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30화 (230/254)

또 한 번의 변화 (1)

"허억. 허억."

"리스토레이션! 선화야? 괜찮아?"

"소용없어. 큰 도움이 안 될 거야."

권우철의 회복 마법을 접했지만, 백선화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정령이 역소환 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역소환을 당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피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황 노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그만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좋겠네."

"다른 방법이라니요?"

"마냥 이대로… 뒤만 쫓을 수는 없지 않은가?"

황 노인과 정은수는 다시 힘을 키우자는 의견을 내놨다.

권우철을 비롯한 일행들도 그들의 의견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여전히 강준우의 상태가 걱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살펴보자는 생각으로 정령을 내보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조금만 잘못했으면 큰일이 났을 지도 몰라요. 이제 그만 다른 쪽으로 움직이는 게 좋겠어요."

"그게 좋겠네. 어차피 지금의 준우 군이라면… 누가 준우 군을 해칠 수 있겠나?"

황 노인의 말처럼 누가 강준우를 해칠 수는 없었다.

일행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다이스케도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오히려 그 인간이 누구를 죽이면 죽였겠지. 그 인간을 누가 해쳐?"

"그래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

"계속 쫓아다니는 것도 힘들잖아? 잘못하면 모두가 죽을 거야."

일격에 중급 정령을 역소환시키는 강준우의 힘이라면 걱정은 없었다.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왔을 때가 문제였지만, 지금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고 하더라도 딱히 좋은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말씀대로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게 좋겠네요."

"그래. 잘 생각했네."

"대신, 저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한 사람은 남아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남을 테니까 다른 사람들은 앞날을 위해서 힘을 키워 주세요."

생각지도 못한 권우철의 결단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황 노인은 그런 그를 답답해하며 물었다.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

"준우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죽었을 겁니다. 계속 도움만 받았는데, 이 상황을 그냥 넘길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자네가 이곳에 남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을 거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작은 도움이라도 될 생각입니다."

권우철은 뜻을 바꾸지 않았고, 옆에서 지켜보던 정은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봐왔던 강준우는 음흉하면서도 냉정했다. 누군가를 구하거나 챙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권우철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좋아. 그럼 나도 선배랑 같이 있을래."

"안 돼! 연희 너는…"

"나도 오빠랑 같이 있을 게. 어차피 오빠 혼자라면 가까이 가서 살피지도 못하잖아?"

김연희와 백선화도 그의 뜻에 따랐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이스케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나도 남아야겠네."

"다이스케, 너도?"

"전용 물약이 어디를 가겠어? 그 인간이 아니었으면 나도 죽었겠지."

세 사람뿐만 아니라 유키코와 하야테도 그의 뜻에 따랐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 노인은 당황한 권우철을 일깨웠다.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생각인 건가?"

"위험에 빠뜨리다니요?"

"만약 일이 잘못되면 모두가 죽는다는 걸 모르는 건가?"

"…."

"자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겠지만, 준우 군이 그런 선택을 한 이유가 뭔지 잘 생각해보게."

"준우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요?"

"모두를 살리기 위한 일 아니었나?"

"…."

강준우가 그런 뜻으로 나설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과감한 선택을 한 게 분명했다.

그동안 함께한 대부분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굳이 반박을 하는 것도 이상했기 때문에 말을 아꼈지만, 황 노인은 침묵하는 모두의 모습에 내심 만족하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설픈 힘으로 돕는다는 게 오히려 준우 군을 괴롭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네."

"괴롭게 만드는 일이라니요?"

"만에 하나라도 자네들 중에 한 명이 그의 손에 죽는다면… 나중에 정신을 차렸을 때, 준우 군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그거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놈이었다.

오히려 죽은 사람의 행동을 어리석었다고 평가할 지도 몰랐다.

'그놈 인성이라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 같은데.'

새삼 이런 행동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연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지금은 힘을 키우는 게 먼저네. 우선 힘을 키우고 나중에 준우 군을 되돌릴 방법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네."

"후우."

황 노인은 일전에 했던 말을 다시하면서 모두를 설득했다.

그리고 이후에 있을 강준우의 반응을 떠올린 모두는 그의 말에 수긍했다.

"누구한테 맞고 죽을 놈은 아니잖아?"

"그, 그렇지?"

"내공이 부족할 일도 없을 것 같지? 부족했으면 진즉에 어떤 변화라도 있지 않았을까?"

"하긴, 곳곳에 물약이 넘쳐흐르니까."

의외로 쉽게 결정이 났다.

힘겹게 그들을 설득한 황 노인은 뿌듯해하며 일행을 이끌었고, 다른 사람들은 강준우가 있는 곳을 뒤돌아보며 그를 따랐다.

★ ★ ★

강준우는 조금 더 산 깊숙한 곳으로 움직였다.

점점 중앙에 있는 산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분명히 멈추라는 말에 반응을 보였는데.'

정령을 움직인 일행들을 곧 죽일 것처럼 달려들던 그의 몸이 결국 방향을 바꿨다.

강력한 의지에 뜻을 꺾은 게 분명했다.

'뭘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동안 아무리 강한 의지를 드러냈어도 따르지 않았던 몸이 처음으로 그의 말을 들은 것이다.

일행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죽는다는 사실이 평소보다 더한 감정을 내보였지만, 그렇다고 멈출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 했다.

'그동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통제를 벗어난 몸은 계속 싸우면서 다른 무공의 성취를 올리고 있었다.

다른 무공들의 성취가 10성까지 오르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천마신공과 관련된 무공이나 다른 마공이 아니더라도 상청무상신공이나 다른 정파의 무공을 익히면 제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반쯤 체념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이든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접한 상황으로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 힘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건가?'

알 수 없는 시스템을 통해서 무공을 익히고 힘을 키울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별다른 고민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처한 상황에 순응하고, 드러난 그 결과에 동요하며 고심한 게 전부였다.

'내 역량이 부족한 건가?'

문득 엘프 대장로와 나눴던 마지막 대화가 떠올랐다.

저주 받은 힘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은 그 힘을 사용하는 자의 역량과 책임이라는 말.

그때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말이었지만, 지금은 작은 울림을 전해줬다.

'역량과 책임이라.'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정공 무공을 익힌다고 멀쩡할 수 없었고, 마공을 익힌다고 마기에 잠식당하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익힌 무공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 힘이 절대적일 수는 없었다.

'설마, 지금 천마강림으로… 내 역량을 키워주는 건가? 아직 천마신공을 제대로 발휘하기에는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건가?'

스치는 생각에 움직이던 몸이 절로 걸음을 멈췄다.

찰나의 순간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들면서 잠깐 몸의 통제력이 돌아온 것 같았지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흐음.'

몸의 반응으로 봐서 지금 갖게 된 생각이 틀린 것 같지 않았다.

달라진 변화를 인지한 강준우는 다시 스스로의 상태를 살폈다.

처음에는 마기에 침범당하거나 주화입마에 빠졌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천마라는 존재가 자신의 몸을 빌어서 현신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 모두 허무맹랑한 망상인 것 같았다.

천마강림이 유지되는 이유는 아직 그 힘을 담을 자신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 힘을 키우기 위해서, 그릇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나를 단련시키고 있었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다른 무공의 성취가 늘어가는 것은 그 과정에서 얻는 부가적인 효과였다.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강준우는 다시 움직이는 몸을 관조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여전히 뒤에서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전처럼 막막하거나 답답하지는 않았다.

'내 역량을 키우는 일?'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그동안 달라진 몸이 싸우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던 그는 그때의 일을 복기하며 매순간 느꼈던 감정을 되새겼다.

어떤 식으로 무공을 펼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대해야하는 지에 관해서 심오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사색에 맞춰 움직이고 있던 그의 몸도 어느새 걸음을 멈췄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숲속.

그곳에 자리를 잡은 그의 몸은 어느새 가부좌를 틀며 자리에 앉았다.

강준우는 그런 상태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 ★ ★

한 곳에 자리한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불러들인 인간들의 힘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났다.

[라이칸마저 실패를 했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혹시 다른 힘이 개입한 것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힘?]

"예. 다른 힘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라이칸이 인간에게 당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칸스로프의 말에 모두가 웅성거렸다.

가당치도 않은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라이칸이라는, 웨어 울프를 대표하는 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그것도 인간에게 당했다는 것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그 말을 들은 로드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일은 없다.]

"하지만 인간들이 어떻게 라이칸을 쓰러뜨렸겠습니까?"

[만약 그가 개입했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겠지.]

"…."

[맹약이다! 우리 종족 사이에 한 맹약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단언하는 로드의 말에 칸스로프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말대로 그 존재가 개입을 했다면 로드가 모를 리 없었다.

이 일에 반하며 인간들의 편을 들었던 중재자가 따로 손을 쓰지는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면 달리 이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아무리 인간들에게 잃어버린 힘을 되돌려줄 기회를 줬다고는 하지만, 라이칸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놈들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학살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인간의 손에 당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혹, 뜻에 반했던 다른 종족의 도움을 얻은 것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종족?]

"오래전부터 엘프와 드워프들은 인간과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까?"

"그들 역시 같은 처지인데, 인간을 도왔단 말인가?"

"처음부터 뜻에 반했던 자들이 아닌가?"

새로운 사실에 모인 자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힘을 얻었다면 라이칸이 쓰러지는 것도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로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이 내 존재를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런 일을 벌였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라이칸의 죽음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

답답했다. 그 상황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도 라이칸은 실패를 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실패하면서 그들은 여전히 발이 묶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금 더 확실히 해야겠다. 내가 직접 나서서…]

"제가 나서겠습니다."

[….]

"로드께서는 모두를 이끌어주십시오. 제가 나서서 확실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칸스로프. 네가? 괜찮겠더냐?]

"라이칸과 같은 실패는 없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보내주십시오!"

그의 굳은 각오에 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칸 역시 작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칸스로프에게 견줄 수는 없었다.

[좋다. 네가 가서 확실히 마무리를 지어라.]

"예. 로드! 반드시 제 손으로 끝을 내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