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00화 (200/254)

황혼의 고수들 (1)

마주한 자들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앞에 있는 자들은 어설프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 이곳에서 엘프들을 압박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초절정에 이른 고수들이었고, 그들 사이사이에 있는 노인들은 모두가 초절정을 뛰어 넘은 상태였다.

'이 사람들은 뭐지? 나이에 따라서 성장하는 속도가 다른 건가?'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한 명이라도 고수의 수를 줄이는 게 중요했다.

처음부터 천마기멸격을 펼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자들이 더 많은 만큼 확실히 수를 줄일 생각이었다.

지금 강준우가 공격하는 쪽에는 가장 많은 적들이 몰려 있었다.

그 사이에는 극마경과 비슷한 경지에 이른 노인이 한 명 끼어 있었다.

어설프게 공격을 펼치는 것보다는 확실히 하는 게 좋았다.

강준우는 가장 위력이 강한 초식을 쏟아냈다.

강한 기운이 요동치자 비슷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 노인이 먼저 반응을 했지만, 그때는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마, 막아라!"

"아아악!"

콰과과과광.

주변을 휩쓰는 강기의 폭풍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몸이 찢겨나갔다.

천마기멸격이 공간을 휩쓸자, 인근이 초토화됐다.

그 힘에 대항하기 위해서 몇몇이 사력을 다해 힘을 쏟아냈지만, 작정을 하고 펼친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커헉!"

쑥대밭으로 변한 주변.

누구 하나 서 있을 수 있을만한 공격이 아니었지만, 한 사람이 힘겹게 자리를 지켰다.

넝마가 된 몸으로 겨우 버틴 노인은 각혈을 토해내며 강준우를 노려봤다.

제대로 된 천마기멸격을 받아내고도 서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이런 상황이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았다.

이미 겪어 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까지 예상하고 있던 강준우는 지체 없이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분개한 노인이 급하게 기운을 끌어 올리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낯선 기운이 노인의 몸을 파고들었다.

"크윽."

천마군림보를 펼치며 상대를 묶은 강준우는 노인의 혈을 두드리며 그를 제압했다.

점혈을 이용해서 상대를 묶은 그는 천마흡기공을 이용해서 노인이 가진 기운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큰 내상을 입은 노인은 이렇다 할 반항을 할 수 없었다.

손을 써보기도 전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고, 강준우는 노인을 통해서 소진한 기운을 채웠다.

"저, 저 새끼는 뭐야?"

"잡아라. 저만한 위력이라면 지쳤을 게 분명하다!"

근처에 있던 또 다른 노인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엘프들을 압박하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사람 대부분이 젊은 사람이었다.

중년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몇몇 끼어 있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노인의 명령에 반응을 보였다.

가진 힘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에 그 명령을 듣는 것은 당연해 보였지만, 위험한 곳으로 거침없이 몸을 내던지는 모습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달려드는 자들을 확인한 강준우는 뽑아낸 기운을 모았다.

우선 저들의 움직임을 막을 필요가 있었지만, 그 순간, 그의 앞으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화르르르.

솟아난 불의 장벽.

익숙한 마법이 달려드는 자들의 앞을 가로막았고, 머릿속으로 하야테의 목소리가 울렸다.

- 우리가 시간을 벌 게.

김연희의 마법을 시작으로 일행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쉬이익. 퍼억.

"크윽. 화살이다!"

"조심해. 평범한 화살이 아닌…"

터엉. 터엉.

저격하듯이 날아드는 화살이 상대의 움직임을 가로 막았다.

새롭게 나타난 자들의 마법과 화살이 그들을 공격하자, 엘프들을 압박하던 자들의 표정이 구겨졌다.

잠깐 여유를 갖게 된 강준우는 모은 기운을 이용해서 사로잡은 노인을 공격했다.

마냥 기운을 뽑아내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확실히 다르다는 건가?'

손에 잡힌 노인은 점혈을 당한 와중에도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최대한 그를 이용하기 위해서 점혈까지 한 상황이었지만, 노인은 조금씩 그 힘을 풀어내고 있었다.

이미 몸 상태가 엉망이 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런 노인의 모습은 위협일 수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그의 목숨을 취해야만 했다.

[점혈을 획득하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동일한 능력으로 점혈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점혈이 10성으로 올라섰습니다.]

[점혈의 위력과 효과가 상승합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점혈? 막힌 혈도를 풀 수 있었던 이유가 이거였나?'

제압했던 노인이 조금씩 점혈이 된 몸을 풀어낼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 자체가 다행이었지만, 지금은 그 사실을 기뻐하는 것보다 남은 적들을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하압!"

일행들이 적들을 잠깐 막았다지만, 모두의 발을 묶을 수 없었다.

그와 비슷한 힘을 가진 자들은 아직도 세 명이나 더 남아 있었다.

강한 힘을 가진 노인들은 모두 넷이었다.

한 명은 강준우의 손에 방금 쓰러졌고, 다른 한 명은 베가르드를 상대하고 있었다.

남은 두 명은 엘프들을 압박하고 있었지만, 개중에 한 명이 강준우를 향해 움직였다.

"조심해! 만만한 놈이 아니다."

"잘 알고 있다. 황 가를 처리한 놈이라면 쉬운 놈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할멈이나 조심해."

다가오는 노인은 신중하게 움직였다.

동료로 보이는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준 그는 강준우에게 향하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네놈들은 할멈이나 도와라. 저놈은 내가 상대할 테니."

"아, 알겠습니다."

말 한마디에 바로 물러나는 그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호흡을 골랐다.

'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건가?'

작정을 하고 움직인 노인의 몸에서 강한 기세가 흘러 나왔다.

까드득.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주변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극음의 기운을 가진 무공을 익힌 게 분명했다.

당장에 생각나는 것은 소수마공이었지만, 그가 익힌 무공과는 궤를 달리하는 무공이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극양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극음의 기운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혈수마공 만한 무공이 없었다.

그의 기세가 달라지기 무섭게 노인은 바닥을 박찼다.

콰앙.

강준우의 가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작은 체구였지만, 노인은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을 내보였다.

순식간에 그와의 거리를 좁히자, 강준우는 검을 뻗으며 달려드는 노인의 목을 베어냈다.

서걱.

'이형환위?'

그대로 목을 베어냈지만, 노인의 잔상이 잘려나갈 뿐이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노인은 어느새 그의 품을 파고들었고, 그대로 장을 뻗으며 강준우의 가슴을 후려쳤다.

파앙. 까드드득.

내뻗은 손바닥에서 시린 기운이 터져 나왔다.

소수의 위력을 뛰어넘을 정도의 한기가 주변을 뒤덮었지만, 노인의 공격 역시 무로 돌아갔다.

"이형환위?"

강준우도 어느새 자리를 벗어났다.

순식간에 자리를 피한 그는 다시 한 번 검격을 날렸다.

쉬이익.

아무리 이형환위라고 하더라도 쉽게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한 검격이었다.

상대하는 노인도 그 사실을 잘 알았는지 피하는 것보다는 막는 것을 택했다.

티잉.

노인은 날아드는 검격을 쳐냈고, 튕겨져 나가는 검신에 강준우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걸 막아?'

무영검에 일섬을 섞은 공격이었다.

검강을 덧대며 위력을 높였지만, 노인은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며 검을 밀어낸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다시 품을 파고들었고, 예의 장력이 그의 가슴을 후려쳤다.

콰앙. 치이이익.

강준우는 다급히 혈수를 이용해서 그 공격을 받아냈다. 하지만 극음의 기운이 그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소수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진 혈수마공의 열기가 상대의 한기에 꺾인 것이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규화보전의 한기에 저항합니다.]

'규화보전?'

극음과 극쾌의 무공인 규화보전.

생각지도 못한 무공의 위력이 사뭇 대단했다.

남성을 죽여야 익힐 수 있는 무공으로, 그런 규화보전을 익힌 상대라면 강한 게 당연했다.

강준우는 혈수를 뛰어넘는 극음의 기운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파고든 기운을 떨쳐내며 다시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그대로 상대를 품으면서 공격을 감행했지만, 규화보전을 사용하는 노인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이형환위? 이 상황에서?'

다시 사라진 노인은 그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대로 장력을 뿌리며 그의 몸을 두드렸다.

콰과과광.

강한 충격이 강준우를 휩쓸었다.

튕겨져 나간 그의 갑옷이 잔뜩 구겨졌다.

깨져 나간 갑옷 위로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것 같았지만, 정작 공격을 성공시킨 노인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거추장스러운 놈을 입은 이유가 있었더냐?"

"…."

몸을 일으키는 강준우의 모습에 노인은 혀를 찼다.

제대로 된 타격을 가했다고 생각했지만, 갑옷의 도움으로 충격을 줄인 것 같았다.

실제로 강준우는 견고한 판금 갑옷을 이용했다.

내기를 흘러 넣으며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건곤대나이와 사량발천근의 무리를 이용해서 기운을 흘려보냈다.

마음 같아서는 배진격으로 공격을 돌리고 싶었지만, 상대의 움직임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랐다.

'일섬의 힘을 최대한 끌어 올려도…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라니.'

처음에는 대등하다고 생각됐던 움직임이 어느새 밀리고 있었다.

그게 급격하게 떨어진 주변의 온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달리 대처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치이이익.

강준우는 혈수마공에 힘을 더하면서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강한 열기가 주변의 한기를 몰아냈지만, 3성으로 떨어진 혈수마공은 규화보전의 한기를 이길 수 없었다.

S등급에 등재되어 있는 혈수마공과 등급 외에 등재되어 있는 규화보전.

당연히 규화보전의 힘이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무공의 우위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익힌 무공의 성취였다.

성취에서도 차이가 나자 강준우가 밀리는 것은 당연했다.

'속도. 속도라.'

다크 엘프를 상대한 이후로 누군가에게 속도에서 밀린다는 생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에 있는 노인을 어떤 식으로 상대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노인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다시 달려들며 팔을 떨쳐냈다.

"그만 끝을 내자!"

"…."

자신만만한 외침이 뒤를 이었다.

강준우는 그런 노인을 향해 검격을 뿌리며 뒤로 물러났다.

파앗.

달려든 노인의 잔상이 베어졌다.

다시 빠른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한 노인의 몸이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뒤로 물러난 강준우도 나름 노림수를 가지고 있었다.

"흐읍!"

물러나는 와중에 천마군림보를 펼치면서 은밀히 기운을 흘린 것이다.

이질적인 기운이 파고들자 노인의 몸이 움찔거렸다.

강준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노인의 가슴에 퇴법을 날렸다.

퍼억.

"크윽."

제법 강한 충격을 전할 수 있었다.

익힌 음풍퇴를 이런 식으로 써먹었지만, 작은 충격이라도 줄 수 있는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생각보다 영악했다.

공격을 허용하기 무섭게 그 충격을 발판삼아서 뒤로 물러났고, 강준우는 그런 노인을 뒤쫓으며 검을 뿌렸다.

쐐에엑. 카드득.

길게 돋아난 검강이 그대로 노인의 가슴을 베어냈다.

손끝에 묵직한 충격이 남았다.

그대로 노인의 방어를 뚫어낸 검은 그대로 노인의 상체를 잘랐다.

상당한 위력을 내보이는 검격이었지만, 정작 그 공격을 성공시킨 강준우의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뭐지? 왜 아무 알림도 들리지 않는 거지?'

상체가 베이며 노인의 몸이 기울어 졌지만,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그의 옆에서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쯧쯧. 너무 집중을 한 게지."

파앙.

강한 충격에 강준우의 몸이 꺾였다.

그런 그의 눈에 앞에서 터져 나간 노인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어, 얼음?'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부서지고 있었다.

눈꽃처럼 흩날리는 얼음 조각들을 확인한 그는 그제야 자신이 공격한 대상을 눈치챌 수 있었다.

노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상대가 만들어낸 얼음이었다.

짧은 순간에 강준우의 눈을 속일 정도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게 놀라웠지만, 문제는 이어지는 노인의 행동이었다.

우드드득. 우지직.

노인은 그가 입고 있는 갑옷을 뜯어냈다.

그는 이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듯이 정확한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 빠르게 손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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