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찾아온 자들 (3)
힘 대 힘으로 부딪치는 강준우의 모습에 칸스로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까드득. 콰앙.
아무런 속성도 없던 그의 공격이 갑자기 달라졌다.
극음의 기운을 가득 품은 힘이 주변의 온도를 떨어뜨리고, 조금씩 그의 몸속을 파고들자 칸스로프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내부로 파고드는 기운이 음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시로 천마군림보를 펼치며 그를 방해했고, 그가 날린 기운까지 반사되며 튕겨져 나오자 강한 반발력이 칸스로프를 짓눌렀다.
'맨손만으로 내 공격을 쉽게 받아낸다?'
압도적인 육체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그의 공격을 흘렸다.
오히려 검막을 펼치면서 강기를 튕겨냈던 때보다 더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딴 허세는 통하지 않는다!"
칸스로프는 분개하며 소리쳤다.
말 그대로 허세라고 생각했다.
평온한 얼굴을 보이며 자신을 뒤흔드려는 인간의 얄팍한 속임수라고 단정지었다.
크게 소리친 그는 더 강한 힘을 끌어 올리며 주먹을 쏟아냈다.
거대한 바위도 일격에 가루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담고 있는 주먹이 쉴 새 없이 쏟아져내렸다. 하지만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라.'
손에 넣은 유능제강의 무리는 그저 다른 무공을 익히기 위한 전제조건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위력을 확실히 깨달았다.
탈마에 오른 그도 마음을 먹으면 앞에 있는 칸스로프처럼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다만,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자를 상대로 굳이 같은 힘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따로 무공에 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효과적으로 적을 상대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강한 공격이 쏟아지면 피하거나 흘러내면 될 일이었고, 건곤대나이와 이능제강, 사량발천근의 수법을 이용한 그는 어렵지 않게 칸스로프의 공격을 받아냈다.
콰과광.
커다란 굉음과 함께 바닥이 뒤집혔다.
칸스로프의 힘이 주변을 두드리며 주변을 초토화시키고 있었지만, 정작 그 중심에 있는 강준우는 멀쩡했다.
강준우는 오히려 기운을 회복하고 있었다.
배진격을 이용해서 상대의 힘을 되돌리면서 천마흡기공을 이용해서 파고드는 기운을 흡수했다.
소진하고 있는 기운을 칸스로프의 힘으로 대신했기 때문에 오히려 싸우면 싸울수록 불리한 쪽은 칸스로프 쪽이었다.
'끄으으으.'
시간이 지날수록 칸스로프의 몸에는 상처가 늘고, 충격이 쌓이고 있었다.
계속 상대를 몰아붙이기 위해서는 공격을 하는 와중에 회복도 겸해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추면 놈이 도망갈 거라는 생각에 칸스로프는 쉬지 않고 연신 주먹을 쏟아냈다.
콰과과광.
빠르게 몸을 움직이고, 강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기운이 필요했다.
상처 입은 몸을 재생해야만 했고, 막강한 공격을 퍼부으면서 파고드는 힘도 흘려야만 했다.
날아드는 현철보검을 막기 위해서 강기로 된 보호막까지 만들어야하는 그로서는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후욱. 후욱.'
칸스로프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점점 지쳐갔다. 폭발적인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 사용한 기운까지 더하면 이미 강준우가 사용한 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기운을 쏟아냈다.
'어떻게 이런 놈이!'
그런 그의 공격을 쉽게 받아내는 강준우의 모습은 허세가 아니었다.
모든 힘을 끌어내고도 이렇게까지 자신이 몰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 감정은 곧 분노로 변했다.
하찮다고 여긴 인간에게 내몰린 것도 모자라서 지금도 밀린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크아아!"
괴성을 내지른 칸스로프는 머리를 노리는 검을 쳐냈다. 그리고 남은 기운을 모두 실으며 강한 일격을 쏟아냈다.
"죽어라!"
쐐에엑.
강한 압력과 바람이 강준우를 짓눌렀다.
작정을 한 칸스로프의 주먹이 날아들기도 전에 달라진 변화가 그를 옭아맸다.
생각지도 못한 현상이 당혹스러웠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기 무섭게 강력한 주먹이 꽂혔다.
콰앙. 쿠구구구궁.
칸스로프의 힘에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수많은 금이 가며 바닥이 헤집어졌다. 하지만 표정이 일그러지는 쪽은 칸스로프였다.
'이걸 피해?'
팔뚝까지 꽂힌 주먹 바로 옆에 익숙한 놈이 서 있었다.
강준우는 간발의 차로 공격을 피했다.
공격을 받아내는 순간, 건곤대나이를 극성으로 펼치면서 주먹을 흘릴 수 있었다.
'간격하고 경신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나?'
유능제강이라는 무리를 응용하면서 큰 효과를 봤던 만큼 다른 무리를 이용하면서 곤란한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미 초식에서 자유로운 그에게는 무공의 이치가 더 크게 작용했다.
여러 무리와 걸치고 있던 교룡피의의 도움으로 피해는 거의 없었다.
거기에 상황까지 유리해졌다.
강력한 일격을 꽂아 넣은 칸스로프의 팔이 묶였다.
팔뚝까지 바닥에 꽂아 넣은 상대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리자, 강준우는 곧바로 바닥을 구르며 몸을 띄웠다.
쿠웅.
"하아아!"
그는 천마군림보를 펼치면서 천마후를 사용했다.
귓속을 파고드는 강준우의 피어와 바닥을 통해 스며드는 천마군림보의 힘에 칸스로프의 몸이 움찔거렸다.
천마후는 처음 접하는 무공이었다.
양쪽에서 파고드는 기운에 머뭇거리는 사이, 강준우는 그의 팔을 발판삼아 뛰어오르며 수강을 날렸다.
까드드득. 콰앙.
그가 날린 공격은 칸스로프의 다른 팔에 막혔다.
칸스로프는 뒤늦게 팔을 뽑아내며 몸을 일으켰지만, 그 틈을 노린 강준우는 연신 수강을 날리며 그를 공격했다.
콰콰광. 파사삭.
주변을 얼리며 날아드는 소수마공의 장력들.
강한 힘이 연신 칸스로프를 두드렸지만, 그의 육체는 단단했다.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얼음 조각들이 부서져 나갔다.
마치 눈이 흩날리는 것처럼 비산하는 조각들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작정하고 날린 그의 공격은 큰 타격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오히려 이런 상황을 원했다. 일부러 소수마공을 펼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크아아!"
다시 몸을 일으킨 칸스로프는 흥분하며 소리쳤다.
회심의 일격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아직은 힘이 남아 있었다.
남은 힘을 끌어 모으는 그의 행동에 강준우는 다시 소수를 날리며 흩날리는 얼음 조각들을 끌어 모았다.
쐐에엑.
유키코가 사용했던 소수마공의 오의가 펼쳤다.
천마복룡파와 비슷한 강맹한 기운이 칸스로프를 향해 날아들었고, 상대 역시 기운을 끌어 모으며 공격을 쳐냈다.
콰과과광.
두 힘이 부딪치면서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공격을 받아낸 칸스로프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졌다.
극음의 기운에 몸이 얼어붙은 것이다.
다시 힘을 끌어 올린다면 그 기운을 모두 떨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런 상황까지 계산하며 움직였다.
"하압!"
크게 소리친 그는 다시 장력을 뿌렸다.
몸이 굳은 칸스로프에게 날아든 장력은 서로 다른 속성을 품고 있었다.
음양신공을 이용해서 극음과 극양의 기운을 뿌렸고, 쏘아지던 기운은 곧바로 기검의 형태로 바뀌면서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형상기검을 응용해서 만든 기검은 강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강기를 잔뜩 머금은 기검은 마치 천마기멸격을 펼쳤을 때, 쏘아졌던 강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수마공의 오의가 가능하다면 이것도 가능하겠지?'
그 와중에 천마복룡파의 힘을 싣자, 두 개의 기검은 와류를 만들어내며 칸스로프를 향해 날아갔다.
콰앙. 콰앙.
두 기검을 이용해서 이기어검을 펼치자, 칸스로프의 손이 어지러워졌다.
다급히 날아드는 공격을 쳐냈지만, 부서진 기검은 오히려 그 수를 늘리며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머리만 노리며 날아드는 공격에 칸스로프의 얼굴이 구겨졌다.
강준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떨어져 나간 현철보검을 다시 손에 쥐며 검강을 쏟아냈다.
쐐에엑. 콰과광.
곳곳에서 날아드는 강기들.
마치 천마기멸격을 축소시켜서 펼치는 것 같았다.
싸우는 와중에 형상기검과 허공섭물, 이기어검 등의 모든 수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오히려 천마기멸격보다도 효과가 더 좋았다.
오롯이 칸스로프를 향해 쏟아내는 공격은 점점 큰 피해를 남기자, 기회를 노린 강준우는 곧바로 상대를 향해 달려들며 기운을 뽑아냈다.
"이, 이 하찮은…"
쿠웅. 쿠웅.
뽑아낸 기운을 다시 되돌리자, 칸스로프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까지 펼친 공격은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한 밑밥에 불과했다.
이미 트롤의 통해서 거대한 덩치를 가진 놈을 어떻게 상대할지 잘 알고 있었다.
침투경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로서는 이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쿠웅. 쿠웅.
"커헉!"
예상대로 누런 트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절로 몸이 꺾이는 모습을 확인한 그는 다시 그의 몸을 밟으며 뛰어 올랐고, 강한 충격이 지친 칸스로프의 몸에 큰 충격을 남겼다.
콰앙. 콰앙.
크게 들썩이는 칸스로프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새어나왔다.
최대한 회복력을 끌어 올리고 있었지만, 강준우에게 입은 피해를 곧바로 회복할 수 없었다.
이미 막대한 힘을 쏟은 만큼 회복은 더뎠고, 강준우는 남은 기검을 집중시키며 비틀거리는 칸스로프를 노렸다.
콰과광. 퍼억. 퍼석.
"크아아아!"
위협적인 공격을 쳐내던 칸스로프의 몸에 강기가 박혀들었다.
앞을 막은 팔을 터뜨린 강기는 결국 칸스로프의 머리를 파고들었고, 곧 처절한 비명이 그쳤다.
쿠웅.
머리가 터진 칸스로프는 뒤로 넘어갔다.
결국 버거운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었고, 익숙한 알림이 뒤를 이었다.
[칸스로프를 처치했습니다. 3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피어를 획득하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동일한 능력으로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피어가 11성으로 올라섰습니다.]
[트롤의 회복력을 획득하였습니다. 유지할 수 없는 능력은 비슷한 특성을 가진 힘으로 대체됩니다.]
[새로운 무리(武理), 재생(再生)을 얻었습니다.]
[획득한 무리의 영향으로 회복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관련된 무공의 전반적인 능력이 향상됩니다.]
"후우."
힘겨운 싸움이었다.
다행히 일전에 트롤을 상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놈을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게 분명했다.
오히려 상대한 놈은 그 트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탈마경에 천마강림이 없었더라면…'
오히려 쓰러진 사람은 강준우 본인이 됐을 게 분명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빠르게 줄어드는 내공을 확인하며 유지하던 천마강림을 풀었다.
[천마강림이 해제됩니다.]
이제는 제 의지대로 천마강림을 풀어낼 수 있었다.
남은 내공을 가늠한 그는 대환단을 입에 넣으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어디 있지? 그 사이에 멀리갔네.'
칸스로프와 싸우는 과정에서 도망간 유키코를 다시 찾아야 했다.
문득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잠깐 손에 넣은 능력을 살피던 그는 유키코가 빠져나간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