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10화 (210/254)

드러난 비밀 (1)

[이번 일도 실패로 돌아갔다?]

"면목이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들이 엘프들을 공격했다던데. 어떻게 된 일이냐?]

"이, 인간들을 너무 과소평가했습니다."

[….]

로드라는 자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숙이며 변명을 이어갔다.

변명처럼 느껴졌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계약을 맺은 인간들이 그런 식으로 움직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놈들이 동족을 죽여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놈들은 생뚱맞게 엘프들을 공격했습니다."

[….]

"손에 넣은 힘으로 더 큰 욕심을 부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엘프들을 상대하면서 얻을 수 있는 힘이 더 많았던 것을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흐음.]

"인간들의 탐욕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놈들을 이용해서 같은 인간들의 수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

[오히려 엘프들을 죽였다?]

"며, 면목이 없습니다."

황당해하는 로드의 말에 한데 모인 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행히 그가 분노하지는 않았지만, 점점 그들에게 가까워지는 인간들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손짓만으로 죽일 수 있는 놈들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 그들이 힘을 모으면 이곳에 있는 종족의 대표들도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 대책을 세우고 있었지만, 인간들은 그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변수를 만들어냈다.

"이 기회에 뜻을 달리 했던 종족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뜻을 달리 했던 자들을? 그게 가능할 것 같은가?"

"그들 역시 인간에 대한 적개심이 없는 것은 아닐 터. 엘프들이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위협을 느끼고…"

[좋지 않다.]

로드는 그 말을 일축했다.

채 말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단호하게 끊어내는 로드의 반응에 의견을 꺼냈던 자는 말을 아꼈다.

[이 일이 오히려 우리를 옥죌 것이다. 원인을 제공한 것은… 우리다.]

"애초에 인간들이 우리를 이곳으로…"

[뜻을 달리했던 이유는 이미 미련을 버렸다는 뜻이다. 이 일을 밝히고 그들을 끌어들이려고 한다면 먼저 우리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겠지.]

"그들이 어찌 그런 짓을 벌이겠습니까?"

[인간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은 여기 자리한 모두의 의지 때문이니까.]

"…."

정곡을 찌르는 로드의 말에 모두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너무나 쉽게 생각한 것 같았다.

하찮은 인간이 발악을 한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힘을 가진 인간은 또 달랐다.

'이미 잊은 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에는 인간에게 밀려난 그들이었다.

과거의 치욕을 다시 되갚아줄 생각이었지만, 이번에 벌인 일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엘프들을 비롯한 다른 존재들에게 위화감만 심어준 셈이었다.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지만, 이곳으로 온 인간들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확실히 하는 게 좋겠지.]

"…."

[라이칸. 네가 직접 나서야겠다.]

"제, 제가 직접 말입니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확실히 해결을 하는 게 좋겠지. 눈엣가시 같은 놈들을 모두 처리하면 내가 다시 방도를 찾을 것이다.]

"…."

[너희들 역시, 반드시 그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모습에 남아 있던 다른 존재들은 안도했다.

그런 일을 맡지 않게 된 것 자체가 다행이었다.

오랜 시간을 염원하던 일에 빠진다는 것 자체가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라이칸이라고 불리는 자는 명을 내린 로드를 믿었다.

로드라는 존재의 말이 가볍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찾겠다는 말은 반드시 지켜질 게 분명했다.

[경계를 넘는 인간들을 상대해라.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다른 자들이 개입한 명분만 줄 것이니 신중해야한다.]

"알겠습니다."

[놈들을 모두 제거해야만 차원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명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로드는 다시 모습을 감췄다.

자리한 다른 존재들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곳을 벗어났지만, 라이칸이라고 불린 자는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흐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기다란 일이 결국에는 다른 인간들 때문에 막히게 됐다.

그렇게 한참동안 자리에 앉아서 불편한 마음을 정리한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지."

낮게 뇌까린 그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드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 ★ ★

꽤나 힘겨운 시간을 뒤로한 모두는 다시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강준우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가진 기운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였다.

특히, 강준우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천마강림이라.'

펼친 시간이 그렇게 길지만은 않았지만, 그 힘이 남긴 여파가 작지 않았다.

따로 윤적평의 내공을 갈취하고 날아드는 공격을 흡수하며 움직였지만, 남아 있는 내공이 거의 없었다.

만약 상청무상신공을 손에 넣지 않았다면 모든 힘을 소진하고 그대로 죽었을 게 분명했다.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인지한 강준우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점혈만으로 천마신공을 묶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다시 정신을 잃을 것을 우려해서 스스로의 몸에 제약을 가했지만, 천마신공의 공능은 그 힘을 풀어내고 있었다.

11성에 오른 점혈로도 천마신공의 힘을 묶을 수 없었다.

점점 풀리는 힘에 다시 스스로를 묶으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힘을 죽일 다른 힘을 키우는 것이었다.

상청무상신공.

곤륜의 절기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금강부동심결이라는 소림의 무공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다행히 상청무상신공으로도 천마신공에 대항할 수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심법이었지만, 강준우는 일부러 상청무상신공으로 운기를 이어갔다.

영약을 복용하면서 그 힘을 키우기 무섭게 반발이 있었다.

상반되는 기운을 들이지 않으려는 천마신공의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조화신공이 제 역할을 다하며 두 힘을 조율했다.

[상청무상신공이 3성으로 올라섭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다른 심법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 날뛰던 천마신공이 조금 누그러진 듯한 느낌이었다.

'아직까지는 영약이 효과가 있나?'

사용한 영약은 다행히 큰 도움이 됐다.

등급 외의 심법이었지만, 아직 성취가 낮은 만큼 어렵지 않게 성취를 올릴 수 있었다.

이미 천마신공의 성취를 높이고 극마경에 오르게 되면서 다른 무공에 관한 이해가 충분했다. 아무리 처음 접하는 무공이라도 그 기본은 비슷했기 때문에 빠르게 성취를 높일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정신을 잃는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속단할 수 없었다.

'아직, 천마강림을 펼치기에는 무리겠지?'

최소한 천마강림을 펼치면서도 정신을 잃지 않을 때까지는 힘을 키워야만 했다.

상청무상신공뿐만 아니라 건곤대나이도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두 힘을 염두에 둔 그는 기운을 갈무리하면서 남아 있는 기억을 떠올렸다.

'윤적평? 죽은 노인이 이름인가?'

이곳에 떨어지고 난 이후에 굵직했던 사건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아무래도 그 기운을 흡수하면서 상대의 기억까지 넘어온 것 같았다.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천마흡기공이 10성을 넘어가면 이런 것도 가능한 건가?'

천마강림을 펼치면서 다른 마공의 성취가 일시적으로 오른 것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 사실을 염두에 둔 그는 떠오른 기억의 조각들을 살피며 침음을 삼켰다.

'원래 무공에 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었잖아?'

기운을 유형화 시키지는 못 했지만, 나름 기공술이라는 것을 수련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무술을 연마한 사람이 바로 윤적평이었다.

그리고 그 지식을 토대로 힘을 키웠고, 다른 노인들과 함께 여기까지 온 것이다.

'유일하게 계약을 거절한 사람이었나?'

적대적인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는 윤적평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강이나마 그 생각을 읽은 강준우는 씁쓸해하며 상념을 떨쳐냈다.

남은 놈들을 혼자서 상대할 수 없다는 생각은 같았지만, 그렇다고 믿을만한 동료를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윤적평의 생각을 뒤로한 그는 일전에 펼친 무공들을 떠올렸다.

'그 노인을 처리했을 때 사용한 수법이… 천마반탄기 같았는데.'

호신강기를 폭발시키며 상대를 격살하는 수법.

아직 그가 익히지 않은 천마반탄기가 분명했다.

노인과 상대하는 와중에 천마강림을 펼치면서 익히지 못했던 여러 무공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비록, 제 의지로 사용한 무공은 아니었지만, 그 느낌은 여전히 몸에 남아 있었다.

의도치 않게 상위 무공을 경험한 상황이었다.

이기어검은 물론이고, 무의식중에 펼친 천마기멸격의 무리들이 강렬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기억 역시 기연으로 다가왔다.

강준우는 펼친 무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 감각을 기억하려고 노력했고, 곧 그의 주변에 몇 개의 기검이 생겨나며 주변을 노닐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주변을 지키던 다른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혹시라도 그가 다시 변한 것은 아닐지 우려하며 거리를 벌린 채, 상황을 지켜봤다.

'이기어검!'

조금 전에 보였던 그 수법을 다시 재현하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뭔가에 집중하는 강준우의 모습에 하야테는 모두에게 뜻을 전했다.

-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어.

텔레파시로 전해진 그의 생각에 모두가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한참을 기검을 만들어내며 몇 가지 무공을 살피던 강준우는 곧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은 거야?"

"괜찮아. 다들 왜 그러고 있어?"

"그야…"

"너 때문이지! 또 눈이 돌아갔나 싶어서 물러난 거지."

김연희는 퉁명한 목소리로 권우철의 대답을 대신했다.

조심스러운 일행의 모습에 그는 멋쩍어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뭐야?"

"기운을 너무 소진했어. 다시 운기를 해야 할 것 같아."

"…."

조금 전에 이기어검을 시험하느라고 소진한 내공이 상당했다.

작지 않은 힘을 다시 채우기 위해서는 운기가 필요했고, 그의 말에 김연희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그러니까 왜… 에휴."

"…."

대꾸가 없는 그의 행동에 김연희는 뒤로 물러났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강준우와의 거리를 벌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만들었고, 이후의 상황을 준비했다.

다시 자리에 앉은 강준우는 상점창을 살폈다.

형상기검을 만들고 이기어검을 사용하면서 사용하지 못한 힘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천마반탄기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천마신공을 묶어놔서 그런가? 그게 아니라면 상점에서 직접 구입을 해야만 펼칠 수 있는 건가?'

천마반탄기는 이기어검처럼 그 느낌을 살려서 펼칠 수가 없었다.

이상함을 느끼며 상점창을 살피자, 천마반탄기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천마신공이 10성으로 올라서고, 반탄기라는 무리가 있어야 배울 수 있는 무공이었다.

윤적평을 상대하면서 그를 튕겨냈던 수법으로, 호신강기의 일종이었다.

강기공의 일종인 천마반탄기.

말은 호신강기였지만, 공격적인 성향이 강했다.

몸 주변에 펼쳐진 강기의 방어막을 사방으로 날리면서 주변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고절한 수법이었다.

'괜히 이걸로 고민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냥 배우는 게 더 좋겠지?'

그렇지 않아도 신경 쓸 게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다시 천마신공의 힘이 커지면서 몸을 빼앗기는 것이었다.

따로 대항하는 심법을 익히고 있다지만, 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괜히 다른 것에 신경을 쓰느니 포인트를 통해서 무공을 익히는 게 나았다.

지금은 천마신공에 대항할 힘을 키우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강준우는 곧장 포인트를 이용해서 천마반탄기를 손에 넣었다.

[천마반탄기를 익혔습니다.]

더불어 따로 익힐 수 있는 다른 무공을 살폈지만, 아직 익힐 수 없는 것들이 대분이었다.

몇 개의 무공을 염두에 둔 그는 다시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기운을 회복하고 다시 눈을 뜨자, 베가르드가 다가왔다.

"이제 다시 마을로 갈 건가?"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마을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지?"

"너희들이 밖에서 기다리면 대장로님의 뜻을 가지고 나오겠다."

그런 엘프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강준우는 베가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곧 모두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가르드가 앞장서며 빠르게 숲을 내달렸다.

강준우와 일행들은 그의 뒤를 쫓았고, 다시 엘프들이 지키는 곳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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