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지경 (4)
쐐에엑. 채앵.
공중에 떠오른 여러 개의 기검이 달려드는 다크 엘프와 드워프들을 공격했다.
그저 한 번의 공격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을 공격하던 검은 다시 떠오르며 재차 공격을 가했다.
강준우는 이기어검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두 자리 수가 넘어가는 놈들은 허공에 떠있는 여러 개의 기검에 막혀서 제대로 된 접근도 하지 못했다.
상대를 묶은 강준우는 유령보를 밟으며 양 손을 휘둘렀고, 더욱 강력해진 소수와 혈수가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광.
까드드득. 화르르르.
순식간에 주변이 얼어붙었고, 다른 쪽은 뜨거운 열기에 나무가 불타올랐다.
서로 다른 속성을 뿌리면서 강한 위력을 내보이는 와중에도 다크 엘프를 붙잡은 그는 부족한 내공을 채우며 다시 바닥을 밟았다.
쿠웅.
천마군림보의 힘에 날아드는 검격을 막아내던 일부가 멈칫거렸다.
안으로 파고드는 기운이 그들의 움직임을 막았고, 그들을 향해 기검이 날아들었다.
수적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상대하는 다크 엘프나 드워프들 역시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초절정을 넘어선 상태였다.
천마강림을 펼치기 전의 강준우였다면 고전을 면치 못할 상대들이었지만, 지금의 그는 너무나 가볍게 모두를 상대하고 있었다.
콰과광.
10성에 이른 천마신공을 토대로 펼치는 다른 초식들은 경천동지할 위력을 내보였다.
손을 휘두를 때마다 강한 기운이 쏟아졌고, 바닥을 구르면 지축이 흔들렸다.
천마신공뿐만 아니라 다른 마공들도 10성의 위력을 낼 수 있었다.
귀영심법과 유령보뿐만 아니라 소수마공과 혈수마공을 비롯한 여러 무공이 강한 위력을 냈다.
"보통 놈이 아니다. 한꺼번에 공격한다!"
"준비해!"
그런 강준우를 상대하기 위해서 다크 엘프와 다크 드워프들은 다른 움직임을 내보였다.
세 명씩 짝을 지은 다크 엘프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그를 공격했고, 드워프들은 힘을 한데 모으며 강력한 공격을 쏟아냈다.
콰과광.
커다란 폭발과 함께 강준우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격을 적중했지만, 정작 공격을 성공시킨 드워프들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조심해라. 놈이…"
그 충격을 발판삼아 빠르게 움직인 강준우는 뒤에 떨어져 있는 드워프를 베어냈다.
형상기검으로 검을 만들어내면서 드워프의 몸을 노렸다.
상대하는 드워프도 몸통만한 망치로 그의 공격을 받아냈지만, 강준우는 그 방어를 부수며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다.
터엉. 콰드득.
천마복룡파였다.
드워프가 휘두른 망치 역시 강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지만, 10성의 천마복룡파를 막아내지 못했다.
[다크 드워프를 처치했습니다. 7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천마복룡파가 3성으로 올라섭니다.]
[천마복룡파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사용하는 무공의 성취가 자연스럽게 올랐고, 작지 않은 포인트까지 손에 넣었다.
계속되는 천마강림은 그의 힘을 키웠다.
비록, 제 정신을 가지고 적을 상대할 수는 없었지만, 싸움을 지켜보는 강준우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나갔다.
'그동안 내가 사용한 천마신공이… 원래 이런 무공이었나?'
새삼 압도적인 강함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사용했던 천마신공은 제대로 된 천마신공이 아니었다.
앞에 있는 놈들의 힘도 대단했지만, 제대로 된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그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죽어라!"
드워프를 쓰러뜨린 강준우를 노리며 다크 엘프들이 달려들었다.
세 명씩 짝을 지은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헤이스트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놈들이 바로 다크 엘프들이었다.
그것도 세 마리가 짝을 지어서 협공을 감행했다.
티디딩. 촤아악.
다크 엘프 둘의 공격은 수월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다른 한 놈의 공격에 결국 가슴이 베이며 피가 튀었다.
'크윽. 충분히 피할 수 있었잖아?'
뒤에서 지켜보는 강준우는 의아해하며 뇌까렸다.
지금 몸을 움직이고 있는 알 수 없는 존재는 그보다 더 뛰어난 움직임을 보였다.
이 공격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고, 굳이 이런 피해를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붉은 피를 흘리며 벌어지는 강준우의 상처에 다크 엘프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괴물 같은 놈의 몸에 조금씩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머지않아 놈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작 가슴이 베인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만족해하는 다크 엘프의 머리통을 터뜨렸다.
쐐에엑. 퍼석.
곧바로 일양지를 쏘아내며 안도하는 놈을 잡은 그는 남은 두 다크 엘프를 향해 기검을 던졌다.
섬전처럼 쏘아진 기검이 그대로 다크 엘프를 스쳐 지나갔다.
다크 엘프는 그 와중에 몸을 비틀며 공격을 피해냈지만, 강준우를 공격한 다른 다크 엘프들의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이게 무슨!"
"무기를 버려. 놈이 단검을 붙잡고 있어."
두 엘프의 무기는 강준우의 기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그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착을 사용한다고?'
통제를 벗어난 몸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다크 엘프를 묶었고, 당황한 다크 엘프의 등에 기검이 꽂혔다.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기검이 되돌아오며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것이다.
"물러나!"
"하지만…"
"피해! 크윽!"
기검에 상처를 입은 다크 엘프는 동료를 밀어냈다.
그 사이 거리를 좁힌 강준우는 곧장 다크 엘프의 기운을 갈취하기 시작했다.
파츠츠츠.
빠르게 채워지는 기운이 단전을 가득 채웠다.
그 와중에 일부 힘을 되돌리자, 크게 벌어졌던 가슴의 상처가 다시 아물기 시작했다.
'만월의 축복? 이것까지 염두에 두고 그렇게 움직인 건가?'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인 게 아니었다.
강준우는 새삼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놈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하위 마공의 성취가 올랐다지만, 빠른 움직임을 내보이는 다크 엘프 셋의 합공을 받아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알고 놈들을 끌어들인 게 분명했다.
싸우는 감각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말 그대로 천마가 직접 강림을 한 것 같았다.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 모습을 지켜본 그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몸의 행동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과 함께 통제를 벗어난 몸은 남아있는 다크 엘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비켜라!"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다크 엘프는 곧장 바닥을 박차며 몸을 내던졌다.
그런 다크 엘프를 스치며 강력한 기운이 강준우를 덮쳤다.
콰앙. 콰과과광.
강기를 가득 머금은 망치가 날아들었다.
거대한 망치는 그대로 바닥을 때렸고, 그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만에 하나라도 상대가 공격을 피할 경우를 대비해서 일정한 공간에 큰 피해를 남긴 것이다.
모든 게 의도한 공격이었다.
"됐다!"
터져나가는 공간에 공격을 감행한 드워프들은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이어지는 경고에 그들의 표정에 다급함이 서렸다.
"긴장해라! 저 검들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어!"
"그럴 리가!"
허공을 노니는 기검은 여전히 남은 자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상대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끄아악!"
처절한 비명이 강준우의 건재함을 알렸다.
유령보를 밟으며 공격을 피한 그는 옆으로 몸을 날린 다크 엘프의 가슴에 손을 꽂아 넣었다.
[다크 엘프를 처치했습니다. 7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소수마공이 4성으로 올라섭니다.]
[소수마공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또 올랐어!'
계속해서 사용하는 여러 무공의 성취가 빠르게 올라섰다.
어느 정도 숙련도가 채워진 상황이었지만, 지금의 성장은 너무 빠른 감이 있었다.
'하긴, 계속 싸우고 있으니 이런 성장은 당연한 건가?'
상대가 누구든 상대가 몇 명이든 개의치 않았다. 적의를 품고 있든 가만히 지켜보고 있든 상관이 없었다.
그저 눈에 걸리는 놈들은 무조건 공격하고 보는 식이었다.
아무리 의지를 끌어 올리며 소리쳐도 상관없었다.
싸우지 말라는 말도, 먼저 죽이라는 말도 듣지 않고 그저 묵묵히 적을 상대하고, 쓰러뜨릴 뿐이었다.
강준우는 쓰러진 다크 엘프에게서 기운을 뽑아냈다.
목숨을 잃었다지만, 아직 흩어지지 않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그는 천마흡기공을 펼치며 뽑아낸 기운을 갈무리했다.
그 모습에 분개한 다크 엘프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놈! 죽어라!"
"복수다!"
남아 있던 다크 엘프 모두가 그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휘두르는 단검에서부터 강한 기운이 쏟아졌다.
쐐에엑. 콰과과광.
수많은 강기가 강준우를 베어냈다.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던 다크 엘프들의 공격은 쉽게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아무리 이형환위를 펼쳐도 쉽게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공격을 쏟아낸 다크 엘프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남은 기운을 끌어 모으며 강준우와의 거리를 좁혔다. 직접 그를 도륙할 생각이었다.
다크 엘프들로 사방이 포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력한 공격에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한데 모인 다크 엘프들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강준우가 있던 곳에서부터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과과과광.
강준우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낯선 형태의 강기가 다가오던 다크 엘프들을 휩쓸었다.
'천마반탄기? 엄청나잖아!'
다크 엘프들의 강기를 막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강한 반격까지 날리는 천마반탄기를 경험한 강준우는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쉬이익. 푸욱. 푸욱.
그의 손짓과 함께 허공에 있던 기검이 겨우 버티던 다크 엘프들을 향해 쏘아졌다.
이미 강한 충격을 받은 다크 엘프들 대부분이 그 공격을 허용했다.
[다크 엘프를 처치했습니다. 7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다크 엘프를 처치했습니다. 7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건곤대나이가 7성으로 올라섭니다.]
[건곤대나이와 관련된 능력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짧은 순간 많은 정보가 들어왔다.
일일이 그것을 확인한 강준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득찬 숙련도가 마저 채워지면서 새로운 힘이 커졌다.
천마신공과 관련된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무공들까지 힘을 키우자 남아 있는 상대도 더 수월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다!"
순식간에 쓰러진 다크 엘프의 모습에 남아 있던 드워프들이 다시 공격을 감행했다.
비록, 다크 엘프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강한 반격을 날렸다지만, 지금 강준우의 모습도 정상은 아니었다.
아무리 천마반탄기를 펼쳤어도 그들의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 없었다.
드워프들은 곳곳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가만히 서 있는 강준우의 모습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한 공격을 쏟아냈다.
사방에서 강한 힘을 머금은 강기들이 날아들었다.
마치 수많은 망치가 날아든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로 여러 잔영을 만들어내며 강준우를 뒤덮었다.
콰과과광.
강한 폭발이 뒤를 이었다.
초토화된 주변을 확인한 드워프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주, 죽었겠지?"
"거, 검들이…"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답은 허공에 떠 있던 기검이 대신했다.
쐐에엑. 파바바밧.
수많은 암기가 쏟아지는 것 같은 공격이 뒤를 이었다.
만천화우가 펼쳐진 것처럼 떠오른 기검이 번뜩이며 남은 드워프들의 목숨을 취했다.
그 많던 자들은 싸늘한 시체로 변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강준우는 무심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대환단을 입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