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찾아온 자들 (1)
콰앙.
오히려 공격을 감행하던 유키코가 튕겨져 나갔다.
강한 충격을 받으며 바닥에 처박히는 모습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강준우는 스치는 감정을 외면했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나을 테지.'
그는 다시 몸을 일으키는 유키코를 바라봤다.
계속해서 다시 몸을 일으키면서 공격을 감행했던 그녀였지만, 잊는 확실히 강준우와의 격차를 깨달았는지 그의 눈빛에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이전과는 다른 태도였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정신을 차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강준우와 있었던 일을 통해서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 건 조금 심했나?"
이제 눈빛만 마주쳐도 몸을 사렸다.
잔뜩 주눅이든 모습에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유키코의 상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건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건가?"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유키코의 기세를 꺾을 수는 있었지만, 이 상황을 계속 고수할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강수를 뒀다지만, 결국에는 유키코가 스스로 성장을 하면서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게 최선이었다.
가만히 그녀의 상태를 살피던 강준우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기운을 가진 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들의 존재감에 강준우는 유키코를 바라보며 뇌까렸다.
"차라리 잘 된 건가?"
어차피 유키코의 힘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상대를 찾아야만 했다.
느껴지는 기운만 봐서는 타락한 존재들이 분명했다.
그의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 명의 다크 드워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이잖아?"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한 놈이 더 있잖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난폭한 기운을 감지하고 움직였지만, 생각지도 못한 놈이 함께 있었다.
유키코 옆에 서 있는 강준우의 모습에 다크 드워프들은 깜짝 놀랐다.
별다른 기운이 느껴지지 않은 인간의 모습에 그들은 잔뜩 긴장했다.
그들 역시 작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경지로 나누자면 화경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에 적어도 상대의 범상치 않은 모습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그들은 머뭇거렸다.
하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유키코를 향해 말했다.
"공격해!"
다크 드워프를 가리키며 소리쳤지만, 정작 그의 말을 들은 유키코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개소리냐는 듯한 유키코의 눈빛에 강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외쳤다.
"공격하라고!"
"크으…"
명령을 내리는 듯한 강준우의 말에 유키코는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의 반응을 확인한 강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뇌까렸다.
"교육이 부족했나? 그냥 죽여서 기운을 흡수하는 게 더 나으려나?"
"크, 크압!"
살기 가득한 말에 유키코는 모여 있는 세 드워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시 강준우와 부딪치느니 앞에 있는 놈들과 싸우는 게 고통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곧장 내기를 끌어 올린 그녀는 모여 있는 세 드워프를 향해 수강을 날렸다.
쐐에엑.
새하얀 강기가 허공을 가득 채우면서 드워프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경시할 수 없는 기운에 드워프들도 힘을 끌어내며 그녀의 공격을 받아냈다.
콰과과광.
강력한 폭음과 함께 주변이 흔들렸다.
순식간에 온도가 내려가면서 주변이 얼어 붙었고, 드워프들은 파고든 힘을 떨쳐내며 유키코를 경계했다.
쿠웅.
하지만 그들이 유키코를 견제하기 무섭게 더 강한 기운이 파고들었다.
바닥을 통해서 흘러들어온 천마군림보의 힘에 드워프들은 당황했다.
동시에 기회를 잡은 유키코는 빠르게 달려들며 투명해진 손을 뿌렸다.
콰앙. 까드드득.
시린 장력이 터져 나가며 드워프 한 명이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쿠웅'소리와 함께 그대로 뒤에 있던 고목에 처박힌 그는 움직임을 멈췄고, 생각보다 강한 위력에 남은 둘은 당황했다.
유키코의 장력은 차치하고서라도 몸속으로 파고든 천마군림보의 기운이 생각보다 더 강력했다. 온 몸을 옭아매는 힘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동료는 무방비로 노출되며 유키코의 소수에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알 수 없는 힘을 견제하며 신중하게 움직였다.
어느새 아무 것도 없던 손에 예의 망치가 쥐어졌고, 곧바로 강기를 만들어내며 유키코를 공격했다.
콰앙. 콰앙.
강한 위력을 머금은 공격이었다.
하지만 유키코는 개의치 않으며 드워프들의 공격을 쳐냈다.
강기와 강기가 부딪치며 주변이 쓸려나갔다.
드워프들이 쏟아낸 힘도 강한 위력을 머금고 있었지만, 유키코는 그 공격을 피하거나 흘리지 않았다.
그녀는 무조건 정면에서 그 공격을 받아냈다.
'힘은 좋아지는데, 생각이 없어진다라.'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내던 천마강림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답답했지만, 강준우는 마저 일양지를 쏘아내며 유키코를 도왔다.
"크윽! 조심…"
쐐에엑. 터엉. 터엉.
일양지와 함께 만들어진 기검은 공격을 쳐낸 다크 드워프들의 정신을 분산시켰다.
제 의지를 가진 채 떠오르며 그들을 노렸고, 유키코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압!"
낭랑한 외침과 함께 다시 유키코가 장력이 쏟아냈다.
위협적인 기검을 견제하던 드워프들은 수많은 수강에 노출됐고, 유키코는 그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푸욱.
꼿꼿하게 세운 그녀의 손날이 그대로 드워프의 심장에 박혔다.
파고든 손날 주변이 빠르게 얼어붙자, 드워프는 차가운 입김을 뿜어내며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렇게 마지막 드워프까지 처리한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강준우가 바라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그놈들을 그냥 보내지 말았어야 했나?"
나중에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그냥 살려 보낸 것이 후회로 다가왔다.
언젠가 힘을 합칠 거라고 여겼지만, 지금의 유키코를 보니 아쉬웠다.
아무리 드워프를 상대한다고 하더라도 주화입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차라리 힘을 빼앗을 수 있는 인간이었다면 상황이 나아졌을 지도 몰랐다.
다크 드워프 셋을 처리한 그녀는 기세등등해 있었다.
충만한 기운에 자신감을 회복했는지 날선 눈빛으로 강준우를 노려봤다.
"크크큭."
조금 전에 얻어맞은 것은 까맣게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유키코를 바라보던 강준우는 가만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다크 드워프가 사용했던 망치를 쥐며 유키코를 바라봤다.
"아직 부족했나?"
"…."
의미심장한 말에 유키코는 다시 눈을 내리 깔았다.
아무리 정신을 잃었다고 하지만, 상대를 알아보는 눈이 있는 것 같았다.
저절로 분노를 조절하는 그 모습에 강준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그녀의 혈을 짚었다.
★ ★ ★
드워프 셋으로는 유키코의 주화입마를 풀어낼 수 없었다.
어지간한 고수 셋을 상대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저 포인트를 얻은 게 전부였다.
무공을 익힌 사람이 필요했다.
소수마공이 아니더라도 정공 무공의 심법을 손에 넣으면 정신은 차릴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가장 좋은 것은 소수마공의 성취가 오르는 것이었지만, 상대의 무공을 손에 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무공을 얻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문제였다.
"흐음."
여전히 그대로인 유키코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강준우는 침음을 삼켰다.
하지만 번뜩 스치는 생각에 다시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마공으로 인한 주화입미라…"
아무래도 치솟아 오른 마기를 제거하면 다시 제 정신으로 돌아올 지도 몰랐다.
마기를 조절하거나 제거하면 이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는 가만히 손을 뻗었다.
기운을 흡수하는 천마흡기공으로 유키코를 잠식한 마기를 흡수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으으으!"
다시 손을 뻗는 그의 행동에 유키코는 두려워했지만, 강준우의 손길을 피할 수 없었다.
곧바로 붙잡힌 그녀는 기운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고, 강준우는 천마흡기공을 이용해서 그녀의 기운을 뽑아냈다.
파츠츠츠.
강준우는 평소와 다르게 진지하게 임했다.
그저 내공을 뽑아내는 게 아니라 특정한 기운을 뽑아내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
'내공이 아닌 다른 힘을 뽑아내는 건 무리인가?'
천마흡기공으로 쓰러뜨린 상대의 생각까지도 손에 넣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유키코를 지배하고 있는 마기를 뽑아내려고 했지만, 그것까지는 불가능했다.
'성취가 부족해서 그런가? 천마강림을 사용해봐야 하나?'
아쉬워하던 그는 힘은 유키코를 바라보며 다시 기운을 흘러 넣었다.
달라진 힘이 내부로 스며들면 또 다른 반응을 보일 지도 몰랐다.
그는 그녀를 해칠 목적이 아닌, 도울 요량으로 다시 기운을 흘려 넣었다.
뽑아낸 기운을 조심스럽게 되돌렸지만, 역시나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
'계속 소수를 사용해서 소수마공의 성취를 높이는 방법 밖에 없는 건가?'
따로 비슷한 무공을 가진 사람을 쓰러뜨리지 않는다면 그나마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유키코가 기운을 회복하기만을 기다렸다.
갈취당한 기운을 회복하고 다시 싸우면서 소수마공의 성취를 올려줄 생각이었다.
"이 상황만 벗어나면 극마경에 오를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앞으로를 상대할 놈들을 생각하면 유키코가 벽을 넘는 게 가장 좋았다.
믿을만한 고수들가 돕는다면 적으로 마주할 놈들을 상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여겼다.
문제는 유키코의 상태였다.
아직 유키코의 소수마공이 어느 정도의 숙련도를 쌓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헤어지고 다시 만났을 때의 시간을 생각한다면 남은 숙련도를 쌓아서 소수마공의 성취를 올린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을 찾아봐야 하나?'
고민하던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처에 상대가 있다면 우선 그들을 활용해볼 생각이었다.
아무 의미 없이 유키코의 공격을 받아주느니, 그런 방식으로 힘을 키우는 게 나중을 위해서라도 나을 것 같았다.
강준우는 유키코가 기운을 회복하기 무섭게 바로 움직였다.
쭈뼛거리는 유키코를 대동한 그는 기감을 펼치면서 새로운 무리를 발견했다.
'이건 또 뭐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치열한 싸움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만히 그 힘을 가늠하던 강준우는 유키코를 옆구리에 낀 채로 빠르게 움직였다.
유령보를 펼치기 무섭게 그는 목표했던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드러난 광경을 확인하며 침음을 삼켰다.
'흐음.'
그가 도착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어느새 싸움은 끝이 나 있었다.
조금 전까지 치열하게 싸웠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정작 상대는 멀쩡했다.
거의 2배가 넘을 정도로 큰 덩치를 가진 존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드러난 외형은 일전에 마주했던 트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그작. 우두두둑.
거대한 덩치를 가진 놈이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무언가를 씹어먹고 있었다.
그게 그와 비슷한 형체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강준우는 굳은 얼굴로 놈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