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28화 (228/254)

무자비한 놈 (2)

"끄윽. 결국에는 또… 네놈들이구나!"

"크큭."

손에 잡힌 다크 드워프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원망에 가득찬 목소리였지만, 정작 그 말을 접한 강준우는 그저 괴소를 흐릴 뿐이었다.

치이이익.

[다크 드워프를 처치했습니다. 7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혈수마공이 4성으로 올라섭니다.]

[혈수마공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음양신공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마지막 남은 드워프를 처치하자 혈수마공은 물론이고, 음양신공의 성취까지 상승했다.

다크 엘프와 다크 드워프 넷을 상대하는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았다.

상대한 자들은 이미 조금 전에 쓰러뜨린 자들과 부딪치면서 힘을 소진했고 피해까지 입은 상태였다.

처리한 드워프를 내던진 강준우는 뽑아낸 기운을 이용했다.

곳곳에 힘을 퍼트리며 기운을 끌어 올리자, 몸에 생긴 상처들이 그대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참 무식한 방법이지만… 그래도 효과는 엄청나잖아?'

다크 엘프를 상대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맨몸으로 놈들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그들의 손을 묶었다.

일부러 상처를 입으면서 가까이 다가온 다크 엘프들을 쓰러뜨렸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이었지만, 움직임이 기민한 다크 엘프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반면, 다크 드워프들은 건곤대나이와 유능제강의 무리를 이용해서 상대했다.

상대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그들인지라 날아든 힘을 역이용하는 게 좋았다.

통제를 벗어난 몸은 본능적으로 상대를 파악하고 있었다.

상대에 따라서 사용하는 무공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했지만,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강준우에게는 또 다른 깨달음을 전해줬다.

그의 몸은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했다.

작지 않은 포인트를 얻고 여러 이득을 취하면서 몸을 회복한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놈은 지치지도 않는 건가?'

지금까지 싸움을 쉰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따로 음식을 섭취한 것도 아니었고, 휴식을 취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천마강림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한계를 모르고 움직이는 몸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다시 되찾아 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불안했지만, 그 걱정을 읽었는지 통제를 벗어난 몸은 곳 한적한 곳을 찾아서 휴식을 취했다.

'설마, 내 말을 듣고 있는 거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의 몸에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래도 따로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섭취한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그의 몸은 무한의 식량 주머니에서 음식을 섭취했다. 그리고 다시 대환단을 입에 넣으며 부족한 내공을 채워나갔다.

'이건 무공이 아니라 영약 때문에라도 강해질 수밖에 없겠네.'

지금까지 먹은 영약이 가볍게 두 자릿수를 넘어갔다.

심심할 때마다 영약을 입에 넣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다행히 그의 몸은 곧바로 운기를 이어갔다.

천마강림이 펼쳐진 상황에서 처음 하는 운기조식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도 곧바로 움직이는 내기에 정신을 집중했다.

'어쩌면 다시 몸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몰라.'

운기 자체가 집중을 요하는 일이었다.

그 과정이라면 다시 몸의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단전에서부터 움직인 내공이 몸 구석구석으로 흘러나갔다.

기운 하나하나가 머무는 곳과 머문 시간을 각인이라도 시키는 것처럼 정신을 집중한 그는 또 다른 사실을 확인하며 깜짝 놀랐다.

'천마신공이 이렇게 세밀한 무공이었나?'

그저 강한 파괴력을 내기위한 마공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운기를 경험하자 그런 생각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대개 무공에 신공이라고 불리는 것 자체가 평범한 무공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공능을 가지고 있었다. 마공의 원류라는 무공에 신공이 붙는 것만 봐도 천마신공이 얼마나 대단한 무공인지 알 수 있었다.

정작 그 무공을 익히고 있는 강준우였지만, 그냥 대단하다고 생각한 게 전부였다.

천마강림을 통해서 경험한 천마신공은 확연히 달랐다.

단전에서 깨어난 기운들은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어가서 잠들어 있던 세포를 깨우고 있었다.

천마신공이 10성에 이르자 기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것 같았다.

기가 흐르는 통로는 몸 전체였고, 그 사실을 새롭게 깨달은 강준우는 그 힘을 여실히 느꼈다.

그동안에는 그저 알고 있는 기맥을 통해서만 기운을 움직이던 그인지라, 이런 식으로 기운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처음 배웠던 게 다가 아니었네?'

포인트를 통해서 익힌 무공들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역시도 무공을 배우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유연한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때도 이런 느낌을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은데.'

일양지를 이용해서 형상기검을 만들었던 것처럼 초식을 응용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비검술을 처음 사용했던 것도 따로 초식이 있었던 게 아니라, 연비도로 익힌 비도술을 응용한 것이었다.

상당한 효과를 보였던 것을 떠올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통제를 벗어난 몸이 보이고 있는 행동 대부분이 그가 일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후우우."

깊은 날숨과 함께 강준우는 눈을 떴다.

운기를 하기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몸을 느낄 수 있었지만, 여전히 몸에 대한 통제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떡하라는 거지?'

운기를 통해서 제 정신을 차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생각이 전부였다.

문득 이 상황이 계속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

평생 이렇게 갇혀있는 것보다는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근처에서 느껴지는 낯선 기척에 그런 생각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또 뭐지?'

구석에 숨어서 그를 살피는 은밀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 기운이 지금까지 상대했던 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강준우는 안타까워했다.

'그냥 가! 인간을 계속 죽여 봤자 좋을 게 없다고!'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힘을 모을 사람들이 필요했다.

황 노인과 나눈 대화를 염두에 둔 그는 주저앉은 채, 고민하고 있는 몸을 설득했다.

물론, 큰 기대감은 없었다.

지금까지 보인 행동만 봐서는 그의 말을 무시할 가능성이 높았다.

'뭐야?'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런 그의 생각이 통했는지 의지를 벗어난 몸은 기척이 느껴지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 의문이었다.

어쩌면 이제야 의지대로 움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뒤쫓는 기감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저 멍청한 인간은 계속 쫓아오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같을 리가 없었다.

지금 처한 상황도 모른 체 은밀히 뒤를 쫓아오는 낯선 사람의 행동에 그는 답답해했다.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차고 있었다.

오히려 점점 더 거리를 좁혀오는 그 사람의 모습에 강준우도 체념했다.

그냥 물러났다면 살아날 수 있겠지만, 다른 마음을 품고 뒤를 쫓는 거라면 가망이 없었다.

뒤쫓아 오는 사람의 의도가 여실히 느껴졌다.

아무래도 좋지 않은 마음을 품고 있는 게 분명했다.

온전히 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을 좋게 대할 강준우가 아니었다.

강준우는 가만히 상황을 지켜봤다.

이렇게 된 상황이라면 차라리 그의 몸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보는 게 나았다.

뒤를 쫓아오는 사람의 기척을 파악하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통제를 벗어난 그의 몸은 그 사람을 무시했다.

대신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존재를 확인하며 그곳으로 움직였다.

★ ★ ★

갑자기 빨라진 강준우의 모습에 뒤를 쫓던 수르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로 혼자 움직이는 건가?'

이런 곳에서 혼자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평범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왔지만, 혼자서 움직이기에는 너무나 힘겨운 곳이었다.

당연히 다른 일행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선 몸을 숨긴 상태로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고 기회가 되면 일행들을 부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움직이는 모습만 봐서는 혼자가 분명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는데. 이런 곳에서 혼자 움직일 정도로 고수일까?가?'

어쩌면 함께 움직이던 일행들이 모두 죽었을 지도 몰랐다.

치열한 싸움 속에서 혼자 살아남았거나 혼자 도망갔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녀와 일행들 역시 힘겨운 상황을 겪은 이후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먹음직한 사냥감이 혼자라는 점이었다.

따로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그 사냥감이 가지고 있을 포인트와 무공, 귀물을 손에 넣는 게 좋았다.

'우선 실력을 먼저 확인해야겠지?'

아직까지 들키지 않은 만큼 이 상황을 유지하면서 지켜볼 생각이었다.

다른 곳으로 빠르게 움직인 그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나았다.

괜한 욕심으로 피해를 입느니 그냥 포기하고 다른 상대를 찾는 게 모두에게 좋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음을 굳힌 그녀의 몸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강준우가 사용하던 보법과 같은 유령보였다.

상당한 성취를 이뤘는지 그녀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고, 곧바로 강준우가 움직인 곳으로 향했다.

채앵. 채앵.

'다크 엘프다! 근데, 한 놈뿐이네?'

먼저 움직인 강준우는 다크 엘프를 상대하고 있었다.

아마도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혼자 움직이고 있는 다크 엘프를 발견한 것 같았다.

생각보다 운이 좋은 것 같았지만, 정작 다크 엘프를 상대하는 강준우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터엉.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들썩이는 강준우의 모습에 뒤를 쫓아온 수르빈은 다급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내의 실력이 너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크 엘프를 상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지만…'

여기에서 혼자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보일 모습에는 한참 못미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강준우가 강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강기를 사용하는 다크 엘프의 공격을 받아내기 위해서 그도 강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저 검이 조금 특별한 건가?'

손에 들고 있는 사내의 검이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르빈은 결국 마음을 굳혔다.

'이대로 다크 엘프에게 저 사람을 빼앗기는 것보다 내가 처리하는 게 좋겠지?'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

허무하게 다크 엘프에게 죽느니, 같은 인간에게 힘을 넘겨주는 것도 억울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처에 다른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굳이 그들을 부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저 정도 실력이면 나 혼자서도 충분할 거야.'

괜히 일행을 불러봤자 좋을 건 없었다.

오히려 오랜만에 마주한 사냥감을 나눠줘야만 했다.

마음을 굳힌 그녀는 최대한 기척을 숨기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둘에게 접근했다.

기회를 봐서 기습으로 강준우의 목숨을 취하고 이후에 다크 엘프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이미 인지하고 있던 기척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강준우는 혀를 찼다.

'죽어도 싼 년인가?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히는 것만 봐서는 아마도 다른 뜻을 품은 것 같았다.

하지만 과감한 결단을 내린 상대보다 지금 다크 엘프를 상대하고 있는 몸이 더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의 몸은 일부러 상대를 속이고 있었다.

순식간에 쓰러뜨릴 수 있는 다크 엘프를 상대로 일부러 고전하고 있는 모습을 내보였다.

본능적인 행동이 너무나 악랄했다.

그의 몸은 여기까지 오면서 강준우가 내보였던 행동을 자연스럽게 재현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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