에 천마신공-199화

협력 (5)

백선화는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엘프의 활을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무기를 쥔 그녀는 놀라는 눈치였지만, 강준우는 무뚝뚝하게 손에 넣은 활을 건넸다.

"뭐야? 그 반응은? 오다가 주은 거야?"

"뭔 소리야?"

"보통 그러잖아. 오다 주웠다!"

"…."

무표정한 얼굴로 강준우의 모습을 흉내 내는 김연희의 모습에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연희는 그런 강준우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부끄러워하기는! 다이스케 말처럼 츤데… 아악! 뭐하는 거야?"

"…."

"노, 농담이야. 농담이라고! 이 미친!"

강준우는 그런 그녀의 목을 틀어 쥐었다.

김연희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깜짝 놀랐지만, 뒤늦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준우의 손을 통해서 가지고 있던 기운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천마흡기공을 이용해서 기운을 갈취하는 그의 행동에 김연희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인간들은 같은 편을 공격하는 건가?"

"공격이 아니라… 나눔이지."

"나눔?"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고 아는지 모르겠네."

다이스케는 의아해하는 베가르드를 향해 설명을 이어갔다.

베가르드로서는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어지는 행동에 대충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김연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팔을 내밀었다.

자연스러운 행동과 함께 그들의 기운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진 기운을 나눠주는 듯한 모습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양이 많지는 않았다.

짧은 순간 어느 정도 기운을 흡수한 강준우는 그들에게 단약을 건네줬다.

자신은 꽤나 많은 기운을 가진 영약을 흡수했고, 그 모습을 확인한 베가르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간은 참… 이해할 수 없군."

"네가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그만 움직이는 건 어때?"

"저들은? 이대로 움직여도 괜찮다는 거냐?"

"네가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동료들의 복수를 하는 일인데."

"…."

오히려 베가르드보다 강준우가 더 적극적이었다.

어차피 일행들을 통해서 흡수한 기운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움직여도 큰 상관은 없었다.

"그들이 어디로 움직인 건지는 알고 있는 거냐?"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따로 그들을 찾는 방법이 있는 건가?"

"그 인간들을 쫓는 엘프들이 존재한다. 정령을 통해서라면 그들을 추격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

"정령을 통해서?"

이미 한참 전에 자리를 피한 자들이었다.

정령을 통해서 그들을 쫓을 수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준우의 물음에 베가르드는 어렵지 않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갔다.

"정령은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들의 도움을 얻으면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을 수 있지."

"…."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설명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베가르드의 말대로라면 이미 지난 일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일도 확인할 수 있다는 거냐?"

"정령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

엘프들과 있었던 일을 떠올린 강준우와 일행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이미 대장로의 맹세를 확인한 이후였다.

찝찝한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서 한 일이었지만,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불미스러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베가르드는 갑자기 어색해진 분위기에 의아해했지만,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백선화가 질문을 이어갔다.

"정령을 불러내서 물으면 되는 건가요?"

"그대에게서… 정령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군."

"저 역시 정령과 계약을 했거든요."

그녀의 말에 베가르드는 백선화를 바라봤다.

그는 유난히 강하게 느껴지는 정령의 기운에 내심 놀라워했다.

외모 역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다른 인간들보다 뛰어난 외형을 가지고 있는 백선화였기 때문에 그나마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땅의 정령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렇군요. 그럼 화살을 쏠 때는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서…"

혼자서 정령을 부리던 그녀는 베가르드를 통해서 궁금했던 것들을 풀어나갔다.

엘프들 중에서도 강한 힘을 가진 베가르드는 검술은 물론이고, 정령을 이용할 수 있었다.

강준우와 비슷한 경지에 오른 그였기 때문에 백선화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백선화는 그를 통해서 정령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그동안에는 막연하게 펼쳤던 정령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부족한 궁술도 빠르게 보완할 수 있었다.

★ ★ ★

잠시나마 여유롭게 움직이던 그들의 걸음이 빨라졌다.

백선화와의 대화를 끝낸 베가르드가 속도를 올리자, 그들 역시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흔적이라도 찾은 거냐? 왜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거지?"

"…."

"너희들 구역이라 일부러 빨리 지나치려고 하는 건가?"

"…."

딱히 답은 없었지만, 멈칫거리는 베가르드의 모습에 강준우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장로를 통해서 엘프들의 구역을 통과할 수 있었지만, 베가르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일부러 마을과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주변에 별다른 기감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에 강준우도 그가 어떤 길로 움직이는지 대강이나마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움직이든 상관없는데. 되도록이면 빠른 방법을 찾아라."

"지금 최대한 빠른 길로 안내하고 있는 거다."

"그놈들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거냐? 따로 정령을 부르지도 않았잖아?"

"걱정할 거 없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방향이 마을을 공격한 인간들이 물러난 곳이니까."

"…."

확신하는 베가르드의 말에 강준우는 말을 아꼈다.

마을을 공격한 자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임무를 위해서 움직이는 그보다 동료를 잃은 베가르드가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어련히 잘 찾아가겠지만, 그는 베가르드의 옆에 붙어서 계속 말을 붙였다.

"너희들 구역이 아닌 곳은… 어떻지?"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다. 계곡 너머라든지 다른 곳이 모두 너희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은 아닐 것 같아서. 라미아라는 괴물들로 가득 차 있는 건가?"

"…."

강준우의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던 베가르드는 말을 아꼈다.

그를 통해서 주변 상황이나, 이곳에 관한 사실을 파악하려고 했던 강준우는 그런 반응에 답답해하며 질문을 이어갔다.

"괜히 잘못 건드려서 너희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묻는 거다. 그런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

그들을 위한다는 말에 고민하던 베가르드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런 존재들이 여럿 있다."

"그런 존재들?"

"네가 상대했던 라미아 같은 존재들 말이다."

"… 여럿 있다는 건, 그런 놈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거냐?"

"그래. 우리들에게도 골칫거리지."

아무래도 경계를 정한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 같았다.

엘프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았지만, 그들이 지키고 있는 곳은 그렇게 넓어 보이지 않았다.

"그럼 다른 곳에는 그런 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소린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을 거다."

"라미아라는 놈은 개중에 얼마나 강한 거지?"

"글쎄. 나름대로 제 구역을 가진 놈이라면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거다."

"그렇게 어려운 놈은 아니었던 것 같던데?"

"대장로님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거겠지. 대장로님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지."

베가르드는 그런 강준우를 일깨웠다.

실제로 대장로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게 아니었어도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의 상황을 다시 곱씹던 강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너무 과신하고 있었던 건가?'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지만, 당시의 상황을 보면 마냥 낙관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대장로의 도움이 컸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무섭게 주변에서 낯선 기감이 느껴졌다.

베가르드 역시 그런 기감을 느낀 게 분명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베가르드!"

"대장로님의 명을 수행하러 움직이고 있다."

"소식은 전해 들었다. 저들이 너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인간들인가?"

"저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마라. 물러난 인간들이 향한 곳은 어디지? 따로 연락이 왔나?"

"… 북서쪽이다. 그곳으로 움직이면 추격대와 만날 수 있을 거다."

"알았다."

베가르드는 짧은 대화를 끝으로 강준우와 다른 사람들을 이끌었다.

주변을 지키던 엘프들의 시선이 뒤따랐다.

적의가 느껴지는 눈빛이었지만, 이미 언질을 받았는지 따로 불란을 일으키는 자들은 없었다.

불편한 시선을 뒤로한 그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프들이 지키는 구역을 벗어자마자 베가르드는 정령을 불러냈다.

땅의 정령을 통해서 길을 확인한 그는 더욱 속도를 끌어 올렸고, 모두는 빠르게 숲을 내달려야만 했다.

★ ★ ★

콰앙. 콰과광.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굉음들.

강한 폭발과 곳곳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베가르드의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런 그를 붙잡았다.

"잠깐!"

"뭐냐?"

"무작정 움직일 생각은 아니지?"

"…."

"너는 저 사람들하고 같이 움직여라."

"나보고 인간들과 함께 움직이라는 건가?"

"애초에 우리들하고 힘을 합치기로 한 것 아니었나?"

정곡을 찌르는 그의 말에 베가르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함을 느낀 그는 강준우를 향해 되물었다.

"그럼 너는?"

"나는 따로 움직인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게 더 효과적이니까. 네가 혼자 움직이면 오히려 싸우고 있는 엘프들이 우리를 공격할 것 같은데?"

"그건…"

"그런 공격을 가만히 받아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이미 캐롤라인을 처리한 강준우였다.

의미심장한 그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베가르드는 강준우의 말에 고민했고, 강준우는 그를 일깨웠다.

"네가 상황을 알려라. 엘프들이 우리를 공격할 수 없도록."

"아, 알았다."

"나는 따로 움직인다. 상황을 봐서 공격을 할 테니까, 너는… 저들과 함께 움직여라."

일행을 가리키는 강준우의 말에 베가르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움직이라는 말 자체가 남은 일행들의 안전을 염두에 두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 말을 알아듣기 무섭게 강준우는 곧바로 모습을 감췄다.

유령보를 이용해서 빠르게 모습을 감추자, 베가르드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눈앞에서 사라졌는데… 쉽게 찾을 수가 없다니.'

함께 움직인 강준우는 독특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같이 움직였지만, 그가 가진 기운을 쉽게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와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대장로의 언질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확신할 수 있었지만, 모습을 감춘 그를 찾아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강준우는 독특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귀영심법을 이용하면서 그의 존재를 파악하는 게 어려웠다.

강준우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사라진 그의 존재를 확인한 베가르드는 남은 인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준비해라. 바로 움직인다."

"이미 준비는 끝났어요."

"…."

백선화의 말에 베가르드는 앞장서서 움직였다.

콰과광.

계속해서 커다란 굉음이 들려오는 곳으로 들어선 그는 날아드는 강력한 기운에 곧바로 검을 꺼내들었다.

"하압!"

그가 나타나기 무섭게 한 사람이 달려들었다.

기습적인 공격이었다.

강기를 뿌리며 그대로 그를 베어내려고 했지만, 베가르드 역시 같은 강기를 뽑아내며 그 공격을 받아냈다.

콰앙.

강한 폭발이 뒤를 잇자, 굉음에 놀란 모두의 시선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베가르드!"

엘프들은 그의 등장을 반기며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의 상황을 확인한 베가르드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주변에는 많은 엘프들이 쓰러져 있었다.

작정을 하고 추격한 엘프들이 오히려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좋지 않은 상황에 그는 앞에 있는 자를 밀어냈다.

자신과 비교해서 밀리지 않는 인간의 모습에 베가르드는 긴장을 유지하며 검을 겨눴다.

"지원군인가?"

"뒤에 있는 놈들은… 엘프가 아닙니다."

"엘프가 아니라고? 그럼 저놈들은 뭐지?"

엘프를 몰아붙이고 있던 자들은 베가르드와 그 뒤에 나타난 권우철과 일행들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엘프와 인간이 함께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낯선 상황이 의문이었지만, 그에 대한 답은 강준우가 대신했다.

'천마기멸격!'

그들의 뒤를 잡은 그는 곧바로 강한 초식을 뿌렸다.

수많은 강기가 모여 있는 자들의 뒤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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