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24화 (224/254)

무아지경 (3)

'크윽. 뭐지?'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면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에는 상황도 확인할 수 없었던 강준우였지만,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이다.

짧은 순간, 그는 그동안 벌어졌던 기억을 확인했다.

품에 안긴 채 죽어 있는 라이칸이 어떤 식으로 쓰러졌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어떤 능력을 손에 넣었는지 인지했다.

'상청무상신공이 4성으로?'

뒤늦게 자신이 정신을 차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라이칸을 쓰러뜨리면서 얻은 능력으로 천마신공에 대응하는 힘이 올라서면서 정신이 깨어났다. 하지만 그 마저도 완벽하지 않았다.

'내 몸은 왜 계속 멋대로 움직이는 거지?'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몸을 통제할 수는 없었다.

천마강림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그만! 멈춰!'

그는 다시 몸에 대한 통제를 손에 넣으려고 했다.

곧바로 천마강림을 멈출 생각이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스스로의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만! 그만!'

그저 정신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예상했던 상황과는 너무나 달랐다.

다시 한번 상청무상신공의 도움으로 몸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처한 현실은 너무 달랐다.

"크크크."

깨어난 강준우는 절로 흘리는 기분 나쁜 웃음에 황당해했다.

지금 흘리는 괴소는 그의 생각과는 무관한 반응이었다.

'뭐가 잘못 된 거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지만,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두 무공의 격차 때문인 것 같았다.

상청무상신공과 천마신공의 격차가 너무 벌어진 게 문제인 것 같았지만, 그것도 이상했다.

'이 무공을 얻었을 때는 그냥 정신이 깨어났었는데?'

처음 천마강림을 벗어났을 때에는 상청무상신공이 고작 1성이었다.

그 무공을 익히자마자 벗어났지만, 4성으로 오른 지금은 그저 정신을 차린 게 전부였다.

도저히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

'조화신공이라면 충분히 제 힘을 내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거지?'

소수마공과 혈수마공의 성취까지 강제로 조율했던 무공이 바로 조화신공이었다.

하지만 천마신공과 상청무상신공까지 강제로 조율하지는 못했다.

'하아. 다시 상청무상신공의 성취를 올려야 하는 건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될 것 같았다.

다만,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몸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천마강림은 계속 유지되고 있었고, 그 과정에 필요한 내공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당장이야 라이칸이라는 웨어 울프의 힘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미치겠네. 이건 뭘 어떡하라는 거야!'

뒤에서 관찰하는 느낌이 강했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정신만 멀쩡한 상황이라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크크크."

괴소를 흘리는 스스로의 몸을 가만히 지켜보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런 강준우에게 새로운 알림이 전해졌다.

[음양수갑(陰陽手甲)을 구입했습니다.]

'뭐야? 음양수갑을 구입해?'

알 수 없는 힘이 지배하고 있는 그의 몸은 의지를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저 다른 놈을 쓰러뜨리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포인트까지 멋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귀물을 손에 넣는 것은 물론이고, 대환단을 비롯한 영약까지도 손에 넣으며 부족한 기운을 채워나갔다.

[대환단을 구입했습니다.]

[대환단을 구입했습니다.]

[대환단을 구입했습니다.]

'미친!'

포인트를 물 쓰듯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새로운 무공을 익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음양수갑을 제외한 대부분의 포인트는 영약을 얻는 것에 쓰였다.

음양수갑은 음기와 양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한 쌍의 장갑이었다.

각각 상반된 기운을 품고 있었지만, 그것을 착용하기 무섭게 음양신공의 힘이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당연히 음양신공에 영향을 받는 소수마공과 혈수마공도 그 존재감을 키웠다.

'도대체 뭘 하는 거지?'

강준우는 의아해하며 빼앗긴 몸이 하는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나름 다른 방법을 찾으면서 다시 몸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흐음."

절로 움직이는 몸은 침음을 흘렸다. 이것마저도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행동이었다.

곧 주변을 둘러보는지 그의 시선에 주변의 상황이 가득 들어왔다.

'다행히 우철이 형과 다른 사람들은 제때 물러난 것 같은데.'

권우철을 비롯한 일행들은 물론이고, 황 노인과 다른 사람들도 자리를 벗어난 것 같았다.

눈에 들어오는 거라고는 미동도 없이 널브러진 몇몇 사람들이 전부였다.

'페데리코라고 했나?'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쓰러진 동료를 보고 달려들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멍청한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비록, 살아남기 위해서 천마강림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남은 사람들에게 미리 물러나라는 사실을 알렸다.

그 와중에 끼어든 사람은 죽은 페데리코였다.

미련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의 어리석은 선택 때문에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었다.

죽은 자들을 뒤로한 강준우는 다시 몸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계속 유지되는 천마강림이라.'

당분간은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포인트가 충분하다는 점이었다. 방법을 찾을 때까지 포인트를 이용해서 영약을 복용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내공이 고갈돼서 죽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내공을 다쓰면 다시 정신을 찾을 수 있을까?'

문득 스치는 생각이 그럴듯하게 느껴졌지만, 당장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던 강신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지를 벗어난 그의 몸은 일행들이 움직인 쪽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 ★ ★

사사삭. 사사삭.

주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들이 강준우를 자극했다.

더 깊숙한 곳으로, 중앙에 있는 산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 무섭게 누군가가 접근하며 그를 살폈다.

'다크 엘프들인가?'

이미 그들의 정체를 파악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의 몸은 놈들을 상대하지 않았고, 그저 걸음만 옮길 뿐이었다.

'수가 늘어나기 전에 지금 저놈들을 줄이라고!'

되도록이면 많은 놈들이 모이기 전에 처리를 하거나 다른 곳으로 물러나야했다.

답답해하던 그는 크게 소리쳤지만, 큰 소용이 없었다.

정작 그의 몸뚱이는 그 외침을 무시하며 더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뜻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스스로의 몸에 강준우도 체념을 했다.

대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여러 감각을 통해서 주변의 상황을 파악했다.

스으읍. 사삭.

희미하게 들려오는 숨소리와 풀을 스치는 소리에 몸이 절로 반응했다.

본능적으로 숨어 있는 자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옅은 냄새로 미처 눈치채지 못한 자들까지 확인했다.

'생각보다 더 많은 놈들이 숨어 있는 건가?'

그가 파악했던 수보다 더 많은 자들이 모여들었다.

그 수는 점점 늘어났고 새로운 사실을 확인한 강준우는 뒤늦게 깜짝 놀랐다.

아무리 천마강림이 펼쳐지고 있다지만, 대부분은 그가 가지고 있던 능력이었다.

천마강림으로 다른 무공들이 보정됐다고 하더라도 상황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능력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뭐지?'

뒤에서 지켜보자 새로운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몸을 움직이고 있는 존재는 그동안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 채 움직였다.

강준우는 가만히 그 힘을 느꼈다.

동시에 등 뒤로 누구가가 접근하는 것을 파악했다.

아주 은밀한 움직임이었다.

평소라면 쉽게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존재가 너무나 명확하게 느껴졌다.

'뒤다! 누가 뒤를 잡…'

스윽. 투웅.

강준우는 급하게 상황을 알렸다.

조금 더 가까이 붙기 전에 놈을 처리하는 게 나으리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따로 상황을 알리기도 전에 그의 몸은 기운을 흘리며 천마군림보를 펼쳤다.

10성의 천마군림보에 뒤로 접근하던 자가 멈칫거렸고, 강준우는 곧바로 상대의 품을 파고들며 빠르게 손을 뻗었다.

"크윽."

놀란 상대는 다급히 기운을 끌어 올리며 단검을 휘둘렀다.

기운을 잔뜩 머금은 예리한 단검이 그대로 다가오는 손을 베어냈다.

유형화된 기운은 강기로 보였지만, 정작 몸을 움직이는 강준우는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티디딩.

'음양수갑?'

아무리 소수와 혈수를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아무 피해 없이 강기를 막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음양수갑의 도움으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강준우는 너무나 쉽게 공격을 받아냈고, 곧바로 상대의 목을 틀어쥐었다.

"끄윽."

예상했던 대로 상대는 다크 엘프였다.

빠른 몸놀림을 내보이고 있었지만, 천마군림보에 피해를 입자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

그가 다크 엘프의 목을 틀어쥐자 주변에 있던 다른 자들이 모습을 보였다.

손에 잡힌 다크 엘프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처음 보는 자들도 여럿 있었다.

'저들이 드워프들인가?'

처음 접한 자들의 모습은 놀라웠다.

말로만 들었던 드워프를 확인했지만, 그들 피부 역시 다크 엘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까만 피부를 가지고 있는 걸로 봐서 저주 받은 힘을 받아들이면서 타락한 것 같았다.

상당히 강한 기운을 품고 있는 자들의 수가 가볍게 두 자리를 넘어갔다.

그래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담담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곧 빨려 들어오는 힘을 느끼며 정신을 일깨웠다.

통제를 벗어난 몸은 천마흡기공을 사용하면서 손에 잡힌 다크 엘프의 기운을 빼앗았다.

일전에 그가 사용했을 때와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기운을 뽑아냈다.

내공으로 흡수하는 양도 확실히 늘었지만, 그렇다고 손에 잡힌 다크 엘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끄으으!"

그는 단검을 휘두르며 강준우를 베어냈다.

귀물의 존재를 느꼈는지 손이 아닌 몸을 노렸고, 곧바로 피가 튀었다.

'뭐하는 거야? 호신강기로 막았어야지!'

막아내기 어렵지 않은 공격이었다.

다크 엘프가 움직이기 전에 그 움직임을 미리 눈치챘다. 하지만 그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일부러 공격을 허용한 듯한 느낌이었다.

우두둑.

[다크 엘프를 처치했습니다. 7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천마흡기공이 4성으로 올라섭니다.]

다크 엘프를 죽이기 무섭게 거의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던 천마흡기공의 성취가 올랐다.

10성으로 보정됐지만, 실제로는 3성에 머물렀던 힘이었다.

어차피 지금 상태에서는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래도 무공의 성취가 올랐다는 것 자체가 나쁘지만은 않았다.

"네놈이!"

"죽어라!"

그가 다크 엘프를 처리하기 무섭게 주변에 모인 다크 엘프들이 공격을 감행했다.

함께 움직이고 있던 드워프들도 힘을 합쳤고, 여러 강기가 그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쐐에엑.

하나하나가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품고 있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강기는 그대로 강준우를 휩쓸었다.

콰과과광.

강렬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주변이 뒤집혔다.

아무리 호신강기를 펼친다고 하더라도 무사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 자리에 없었다.

"조심해라! 놈이… 크윽."

그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지한 다크 엘프가 크게 소리쳤다.

다른 동료들에게 상황을 알렸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채앵. 콰드득.

다크 엘프는 다급하게 날아드는 공격을 쳐냈다. 하지만 날아든 검격은 평범하지 않았다.

길게 돋아난 검기 주변으로 작은 강기들이 회전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받아낸 단검을 튕겨내면서 팔을 날려버렸다.

강기에 휩쓸린 팔이 그대로 소멸됐다.

뒤늦게 몰려오는 고통에 다크 엘프가 비명을 내질렀지만, 우악스러운 손길이 그의 목을 틀어쥐었다.

"커헉!"

강준우는 다크 엘프의 목을 틀어쥐며 기운을 뽑아냈다.

천마복룡파로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천마흡기공으로 사용한 내공을 보충했다. 그리고 뽑아낸 힘을 사용해서 달려드는 다른 놈들을 막아냈다.

쿠웅. 콰과광.

진각을 밟기 무섭게 주변이 터져나갔다.

바닥에서 솟아오른 기운이 터져나가며 달려드는 자들을 튕겨냈다.

[천마군림보가 6성으로 올라섭니다.]

[천마군림보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