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26화 (226/254)

무아지경 (5)

"이 상황은 어떻게 된 건가? 설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

콰과과광.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에 황 노인은 권우철과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힘을 합쳐도 라이칸이라는 놈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했지만, 다행히 강준우의 희생으로 무사히 물러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의 상황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미 라이칸이라는 놈이 쓰러졌는데.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한다?'

라이칸은 강준우의 손에 쓰러졌지만, 그들은 거리를 유지한 채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권우철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강준우를 돕기 위해 움직이려는 황 노인을 붙잡았다.

"이제 제대로 된 설명을 해 주게."

"잠시만요. 잠깐 상황을 더 확인하고…"

"아악!"

권우철은 황 노인의 질문을 답을 했지만, 그 순간 백선화가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모두가 당황했다.

"선화야!"

"무, 물러나! 정령이 역소환 당했어!"

"정령이?"

"눈치챘어! 빨리 물러나야 해!"

"어서 여길 벗어나야 해요!"

"이게 무슨 소린가? 갑자기…"

"늦으면 다 죽어요! 블레싱!"

"헤이스트! 헤이스트!"

권우철은 축복으로 모두의 힘을 키웠고, 김연희는 헤이스트를 사용하며 빠르게 물러났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진지한 이들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대충,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며 빠르게 그들의 뒤를 따르자, 정은수와 다른 사람들도 분주히 걸음을 놀렸다.

"후우. 후우."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지?"

"준우가 쫓아오지 못할 곳까지요."

"… 흐음."

겁에 질린 그들의 표정에 황 노인은 침음을 흘렸다.

대강 어떤 상황인지 파악을 했지만, 조금 더 확실한 답이 필요했다.

'설마, 주화입마에 빠진 건가?'

파블로의 경우처럼 피아를 구별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강준우 정도의 힘이라면 피하는 게 당연했다.

라이칸을 쓰러뜨린 실력이라면 황 노인이 모든 힘을 쏟아내도 그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들은 지칠 때까지 뒤로 물러나고 나서야 걸을 멈췄다.

"허억. 허억."

"후우. 이제 괜찮은 건가요?"

"모르죠. 그래도 더는 못 갈 것 같으니까, 지켜봐야죠."

"…."

그들은 사력을 다해서 물러났다.

백선화의 정력이 역소환당하기 무섭게 뒤도 돌아보지 않았고, 진이 빠질 정도로 움직인 이후에야 겨우 멈췄다.

그래도 불안했는지 유키코와 다이스케는 주변을 둘러보며 불안해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더는 쫓아오지 않은 것 같으니까."

"정말인가요?"

"내가 파악하는 곳까지는 별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은 것 같네."

"후우."

그들은 황 노인의 말에 뒤늦게 안도할 수 있었다.

죽다 살아난 것 같은 그들의 모습에 정은수는 굳은 얼굴로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혹시, 주화입마에 빠진 건가?"

"주화입마라니요? 설마 그 사람도 파블로 씨처럼…"

"아니요. 주화입마는 아닐 겁니다."

권우철은 두 사람의 말을 부정했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강준우의 모습을 보면 주화입마라고 할 수 없었다.

"주화입마의 증상이 그저 몸을 가눌 수 없는 것만 뜻하는 게 아니네. 큰 충격으로 정신 자체가 변하면서…"

"아니요! 준우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도, 돌아오다니? 설마, 저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소린가?"

"… 맞아요. 일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죠."

권우철은 대략적으로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황 노인은 놀라워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화입마가 아니라는 소린가?'

이미 강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상황에서 보인 모습이라면 무공이나 다른 능력인 게 분명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무공과 관련된 식견이 조금 있는 황 노인이었지만, 그라고 모든 무공을 알지는 못 했다.

강준우의 경우에는 주화입마보다 다른 무공 때문에 그렇게 변한 게 확실한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순식간에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무공이라니.'

직접 마주하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무공인 것은 분명했다.

다만, 이성을 잃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아무리 그래도 피아를 구별할 수 없는 상태라니."

"완전히 광전사네요."

"광전사요?"

"네. 광전사요."

미쳤다는 말이 아니라면 그의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 상황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였다.

"별 일은 없겠죠?"

"그 웨어 울프를 쓰러뜨릴 정도로 강한 힘을 내는 상태라면… 엄청난 힘이 필요할 것 같군."

"힘이라면 내공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평소보다 몇 배나 강한 힘을 낼 정도라면 가진 내공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겠지. 내공을 모두 소진하면 선천지기를 사용할 지도 모르겠군."

"선천지기라면?"

"생명력이지. 내공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면 생명력을 불태워서 그 상황을 유지해야겠지."

"…."

황 노인의 설명에 권우철과 일행들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생각보다 강준우의 상태가 너무 심각해 보였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에게 목숨을 빚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준우에게 다가갈 수도 없는데.'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강준우를 어떻게 도와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제 어떡하죠?"

"글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 같군."

"…."

"당분간은 힘을 키워야하지 않겠나?"

"힘이요?"

"그래. 그 친구를 도우려면 이대로는 힘들 것 같거든."

권우철은 황 노인의 말에 고민했다. 되도록이면 강준우에게 멀어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백선화가 따로 정령을 움직이면서 최대한 먼 곳에서 그를 지켜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황 노인의 말처럼 지금 상황에서는 강준우를 도울 수가 없었다.

"잠깐만 쉬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알았네. 그렇게 하지."

★ ★ ★

'그 정령은 분명히 선화가 보낸 거겠지?'

허무하게 소멸된 정령의 모습에 강준우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정령이 지켜본다는 것을 알아내고도 한참 움직이지 않았던 몸이 갑자기 정령을 공격하며 강제로 역소환시켰기 때문이다.

당연히 곧 있을 일이 걱정이었다.

혹시라도 통제를 벗어난 몸이 일행들을 찾아서 움직인다면 상황을 돌이킬 수 없었다.

지금까지 했던 일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만약 그들과 부딪친다면 제 손으로 권우철을 비롯한 일행들을 쓰러뜨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없었다.

이미 강준우의 상태를 잘 알고 있던 일행들은 상당한 거리를 벌린 채 움직이고 있었고, 정령이 역소환되자마자 곧바로 멀어져갔다.

거리가 있는 만큼 그들을 쫓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령을 처리하자마자 그의 몸은 곧바로 백선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멀리서 감시한 일행들을 잡을 생각인 것 같았지만, 강준우는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몸을 가로막았다.

'설마, 내 말을 들은 건가?'

작정을 하고 쫓았다면 일행들을 잡을 수 있었다.

굳이 천마강림이 아니라도 익히고 있는 유령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게 분명했지만, 통제를 벗어난 몸은 그의 말에 따랐다.

우연일 지도 몰랐지만, 작은 가능성을 엿봤다.

그리고 강준우는 그 사실에 고심했다.

'싸움에 미친 몸이 내 말을 따른다? 건곤대나이 때문인가?'

숙련도가 쌓이면서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오른 만큼 천마신공을 견제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따로 관련된 소식이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힘을 풀 수 있는 거지?'

계속해서 궁리를 해봤지만, 명확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강준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몸을 향해 다시 한번 의지를 보였다.

'내공을 다 채우고 움직이라고!'

별다른 무공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내공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천마강림을 펼치는 것 자체가 많은 내공을 필요로 했다.

무작정 영약을 먹거나 다른 놈들을 찾아서 천마흡기공을 펼치는 것보다 차라리 운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무리 포인트가 많아도 이렇게 대환단을 계속 복용하면 금세 동이 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의지를 벗어난 몸뚱이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걸음을 옮기던 그의 몸은 개의치 않으며 대환단을 입에 넣었다.

대환단은 입에 넣기 무섭게 녹아내렸다.

비싼 대환단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식도를 타고 흘러들어간 기운이 순식간에 단전을 채우면서 몸 곳곳에 스며들었다.

'미친! 소환단으로도 충분하잖아!'

약효를 다 흡수하지 못하는 대환단보다는 부족하더라도 소환단을 통해서 내공을 회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쳐 봐도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조금은 자신의 뜻에 따른다고 생각했던 게 모두 망상인 것 같았다.

통제를 벗어난 몸은 가볍게 그의 말을 무시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도 또 다른 상대를 찾기 위해 기감을 퍼뜨렸다.

제멋대로인 몸뚱이를 지켜봐야만 하는 강준우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싸움에는 도가 튼 것 같았지만, 다른 것에서는 효율이 너무 떨어졌다.

'포인트를 다 쓰기 전에 빨리 몸을 되찾아야만 하는데.'

★ ★ ★

걸음을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자들을 찾아냈다.

멀리서도 그들의 기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싸우고 있는 건가?'

일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서로 부딪치고 있었다.

개중에 일부는 얼마 전에 상대한 다크 엘프나 다크 드워프와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거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저 뒤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천마강림이 유지되는 사이에 강준우도 많이 성장했다.

고수와의 싸움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과 같았다.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천마신공을 어떤 식으로 펼치는지, 어떻게 과감하게 움직여야 적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지에 관해서 얻은 게 많았다.

같은 몸이라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얼마나 강해지는지 여실히 느꼈다.

강준우는 다시 한번 성장한 자신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길지 않았다.

'뭐하는 거야? 설마 저 싸움에 끼어들려는 거냐?'

어느새 그의 몸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령보를 펼치면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곧바로 싸움이 일어나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주변의 풍광이 빠르게 바뀌었다.

10성의 유령보는 은밀함은 물론이고, 그 움직임도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져 있었다. 거기에 일섬까지 사용하자, 그의 몸은 순식간에 싸움이 일어나는 곳 근처에 도착했다.

'흐음. 인간들이잖아?'

다크 엘프들과 싸우고 있는 상대는 그와 같은 인간들이었다.

다행히 모두가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문제는 그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타락한 놈들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실력은 생각보다 더 뛰어났다.

함께 움직였던 황 노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환장하겠네.'

그들은 상대하는 다크 엘프와 다크 드워프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고작 한 명이 더 많았지만, 수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었고 저마다 제 역할을 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손을 맞춘 것 같았다.

서로가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있는 만큼 오히려 타락한 놈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으면 그대로 다크 엘프와 드워프를 쓰러뜨릴 게 분명했다.

하지만 변수는 그가 움직인 것만으로 변수가 발생했다.

'움직이는 거냐?'

스스로의 몸에게 질문을 하기 무섭게 그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섬과 함께 유령보를 펼친 강준우는 다시 빠르면서도 은밀하게 움직였다.

다크 엘프와 드워프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모두의 눈을 속인 그는 순식간에 이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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