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3)
순식간에 뒤를 점하며 날아드는 공격에 윤적평은 바닥을 박찼다.
쉬이익. 콰과광.
그가 있던 자리가 강한 폭발에 휩쓸리며 터져 나갔다.
다행히 제때 몸을 피할 수 있었지만,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기습을 하듯 뒤를 잡은 강준우의 공격이 무로 돌아갔지만, 베가르드가 남아 있었다.
베가르드는 공중에 몸을 띄운 윤적평을 향해 묵직한 일검을 날렸다.
검신에 모인 강력한 기운은 강기였다.
그대로 윤적평의 몸을 양단하려는 듯이 강한 검격이 뿌려졌다.
'잡았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강준우는 이어질 베가르드의 공격까지 염두에 뒀다.
위로 몸을 띄운 만큼 운신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베가르드의 검강을 받아낸다고 하더라도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염두에 둔 강준우는 강한 일격을 준비했다.
쉬이익.
"뭐, 뭐야?"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윤적평은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베가르드의 공격을 피해냈다.
이어질 상황에 대비하던 강준우는 생각지도 못한 회피에 놀라워했다.
그뿐만 아니라 뒤에서 지켜보던 다른 일행들도 깜짝 놀랐다.
"허공답보?"
"아니야. 저건 허공답보가 아니야."
놀란 유키코가 뇌까렸지만, 권우철은 그녀의 말에 반박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노인이 보인 움직임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노인의 반격을 막아내는 게 먼저였다.
공격을 피한 노인은 허공에 뜬 채로 곧장 반격을 날렸다.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에 강준우는 어쩔 수 없이 검을 휘두르며 날아드는 강기를 받아냈다.
터엉. 쐐에엑.
묵직한 공격을 받아낸 그는 곧바로 배진격을 펼쳤다.
나름 안도하고 있는 윤적평을 향해 그가 쏟아낸 강기를 다시 날렸고, 놀란 윤적평은 다시 한 번 몸을 뒤집으며 공격을 피해냈다.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권우철이 놀라며 소리쳤다.
"운룡대팔식?"
"운룡대팔식이라니? 그게 뭔데?"
"곤륜파의 절기…"
"제법이구나! 하압!"
무공의 정체를 잘 알고 있는 듯한 권우철의 말에 윤적평은 제대로 된 공격을 펼쳤다.
공중에 뜬 채로 휘두르는 검에서부터 상당한 강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따로 강준우나 베가르드를 노리며 날리는 강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보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일행들을 노리는 공격이었다.
쐐에엑.
무리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봐줄 이유가 없었다.
앞에 있는 자들이 죽은 놈과 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공격을 받아내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다른 놈들을 지키려면 물러날 수밖에 없을 테지.'
우선은 공격을 멈추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굳이 이들과 싸울 생각은 없었다. 이미 길을 달리 한 동료들과 알 수 없는 놈들과의 거래를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그놈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같은 인간들끼리 싸워서 힘을 키우는 것보다는 모두가 힘을 합치는 게 중요했다.
물론, 자신을 배신한 놈들과 뜻을 함께 할 생각은 없었다.
단호하게 그들을 처리한 것은 복수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앞에 있는 자들은 아니었다.
작은 오해가 있었지만, 그것을 풀어낸 만큼 이들을 통해서 뒤에 숨어 있는 놈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윤적평은 짧은 순간에 생각을 정리하며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였다.
"이런 미친놈을 봤나!"
쿠웅.
바닥을 구른 강준우의 몸이 노인을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동시에 커다란 기운이 터져 나오며 일행을 향해 날아드는 강기를 쳐냈다.
콰과광.
윤적평이 쏘아낸 강기를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지만, 강준우가 펼친 천마군림보는 그 위력을 상당히 줄였다.
거기에 베가르드가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받아내자, 윤적평의 의도는 허무하게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강준우는 곧장 검격을 뻗었다.
검강을 두른 검신이 그대로 윤적평의 미간을 노리며 쏘아졌다.
일섬을 섞은 무영검의 일초였다.
거기에 천마복룡파를 섞으며 빠르게 거리를 좁힌 검신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윤적평은 다시 몸을 뒤집으며 공격을 피해냈다.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가능한 거지?'
말 그대로 구름을 노니는 용 같았다.
연신 위치를 바꾸는 그의 모습에 놀라웠지만, 강준우의 대처도 그에 못지않았다.
강준우는 허공을 베어내기 무섭게 지력을 뿌렸다.
일양지의 기운이 다시 윤적평을 노렸고, 윤적평은 검을 세우면서 공격을 튕겨냈다.
터엉.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지만, 회심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튕겨져 나간 지력이 모습을 갖추며 다시 휘둘러졌다.
'형상기검!'
익숙한 공격에 이를 악문 윤석평은 천마복룡파를 가미한 기검을 받아냈다.
콰드드득.
그대로 검을 날려 버릴 것처럼 강기가 휘몰아쳤다.
현철보검에 덧씌워진 강기의 조각이 와류를 형성하며 그의 검을 쳐냈지만, 윤적평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강준우의 공격을 받아냈다.
콰아앙.
'뭐, 뭐야? 천마복룡파를 막았어?'
상대 역시 검을 회전시키며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
짧은 순간에 그 힘의 정체를 파악하며 비슷한 힘으로 공격을 튕겨낸 것이다.
별다른 충격이 없는 그 모습이 놀라웠지만, 이어지는 노인의 반격이 매서웠다.
"네놈을 죽여서 본을 보인다면 상황이 더 쉬워지겠지!"
"개소리!"
강준우의 대꾸에 노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가볍게 응수했던 그는 힘을 끌어 올렸다.
앞에 있는 놈이 꽤나 강한 힘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막아내지 못할 공격은 아니었다.
'사지에서 살아나오면서 달라진 나다!'
같은 경지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나온 노인은 작은 깨달음을 얻었고, 그 격차로 강준우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작심을 한 노인은 제대로 된 초식을 펼치면 검강을 날렸다.
콰과과광.
용의 형태를 한 강기가 다른 방향을 노리며 강준우를 압박했다.
평범한 강기의 형상이 달라진 게 아니었다.
마치 용이 달려드는 것처럼 여러 강기가 각각 제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이건… 천마기멸격인가?'
비슷한 형태의 무공이었다.
비록, 천마기멸격에 비하면 만들어낸 강기의 수가 턱없이 부족했고, 공격해 오는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
그래도 경시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다.
'흐읍!'
강준우도 남은 힘을 끌어 모으며 검을 휘둘렀다.
곳곳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막아내기 적합한 방법은 바로 검막이었다.
빠르게 손을 놀리자, 그의 주변으로 둥근 막이 생겨났다.
청색의 강기가 회색빛 막에 부딪치며 부서져 나갔다.
콰과과광. 콰과광.
'크윽!'
최대한 충격을 줄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소진한 내공을 채우면서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천마흡기공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사량발천근의 힘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배진격으로 공격을 돌렸지만, 그것만으로는 윤적평의 공격을 모두 받아낼 수 없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천마흡기공을 펼쳐야만 했다.
'이걸 막아냈다?'
나름 절초를 날리며 승부를 지으려고 했지만, 강준우는 모든 공격을 받아냈다.
강기로 검막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콰앙.
되돌아오는 공격을 흘려낸 윤적평은 이를 악물었다.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하고 내공만 소모한 것 같았다.
당연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강준우의 모습에 그는 생각을 다르게 먹었다.
'어쩔 수 없나? 아직까지 완성된 건 아니지만…'
남은 자들도 염두에 둬야 했지만, 당장은 앞에 있는 놈을 쓰러뜨리는 게 먼저였다.
처음 생각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흐음."
기운을 모으던 그는 바닥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낯선 힘에 침음을 흘렸다.
천마군림보를 펼친 강준우는 곧바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쐐에엑. 터엉.
일양지를 앞세우며 접근하는 그의 행동에 윤적평은 뒤로 물러나며 크게 소리쳤다.
"하아!"
커다란 함성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크윽."
"커헉!"
그 소리에 놀란 일행들 중에 일부가 괴로워했다.
제대로 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유키코는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윤적평이 내지른 소리는 그저 평범한 기합 소리가 아니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창룡후(蒼龍吼)에 저항합니다.]
'창룡후?'
사자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종 무공의 음공이었다.
상대방의 정신을 뒤흔드는 공격으로 마공을 익힌 자에게는 상극이었다.
하지만 강준우에게 큰 피해는 없었다.
천마신공이 본능적으로 창룡후를 막아냈고, 내뻗은 검이 윤적평을 베어냈다.
파앗.
검강에 닿은 그의 몸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위치를 바꾼 윤적평은 강준우의 옆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의 검이 강준우를 베어냈다.
서걱.
'잔상?'
그가 베어낸 것 역시 강준우의 잔상이었다.
이형환위를 펼칠 수 있는 것은 윤적평 혼자가 아니었다.
이미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던 강준우도 나름 노림수를 펼치며 상대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 검을 휘둘렀지만, 역시나 윤적평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파앗.
다시 사라진 윤적평은 그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잠깐 부딪친 둘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며 호흡을 골랐지만, 윤적평에게 다른 공격이 날아들었다.
쉬이이익. 콰과광.
그가 물러나기 무섭게 시뻘건 화염구가 날아들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김연희가 곧장 마법을 날렸고, 하야테도 그녀를 도우며 윤적평을 압박했다.
강준우의 실력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난 고수가 그들의 마법에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게나마 도움은 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최대한 강준우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일부러 떨어지기를 기다린 그들은 기회가 오자 힘을 아끼지 않았다.
콰과광. 콰지직.
쏟아지는 마법에 윤적평은 씁쓸해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렇게 든든했던 동료들이 여럿 있었다.
배신을 하면서 남은 자들 중에 일부를 그의 손으로 처리했지만, 저런 모습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길게 끌어서 좋을 건 없겠지.'
다시 달려드는 강준우의 모습에 그는 검을 내던졌다.
대뜸 손에 쥔 검을 뿌리는 윤적평의 모습이 이상했지만, 강준우는 날아오는 검을 쳐내며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채앵.
그가 쳐낸 윤적평의 검이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밀려난 검은 허공에서 방향을 바꿨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검의 모습에 강준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기어검인가?'
강기를 머금은 검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그를 공격했다.
빠르게 그를 옥죄며 날아드는 검과 함께 윤적평이 거리를 좁히며 장력을 뻗었다.
쉬이익. 콰앙.
빛살처럼 날아오는 강력한 일격. 섬전수(閃電手)였다.
곤륜의 무공을 중점으로 익힌 윤적평의 또 다른 절기가 그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어렵지 않게 그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지만, 그 틈을 노리며 허공에 떠 있던 검이 쏘아졌다.
윤적평의 빈틈을 채우며 날아드는 검격에 강준우는 급히 일섬을 섞으며 날아드는 공격을 쳐냈다.
채앵.
하지만 그 틈을 노리며 다시 윤적평이 달려들었다.
콰앙.
예의 섬전수가 다시 날아들며 그를 두드렸다.
짧은 순간 강한 충격이 전해졌지만, 정작 공격을 감행한 윤적평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호신강기?'
저만한 고수가 호신강기를 펼칠 수 있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대했던 호신강기와는 느낌이 달랐다. 마치 힘의 일부를 흡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강준우는 천마흡기공으로 파고든 힘의 일부를 흡수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윤적평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연신 그의 몸을 두드렸다.
콰과광. 콰과광.
아무리 호신강기를 펼친다고 하더라도 충격을 모두 해소할 수는 없었다.
말 그대로 섬전처럼 꽂히는 장력에 강준우의 몸이 밀려났다.
윤적평은 강준우를 몰아붙였다.
호신강기를 부수려는 듯이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고, 뒤늦게 대응하며 공격을 막아내던 강준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공격을 받아내며 쌓이는 충격 때문이 아니었다.
의도치 않게 성장한 스스로의 힘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천마신공이 10성으로 올라섭니다.]
"크윽. 미친!"
공격을 막아내는 와중에 천마신공이 올라섰다.
달라진 변화와 함께 강준우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강한 기파가 뿜어져 나왔다.
쿠구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