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41화 (241/254)

한곳에 모이는 사람들 (1)

유키코를 살린다는 목적으로 움직이던 강준우는 어느 순간 들려오는 알림에 깜짝 놀랐다.

[상생의 무리가 영향을 끼칩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는 마기(魔氣)를 흡수합니다.]

[흡수한 마기의 영향으로 천마신공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변화였다.

그저 유키코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한 선택이 쉽게 오르지 않던 천마신공의 숙련도를 올렸다.

당연히 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지만, 변화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조화신공과 음양신공이 흡수한 기운을 조절합니다.]

[탈심색혼공이 12성으로 올라섰습니다.]

한 번의 관계였지만, 구미호의 도움으로 성취가 올랐던 탈심색혼공의 부족한 숙련도까지 채워졌다.

탈심색혼공이 12성으로 올라섰고, 곧 그에 따른 보상이 이어졌다.

[관련된 무공의 성취가 100% 상승합니다.(무작위)]

[건곤대나이가 10성으로 올라섭니다.]

[건곤대나이와 관련된 능력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다행히 등급 외의, 그것도 비교적 높은 성취에 있던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릴 수 있었다.

칸스로프를 상대하면서 건곤대나이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했던 그로서는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올랐다는 것에 만족했다.

무엇보다 건곤대나이가 10성으로 올라서면서 새로운 무공을 얻을 수 있었다.

'배진격보다 더 유용한 힘이려나?'

유키코를 살리려는 것이 엄청난 기연으로 작용했다.

조금 전까지 머뭇거렸던 그였지만,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가 그런 그를 일깨웠다.

"이제… 비, 비켜줄래?"

"유키코? 이,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괜찮아.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유키코의 최대한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잘게 떨고 있었다.

강준우는 뒤늦게 비켜섰고, 유키코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얼굴을 붉혔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로서도 떳떳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어찌 됐든 그녀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을 감행한 상태였다.

"고마워."

"…."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 떠올릴 수 있었어."

"그동안 있었던 일들?"

"너무 신경 쓰지는 마.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많이 동요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키코 역시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요조숙녀였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다이스케의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지금까지 봐왔던 유키코의 모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무공이 영향을 끼친다고는 하지만, 너무 달라진 모습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다시 어색한 상황이 이어졌고, 유키코는 눈치를 살피는 강준우의 모습에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답지 않아. 그냥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유키코는 오히려 그런 강준우의 반응을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생각과는 다른 그녀의 반응에 강준우는 말을 아꼈다.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었지만, 유키코에 관해서는 알고 있는 게 없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에 관해서도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잖아?'

새삼 모두에게 무관심했던 것을 깨달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권우철은 물론이고, 김연희와 백선화에 관해서도 알고 있는 게 없었다.

그건 유키코도 마찬가지였다.

강준우에 관해서 알고 있는 거라고는 그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츤데레가 전부였다.

조금 다른 모습을 확인한 그녀는 전과 다르게 편안하게 말을 이어갔다.

"여기에 오면서 너도 많이 달라진 거겠지?"

"그야, 달라지지 않을 수가 없었지."

"그런가?"

"…."

유키코는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스케였지? 내가 요조숙녀였다고 했던 게."

"… 그랬지."

"맞아.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얌전한 아이였어. 요조숙녀로 지낼 수밖에 없었어. 그렇게 강요받았거든."

갑작스러운 설명이 더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끊을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왠지 감성적으로 변한 유키코는 이곳으로 오기 전의 상황을 밝혔고, 강준우는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들어줬다.

'명문가의 무남독녀?'

유키코는 내로라하는 가문의 무남독녀 신분이었다.

그 과정에서 원치 않은 삶을 살아야만 했고, 내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였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그 와중에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맞으면서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한 것 같았다.

"소수라는 마공을 익히면서 그런 감정이 드러난 것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건 아닌 것 같아. 가지고 있던 본성이 드러난 걸까?"

"…."

"내가 너무 내 말만 했나?"

"아니야. 괜찮아."

"그냥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이런 일도 결국에는… 나를 위한 일이었을 테니까."

"…."

환하게 웃는 그녀의 말에 강준우는 말을 아꼈다.

여전히 어색하는 그 모습에 유키코는 미소를 보이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네 덕에 극마경에 오를 수 있었어."

"극마경?"

"응. 거기에 소수마공도 11성으로 올랐고."

결과적으로는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된 일이었다.

그녀에게는 기연이었다.

운이 좋게 강준우를 만나면서 그의 도움으로 경지를 넘어설 수 있었다.

강준우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녀를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얻은 게 적지 않았다. 다만, 처음인 것 같은 유키코에게 미안한 감정이 남을 뿐이었다.

"잠깐 운기 좀 해도 되겠지?"

"그래. 그게 좋겠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무리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녀에게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올 일인 것은 분명했다.

작은 동굴로 보이는 곳을 빠져나온 강준우는 입구를 지켰다.

지금 당장은 유키코와 마주하는 게 그로서도 부담이었다.

'결과는 좋았는데, 이게 잘한 일인지 모르겠네.'

애써 떠오르는 상념을 떨쳐낸 그는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되돌릴 수 없었다.

관심을 돌린 그는 상점창을 확인했다.

건곤대나이가 10성으로 올라서면서 새로운 무공을 익힐 조건이 충족됐다.

'천지역전(天地逆轉)이라.'

천지역전(天地逆轉).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의 형세를 뒤집는다는 무공이었다.

거창한 말이었지만, 이미 건곤대나이의 힘을 확인한 강준우는 이 무공이 가지는 힘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조건이 갖춰진 만큼 이만한 무공을 익히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천지역전을 익혔습니다.]

강준우는 곧바로 새로운 무공을 손에 넣었고, 무공을 익히기 무섭게 안에 있던 유키코가 밖으로 나왔다.

따로 운기를 하겠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나름 마음을 정할 시간이 필요했고, 다행히 심란한 마음을 추스른 것 같았다.

"이제 어떡할까?"

"글쎄."

"다시 일행을 찾는 건 어때? 이제는 짐이 아니라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동안 있었던 기억을 되찾은 만큼 그때의 일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살리려고 했던 일행들을 떠올린 유키코는 강준우의 생각을 물었다.

그리고 강준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

어차피 헤어졌던 일행들과는 다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엘프 대장로와 구미호를 비롯한 자들이 그들에게도 뜻을 전했을 게 분명했다.

따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같이 움직이면서 힘을 키우는 게 좋았다.

'길을 열어준다고 하더라도 마냥 좋을 건 없겠지.'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찾아올 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그들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강준우는 앞으로의 일에 고심했고, 유키코는 그런 그를 일깨우며 앞장섰다.

"길은 내가 찾을 게. 그래도 일행들하고는 너보다 내가 더 오래 움직였으니까. 내가 더 빠를 거야."

"… 흐음."

그녀는 강준우의 답을 듣지도 않고 앞장서서 움직였다.

전과 다를 것 없이 밝아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조금 달라진 그녀의 모습을 모를 강준우가 아니었다.

걱정이 됐다. 그렇다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복장한 감정을 뒤로한 그는 멀어지는 유키코의 뒤를 쫓았다.

지금은 밀려드는 여러 감정을 뒤로하고 담담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 ★ ★

모두를 불러 모은 로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드러난 그의 표정에 자리한 종족의 대표들은 그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장내에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로드의 심기가 좋지 않은 이유를 대강이나마 알고 있는 그들로서는 쉽게 운을 뗄 수 없었다.

[칸스로프가 죽었다.]

"…."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칸스로프의 죽음은 로드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이곳에 자리한 자들 중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가 바로 칸스로프였다.

로드를 제외하고 그의 적수가 될 수 있는 자들은 많지 않았다.

물론, 종족들 간의 싸움으로 벌어지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일대일로 싸우면 수위에 꼽히는 실력을 가진 칸스로프였다.

그런 그가 인간들의 손에 쓰러진 것이다.

"로드시여. 이번에는 제가 나서겠습니다!"

[….]

"칸스로프와 다르게 경시하는 마음을 버리고, 놈들을 확실하게…"

[칸스로프가 방심을 했다는 것이냐?]

"그것이…"

[그럴 리가 없다. 그 역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를 잘 알고 있는 로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을 꺼낸 자도 쉽사리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리한 모두가 칸스로프를 잘 알고 있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가 방심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제가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기다리는 일족을 모두 끌고 가서 놈들을 도륙하겠습니다."

[….]

"로드시여?"

그는 굳은 결의를 보였다.

이대로라면 마냥 이곳에 묶일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든 그들의 목적은 차원을 넘어서 그들을 몰아낸 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고, 잃어버린 땅을 되찾아야만 했다.

그 전에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이곳으로 넘어온 인간들이었다.

놈들을 모두 쓰러뜨려야만 공간을 넘어설 수 있었다.

"저희 일족 모두라면 놈들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복수에서 빠지는 일이다. 괜찮겠더냐?]

"… 로드께서 이들을 이끌고 저희들의 원한을 풀어주시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아쉬움이 가득한 말이었지만, 그만큼 결의에 찬 말이었다.

가만히 그 말을 듣던 로드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뚝뚝한 그가 이런 식의 감정을 내비치는 게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누구 하나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너는 이들을 이끌고 이어질 복수를 준비하라.]

"하오나 이곳을 넘어온 자들을 먼저 쓰러뜨려야 하지 않습니까?"

[그 일은 내가 할 것이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어찌 로드께서 직접…"

[그와 맹약을 맺은 것은 나다!]

"…."

힘이 실린 그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로드는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어갔다.

[처음부터 욕심을 버리고 내가 나섰다면 진즉에 일이 해결됐을 것이다.]

"로드께서는 우리를 이끌어 주셔야 합니다."

[그의 힘을 무시한 내 잘못이 크다. 내가 아니더라도 너희들의 분노는 인간들에게 향할 터. 모두가 뜻을 함께 하면 염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담담한 그의 말에 자리한 모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자처했던 자는 다시 정신을 차리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제 일족이 나서겠습니다. 로드께서는…"

[여기로 온 인간들의 힘을 키워주는 꼴이다.]

"믿어 주십시오. 저뿐만 아니라 일족이 함께 나선다면 놈들을 모두 찢어 죽일 수 있습니다!"

[내가 간다.]

"직접 나서시면 그에 따른 제약이…"

[그런 제약으로 내가 인간들에게 쓰러질 거라는 뜻이냐?]

"그, 그럴 리가요!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알고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로드는 그의 말을 일축했다.

힘이 실린 목소리에 모두가 잔뜩 움츠렸다.

[마지막 남았던 내 친우와의 매듭은… 내가 지을 것이다.]

"…."

[너희들은 복수만을 생각하라. 나를 대신해서 확실한 응징을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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