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존재들 (3)
우르겔이라는 놈을 쓰러뜨렸지만, 사용한 힘이 만만치 않았다.
이전에 상대했던 다크 엘프보다 많은 포인트를 주는 걸로 봐서, 놈들의 위치를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후우. 후우."
호흡을 고른 강준우는 곧바로 주변을 둘러봤다.
콰과과광.
황 노인은 남은 놈과 호각을 이루며 싸우고 있었고, 일행들은 웨어 울프 대전사들을 상대로 비교적 잘 버티고 있었다.
그래도 놈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짧은 순간, 판단을 내린 강준우는 곧바로 웨어 울프 대전사를 향해 움직였다.
'우선 기운을 회복하는 게 좋겠지?'
가진 힘을 회복하면서 일행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따로 황 노인을 도울 수도 있었지만, 괜한 싸움에 끼어들어서 오해를 만드는 것보다는 그에게 맡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화경에 오른 황 노인이라면 놈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강준우는 가까운 대전사를 향해 장력을 뿌렸다.
쐐에엑. 콰앙.
시린 장력이 대전사의 몸에 꽂혔다.
우르겔이라는 놈에게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공격이었지만, 대전사에게는 아니었다.
일격을 막아낸 대전사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꽤나 버거웠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대전사의 모습에 강준우는 곧바로 거리를 좁히며 손을 뻗었다.
우선 놈을 잡고 기운을 회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가까이 다가오기 무섭게 대전사는 강력한 공격을 토해냈다.
쿠와아아.
크게 벌린 입에서부터 강한 공격이 쏘아졌다.
일양지를 몇 배나 키워놓은 듯한 공격이었다.
그대로 다가오는 강준우의 머리를 날려버릴 것 같았지만, 맹렬하게 날아오던 공격이 튕겨져 나갔다.
터엉.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공격을 쳐냈다.
대전사의 공격은 그의 손짓에 방향을 바꿨고, 오히려 유키코를 공격하는 또 다른 대전사를 공격했다.
콰과광.
경시할 수 없는 힘에 공격을 허용한 또 다른 놈이 휘청거렸고, 유키코와 일행들은 다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배진격을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공격을 쳐낸 강준우는 곧바로 대전사의 목을 틀어쥐었다.
"크아아!"
놈은 그의 손짓을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이미 독 안에 든 쥐였다.
빠르게 빠져나가는 기운에 대전사는 괴로워하며 울부짖었고, 강준우는 급하게 기운을 회복해나갔다.
"크아아!"
하지만 그 순간, 잡힌 대전사의 몸이 변화를 일으켰다.
급격하게 불안정해지는 기운과 함께 놈의 털이 가시처럼 곤두섰다.
투두둑.
꼿꼿하게 선 털이 그대로 붙잡은 팔을 꿰뚫을 것 같았지만, 절로 일어나는 호신강기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놈의 공격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요동치는 내부의 기운이었다.
'자폭인가?'
격하게 일어나는 내부의 힘에 강준우는 곧장 손을 놀리며 대전사의 몸을 두드렸다.
투두두둑. 투두둑.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손길에 대전사의 몸이 안정을 되찾아갔다.
곧 터질 것처럼 날뛰던 기운이 멈췄고, 자폭을 각오한 대전사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놈도 점혈이 통하는 건가?'
웨어 울프를 점혈로 묶은 기억이 있었다.
11성에 오른 점혈이라면 웨어 울프의 대전사를 구속하는 것도 가능했다.
움직임을 멈춘 채, 눈동자만 굴리는 대전사의 모습에 강준우는 마저 기운을 뽑아냈다.
쿠웅.
그 와중에 발을 굴리며 주변에 있던 웨어 울프 대전사들을 흔들었다.
천마흡기공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흡수하지 못한 힘이 남아 있었다. 그 힘을 이용해서 조금이라도 일행들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이전과는 달라진 웨어 울프의 움직임에 일행들은 강준우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마음 놓을 수 있는 건가?"
"방심하지 마."
"방심이 아니라. 강 상이 움직였으니까, 이제 안심할 수 있다는 거지."
안도하는 다이스케의 말에 김연희는 단단히 주의를 줬다.
다이스케는 그런 그녀의 말에 변명을 이어갔지만, 이어지는 하야테의 텔레파시에 말을 잇지 못했다.
- 저놈들 자폭도 한대. 조심하래.
"자, 자폭? 미친놈들! 별 걸 다하네."
다이스케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무언가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들었다.
검은 형체를 가진 놈이 하늘에서 떨어지자, 다이스케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이, 이게 뭐야?"
"웨어 울프 대전사잖아? 아직 살아있는데?"
"우리보고 처리하라는 것 같은데?"
그들 사이에 떨어진 것은 웨어 울프 대전사였다.
점혈이 된 놈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따로 일행들을 배려한 강준우의 도움이었고, 그 뜻을 확인한 일행들은 순번을 정해서 놈의 목숨을 끊었다.
[웨어 울프 대전사를 처치했습니다. 1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만월의 축복을 획득하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동일한 능력으로 만월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만월의 축복이 8성으로 올라섰습니다.]
권우철을 비롯한 일행들이 상대하는 웨어 울프 대전사들의 수는 모두 열 마리였다.
개중에 한 놈을 손에 넣은 강준우는 놈의 기운을 흡수하고 곧바로 목숨을 취했다.
일행들의 성장도 중요했지만, 틈틈이 자신의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했다.
포인트는 넘칠 정도로 많이 모은 상황이었다.
예전에는 엄청나게 느껴졌던 1000포인트가 하찮게 느껴졌지만, 대전사라는 놈을 처리하고 얻게 되는 만월의 축복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확실히 체력도 좋아지는 건가?'
만월의 축복의 성취가 높아질수록 체력이 늘어나는 것 같았다.
그 미미한 변화를 눈치챈 강준우는 다시 한 놈을 잡으며 놈의 목숨을 취했다. 그리고 또 다른 놈을 사로잡으며 일행들에게 넘겼다.
'대충 다섯 마리씩 나누면 되려나?'
일행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부족한 성취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다음에 다른 형태로 도움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강준우는 일부를 처리하면서 부족한 힘을 채웠고, 다행히 만월의 축복을 9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실력에서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인 만큼, 대전사라는 놈들을 상대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는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했고, 남은 일행들은 그런 강준우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와, 미친!"
"우리가 상대하던 그 웨어 울프가 맞는 거야?"
"… 대단하네."
이번에 상대한 대전사라는 놈들은 기존에 만난 놈과는 또 달랐다.
별다른 이름은 없었지만, 조금 더 거칠고 강한 느낌이었다.
권우철과 남은 사람들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상황이었다.
거기에 서로가 힘을 합치면서 놈들을 상대했지만, 조금 우위를 점한 게 다였다.
하나하나가 초절정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놈들이었지만, 하지만 강준우는 너무나 쉽게 놈들을 쓰러뜨렸다.
오히려 놈들을 사로잡으면서 모두에게 넘겨주기까지 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우리가 도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되나? 괜찮을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권우철은 강준우를 향해 물었지만, 그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저들을 도우면서 상황을 빨리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았지만, 이미 원칙을 정한 만큼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상황이 힘들어지면 도움을 요청하겠지?'
어차피 위험한 상황은 넘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담이 없는 만큼 그는 원칙이라는 것을 고수했다.
"모르지. 저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고, 그게 아니라면… 지켜봐야지. 괜히 오해를 할지도 모르니까."
"…."
대충 답을 한 강준우는 상청무상신공의 힘을 끌어올리면서 소진한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우르겔이라는 놈을 상대하면서 소진한 내공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에 지금은 그 힘을 채우는 게 먼저였다.
꽤나 지친 강준우의 모습에 권우철은 말을 아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도 그냥 지켜보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우리가 남은 놈들을 상대해도 될까?"
"… 그냥 돕는 건 어때?"
"그냥 돕다니?"
"남은 놈들을 죽이지는 말고, 몇 놈만 붙잡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 아무래도 그게 좋겠다."
"…."
결국 그들은 다시 움직였다.
이대로 지켜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았다.
앞으로 힘을 합칠 상황이라면 이런 식으로 신뢰를 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따로 하야테를 통해서 정은수와 페데리코에게 그들의 뜻을 전달했다.
남은 웨어 울프를 쓰러뜨리지 않고 발을 묶으면서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강준우가 기운을 회복하는 사이, 권우철을 위시한 일행들은 일부 대전사들을 묶었다.
그들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들은 조금씩 대전사의 수를 줄여나갔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황 노인도 결국 검은 털을 가진 웨어 울프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후욱. 후욱."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고른 황 노인은 주변을 살폈다.
일부러 공격을 자제하며 도움을 주는 권우철과 일행들의 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리고 그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기운을 회복하는 강준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흐음. 뭐, 이런 상황도 나쁘지는 않겠지.'
강준우가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도 나름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다행히 희생은 없었기 때문에 황 노인은 이 상황에 만족하며 영약을 입에 넣었다.
아직까지 일행들은 잘 버티고 있었다.
오히려 웨어 울프 대전사들을 상대로 우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도움은 필요 없어 보였다.
그 역시도 강준우처럼 일행들이 쉽게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지만, 그렇게 움직이기에는 강준우가 부담이었다.
'크흠. 어쩔 수 없지.'
나중을 위해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지만,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강준우가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상황이 어려워질 게 분명했다.
비슷한 힘을 가진 놈을 상대로 누가 우위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강준우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름 스스로의 힘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황 노인이었지만, 이 싸움을 통해서 그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나는 곧바로 기운을 회복하겠네.
-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는 우리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황 노인은 정은수에게 양해를 구했고, 정은수는 그의 부담을 덜어줬다.
그녀 역시 강준우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다.
완벽한 아군이라면 그 누구보다 든든하겠지만, 지금은 조금 애매모호한 상황이었다.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모두가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나마 함께 하고 있는 일행들은 믿을 수 있었지만, 이제 막 손을 맞춘 자들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뒤로한 강준우는 점점 빠르게 줄어드는 웨어 울프들의 기척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수가 줄어들수록, 쓰러지는 놈들의 속도가 빨라졌다.
사람들의 호흡이 거칠어질수록 남아 있던 웨어 울프 대전사들이 빠르게 줄어들었지만, 그 기감을 느끼던 강준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뭐지?'
멀리서부터 강력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깜짝 놀란 강준우는 곧바로 기운을 갈무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존재를 감지한 것만으로 잘게 몸이 떨려왔다.
황 노인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는 놀란 눈으로 강준우와 시선을 마주했다.
"느, 느꼈나?"
"뭔가 오고 있어요. 그것도 엄청난…'
"아우우우우!"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는 피어가 분명했다.
문제는 이번에 확인한 피어는 지금과는 다른 힘을 품고 있었다.
[라이칸의 마력에 영향을 받습니다.]
'미친! 라이칸?'
천마신공도 그 피어에 저항을 하지 못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자연스럽게 라이칸이라는 놈의 마력을 이겨내거나 저항이라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알림은커녕, 몸이 경직됐다.
"크윽!"
"조, 조심해!"
"크르르르."
놈의 피어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강준우뿐만이 아니었다.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한 몇몇이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했고, 그 틈에 남아 있던 대전사의 반격이 이어졌다.
놈의 발톱에 일부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다행히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대전사라는 놈 역시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크아아!"
크게 포효한 놈의 기운이 더 강해졌다.
아무래도 라이칸이라는 놈의 피어에 영향을 받은 게 분명했다.
그저 공포감을 심어주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라이칸의 피어는 동족에게 강한 힘을 불어 넣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라이칸이라는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털을 가진 놈의 모습에 강준우의 눈이 커다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