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4)
10성으로 올라선 천마신공.
동시에 곳곳에서 미증유의 힘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천마흡기공으로 흡수했던 윤적평의 힘이 곧장 내공으로 스며들었고, 저절로 뿜어낸 기파에 상대가 밀려났다.
손을 뻗으면 그대로 윤적평의 머리통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고전하던 고수였지만, 앞에 있는 자를 쓰러뜨리는 것은 닭 모가지를 비트는 것보다 더 쉬울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뭐, 뭐지?'
너무나 하찮게 느껴지는 상대의 모습에 의문이 생겼다.
이기어검을 사용할 수 있는, 지금까지 만난 자들 중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 윤적평이었다. 하지만 그런 존재가 너무 하찮게 느껴졌다.
고작 천마신공이 10성으로 올라서면서 갖게 된 생각이었다.
강준우도 스스로가 달라졌다는 것을 인지했다.
우려했던 것처럼 천마신공이 오르면서 큰 변화가 일어난 게 분명했다.
'이대로는 위험… 하겠는데.'
스스로 위험함을 인지하면서 천마신공을 억누르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낯선 알림이 떠올랐다.
[천마강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천마강림이 펼쳐집니다.]
[잠력이 폭발됩니다. 익히고 있는 하위 마공의 부족한 성취가 천마신공의 성취에 맞춰집니다.]
'천마강림?'
확인하지 못한 능력이 자동적으로 펼쳐지기 무섭게 그의 머릿속이 까만 어둠으로 가득 찼다.
"크크큭."
굳게 다문 입술을 비집고 기분 나쁜 웃음이 흘러나왔다.
절로 모골이 송연해 질 정도로 섬뜩한 웃음에 윤적평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 와중에 성장을 한 건가?'
생각지도 못한 변화에 윤적평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바로 앞에서 그 변화를 확인한 그는 더욱 강한 힘을 끌어 올리며 강준우의 가슴을 후려쳤다.
가진 힘이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변화에 곧바로 적응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취약한 상황을 노릴 생각이었다.
콰앙.
내뻗은 섬전수가 그대로 강준우의 가슴에 꽂혔다.
무방비 상태로 허용한 일격이었지만, 오히려 공격을 적중시킨 윤적평이 튕겨져 나갔다.
'크윽.'
강력한 반발력에 놀란 그의 눈이 커다래졌지만, 곧 그를 향해 시린 장력이 날아들었다.
'이건 소수마공?'
투명하게 변한 손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어렵지 않게 무공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지만, 너무 가까이 붙은 상황이라 그 공격을 피해낼 수가 없었다.
콰앙. 까드드득.
윤적평은 다시 섬전수를 펼치며 공격을 받아냈다. 하지만 그는 다시 힘에 밀리며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크윽."
부딪친 팔을 통해서 극음의 기운이 파고들었고, 강력한 음기에 윤적평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뒤늦게 파고든 힘을 떨쳐냈지만, 강준우는 다시 한 번 멀리서 장력을 뿌렸다.
쐐에엑. 까드득.
음한 기운을 잔뜩 머금은 장력이 허공을 격하며 날아들었다.
새하얀 수강이 주변에 얼어붙은 조각들을 모으며 쏘아졌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키코는 깜짝 놀랐다.
"저, 저건 소수마공의 오의인데."
"오의라니?"
"나도 겨우 펼칠 수 있는 오의야. 적어도 10성을 넘겨야 제 위력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0성이라고?"
유키코도 아직 달성하지 못한 성취였다.
이제 겨우 9성에 이른 소수마공이었지만, 그보다 한참 뒤에 소수를 익힌 강준우는 오히려 그녀의 힘을 능가하고 있었다.
강력한 공격에 윤적평은 당황하며 공격을 쳐냈다.
채앵. 콰과광.
이기어검을 펼친 검을 회수하며 공격을 받아냈고, 커다란 폭발과 함께 날아든 수강이 터져나갔다.
부서진 장력에 얼음 조각들이 비산하며 허공에 휘날렸다.
흩날리는 얼음 조각은 마치 눈꽃이 휘날리는 것 같았지만, 강준우는 손을 뻗으며 부서져 나간 조각들을 움직였다.
휘이이익.
거칠게 몰아치는 조각들이 폭풍으로 변하며 윤적평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치 만천화우를 펼치고 있는 것 같았다.
부서진 조각이 암기로 변하며 그를 덮쳤고, 기겁한 윤적평은 손에 쥔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티디디딩.
펼쳐진 검막에 휘몰아치던 얼음조각들이 부서져 나갔다.
하지만 이어지는 강준우의 손짓과 함께 강한 충격이 그를 두드렸다.
터엉. 터엉.
지금까지 사용했던 일양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쏘아낸 일양지는 천마복룡파의 힘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무공에 기본적으로 천마신공의 힘이 담겨 있었다.
회전하는 강한 기운이 윤적평의 방어가 뚫렸다.
'크윽. 아무리 각성을 했다고 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위를 보이며 상대했던 놈이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실금이 간 채로 곧 부서질 것 같은 검을 확인한 윤적평은 입술을 깨물며 강준우를 바라봤다.
"흐음."
그의 주변으로 강기로 만들어진 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형상기검을 이용해서 만든 기검이 강준우의 주변을 노닐었다.
"허어. 이기어검이라니!"
강준우는 윤적평이 사용했던 그 능력을 펼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겨우 하나의 검을 움직이는 윤적평과는 다르게 여러 개의 기검을 움직이고 있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느낌은 없었지만, 생겨난 여러 개의 기검만으로도 엄청난 중압감이 느껴졌다.
'쉽게 막을 공격이 아니다!'
어렵더라도 지지 않을 싸움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달라진 강준우는 혼신의 힘을 쏟아내고 있는 그조차도 상대하기 버거운 힘을 내보이고 있었다.
윤적평은 뒤늦게 강준우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뭔가에 먹힌 건가?'
초점이 없는 눈.
회색으로 가득 찬 눈빛이 이상했지만, 곧 날아든 기검에 그런 생각을 이어갈 수도 없었다.
쐐에엑.
강준우의 주변에 생겨난 기검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허공을 격하며 날아든 범상치 않은 힘에 윤적평은 강기를 쏘아내며 날아오는 검을 쳐냈다.
콰앙. 콰앙.
공격 하나하나가 묵직했다. 하지만 윤적평도 여기에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강기를 뽑아내면서 날아드는 공격을 쳐냈고, 강한 충격을 남긴 기검이 튕겨져 나갔다.
그렇게 몇 개의 기검을 부러뜨렸지만, 문제는 부서진 기검도 다시 힘을 얻으며 날아든다는 점이었다.
"미친!"
생각지도 못한 수법에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만큼 상대하고 있는 강준우의 능력은 사기적이었다.
콰과광. 콰과광.
점점 속도를 올리며 쏟아지는 기검과 그 잔해들은 마치 천마기멸격을 펼치고 있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저건… 완전히 반칙이잖아? 말도 안 돼!"
"원래 저렇게 강했었나? 이기어검까지 펼칠 정도로?"
"저게 이기어검이라고?"
"저 노인이 쓴 것과 다를 게 뭐야?"
"…."
모두는 유키코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펼치고 있는 힘은 그들도 많이 봐왔던 힘이었지만, 같은 기술이라고 하기에는 강준우의 상태가 너무 정적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들어낸 기검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터무니없는 그의 모습을 확인한 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와 같은 편이라는 게 너무나 든든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왠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데.'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강준우가 반격을 하기 무섭게 공기가 변했다.
대부분은 아직 강준우의 변화를 확신하지 못했다.
그저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생각했고, 압도적인 강함은 그런 사실도 잊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 있서 윤적평의 공격을 막아내던 베가르드는 달라진 강준우의 상태에 떨려오는 몸을 가누며 뒤로 물러났다.
베가르드는 곧 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일깨웠다.
- 물러나라.
"무, 물러나라니? 그게 무슨…"
- 지금 저놈은 너희가 알던 놈이 아니다.
"…."
사뭇 진지한 베가르드의 말에 권우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 역시도 어렴풋이 강준우의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가진 신성력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질 정도로 엄청난 마기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기(魔氣).
평범한 기가 아니었다.
그가 가진 힘과는 상극인 힘을 줄기차게 뿜어내는 강준우의 모습에 권우철은 불안한 눈으로 강준우를 바라봤다.
콰과광.
강준우는 계속해서 기검을 움직이며 윤적평을 압박했고, 윤적평도 필사적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계속해서 검강을 뽑아내며 공격을 쳐냈다.
그리고 강한 충격을 흘리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다.
콰과광. 파사삭.
"크윽."
충격을 이기지 못한 검이 그대로 부서져 나갔다.
더 이상 막아낼 수단이 없던 그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절기를 뿌리며 날아드는 공격을 튕겨냈다.
상청무상겁(上淸無上劫).
강기공의 일종으로 곤륜의 절기 중에 하나였다.
다만, 소진되는 내공은 그조차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라 쉽게 펼치지 못하고 있는 무공이었다.
이미 패한 싸움이었다.
계속 부딪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차라리 기회가 있을 때, 공격을 받아낼 여력이 남아 있을 때 몸을 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우선은 물러난다!'
상대도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했다.
우선 몸을 피하면 놈이 자멸할 지도 몰랐다.
거센 소나기는 피하면 그만이었다.
결단을 내린 윤적평은 날아오는 검을 쳐내며 그 반동을 이용했다.
콰앙.
강한 충격과 함께 윤적평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날아드는 공격을 받아내며 그 반발력을 이용했고, 순식간에 강준우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었다.
충격이 남겠지만, 다시 날아드는 기검을 발판삼아서 물러나야만 했다.
쐐에엑.
밀려난 그를 쫓아서 다시 기검이 날아들었다.
윤적평은 남은 힘을 끌어 모으며 기검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다시 반발력을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그 순간 날아오던 기검이 방향을 바꿨다.
'설마?'
상대하는 놈의 육체는 알 수 없는 뭔가가 지배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분명히 그렇게 느꼈지만, 강준우는 본능적으로 그를 뒤쫓아왔다.
이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곧바로 따라붙은 강준우의 모습에 윤적평은 입술을 깨물었다.
'본능적으로 내 움직임을 읽었다는 건가!'
질겁한 그는 강한 살기를 느끼며 몸을 띄웠다.
콰과광.
그가 있던 자리가 터져 나가며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
다행히 제때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지만, 다시 지력이 쏘아지며 기검을 만들어냈다.
'흐읍!'
하늘을 베어낼 것처럼 빠르게 휘둘러지는 검격에 윤적평은 미친 듯이 몸을 뒤집었다.
허공에서 그런 움직임을 내보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였지만, 그는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 빨라진 검격.
무영검 역시 보정을 받아서 성취가 오른 만큼 윤적평의 몸에는 수많은 상흔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난다면 결국에는 먼저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마냥 피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도 죽음을 각오하며 힘을 끌어 모았다.
"끄으으으. 이놈!"
상청무상신공(上淸無上神功)을 극성으로 끌어 올린 그의 손에 푸른 강기가 맺혔다.
휘둘러지는 검격을 모두 튕겨낸 윤적평은 그대로 강준우의 가슴을 노리며 장력을 뿌렸다.
퍼억.
날아드는 강기를 모두 흘리며 꽂힌 강력한 일격.
그대로 가슴을 꿰뚫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위력이 담겼지만, 정작 공격을 감행한 윤적평의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끄으으으!"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오히려 기운을 빼앗기고 있었다.
손과 맞닿은 가슴을 통해서 얼마 남지 않은 진기가 모조리 빨려 들어갔고, 곧 강한 반발력이 뒤를 이었다.
콰아앙.
부딪친 강준우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강기와 다르지 않은 힘이 그대로 윤적평을 휩쓸었다.
터엉.
미처 대응을 할 겨를도, 남은 힘도 없었다.
고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기력한 모습으로 튕겨져 나간 윤적평은 핏덩이를 토해냈다.
그가 내뱉은 붉은 덩어리 속에는 잘게 부서진 내장 조각이 가득했다.
"으으으."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그의 눈동자가 잘게 떨려왔다.
직접 겪어보고도 무슨 일이 벌어진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강함을 다시 떠올린 그는 잘게 몸을 떨었다.
이미 죽음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강준우는 그런 윤적평을 무심한 눈길로 내려다봤다.
이런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이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의 관심이 돌아갔다.
"괘, 괜찮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