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27화 (227/254)

무자비한 놈 (1)

콰앙.

강력한 일격에 한 사람이 튕겨져 나갔다.

그들과 다르지 않은 피부색을 가진 드워프의 일격에 공격을 받아낸 사내는 튕겨져 나가며 바닥에 처박혔다.

"에젠와, 괜찮아?"

"크윽. 괜찮아."

"에메니케!"

"리스토레이션!"

다급한 부름에 에메니케는 곧장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

성스러운 빛이 쓰러진 에젠와라는 사내를 휘감았고, 그는 다시 몸을 일으키며 남아 있는 다크 엘프와 드워프들을 바라봤다.

"무리하지는 마! 어차피 우리가 유리하니까."

"그래. 알았어."

상대하는 놈들도 보통은 아니었다.

지금 마주한 놈들은 일전에 상대했던 놈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조합에서는 그들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세 명의 무인과 한 명의 마법사. 그리고 한 명의 힐러까지.

개중에 두 명은 이미 극마경과 화경에 올라선 상태였고, 마법사도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사제라고 할 수 있는 사람과 다른 무인의 경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그래도 남은 세 명의 힘이 강력했기 때문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블레싱!"

무엇보다 사제라는 능력 자체가 귀했다.

상처를 입으면 곧바로 치료를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힘겨운 상대를 처리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도 축복을 걸어주며 일행을 독려했다.

- 에젠와! 우선 다크 엘프부터 죽이자!

- 알았어.

에젠와는 바바툰의 전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운을 뽑아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바바툰은 뒤에 있는 마법사를 향해 신호를 줬다.

"지금이야!"

그의 말에 기다리고 있던 마법사는 곧바로 마법을 펼쳤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거침이 없었다.

"아이스 포그! 아이스 월!"

쿠구구구. 콰과광.

뿌연 안개가 끼며 온도가 내려가기 무섭게 바닥에서부터 두꺼운 빙벽이 솟구쳐 올랐다.

마법은 정확히 다크 드워프들의 주변을 가로막았고, 대기하고 있던 두 사람은 다크 엘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에젠와는 곧장 창을 휘두르며 다크 엘프들을 붙잡았다.

전방을 가득 채우는 수많은 창영이 다크 엘프 둘을 가로막았다.

생겨난 붉은 창영은 허상이 아니었다.

하나하나 강한 힘을 품고 있는 강기였다.

따로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다가오는 공격에 다크 엘프들도 기운을 담은 단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받아냈다.

콰과과광.

힘과 힘이 부딪치면서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

만만치 않은 충격에 오히려 공격을 한 에젠와가 밀려났지만, 그 틈을 노리며 바바툰이 검을 뿌렸다.

길게 늘어난 검강이 그대로 다크 엘프를 두드렸다.

나름 작정을 하고 감행한 공격에 피가 튀었지만, 아쉽게도 한 명도 쓰러뜨릴 수가 없었다.

"젠장, 이걸 피해내?"

"크윽."

"에젠와! 뭐하고 있어?"

당연히 공격이 이어져야 했지만, 밀려난 에젠와에게서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바바툰이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봤고, 그의 눈에 뒤를 돌아보고 있는 에젠와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잘게 떨리는 몸으로 뒤를 살피는 에젠와의 모습이 이상했다.

일의 경중을 모를 에젠와가 아니었다. 싸우는 동안에 시선을 돌릴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지만, 그의 뒤로 드러난 광경에 바바툰 역시 분개했다.

"이 개자식아!"

"개새끼, 죽인다!"

그들의 눈에 쓰러진 두 사람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빙계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는 물론이고, 그들을 지켜야 할 동료 역시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따로 이상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 그런 참상이 일어난 것이다.

뒤에 남은 동료들 모두가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짧은 순간에 너무나 쉽게 목숨을 잃었다.

흥분한 둘은 곧장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모두의 치료를 맡은 에메니케의 목을 틀어 쥔 그는 다가오는 둘의 모습에 곧장 기운을 흘리며 둘을 공격했다.

쿠웅. 콰과광.

"크윽."

"조심해!"

아래에서 솟구쳐 오른 기파에 둘은 몸을 날리며 공격을 피했다.

곧바로 달려들어서 목을 비틀어도 시원찮을 놈이었지만, 나타난 놈의 실력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엄청난 실력자야!"

"치졸한 놈일 뿐이야!"

에젠와는 바바툰의 말을 무시하며 다시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쉽사리 손을 뻗을 수 없었다.

"에메니케?"

"나, 나는…"

우두둑.

강준우의 손에 붙잡힌 에메니케는 힘없이 축 늘어졌다.

무표정한 얼굴로 에메니케의 목을 비트는 상대의 모습에 에젠와는 분개하며 주저했던 창을 다시 휘둘렀다.

"개자식, 죽어!"

쐐에엑.

강준우의 전방에 수많은 창영이 떠올랐다.

조금 전에 다크 엘프들을 상대하면서 사용했던 그 수법이었다.

'혈영창법이잖아?'

이전과 다르게 살기가 가득한 공격이 그대로 강준우의 몸을 꿰뚫려는 듯이 날아들었다.

거기에 바바툰도 검을 쥔 채로 기운을 잔뜩 끌어 올렸다.

'이 와중에도 협공을 하려는 건가?'

둘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당연히 공격을 피하고 두 사람의 의도와 다르게 움직여야했지만, 통제를 벗어난 몸은 가만히 서서 그 공격을 맞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예리한 창두에서 뿜어져 나온 강기가 강준우를 덮쳤다.

공격을 감행한 에젠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위력적인 초식을 펼쳤지만, , 강준우는 빠르게 손을 놀리며 공격을 받아냈다.

티디딩. 티디디딩.

"혀, 혈영창법? 어떻게?"

강준우 역시 같은 초식으로 공격을 쳐냈다.

오히려 그의 공격이 에젠와의 공격보다 더 강력해 보였다.

"하압! 죽어라!"

그가 에젠와의 공격을 받아내는 사이, 바바툰은 위로 뛰어들며 검격을 뿌렸다.

수많은 검영이 하늘을 가득 채우며 강준우를 노리며 쏟아졌다.

'이건 그때 본 그 무공이잖아?'

예전에 경험한 적이 있는 검법이었다.

코타로우가 사용했던 남궁세가의 창궁무애검법이었다.

당시에도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내보였던 검법이 다시 펼쳐지고 있었다.

티디디딩. 콰과과광.

하지만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그 공격을 받아냈다.

에젠와가 날린 강기를 막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날아드는 강기를 다시 되돌리며 바바툰의 검강을 쳐냈다.

'이건 배진격이네.'

건곤대나이의 초식이었다.

마공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자신의 몸에 강준우는 깜짝 놀랐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는지 그의 몸은 밀려나는 에젠와를 향해 그대로 창을 내던졌다.

쐐에엑. 푸욱.

"커헉."

"에젠와!"

형상기검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창이라 스스럼없이 내던질 수 있었다.

이미 다크 엘프들과의 싸움을 통해서 피해를 받은 에젠와였기 때문에 그의 공격을 받아낼 수 없었다.

이기어검의 힘을 빌어 움직인 공격을 쳐내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그대로 에젠와의 몸을 뚫은 기창은 허공에서 크게 우회하며 바바툰을 향해 날아들었다.

"흐읍!"

뒤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살기에 바바툰은 몸을 비틀었다.

파앗.

아슬아슬하게 스친 기창에 피가 튀었지만, 다행히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바닥에 내려선 그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끄으윽."

배에 큰 상처를 입은 에젠와가 강준우의 손에 붙들린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내려선 바바툰은 에젠와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기운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기운이 기습을 감행한 놈에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 기운을 흡수해? 흡기공?'

"이 개자식이! 그만 둬!"

정작 분개하며 소리쳤지만, 달려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잠깐 부딪치면서 상대와의 격차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앞에 있는 놈은 그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다섯 명이 모두 힘을 합쳤어도 쉽게 쓰러뜨릴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치이이익.

"끄아아아!"

살이 익는 누린내와 함께 에젠와가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쳤다.

붉게 변한 손으로 에젠와의 목숨을 취한 강준우의 모습에 바바툰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에젠와의 모습도 충격이었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강준우의 눈빛이었다.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은 눈빛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혈영창법을 획득하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동일한 능력으로 혈영창법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혈영창법이 5성으로 올라섭니다.]

[혈영창법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이 와중에 창법까지 손에 들어온 건가?'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다던 상대의 무공이 이상하리만치 자주 들어오고 있었다.

무공뿐만 아니라 다른 능력들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쓰러뜨린 세 명 중에 한 명 끼어 있던 무인에게도 피어라는 능력을 얻으면서 9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원하지 않은 기습은 너무나 완벽했다.

기존에 그가 직접 펼쳤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은밀했고, 깔끔했다.

유령보를 펼친 상태에서 일섬과 무영검을 동시에 펼치면서 먼저 마법사를 처리할 수 있었다.

10성으로 보정된 무영검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를 너무나 간단하게 쓰러뜨렸다. 유령보를 펼친 그를 발견하지 못한 만큼 기습을 피할 수 없었다.

먼저 마법사를 처리하고, 달려드는 무인의 힘을 갈취하는 동시에 사제를 붙잡았다.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 기습은 지켜보던 강준우조차 놀랄 정도로 깔끔했다.

혈수마공으로 목숨을 잃은 에젠와를 내던진 그는 남아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그 역시 앞서 죽은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이들이 이곳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지금 그의 몸은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리 꺼져! 이 괴물 같은 자식아!"

쐐에엑.

바바툰은 다시 검격을 뿌리며 뒤로 물러났고, 강준우는 날아오는 검격을 받아냈다.

티잉. 쐐에엑.

다시 배진격을 이용하며 날아든 검강을 되돌리자, 바바툰은 바닥을 구르며 공격을 피해냈다.

콰과광.

'됐다!'

그는 일부러 강준우를 도발했다.

일부러 어렵지 않게 받아낼 수 있는 검격을 뿌리며 그의 공격을 이끌어냈다.

에젠와의 강기를 되돌리는 것을 확인한 만큼,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공격을 받아낼 거라고 확신했다.

물러나던 그의 뒤에는 다크 엘프와 다크 드워프가 남아 있었다.

얼마 전까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이였지만, 저들의 눈에는 앞에 있는 놈이나 자신이나 적으로 인식될 게 분명했다.

바바툰의 생각처럼 그들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강준우가 되돌린 검강을 막아낸 그들은 강준우는 물론이고 그에게도 공격을 쏟아냈다.

그리고 준비하고 있던 바바툰은 다시 나려타곤의 수법을 이용하며 공격을 피해냈다.

콰과광. 콰광.

그들은 순식간에 부딪쳤다.

서로를 싸우게 만든 바바툰은 그제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는 곧장 바닥을 박차며 자리를 피했다.

마음 같아서는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힘이 없었다.

'미안하다. 지금은 힘이 없어서 이대로 물러나지만, 반드시 힘을 키워서 저놈을… 흐읍!'

나중을 기약했지만, 각오를 다지기도 전에 강력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에젠와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그 기창이었다.

강준우의 손을 떠나서 마음대로 움직이는 기창에 바바툰은 다시 바닥을 구르며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 순간, 바닥에서부터 강한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콰과광.

천마군림보였다.

이미 몇 차례 그의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지체 없이 천마군림보를 펼치며 바바툰을 공격했다.

"커헉!"

그 힘에 휩쓸린 바바툰이 튀어 올랐다.

나름 호신강기를 펼치며 공격을 받아냈지만, 충격을 모두 해소할 수 없었다.

푸욱.

하지만 그런 그에게 기창이 날아들었다.

절묘한 순간에 꽂힌 공격은 대응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정확히 심장을 꿰뚫은 기창은 다시 주변의 다크 엘프에게 날아갔고, 새로운 알림이 전해졌다.

[새로운 무리(武理), 제왕검형(帝王劍形)을 얻었습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제왕검형?'

생각지도 못한 무리까지 손에 넣었다.

남궁세가의 오의라고 할 수 있는 무공이었지만, 무공이라기보다는 무리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정파의 무공이었지만, 이제 그런 제약이 없어진 강준우였다.

새로운 무리를 손에 넣자, 그 힘의 영향으로 달라진 무공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힘을 키운 그는 남은 다크 엘프와 드워프를 상대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