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31화 (231/254)

또 한 번의 변화 (2)

휘이이잉.

강렬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한 곳을 중심으로 강한 기파가 형성되며 주변을 휩쓸었다.

그 중심에는 강준우가 앉아 있었다.

가부좌를 튼 채로 눈을 감고 있는 그의 온 몸으로 휘몰아치는 기운이 흡수되고 빠져나오기를 반복했다.

누구라도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잘못 휩쓸리면 기운에 휘말려서 그대로 사라질 것처럼 주변의 기운이 맹렬하게 휘몰아쳤다. 하지만 그 중심에 앉아 있는 강준우는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던 그를 중심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강렬하게 휘몰아쳤던 기운이 강준우에게 빠르게 흡수됐고, 곧 익숙할 알림이 그를 일깨웠다.

[천마신공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상단전이 열립니다.]

[관련된 무공이 영향을 받아서 위력이 상승합니다.]

[내공의 운용이 더 정교해집니다. 하위 마공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집니다.]

'흐으음.'

천마신공이 11성으로 올랐다.

그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집중을 한 게 전부였지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강준우도 깜짝 놀랐다.

그동안 제 멋대로 움직이는 몸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10성으로 올라선 것도 오래된 것 같지 않았는데. 벌써 11성이라니!'

아무래도 그의 몸이 그동안 대환단만 고집해서 먹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았다.

여러 개의 대환단을 흡수하고, 천마신공을 펼치는 과정에서 숙련도가 빠르게 오른 것이다.

천마강림자체가 천마신공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들이 모두 저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천마신공의 성장은 그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 올렸다.

[탈마경(脫魔境)의 경지로 올라섰습니다.]

[내기의 수발이 더욱 자연스러워집니다.]

[내기의 운용이 더 수월해지고, 효율적으로 변합니다.]

'탈마경!'

마공이라고 할 수 있는 무공을 익힌 무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탈마의 경지였다. 마를 벗어난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으로, 현경(玄境)과 같은 경지라고 할 수 있었다.

한 단계 더 올라선 스스로의 경지가 얼떨떨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변화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환골탈태(換骨奪胎)가 이루어집니다.]

[어긋난 몸의 균형을 바로잡습니다.]

우두두둑.

뼈와 근육들이 다시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환골탈태였지만, 지금 맞은 상황은 이전과 또 달랐다.

몸 전체가 변한 게 아니라 일부부만 다시 맞춰지고 있었다.

그동안 펼쳤던 무공에 따라서 조금 틀어졌던 균형이 다시 맞춰지고 있었다.

이미 무공을 펼치기 최적의 상태로 변한 몸이었지만, 거기에서 한층 더 성장을 이뤘다.

[내기가 안으로 갈무리됩니다. 반박귀진(返縛歸眞) 상태로 변합니다.]

[더 이상 독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만독불침(萬毒不侵) 상태가 되었습니다.]

반박귀진과 만독불침까지 이루면서 몸의 변화는 끝이 났다.

"후우우."

깊은 숨을 내쉰 강준우는 가만히 눈을 떴다.

아주 작은 생각을 통해서 스스로의 상태에 관해서 고심하기 무섭게 몸이 달라진 것이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가 느끼기에는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이걸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깨달음으로 성취가 오른 건지, 그저 숙련도가 다 차서 오른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물론, 숙련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겠지만, 그 생각이 없었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가만히 뇌까리던 그는 달라진 스스로의 몸에 다시 놀랐다.

"이제 제 정신을… 차린 건가?"

그동안 제대로 된 말도 하지 못했던 그인지라 이렇게 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성취와 경지가 오르면서 통제할 수 없었던 몸까지 되찾았다.

당연히 반길만한 일이었지만, 아직도 이런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탈마경이라니."

경지가 오르면서 복잡했던 머릿속이 다시 밝아졌다.

그동안 고심했던 것들이 모두 부질없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무 것도 아니었네. 그래. 아무 것도 아니었어."

그저 경지가 부족했던 것뿐이었다.

온전한 정신으로 천마강림을 펼치기에는 그의 경지가 낮았다.

그걸 몰라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민을 했었고, 뒤늦게 그 사실을 인지한 강준우는 씁쓸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다행인가?"

다시 제 의지대로 몸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따로 경지가 오른 것보다 그게 가장 크게 느껴졌다.

상념을 떨쳐낸 그는 달라진 몸 상태를 확인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운 몸을 느낄 수 있었다.

극마경에 오르면서 느꼈던 감각보다 더 최상의 상태로 변한 몸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으아아아!"

강준우는 그동안 답답했던 상황을 떨쳐내려는 듯이 크게 소리쳤다.

쩌렁쩌렁한 목소리 속에는 자연스럽게 그의 내공이 담겼다.

주변을 뒤흔드는 소리에 정작 크게 소리친 그는 깜짝 놀랐다.

"뭐야? 천마후가 왜 나가?"

그는 멋대로 익힌 천마후를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무공이 놀라웠고, 어느 순간 혼잣말을 많이 내뱉게 된 상태가 우스웠다.

"신공은 신공인 건가?"

자신을 천마의 길로 이끌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움직인 천마강림의 공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직접 몸을 이끌면서 시범을 보였는지 실소가 터져나왔다.

가볍게 웃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현철보검을 확인하며 손을 뻗었다.

쉬이익.

따로 허공섭물을 펼친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지만, 떨어져 있던 검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의 손으로 빨려들었다.

이것만으로도 달라진 자신의 상태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강준우는 다시 손을 펼치며 검을 놨다.

당연히 현철보검은 바닥으로 떨어져야 했지만, 그의 손을 빠져나가기 무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공을 자유롭게 노니는 현철보검의 모습은 전과는 또 달랐다.

'이게 제대로 된 이기어검인가?'

경지가 오르기 전에는 정신을 집중해야 힘겹게 펼칠 수 있었던 수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었다.

천마강림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었던 이기어검을 맨 정신에 펼치게 된 것이다.

달라진 경지를 다시 한번 느낀 그는 손을 뻗으며 현철보검을 회수했다.

이 기분을 마냥 느끼고 싶었지만, 멀리서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상당히 떨어진 곳이었다.

이전이라면 집중을 해야 간신히 눈치챌 수 있었을 정도로 거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꼭 천마강림을 계속 펼치고 있는 것 같은데?'

탈마경에 오르면서 느끼는 감각과 천마강림을 펼치면서 느끼는 감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만큼 천마강림이 강력한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천운이었다.

'처음에 천마신공을 손에 넣었던 게 천운이었나?'

어찌 됐든 달라진 지금이라면 누가 와도 상대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쿠와아아!"

멀리서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

상대가 평범한 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왔다.

"괜히 소리쳤나?"

조금 전에 천마후를 펼치면서 소리를 내질렀던 게 새로운 적을 불러들인 것 같았다.

뒤늦게 실수를 자각했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쿠웅. 쿠웅.

빠르게 달려오는 생명체의 존재감이 여실히 느껴졌다.

강준우는 지축을 울리며 나타난 생명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형태에 놀라워했다.

"저놈은 또 뭐지?"

"크와아아!"

강준우를 바라본 놈은 다시 포효했다.

오랜만에 보는 먹잇감에 환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트롤… 인가? 아니면 오우거?"

거대한 덩치를 가진 놈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이족보행을 하고 3m에 가까운 형체를 한 거인의 모습이었다.

이곳에 와서도 처음 보는 놈이었지만, 그저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강한 위압감이 전해졌다.

"크르르르."

놈은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는 강준우를 내려다보며 군침을 흘렸다.

손에 쥔 거대한 둔기로 봐서는 쉬운 상대가 아닐 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힘도… 보통은 아닌 것 같고.'

아마도 라미아에 준하거나 더 강한 놈인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나타난 놈이 혼자라는 점이었지만, 그 생각도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

[천마신공의 공능이 트롤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겁에 질려야 할 인간이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자, 트롤은 다시 포효했다.

강한 마력을 담으려 피어를 흘렸지만, 앞에 있는 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강준우는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나타난 트롤의 모습이 반가웠다.

"트롤이라고? 달라진 힘을 시험해 볼 좋은 상대잖아?"

"크아아!"

낮게 뇌까리는 강준우의 모습에 불쾌함을 가진 트롤은 곧바로 손에 쥔 둔기를 휘둘렀다.

통 쇠로 만들어진 거대한 둔기가 그대로 강준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부우웅.

허리를 낮추며 휘둘러진 강한 공격에 요란한 소리가 뒤를 이었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바닥이 크게 파여 나갔다.

가볍게 휘두른 것 같이 평범한 공격이었지만, 어지간한 무공의 오의를 펼친 것처럼 강한 위력이 뒤를 이었다.

'무시할 놈은 아니다?'

가볍게 상대의 힘을 확인한 강준우는 곧바로 바닥을 박차며 몸을 날렸다.

쿠웅.

"크아악."

곧바로 천마군림보를 펼치자, 앞에 있던 트롤이 얼굴을 구기며 휘청거렸다.

그저 가볍게 바닥을 박찬 것뿐이었다. 하지만 바닥을 타고 흘러들어가는 힘은 트롤로서도 쉽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탈마경에 오르면서 펼치는 무공의 위력 자체가 달라졌다.

휘청거리는 트롤에게 달려든 강준우는 곧장 현철보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감행했다.

쉬이익.

길게 뻗어난 강기가 그대로 트롤의 다리를 베어냈다.

덩치가 덩치인 만큼 우선 다리를 무력화시키고 상대하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우선 발을 묶고 조금씩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생각이었다.

촤아악.

길게 늘어난 강기가 그대로 트롤의 다리를 베어냈다.

놈의 발목에 기다란 상흔을 남겼지만, 피부 자체가 질긴지 깊은 상처를 만들 수 없었다.

'강기도 쉽게 베어낼 수 없는 피부인가?'

강기도 쉽게 뚫지 못할 몸뚱이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깊게 베인 상처가 곧 아물기 시작했다.

마치 만월의 축복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트롤이라 회복력이 남다르다는 건가?'

그가 알고 있던 그 트롤의 능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직접 눈으로 확인한 트롤의 능력은 더 사기적인 것 같았다.

"크아아아!"

하찮은 놈의 날카로운 반격에 트롤은 흥분하며 발을 휘둘렀다.

앞에 놓인 놈을 그대로 쳐내려는 듯이 공격을 감행했지만, 튕겨져 나가야 할 놈은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서 위로 뛰어 올랐다.

건곤대나이를 응용한 강준우는 트롤의 발차기를 발판삼아 위로 솟구쳤다.

그런 그의 손이 붉게 변했다.

피갑칠을 한 것처럼 붉게 변한 손에서는 강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아무리 잘 붙는다고 해도 불로 지지면 쉽게 회복할 수는 없겠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