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17화 (217/254)

타락한 존재들 (1)

황 노인은 강준우와 함께 앞장서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있었다.

권우철을 위시한 사람들과 정은수를 위시한 사람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움직였다.

이제 같은 배를 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에 모든 감정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파블로와 타티아나를 쓰러뜨린 사람들이었다.

물론, 원인은 그들이 제공했고, 이미 두 사람의 죽음을 납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친근하게 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다크 엘프들. 쉬운 상대는 아닐 겁니다."

"타락한 드워프들도… 쉬운 상대는 아닐 거네. 직접 상대해보니 힘이 무지막지하더군. 정면에서 부딪친다면 오히려 낭패를 당할 수도 있네."

"다크 엘프들은 빠르더군요."

"흐음. 빠르다라."

"발을 묶을 수 없다면 상대하기 힘들 겁니다. 비슷하게 움직여야 공격을 적중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극쾌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말이겠지?"

서로를 견제하는 일행들과 다르게 앞장서서 걷고 있는 강준우와 황 노인은 친근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물론,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지는 않았다.

여차하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서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지만, 굳이 그런 감정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다.

- 우리는 차라리 드워프를 상대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헤이스트를 사용하는 것보다 힘만 흘리면 될 것 같으니까.

- 다크 엘프들을 만나면 은수 양이 그들을 묶는 게 좋을 것 같네. 우리는 다크 엘프들을 상대하는 게 좋겠어.

두 사람은 서로 나눈 대화를 뒤에 있는 일행들에게 알렸다.

하아테의 텔레파시를 통해서 일행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정은수 역시 음공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검강을 펼칠 줄 아는 것 같던데… 경지에 오른 건가?"

"경지라니요?"

"화경 말이네. 초절정을 넘어섰냐는 뜻… 아, 내 경지를 먼저 밝혀야겠군. 나는 화경에 올랐네. 강기를 사용할 수 있지."

"저는 극마경입니다."

"흐음. 마공을 익히고 있는 건가?"

극마경이라는 말에 황 노인은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서 지금이 가장 심각한 것 같았다.

6:4로 보상을 나누자고 했던 때보다 지금 내보인 표정이 더 어두웠다.

"뭐 잘못 된 거라도 있습니까?"

"아, 아니네. 그런 뜻이 아니었어. 그런데 용케도… 멀쩡하군."

"…."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이미 파블로의 상황을 겪은 황 노인으로서는 강준우의 상태가 걱정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한 말이네."

"…."

"자네도 봤다시피, 파블로라는 일행은 제 정신이 아니었지. 초절정에서 화경으로 올라가는 와중에 일이 잘못된 것 같았네."

"그런가요?"

그로서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대충 상황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경지가 오르면서 그런 변수가 생긴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

"아무래도 너무 방심하고 있었던 것 같네."

"방심이요?"

"파블로는 정종 무공을 익히고 있었네. 무당파의 무공만 집중적으로 익혔었지."

강준우는 상대했던 자가 태극을 형상화하며 공격을 받아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사용한 무공이 바로 정종 무공이었다.

무당파라면 정파를 대표하는 무림의 문파들 중에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진 것 같았네."

"주화입마라."

무공을 익힌 자들이 가장 경계해야할 상황이었다.

아무리 정종 무공을 익혔다고 하지만, 주화입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황 노인의 말을 듣던 강준우의 머릿속에 많은 의문이 생겨났다.

'무당의 무공으로 주화입마라고? 화경에 오르는 와중에?'

그가 극마경에 올랐을 때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 그런 것에 무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마공이라고 할 수 있는 천마신공으로 극마경에 오른 그는 멀쩡했다.

오히려 정종 무공으로 화경에 오를 파블로라는 사람보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내가 놀란 것은 자네가 극마경에 올랐다는 것 때문이네."

"…."

"경지야 같겠지만, 극마경이라는 말 자체가 마공을 익혔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멀쩡하다는 게 신기했거든."

"그렇네요. 이해가 갑니다."

이미 천마강림을 통해서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던 강준우였다.

그런 황 노인의 놀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이 놀라웠다.

"하긴, 정종 무공이나 마공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 같군그래."

"큰 차이가 없다니요?"

"어차피 그 목적은 같지 않은가? 정종 무공을 익혔어도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매한가지니까."

"…."

자조적인 황 노인의 말이 큰 울림을 남겼다.

천마신공으로 자신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가지고 있는 강준우에게는 무엇보다 그의 말이 크게 다가왔다.

"그 말은… 마공이나 정공이나 같다는 겁니까?"

"우리에게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네."

"…."

"흔히 말하는 정공이야 심신을 단련하기 위한 목적이 컸겠지. 그 과정에서 정신을 수양하고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겠지만, 지금이야 얼마나 쉽게 상대방의 목숨을 취하는 게 주가 아닌가?"

황 노인의 말처럼 이런 상황에 처한 그들에게는 정공이나 마공이나 같았다.

그저 강한 위력을 내서 얼마나 상대에게 큰 피해를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제는 따로 수련을 거치지 않고, 그저 포인트를 이용해서 강해질 수 있었다.

수련할 시간이 생략된 것이다.

빠른 시간, 강한 위력을 낼 수 있는 마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청무상신공을 익히는 것도 큰 효과가 없는 건가?'

천마신공의 힘을 억누르기 위해서 익히고 있는 곤륜의 신공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알 수 없는 시스템을 이용해서 익히는 무공이라면 황 노인의 말처럼 마공이나, 정공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이미 파블로라는 자를 통해서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씨발! 어떻게 하라는 거지?'

짜증이 확 밀려왔다.

새로운 사실에 막막함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단단히 마음을 먹는 게 전부인 건가?"

"… 흐음.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아닙니다. 그래도 마공을 익히는 것보다는 정공을 익히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면 정공이 나을 테지."

"…."

강준우는 황 노인의 말을 곱씹었다.

현실에 있을 때, 황 노인 역시 무술을 수련하던 사람이었다.

외국에 도장을 차리면서 생활하던 그인지라,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무공과 관련된 쪽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았다.

"마공이나 정공이나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네. 이미 무당의 무공을 익힌 파블로도 그렇게 변하지 않았나? 그리고… 어떤 무공을 익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는 멀쩡하지 않은가?"

"흐음."

"뭐,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겠지."

"마음가짐이요?"

"결국에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거겠지. 칼을 쥔 사람이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사람을 해칠 수도,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고 하니까."

"…."

황 노인의 조언에 강준우는 그 말을 되뇌었다.

'마음가짐? 천마신공에 먹히지 않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건가?'

그게 가능했다면 천마강림을 펼쳤을 때, 그런 일은 없어야만 했다.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말이었지만, 정작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없었다.

지금은 그저 천마신공을 경계하면서 상청무상신공을 수련하는 게 최선이었다.

계속되는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런 상념도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누군가 움직이는 건가?'

앞장서서 걷던 강준우는 멀리서 느껴지는 기척에 황 노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뒤늦게 그와 시선을 마주한 황 노인은 빠르게 다가오는 무언가를 확인하며 물었다.

"놈들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 수가 상당한 것 같군. 모두들 준비 하시게!"

"적이야. 수가 많아!"

두 사람의 말에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곧바로 대열을 갖췄다.

서로가 싸우기 편한 형태로 자리를 잡았고, 황 노인은 정은수가 있는 무리의 앞에 서며 나타날 적을 기다렸다.

강준우는 일행들 뒤로 움직이며 천천히 기운을 끌어 올렸다.

"너는 왜 뒤에 서는 거야? 저 영감님처럼 앞에서 막아야 하는 거 아니냐?"

"내 마음이지. 그게 불만이면 네가 앞장서든가."

"…."

황 사부라고 불리는 노인과는 사뭇 다른 강준우의 태도에 김연희는 말을 아꼈다.

그 사이, 방패를 들어 올리며 앞을 가로막던 권우철은 곧바로 신성 마법을 사용하며 모두의 능력을 끌어 올렸다.

"블레싱!"

그를 중심으로 환한 빛이 퍼져나갔다.

그 범위에 속한 사람들은 작게나마 향상된 힘을 느끼며 권우철에게 눈짓을 보냈다.

"고마워요."

"고맙긴요, 당연한 건데요."

"온다! 긴장해!"

인사를 주고받던 그들은 이어지는 강준우의 말에 다시 긴장하며 전방을 살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존재를 확인하며 놀라워했다.

"뭐야? 저들이 타락한 존재들이라고?"

"…."

모습을 드러낸 적들의 정체에 모두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연히 까만 피부를 가지고 있는 놈들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다크 엘프나 다크 드워프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모습을 드러낸 놈들은 익히 알고 있는 놈들이었다.

"저것들은… 개새끼들이잖아?"

"웨어 울프들이야! 그것도… 모두가 대전사들이고."

"아우우우!"

어느새 주변을 포위한 놈들이 울부짖었다.

대략 스무 마리 정도의 웨어 울프들이 그들의 주변을 가로막았다.

"난 또 뭐라고? 그냥 대전사라면 어렵지 않겠는데?"

"그러게. 다크 엘프인줄 알고 잔뜩 긴장했더니."

이미 웨어 울프들과는 학을 뗄 정도로 많이 상대한 경험이 있었다.

처음 마주했던 대전사는 강력했지만, 좀비로 변한 놈들은 그럭저럭 상대할만했다.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황이었다.

잔뜩 긴장했던 모두는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지만, 강준우와 황 노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흐음. 이전에 상대한 놈들과는 다른 것 같은데.'

생각과는 많이 다른 놈들이었다.

대전사라고 하기에는 가진 힘이 생각보다 컸다.

그래도 버거울 정도의 상대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런 놈들 뒤로 모습을 드러낸 조금 다른 털을 가진 두 놈이었다.

칠흑 같이 어두운 털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었다.

고목이 만들어낸 그늘에 숨어서 날카로운 눈초리만 내보이는 두 놈에게서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 긴장해. 보통 놈들이 아니야!

- 방심하지 마라! 쉬운 놈들이 아니다!

강준우는 물론이고, 황 노인까지 일행들을 일깨웠다.

가장 강한 고수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말에 나름 여유를 가졌던 일행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두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말을 내뱉을 리가 없었다.

"아우우우!"

그들이 생각을 달리하기 무섭게 예의 울부짖음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평범한 소리가 아니었다. 강한 마력이 담긴 피어였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우르겔의 마력에 저항합니다.]

'우르겔?'

10성의 천마신공이 저항할 정도의 피어라면 상대가 가진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강력한 피어와 함께 포위하고 있던 웨어 울프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늘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까만 털을 가진 두 마리의 웨어 울프도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두 웨어 울프는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인근을 강력한 살기가 뒤덮었고, 범상치 않은 놈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막아놨던 혈도를 풀었다.

투두두둑.

쉽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직감했다.

어설프게 상대하느니 처음부터 제대로 된 힘을 내는 게 중요했다.

천마신공의 기운이 빠르게 그의 전신을 내달렸다.

곳곳으로 전해지는 강한 힘을 느낀 그는 떨어져 있는 황 노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왼쪽을 맡겠네."

"알겠습니다. 제가 오른쪽에 있는 놈을 맡죠."

"나머지는 대전사라는 놈들을 맡게! 먼저 두 놈을 처리하면 그때 도우러 올 테니까."

"아, 알았어요!"

"준우야, 조심해!"

크게 소리친 황 노인은 곧장 진각을 밟으며 주먹을 뻗었다.

그의 주먹에서 뻗어 나온 권강이 그대로 달려드는 까만 털의 웨어 울프를 향해 날아갔다.

'백보신권!'

이전에 확인한 적이 있는 무공이었다.

소림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황 노인의 모습을 뒤로한 강준우는 기운을 끌어 올리며 곧바로 일양지를 쏘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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