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22화 (222/254)

무아지경 (1)

[천마강림이 펼쳐집니다.]

[잠력이 폭발합니다. 익히고 있는 하위 마공의 부족한 성취가 천마신공의 성취에 맞춰집니다.]

익힌 무공의 성취가 빠르게 바뀌었고, 보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무섭게 까만 어둠이 그를 덮쳤다.

'크윽. 이번에는 내 의지대로…'

미리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던 강준우였기 때문에 최대한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름대로 상청무상신공의 성취를 최대한 끌어올린 만큼,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황 노인과 엘프 대장로의 말에서 느낀 바가 적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스스로의 의지로 마공에 맞설 생각을 가졌지만, 생각했던 것과 직접 상황을 겪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끄으윽. 아직은 무리였나?'

천마강림을 사용하자마자 온 몸에 미증유의 힘이 넘쳐흘렀다.

존재감을 키운 천마신공이 전신에 퍼져나가자 강한 자신감이 붙었지만, 그만큼 정신은 아득해져만 갔다.

강준우는 점점 흐릿해지는 기억을 되잡으려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로는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없었다.

"저주 받은 힘을…"

천마강림을 펼치고 힘이 솟아오르자, 이상함을 느낀 라이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한 말을 들을 수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확인한 라이칸의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막막한 상대로 느껴졌던 라이칸의 모습이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는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기 무섭게 그의 머릿속이 까만 어둠으로 가득찼다.

"재미있군."

"크크큭. 그래. 재미있군."

"…."

동의하며 실소를 흘리는 강준우의 모습에 라이칸의 표정이 구겨졌다.

갑자기 존재감을 키운 인간의 모습만 봐서는 그가 알고 있는 그 힘을 취한 게 분명했다.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찢어 죽일 생각을 가지고 있던 놈이었다.

저주 받은 힘을 손에 넣고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강기를 가득 머금은 라이칸의 양 손이 그대로 강준우를 후려쳤다.

공간을 베어내는 여러 개의 강기가 강준우는 물론이고, 그의 주변까지 휩쓸었다.

콰과광.

커다란 폭발과 굉음이 뒤를 이었지만, 정작 공격을 받아낸 강준우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의 주변에 펼쳐진 회색의 보호막이 라이칸의 공격을 받아냈다.

자연스럽게 펼쳐진 호신강기는 평범하지 않았다.

강한 충격을 막아낸 것도 모자라서 힘의 일부를 내공으로 흡수했다. 거기에 강한 폭발을 일으키며 상대를 노렸다.

"하아압!"

콰과광.

공격을 막아낸 강준우는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주변에 펼쳐진 천마반탄기가 터져나가며 그대로 라이칸을 휩쓸었다.

라이칸은 검은 강기를 펼치며 공격을 받아냈고, 비슷한 힘을 내는 둘은 곧 치열하게 부딪쳤다.

콰과과광.

호각을 이루는 둘의 모습에 뒤로 물러난 모두의 눈이 커다래졌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 아무래도 그 힘을 사용한 건가?"

"그 힘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하야테의 텔레파시로 몸을 피한 자들은 달라진 강준우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정은수의 질문에 권우철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명은 나중에 하죠. 지금은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게 먼저일 것 같으니까요."

"이곳을 벗어나다니요? 이대로 물러나면 저 사람은…"

"준우가 당부했어요. 최대한 멀리 떨어지라고! 괜히 여기에 있다가는 모두가 위험해질 겁니다."

권우철은 강준우의 말을 전했다.

그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렇다고 강준우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때 그 힘이야! 제 손으로 우리를 죽이기 싫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나?'

눈이 돌아갔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보이는 강준우의 모습에 그들은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페데리코를 비롯한 일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뭐하는 거예요? 지금 물러나야…"

"아직 동료들이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페데리코는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동료들을 바라봤다.

일전에 펼쳐진 라이칸의 공격에 큰 상처를 입은 자들이었다.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그들이 쓰러져 있었다.

상처 입은 동료를 두고 이대로 물러날 수가 없었다. 중한 상처를 입은 상황이었지만 조금만 도운다면 다시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김연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무리예요."

"무리라니요?"

"저 싸움에 휘말리면 오히려 다른 사람까지 더 위험할 거예요."

"지금 저 사람이 라이칸이라는 놈을 잘 막고 있으니…"

"지금 근처로 다가갔다가는 모두 죽을 겁니다. 이대로 물러나야 해요!"

단호한 말에 페데리코는 이를 악물며 그들을 무시했다.

대신. 옆에 있는 황 노인을 바라보며 그의 생각을 물었다.

"황 사부님. 이번에도 저들을 버리실 생각입니까?"

"흐음."

페데리코는 타티아나와 파블로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

달갑지 않은 그의 말에 황 노인은 침음을 삼키며 강준우를 바라봤다.

'저 말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모두를 살리기 위해서 결단을 내린 강준우의 뜻을 져버릴 수는 없었다.

갑자기 힘이 강력해진 것과 달라진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아무리 저들을 살린다고 하지만, 내키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함께 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따로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 물러나는 게 좋겠네."

"황 사부님!"

"지금은 냉정해야 할 때네. 뭔가 심상치 않은 상황인 것 같군. 이대로 물러나는 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설마?"

"제가 저들을 데리고 나오죠."

"잠깐만요! 지금 저곳으로 들어간다는 소립니까?"

따로 강준우의 언급이 없었어도 근처로 움직이는 것은 위험한 짓이었다.

권우철은 황당해하며 물었고, 페데리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혼자서 갔다 오겠습니다."

"안돼요!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해져요!"

"위험하다니요?"

"… 그냥, 이대로 물러나는 게 좋아요."

유키코 역시 강준우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지만, 쉽게 설명을 할 수는 없었다.

그저 위험한 상황을 피하자는 말에 페데리코는 마음을 굳혔다.

무엇보다 모두가 강준우라는 놈의 말을 따른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동료를 버릴 수는 없어! 저들이 싸우는 동안에 숨이 붙어있는 사람들을 구해야해!'

타티아나와 파블로를 잃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먼저 가세요. 난 동료를 버릴 수 없습니다."

"지금은…"

말을 마친 페데리코는 곧장 바닥을 박찼다.

쓰러져 있는 사람은 강준우와 라이칸의 치열한 싸움 속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시간을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그를 구할 기회도 없어진다는 사실에 그는 최선을 다했다.

- 기다려. 내가 곧 구해줄 테니까.

콰과광.

커다란 폭발과 함께 강준우와 라이칸이 떨어졌다.

근거리에서 공방을 주고받던 둘은 강한 충격에 밀려났고, 만만치 않은 서로의 모습에 호흡을 골랐다.

공교롭게도 강준우가 밀려난 곳은 페데리코의 동료가 쓰러져 있는 곳이었다.

- 그 사람을 여기로 보내라!

페데리코는 그런 강준우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그가 돕는다면 수월하게 동료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대하던 놈과의 거리가 있는 만큼 동료를 살릴 시간은 충분했다.

- 네가 웨어 울프 대전사를 모두 죽인 것은 따지지 않을 테니까, 어서 그를 내게 던져!

일전에 다른 대전사를 모두 처리했던 강준우였기 때문에 그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페레디코의 말에 강준우는 바닥에 쓰러져서 헐떡거리는 사람을 바라봤다.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빛으로 상대를 확인한 그는 손을 뻗으며 그를 들어 올렸다.

'허공섭물!'

그저 손짓만으로 곧 죽을 것 같은 사내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강준우의 행동은 페데리코가 원하던 상황이 아니었다.

"끄으으."

- 이 미친 자식! 뭐, 뭐하는 거야?

강준우는 중한 상처를 입은 사내의 목을 틀어쥐었다. 그리고 천마흡기공을 이용하며 그 기운을 취했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천마강림을 펼치기 전에 소진한 내공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부족한 내공을 채웠다.

짧은 순간에 기운을 회복한 그는 손에 들어온 자의 목을 꺾었다.

우두둑.

곧 축 늘어지는 그 모습에 페데리코의 몸이 잘게 떨려왔다.

"이, 이 개자식아!"

흥분한 그는 바닥을 박차며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충분히 동료를 살릴 수 있었다.

그냥 뒤로 내던져도 받아낼 수 있었지만, 앞에 있는 놈은 그대로 그의 목숨을 취하면서 힘을 키웠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었다.

강준우의 행태에 분개한 페데리코는 검기를 앞세우며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고, 라이칸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강준우는 졸지에 앞뒤에서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다.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정작 그들의 공격을 맞는 강준우의 표정은 담담했다.

"크크큭."

그는 오히려 소름끼치는 웃음을 흘렸다.

동시에 바닥을 밟으며 기운을 흘렸다.

쿠웅. 콰과광.

라이칸의 전방이 터져 나갔다.

천마군림보로 놈의 움직임을 막아냈지만, 예의 검은 강기가 활짝 펴지며 솟아오르는 기공을 막아냈다.

충격을 줄인 라이칸은 일부러 속도를 조절하며 강준우를 노렸다.

"죽어!"

"크아아!"

페데리코의 예리한 검격이 그의 목을 노리며 날아들었고, 라이칸의 날카로운 발톱이 강준우를 찍어 내렸다.

교묘하게 두 공격 사이에 끼게 됐지만, 라이칸과 페데리코의 공격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채재쟁. 콰과광.

오히려 둘의 공격에 부딪쳤다.

그 사이에 있던 강준우는 순식간에 자리에서 벗어났고,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져 나간 페데리코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죽여주마!"

라이칸은 그런 강준우를 따라잡으며 예의 강기를 쏟아냈다.

전방을 가득 채우는 날카로운 기운이 그대로 강준우와 페데리코를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강준우는 장력을 뻗어내며 날아오는 공격을 쳐냈다.

쩌정. 콰과과광.

시린 장력에 날아드는 강기가 튕겨져 나갔다.

제대로 된 소수마공이 위력을 드러냈고, 라이칸의 공격이 가로막혔다.

그래도 라이칸은 멈추지 않았다.

곧장 거리를 좁혀오며 강준우를 노렸지만, 그 순간 번뜩이는 섬광이 그를 노렸다.

채앵.

"이건?"

허공에 떠오른 검이 그를 막아냈다.

강준우는 이기어검을 펼치면 라이칸을 막아냈고, 충격을 입은 페데리코의 목을 틀어쥐었다.

"이 미친… 뭐, 뭐야? 눈빛이?"

"고마운 놈들이군. 내게 힘이 되려고 제 발로 찾아와 주다니."

싸늘한 목소리에 솜털이 곤두섰다.

그동안 봐왔던 강준우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까맣게 변한 강준우의 눈빛에 그제야 권우철과 다른 일행들이 자신을 막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주, 주화입마? 크윽."

함께 싸웠던 강준우라는 놈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성을 잃은 모습은 파블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 더 위험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페데리코는 뒤늦게 그의 손을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강준우를 떨쳐낼 수 없었다.

오히려 그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저, 점혈?'

보이지 않은 손길에 몸이 굳었고, 가지고 있던 기운이 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강준우는 이기어검으로 라이칸을 붙잡았고, 페데리코를 제압했다.

그렇게 붙잡힌 페데리코도 일전에 죽은 동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순식간에 기운을 빼앗긴 그는 강준우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황 노인은 침음을 흘렸다.

"저래서 우리를 막았던 건가?"

"물러나죠. 우리가 여기 있어봤자 도움이 될 건 없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