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변화 (3)
콰앙. 치이이익.
혈수마공을 이용한 강력한 장력이 트롤의 가슴에 꽂혔다.
강한 열기에 살이 익으며 누린내가 퍼져나갔지만, 트롤은 그 공통을 참아내며 곧장 반격을 이어갔다.
부우웅.
놈은 공격에 밀려나는 와중에도 손에 쥔 둔기를 휘둘렀다.
공중에 뜬 강준우를 후려칠 것 같은 묵직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날아드는 공격을 피해냈다.
쿠웅.
천근추의 수법으로 곧장 바닥으로 내려서자마자 천마군림보를 펼쳤고, 내부로 파고든 기운에 트롤이 다시 휘청거렸다.
바로 검을 다잡은 깅준우는 가슴이 열린 트롤을 확인하며 혀를 내둘렀다.
'혈수도 큰 효과는 없는 건가?'
혈수마공에 적중되고 생겨난 화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보고도 믿기지 않은 회복력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에 감탄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다시 검격을 날렸다.
쐐에엑. 콰과광.
무영검을 펼치면서 빠르게 검을 휘두르자 수많은 검광이 전방을 가득 채웠다.
일격 하나하나가 강기를 품고 있었다.
어지간한 놈들은 그대로 난자되면서 쓰러질 법한 공격이었지만, 앞에 있는 놈은 그 공격을 모두 받아냈다.
'무슨 트롤이 이렇게 강한 거지?'
그가 알고 있던 트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판타지에 나오던 트롤은 화경의 경지에만 올라도 가볍게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윗줄에 있는 탈마에 올랐지만, 그의 강기는 트롤을 베어낼 수 없었다.
검강만 펼쳐도 순식간에 목을 잘라낼 수 있는 존재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마주하고 있는 놈은 그보다 몇 단계는 더 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이런 건가?'
앞서 상대했던 고블린과 오크들도 그의 생각과는 너무 다른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생각하면 이런 트롤의 모습이 그렇게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강준우도 제대로 된 힘을 쏟아낸 것은 아니었다.
스르르.
순식간에 회복되는 놈의 몸을 확인한 그는 방법을 달리했다.
'굳이 몸만 노릴 필요는 없겠지.'
자잘한 상처보다는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히는 게 중요했다.
굳이 시간을 길게 끌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강준우는 곧장 기운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상대하는 트롤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크아아아!"
크게 포효하는 놈이 미친듯이 팔을 휘저었다.
들고 있던 둔기가 빠르게 휘둘러지며 강준우를 압박했다.
그는 가볍게 뒤로 물러나면서 공격을 피했지만, 트롤은 거리를 좁히며 둔기를 휘둘렀다.
어지간한 검술과 비견될 정도로 빠르게 휘두른 놈의 무기는 수많은 잔상을 남겼다.
만들어진 그림자가 전방을 가득 뒤덮을 정도로 무식한 공격이었다.
스치기라도 하면 그대로 피떡이 될 것 같은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터엉. 터엉.
안으로 파고든 강준우는 곧바로 현철보검을 찔러 넣으며 트롤의 공격을 막아냈다.
'힘도 엄청나잖아?'
공격을 받아낸 강준우도 작지 않은 충격을 느꼈지만, 트롤의 둔기가 허공에서 멈췄다.
상대의 공격을 끊어낸 그는 곧 힘을 흘리면서 검을 내던졌다.
쐐에엑. 푸욱.
손을 떠난 현철보검이 빠르게 쏘아졌다.
그대로 트롤의 미간을 노렸지만, 놈은 어깨를 내밀며 공격을 받아냈다.
"크으윽."
3m에 가까운 놈은 비교적 작은 날붙이를 맨몸으로 받아내며 공격을 차단했다.
손에 쥔 날붙이를 빼앗으면 상대하기 어렵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게 분명했다.
놈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팔을 휘둘렀다.
부우웅. 터억.
상체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손이 마치 벌레라도 잡는 것처럼 그대로 강준우를 후려쳤다.
하지만 강준우는 놈의 공격을 피하지 않으며 그대로 트롤의 손을 막아냈다.
"크륵?"
나름 강한 힘을 실은 공격이었다.
아무리 맨손이라지만, 이 공격에 얻어맞은 놈이라면 그대로 튕겨져 나가야 했다.
하지만 강준우는 멀쩡했다.
생각과는 다른 모습에 트롤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 순간 놈의 몸이 기울었다.
쿠웅.
트롤은 그대로 허공에 떠오르면서 바닥에 처박혔다.
완벽한 업어치기에 충격을 입은 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제 더 수월해지겠지?"
달라진 힘은 3m의 거구도 어렵지 않게 바닥에 처박아 넣을 수 있었다.
어차피 상대의 힘을 역이용한 수법이었다.
제법 충격이 컸는지 트롤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고, 그 사실을 확인한 강준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내부를 흔들면 더 큰 피해를 입는 건가?'
천마군림보도 그렇고 지금 모습도 그렇고, 외부의 상처보다는 내부의 충격이 더 효과적이었다.
강준우는 그 사실을 깨닫기 무섭게 진각을 밟으며 다시 혈수마공을 펼쳤다.
쿠웅. 투웅.
바닥을 구르면서 천마군림보를 사용했고, 힘을 끌어 올리며 혈수를 뿌리자 쓰러진 트롤이 괴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
크게 소리친 트롤의 입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혈수마공의 양기가 그대로 내부를 휘젓자, 놈은 괴로워하며 칠공에서 피를 토해냈다.
'답은 침투경인가?'
발버둥치는 놈의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마저 바닥을 구르며 다시 장력을 뿌렸다.
그렇게 몇 번의 공격을 이어가자 발광하던 트롤이 축 늘어졌다.
곧 죽을 것처럼 미동도 없는 모습이었다.
강준우는 그런 놈에게 다가가며 팔을 뻗었다.
파츠츠츠.
천마흡기공을 사용하자, 막대한 기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엄청나잖아? 이 정도 힘을 가지고 있어서 강기를 막아낼 수 있었던 건가?'
육체적인 능력만 뛰어난 게 아니었다.
앞에 있는 놈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다른 어떤 존재들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기운이 빠져나오기 시작하자, 강준우는 그 힘을 이용하며 다시 트롤의 몸에 충격을 남겼다.
쿠웅. 쿠웅.
교묘하게 조절하는 내부의 충격에 트롤의 몸이 들썩였다.
일부러 죽은 체를 하려는 듯이 움직이지 않던 트롤은 상처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다.
은밀하게 행한 일이었지만, 강준우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일부러 죽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남기면서, 뽑아낸 힘으로 다른 무공의 숙련도를 키웠다.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건곤대나이가 8성으로 올라섭니다.]
[관련된 무공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트롤에게서 뽑아낸 힘을 다시 되돌리자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올랐다.
전과 다르게 남은 잠재력이 활성화된다는 알림이 없는 걸로 봐서는 이제 완벽한 신체로 변한 것 같았다.
성취가 오른 건곤대나이에 흡족해하던 그는 쓰러진 트롤에게 다른 무공을 사용했다.
일부러 일양지를 쏘아내며 기검을 만들었고, 떠오른 기검이 트롤의 몸 곳곳을 꿰뚫었다.
파바밧. 푸욱.
그는 일부러 쓰러진 트롤을 이용해서 여러 공격을 펼쳐보였다.
상당히 잔인한 모습이었지만, 이정도로 강한 놈들을 상대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동안 상대했던 놈들처럼 종족이 따로 있다면 다른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약점을 찾아낼 생각이었다.
공격을 허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빠르게 회복되는 트롤을 확인한 강준우는 다시 한번 놀라워했다.
트롤은 가슴이 꿰뚫려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회복하는 경악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따로 약점은 없는 건가?"
트롤의 경이적인 회복을 확인한 그는 현철보검을 손에 쥐며 가만히 기운을 쏟아냈다.
길게 늘어진 검강 주변에 생겨난 강기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천마복룡파였다.
위력적인 힘을 실으며 쓰러진 트롤을 공격하자, 이미 무기력해진 놈의 몸이 터져나갔다.
터엉. 터엉.
"크아아아!"
이미 제압이 된 상황에서 공격을 허용하는 트롤은 괴로워했다.
이 상황에서 빠르게 회복되는 몸은 오히려 저주에 가까웠다.
놈은 계속되는 고통에 울부짖었지만, 정작 공격을 감행하는 강준우는 담담한 눈으로 놈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무공을 사용해도 숙련도가… 쌓이나?'
여러 무공들을 허공에 펼치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쓰러진 상대에게 펼치는 것만으로도 숙련도를 더 쌓을 수 있었다.
조금씩 올라가는 숙련도를 확인한 그는 트롤을 통해서 부족한 숙련도를 채워나갔다.
"크아아아! 크아아!"
그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내야만 하는 트롤이 발버둥 쳤다.
하지만 강준우의 손을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강준우에게 내공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극마경에서도 내공이 크게 부족한 편은 아니었다.
소진한 내공이 커지면 천마흡기공으로 부족한 기운을 채울 수 있었지만, 탈마경으로 들어서자 기운이 더 빠르게 회복됐다.
굳이 천마흡기공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할 정도로 내공은 빠르게 채워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천마흡기공을 멈추지 않았다.
나중을 위해서라고 성취를 올리는 게 좋았다.
"크르르르."
계속되는 고문에 트롤도 지쳤다.
더 이상 비명을 지를 힘도 없는지 놈은 애처로운 눈으로 강준우를 바라봤다.
제발 죽여달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흐음. 기운을 모두 사용해서 그런가? 회복이 엄청 더디네."
넝마가 된 트롤의 몸은 다시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가지고 있는 기운을 이용해서 몸을 회복했던 것 같았다. 품고 있던 기운이 모두 뽑히자, 상처는 더 이상 치유되지 않았다.
새로운 사실을 확인한 그는 거대한 트롤의 머리로 향했다.
여러 곳을 시험해 봤지만, 결국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뿐이었다.
"머리를 공격해야 죽는다라. 상대하기 피곤한 놈들이겠는데?"
그나마 상처를 내고 그 부분에 열기나 음기를 흘러 넣으면 회복이 더딘 것 같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결국, 머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야 놈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빨리 죽여달라는 트롤의 눈빛에 강준우는 소수마공의 힘을 끌어 올렸다.
현철보검을 통해서 증폭된 기운이 시린 한기를 머금으며 길게 늘어났다.
음기를 잔뜩 머금은 검강이었다.
음양신공과 소수마공, 혈수마공을 응용한 힘으로 직접적인 속성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이번에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천마강림을 사용했을 때도 이런 식으로 무공을 펼친 적은 없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강기를 만들어낸 그는 곧바로 트롤의 머리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까드드드득.
음기를 잔뜩 머금은 검강이 놈의 머리를 파고들기 무섭게 주변을 얼렸다.
이런 식으로 강기를 응용하면 트롤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었고, 커다란 덩치를 가진 놈들을 상대하는데 유용한 방식이었다.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15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경이적인 회복을 획득하였습니다. 유지할 수 없는 능력은 비슷한 특성을 가진 힘으로 대체됩니다.]
[만월의 축복이 12성으로 올라섰습니다.]
'결국, 만월의 축복도 끝을 본 건가?'
만월의 축복도 따로 숙련도를 올릴 생각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성취를 올릴 수 있었다.
동시에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졌다.
[관련된 무공의 성취가 100% 상승합니다.(무작위)]
[상청무상신공이 5성으로 올라섭니다.]
무작위로 올라선 무공은 상청무상신공이었다.
"이건 좀 아쉬운데?"
이제는 따로 올리지 않아도 충분할 무공이었다.
더 이상 천마강림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이전과 같이 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익힌 무공이었지만, 이제는 크게 사용하지 않을 힘이었다.
'차라리 다른 무공이 올랐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낮게 뇌까렸지만, 곧바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번뜩 스치는 생각에 그는 곧바로 상점창을 확인했다.
'곤륜파의 무공이었지?'
5성에 오른 상청무상신공으로 그동안 익히지 못했던 곤륜의 절기를 익힐 조건이 갖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