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43화 (243/254)

한곳에 모이는 사람들 (3)

별다른 방해 없이 움직인 두 사람은 결국, 일행과 마주했다.

"뭐야? 두 사람! 괜찮은 거야?"

"보시다시피."

"어떻게 된 거야? 이제 정상으로 돌아 온 거야?"

다시 마주한 강준우와 유키코의 모습은 너무나 멀쩡해 보였다.

오히려 헤어졌을 때보다 더 좋은 모습이었다.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의 모습에 놀랐다.

정상으로 돌아온 강준우와 유키코의 모습도 놀라웠지만, 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도 놀라웠다.

"저 사람들은 뭐야?"

"같이 힘을 합칠 사람들이네."

"힘이라. 그렇군요."

"많이… 달라진 것 같군?"

황 노인은 범접할 수 없는 강준우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반박귀진인가? 설마, 더 높은 경지에 오른 건가?'

이제는 강준우의 몸에서 어떤 기세도 읽을 수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강준우는 그가 넘볼 수 없는 경지까지 오른 것 같았다.

강준우가 익힌 무공이 마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종 무공을 익힌 그보다 한참을 앞선 그의 모습에 묘한 감정이 일었다.

'나이를 먹었어도 이런 질투는 어쩔 수 없는 건가?'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힘을 얻고 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별다른 제약이 없어진 만큼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지만, 황 노인은 씁쓸해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강준우를 질투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다행이네. 자네라도 그런 힘을 가질 수 있어서."

"그렇습니까?"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되지 않겠나?"

"그렇군요."

"사실, 드워프의 장로를 만났네. 일전에 맡았던 일들을 처리하고 보상을 받기 위해서 다시 드워프들의 마을을 찾았지. 아, 이건 자네 몫이네."

"이게 뭡니까?"

강준우는 황노인이 건네는 물건을 받았다.

"일전에 약속하지 않았나? 보상들 중에 일부를 나누겠다고."

"이게 그 보상입니까?"

"이게 전부가 아니네. 우철 군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당한 물건이 돌아갔네. 자네가 없는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모두와 보상을 나눴네."

뒤늦게 일행들을 주의 깊게 살피자, 몇몇 물건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마다 필요한 물건을 손에 넣은 것 같았다.

"드워프들이 건넨 보상은 저런 물품들이었네. 귀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

"그럼 이 비도도…"

"드워프들이 만든 물건이네."

그는 손에 잡힌 비도를 확인했다.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연비도를 익히고 있었지만, 비도술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비도술이 아니더라도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가지고 있었네. 그걸 적절하게 사용할 사람은 자네뿐인 것 같더군."

"좋네요."

"아, 그리고 그들이 따로 제안을 했네. 길을 열어주겠다는 제안이었지. 대신 그들과 부딪치지 않는 조건으로 말이네."

그들은 황 노인과 일행들에게도 그런 제안을 건넨 것 같았다.

그들은 그 사실을 반겼고, 선뜻 드워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는 찾아온 자들이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강한 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 개입을 막는 것이 나으리라는 판단에 여기 모인 자들은 모두 그들의 뜻에 따랐다.

이렇게 함께 자리하며 뜻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을 반기는 그들의 모습에 새롭게 합류한 자들이 관심을 가졌다.

강준우는 그런 관심이 부담스러웠지만, 황 노인의 소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눠야만 했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 사이, 김연희는 멀쩡한 유키코의 모습을 반기며 물었다.

"유키코? 이제 괜찮은 거야?"

"응.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주화입마가 맞았어?"

"맞아. 주화입마였어. 다행히 도움을… 받아서 괜찮아졌고."

"도움? 강준우랑 만난 거야? 강준우가 도와줬다고 어떻게?"

"그게… 많은 도움을 줬어."

유키코는 김연희의 질문에 수줍게 답을 했고, 그녀의 낯선 반응을 확인한 김연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홍조를 띄면서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보인 유키코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반응이었다.

"뭐야? 근데, 왜 얼굴을 붉히는 건데?"

"…."

"무슨 일이 있었어? 혹시…"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

"아니. 네가 평소와는 너무 달라서 그랬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수줍어하는 유키코의 상태를 모르는 게 더 이상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어색해졌지만, 멀리서 다이스케가 유키코를 불렀다.

"유키코! 거기에서 뭐하는 거야? 너도 인사해야지!"

"알았어. 잠깐 갔다 올 게."

"그, 그래."

다시 합류한 그녀에게도 다른 사람들을 소개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거의 배로 늘어난 인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건넸고, 김연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 있는 백선화를 향해 물었다.

"뭔가 이상하지? 유키코가 조금…"

"…."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김연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왠지 억울해하는 백선화의 표정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 ★ ★

여러 무리가 모였지만, 모두를 이끄는 사람은 황 노인이었다.

가장 연장자이면서도 화경에 오른 그였기 때문에 모두를 이끄는 것은 당연했다.

황 노인은 그 역할을 강준우에게 맡기려고 했다.

하지만 강준우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 대부분의 일을 일임하고, 남은 일행들과 섞여서 움직일 뿐이었다.

앞으로 상대할 적을 떠올리면 모두가 힘을 합치는 것은 당연했지만, 결국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제대로 된 사냥감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요?"

"지금 처리한 놈들만으로는… 힘을 키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한데 모여서 움직이는 만큼 사냥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 원칙을 정하고 순번을 정하면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모두가 만족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사냥은 그들만 하는 게 아니었다.

다시 타락한 다크 엘프를 마주했지만, 공교롭게도 다른 무리들도 그들을 노렸다.

콰과광.

갑자기 날아든 날카로운 공격에 다크 엘프를 상대하던 황 노인과 무리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이놈들은 우리가 먼저 발견했거든."

"무슨 소립니까? 우리가 먼저…"

"우리가 먼저 발견했다고! 모두를 불러오는 사이에 그쪽이 나선 거고!"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규모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상대는 일부러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이 상황이 쉽게 풀릴 리가 없었다.

상대의 억지에 사람들은 흥분했고, 뒤에 있던 황 노인은 흥분한 사람을 만류하며 앞으로 나섰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오해는 무슨 오해요?"

"그럼 이렇게 하죠. 이놈들을 반씩 나눠서 처리하는 걸로…"

"흥!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왜 우리가 양보해야하는 겁니까?"

일을 키우지 않으려는 황 노인이었지만, 상대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황 노인의 모습에 상대는 기세등등해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비도를 꺼내 들었다.

괜히 시간을 낭비하느니 직접 처리하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그의 모습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김연희는 그런 강준우를 막았다.

"뭘 하려고?"

"분란을 제거해야지."

"그러다가 싸움만 커져. 그냥 잠자코 지켜보는 게 좋아."

"그건 네 생각이고."

"미친! 싸우자는 건 네 생각이잖아?"

"그럼, 각자 생각대로 움직이자고."

김연희가 막기도 전에 강준우는 손을 뿌렸다.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여러 개의 비도가 강한 힘을 가득 품으며 앞에 있는 다크 엘프를 향해 쏘아졌다.

쐐에엑. 콰드득.

마주한 다크 엘프들 역시 작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제법 속도가 있었지만, 날아오는 비도를 막아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교묘하게 파고든 기운이 그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은밀하게 천마군림보를 펼치며 그들을 묶은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다크 엘프들을 처리했다.

날린 비도에는 천마복룡파의 힘이 담겨 있었다.

몸이 묶인 다크 엘프들은 회전하는 강기를 막아낼 수 없었고, 그들의 목숨을 취한 비도는 다시 떠오르며 남은 자들을 공격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쓰러지는 다크 엘프들의 모습에 모두는 말을 잇지 못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상대는 흥분하며 소리쳤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불만이면 덤벼라."

"뭐라고?"

황 노인의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 앞으로 나섰던 사내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천천히 걸어 나오던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그를 향해 말했다.

"불만이 있으면 덤비라고."

"자신 있냐? 우리가 이대로 물러날 것 같아!"

"그러니까. 닥치고 덤비라고."

"…."

강하게 나오는 강준우의 모습에 사내는 마른침을 삼켰다.

앞서 노인이 나와서 자세를 낮출 때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미 상대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을 한 이후였다.

'분명히 이기어검이었어! 무엇보다 저놈… 왜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거지?'

당당한 태도와는 다르게 아무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이기어검을 펼치고도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상대라면 자신보다 훨씬 윗줄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히려 강하게 나오는 강준우의 모습에 사내는 머뭇거렸다.

앞으로 나선 강준우의 모습에 황 노인은 뒤늦게 안도할 수 있었지만, 그때 상대 무리에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쐐에엑. 채앵.

"무슨 짓이야?"

"뭐야? 그걸 왜 당신이 막아?"

강준우를 노리며 날아드는 검은 앞에 있는 사내에 의해서 막혔다.

그는 다급히 날아오는 검을 튕겨냈고,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자는 그런 사내의 행동이 못 마땅한 듯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뒤늦게 나온 사내는 개의치 않으며 다시 강준우를 노려봤다.

"어디에서 허세야? 좆도 안 되는 새끼가."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람은 뚱뚱한 남자였다.

꽤나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자로 대부분이 지방으로 덮인 모습이었다.

그는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바닥에 침을 내뱉었다.

"퉤! 뒈지고 싶냐?"

"들어가 있어!"

"저런 놈한테 왜 쫄아? 그러려고 대표를 하겠다고 한 거냐?"

"이런 병… 뭐, 뭐야?"

제대로 된 상황도 모르고 나서는 그의 행동에 대표로 나왔던 자는 황당해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튕겨냈던 검이 저절로 솟아올랐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검을 날린 주인도 놀랐지만, 이어지는 광경에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쉬이익. 푸욱.

"준우야!"

"저런 개 같은 새끼들!"

"뭐야? 무슨 짓을 한 거냐?"

"아니라고!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대뜸 떠오른 검이 강준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저절로 움직인 검은 강준우의 어깨에 박혔고, 천천히 검을 뽑아낸 강준우는 앞에 있는 자들을 향해 말했다.

"선빵은 너희들이 날렸지?"

"미친! 무슨 소리냐? 이건 네가 한 짓이잖아?"

너무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다.

이기어검을 사용했던 강준우가 다시 이기어검을 사용한 게 분명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으며 기운을 드러냈다.

쿠구구구구.

강준우가 기운을 끌어내기 무섭게 주변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탈마경에 오른 그의 진정한 힘에 강한 기운이 주변을 휩쓸었다.

앞에 있던 사내는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와 함께 움직이던 다른 사람들도 기겁하며 거리를 벌렸지만, 뚱뚱한 사내는 움직일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몸을 날리고 싶었지만, 무슨 일인지 강한 압력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끄으으으!"

그런 그에게 예의 검이 날아들었다.

강준우가 뽑아낸 검이 회전하는 강기를 머금으며 날아들었고, 뚱뚱한 사내는 사력을 다해서 기운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회전하는 강기에 휩쓸려 사라졌다.

콰앙. 콰드득.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힘에 사내의 육중한 몸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일격에 그가 쓰러지자 엄청난 격차에 모두는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선빵 날릴 사람?"

"…."

뻔뻔한 말이었지만, 누구 하나 앞으로 나설 수 없었다.

이미 상대와의 격차를 확인한 만큼 나선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연희는 황당해하며 뇌까렸다.

"미친놈. 어쩜 저렇게 뻔뻔하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억지에는 억지! 역시 강 상이네."

다이스케는 그런 강준우의 모습을 반겼다.

압도적인 그의 등장과 함께 억지를 부리던 자들이 꼬리를 내렸다.

말도 안 되는 자작극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그의 모습.

여전히 뻔뻔한 그의 행동이 오늘따라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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