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존재들 (5)
강준우의 주변으로 수많은 강기가 생겨났다.
그동안 사용해왔던 천마기멸격과는 조금 다른 형태였다.
천마복룡파의 힘까지 섞은 강기가 그의 주변을 가득 채웠다.
천마신공의 모든 공격적인 초식을 총망라한 초식이 바로 천마기멸격이었다.
라이칸도 범상치 않은 힘에 긴장하며 힘을 끌어 올렸다.
'마냥 무시할 놈들은 아니라는 건가?'
이미 천수여래장을 막아내면서 많은 힘을 소모한 라이칸은 경각심을 가졌다.
아무리 웨어 울프를 대표하는 존재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위력을 가진 공격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황 노인의 천수여래장은 물론이고, 강준우가 사용하고 있는 기술도 엄청난 위력을 품고 있었다.
상황이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인지한 라이칸은 다시 제대로 된 힘을 쏟아냈다.
"그깟 힘은 통하지 않…"
"닥쳐! 매직 미사일 12연발, 그래비티!"
"노움! 놈을 붙잡아줘!"
포효하는 라이칸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미뤄놨던 마법을 펼쳤다.
그래비티를 조합한 12개의 매직 미사일이 라이칸을 붙잡았고, 백선화의 정령도 놈의 몸을 구속했다.
조금이라도 강준우에게 시간을 벌어줄 생각이었다.
이미 천마기멸격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점점 수를 늘려가는 강기의 모습에 희망을 걸었다.
"가소로운 놈들!"
콰과광.
라이칸은 어렵지 않게 그들의 방해를 떨쳐냈다.
어느새 칠흑 같은 어둠이 그의 주변을 가로막았다.
얼마 전까지 상대했던 검은 털의 웨어 울프들이 사용하는 그 힘이었다.
조금 전에 황 노인의 천수여래장을 막았던 강기였다.
양 손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검은 강기는 강준우가 쓰러뜨렸던 놈이 사용하는 힘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저, 저게 뭐야?"
"강기다! 모두 조심해!"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던 황 노인은 모두에게 경고하며 다시 주먹을 뻗었다.
백보신권으로 라이칸을 공격하면서 놈의 시선을 빼앗을 생각이었다.
'저런 공격이라면 앞에 있는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
강준우가 작정하고 만들어낸 공격을 적중시키기 위해서라면 우선 놈을 붙잡아야만 했다.
콰앙.
그가 날린 권강이 라이칸의 검은 강기에 막혔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 사이 수많은 강기를 만들어냈고, 곧 라이칸을 향해 강한 공격을 쏟아냈다.
"죽어라!"
염원을 담은 외침이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별다른 말없이 공격을 감행하던 강준우였지만, 앞에 있는 놈은 쉽게 상대할 놈이 아니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도 최선을 다해서 공격을 날렸다.
쐐에엑.
수많은 강기가 라이칸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제 의지를 가진 것처럼 움직였고, 불규칙하게 흩날리는 강기에 라이칸도 검은 강기를 펼치며 공격을 받아냈다.
콰과과광. 콰과광.
엄청난 폭발이 주변을 뒤덮었다.
거대한 손처럼 활짝 펴진 검은 강기가 천마기멸격을 막았다.
하지만 곧 라이칸의 검은 기운이 찢겨져 나갔다.
"뚜, 뚫었어!"
"죽여버려!"
콰과과광.
강준우가 날린 강기가 라이칸을 두드리며 그 주변을 휩쓸었다.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회전을 머금은 강기는 라이칸을 두드리고도 다시 날아올랐고, 한동안 강기의 폭풍은 계속됐다.
"허억. 허억."
계속해서 힘을 유지하는 강준우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왔다.
제대로 된 천마기멸격을 펼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놈이 쓰러졌다는 알림은 들려오지 않았다.
'저놈 목은…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하나?'
이대로 천마기멸격을 계속 유지할 수 없었다.
그는 날뛰는 기운을 갈무리하며 모두를 일깨웠다.
"아직… 안 죽었어! 긴장해!"
"저런 공격 속에서도 살아남았다고?"
경천동지할 위력을 내보이는 공격 속에서도 버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굉음이 멈추고, 떠오른 잔여물이 사라지자 다시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으으. 제법이었다."
"미친! 저걸 버텼다고?"
라이칸은 쓰러지지 않았다.
새하얗던 털이 붉게 물들고 몸 일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중한 상처를 입었지만, 놈은 여전히 건재했다.
쿠우우우.
오히려 분노한 라이칸의 기운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뭐하고 있어? 놈을 공격해!"
"주, 죽어라!"
쉬이익. 콰앙. 콰앙.
남은 사람들이 검기를 뿌렸다.
그들로서는 나름 강력한 공격을 날렸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대부분의 공격은 라이칸에게 닿지 못했다.
그들의 공격은 허공에서 터져나갔다.
라이칸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강한 기운이 어설프게 날아드는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크아아아!"
라이칸은 다시 포효했다. 그리고 곧 몸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상처가 아물고 있어!"
"막아! 최대한 놈을 방해해!"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이었다.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던 상처가 사라지고 있었다.
'만월의 축복!'
웨어 울프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아마도 앞에 있는 놈은 그 힘이 극에 달한 것 같았다.
순식간에 상처를 회복하기 무섭게 휘몰아치던 기의 폭풍도 잦아들었다.
그 틈을 노리며 다시 마법과 무공이 쏟아졌다.
콰과과광.
공격을 방해하는 것들은 사라졌지만, 라이칸은 그 자리에 없었다.
"준우야! 조심해!"
"죽여주마!"
라이칸은 곧장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기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가 바로 강준우였다.
황 노인도 작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천마기멸격을 펼친 강준우가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순식간에 그와의 거리를 좁힌 라이칸은 예의 검은 강기를 만들며 강준우를 노렸다.
쉬이익. 콰과광.
강준우는 급히 물러났다.
그가 있던 공간이 검은 강기에 휩쓸리며 터져 나가자, 물러난 강준우는 일양지를 쏘아내며 라이칸을 노렸다.
터엉.
하지만 놈은 정면에서 그 공격을 받아냈다.
어느새 다시 만들어진 검은 강기는 날아오는 공격을 튕겨냈고, 뒤이어 휘둘러진 기검을 부러뜨렸다.
압도적인 강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를 죽이겠다는 라이칸의 강한 일념이 전해지면서, 거대한 손길이 그를 후려쳤다.
콰앙. 콰앙.
크기를 불린 유형의 기운이 그를 두드렸다.
강준우는 현철보검에 내공을 불어 넣으며 날아드는 공격을 쳐냈다.
'무슨 힘이 이렇게…'
연신 날아드는 강한 공격을 최대한 막아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부쳤다.
최대한 라이칸의 공격을 흘리고 있었다.
유능제강이나 건곤대나이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크아아!"
강준우는 무자비하게 날아드는 공격에 대항하며 공격을 받아냈다.
그 순간 놈은 그의 검신을 붙잡으며 그 수단을 없앴다.
"미친!"
강준우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고, 검은 강기가 그대로 가슴에 꽂혔다.
콰앙.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강준우가 피를 뿌리며 튕겨져 나갔다.
"준우야!"
"저리 떨어져! 이 개새끼야!"
놀란 일행들이 다급히 공격을 이어갔다.
황 노인도 빠르게 뒤를 쫓으며 라이칸을 붙잡았다.
쐐에엑. 터엉.
그가 쏘아낸 강한 지력이 그대로 라이칸을 노렸다.
소림이 자랑하는 또 다른 절기인 탄지신통(彈指神通)이었지만, 그 공격도 라이칸을 막을 수 없었다.
예의 검은 강기가 뒤를 막으며 날아오는 지력을 쳐냈다.
위협적인 공격을 받아낸 라이칸은 황 노인을 노려보며 양 팔을 휘둘렀다.
쉬이익. 콰과광.
지친 황 노인은 그 공격을 받아내며 튕겨져 나갔다.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라이칸을 붙잡을 수 없었다.
방해자를 떨쳐낸 라이칸은 다시 강준우를 향해 움직였다.
아직 몸을 추스르지 못하는 놈의 목숨을 끊어낼 생각이었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멈춰!"
앞을 가로막은 사람은 권우철이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내보인 그는 겨우 라이칸의 앞에 설 수 있었다.
김연희가 헤이스트를 걸어주며 그를 도왔고, 잠깐의 시간을 벌 생각으로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물론, 앞에 있는 놈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 준우가 몸을 일으킬 때까지 만이라도 시간을… 크흡!"
콰앙.
강한 충격에 권우철이 튕겨져 나갔다.
권우철은 나름 죽을 각오를 하고 앞에 섰지만, 한 번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할 정도였다.
가벼운 손짓에 신성력을 부여한 방패와 갑옷이 찢겨져 나갔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그가 피를 토하며 밀려났고, 그를 돕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공격을 감행했다.
콰과광.
계속해서 발길을 붙잡는 인간들의 행동에 라이칸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
짜증 섞인 반응을 내보인 그는 허공을 휘저었다.
"피, 피해!"
여러 개의 검은 강기가 모두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쐐에엑. 콰과광.
따로 공격이 받아낼 수 없는 김연희와 일행들은 몸을 날리며 공격을 피했고, 페데리코와 일부 무인들은 그 공격을 받아내며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했다.
하지만 라이칸의 공격은 그들이 받아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오히려 공격을 쳐낸 자들이 피를 뿌리며 튕겨져 나갔다.
일격에 주변이 초토화로 변했지만, 라이칸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쐐에엑.
다시 팔을 휘두르기 무섭게 여러 개의 강기가 쏟아졌다.
다행히 황 노인이 공격을 받아냈지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강자의 등장.
강준우와 황 노인이 힘을 합쳐도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놈이었다.
모두가 놈을 붙잡는 사이에 힘겹게 몸을 일으킨 강준우는 피를 토해내며 권우철을 살폈다.
"형, 괜찮아?"
"끄윽. 괜찮아."
권우철의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리스토레이션!"
"뭐, 뭐하는 거야?"
"나보다는 네가…"
"됐어! 형, 몸이나 회복해."
권우철은 그 와중에도 강준우를 치료했다.
그나마 강준우만이 괴물 같은 놈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도망을 갈 생각을 하던 강준우는 그 모습에 상념을 떨쳐냈다.
'어차피 여기에서 모두를 잃으면…'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서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고, 놈을 떨쳐낸다는 보장도 없었다.
"후우."
강준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들도 도망가는 것보다 필사적으로 놈을 상대하고 있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권우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놈을 막을 테니까, 형은 모두를 데리고 물러나."
"그게… 크윽.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뒤로 빠져."
"준우야?"
"내 손으로 일행을 죽일 지도 몰라. 기회를 만들테니까,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물러나!"
비장한 강준우의 말에 권우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왜 이러는 거야?"
"이게 최선이야. 다른 방법은 없어."
이런 모습을 보일 강준우가 아니었다.
여기에서 그냥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후우."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쉰 그는 남은 기운을 가늠하며 하야테를 찾았다.
- 내가 기회를 만들테니까, 모두 물러나라고 전해.
- 모두 물러나라고?
- 그래. 최대한 이곳에서 멀어져.
그의 전음에 하야테는 텔레파시를 사용해서 모두에게 뜻을 전했다.
강준우의 뜻에 따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 목숨을 걸어야죠.
- 그게 무슨…
- 남은 사람들을 부탁합니다. 상황이 끝나도… 이곳으로 되돌아오지는 마세요.
의미심장한 말에 황 노인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말을 마친 강준우는 곧장 라이칸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압!"
커다란 기합과 함께 현철보검이 쏘아졌다.
기운을 잔뜩 머금은 보검이 그대로 라이칸의 뒤통수를 꿰뚫려는 듯이 날아들었지만, 라이칸은 어렵지 않게 그 공격을 쳐냈다.
콰앙.
"쥐새끼 같은 놈!"
"개새끼 주제에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개새끼를 힘줘서 말한 그는 장력을 뻗으면서 현철보검을 움직였다.
튕겨져 나간 보검이 다시 방향을 바꾸며 라이칸을 노렸다.
강한 공격이 그의 손발을 묶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아껴놨던 힘을 꺼내들었다.
'천마강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