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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244화 (244/254)

놈의 의도 (1)

"몸은 어때? 괜찮아?"

"멀쩡해."

순식간에 분위기를 휘어잡고 되돌아오는 강준우의 모습에 권우철이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자해한 상처가 작지 않을 게 분명했지만, 무슨 일인지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분명히 피가 묻어 있는데. 근데, 상처가… 없어?"

옆에 있던 유키코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하자, 권우철은 그런 강준우에게 힐을 사용했다.

"그럴 필요 없다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이미 만월의 축복을 끝까지 올린 강준우였다.

거기에 재생이라는 무리까지 손에 넣자, 어지간한 상처는 순식간에 회복시킬 수 있었다.

일전에 상대했던 트롤과 비슷한 회복력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굳이 권우철의 도움은 필요 없었지만, 괜찮다고 해도 가만히 있을 그가 아니었다.

가볍게 무력시위를 보이자,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가 됐다.

강준우의 압도적인 힘에 그들은 쉽게 나설 수 없었고, 황 노인은 억지를 부렸던 자들을 품에 안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목표한 자들과 상대해야만 했기 때문에 굳이 전력을 손실할 필요는 없었다.

제때 나서준 강준우 덕에 일을 쉽게 풀어낼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순식간에 수가 배로 늘어났군. 앞으로도 잡음이 끊이질 않을 것 같네."

"어쩔 수 없지요."

"그나저나 괜찮겠나?"

"뭐가요?"

"저들을 이대로 품어도 괜찮겠냐는 말이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상관없을 겁니다. 당분간은 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오만하게 들리는 답이었지만, 황 노인은 그의 말에 수긍을 했다.

그만큼 지금의 강준우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강준우는 지금까지는 신중하게 움직였다.

그 동안은 매번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일행들 사이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지만,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거나 더 강한 힘을 가진 자들도 여럿이었다.

되도록이면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나서 움직이거나 지켜보는 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탈마경에 오른 만큼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누군가는 나서서 확실한 힘을 보여야만 전력을 보존할 수 있었다.

'어차피 저 산으로 간다면… 상대할 놈들은 넘쳐나겠지.'

지금 당장이야 사냥감이 부족하겠지만, 산맥을 넘어서 산으로 들어선다면 상황이 달라질 게 분명했다.

그때가지 최대한 잡음을 줄이고, 전력을 보존하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그는 배로 늘어난 사람들과 함께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분간은 여기에 있는 놈들을 통해서 힘을 키우는 게 먼저였다.

강준우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포인트 자체가 중요한 수단이었다.

★ ★ ★

콰과과광. 콰지지직.

강한 충격과 이어지는 전격에 버티던 다크 엘프가 무너져 내렸다.

무식하게 쏟아내는 공격에 함께 다크 엘프가 움직임을 멈추자, 공격을 감행하던 자들은 아쉬워했다.

"너무 추잡스러운 방법 아니야?"

"추잡스럽다니! 이게 다 전략이지."

"이상한 매직 미사일만 날려서 막타를 노리는 게 무슨 전략이야?"

"그게 불만이면 너도 매직 미사일을 끝까지 올리든지!"

뻔뻔한 다이스케의 말에 김연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마주한 사냥감을 나눌 수 없었다.

이제는 놈들과 조우하는 순간, 가장 자신 있는 공격을 날려서 쓰러뜨리는 사람이 포인트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강준우가 끼어들지 않는다는 점이었지만, 그래도 다크 엘프를 처리하고 포인트를 얻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걱정이군. 이제 다른 놈들을 찾는 것도 어렵던데."

"이대로 저 산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글쎄. 준우 군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정도 수라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겠지요. 대신, 이런 식으로라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너무 막무가내 식으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자리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말에 공감했다.

그렇다고 달리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분간은 이런 식으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을 상대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들은 이미 몇 차례 의견을 주고받았다.

비록, 어쩔 수 없이 힘을 모았다고는 하지만, 새롭게 합류한 자들도 지금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드워프들을 공격하면 어떨까요?"

"드워프들을?"

"이 정도 수라면 충분히…"

"그놈들을 공격하면 근방에 있는 모두가 적으로 돌아설 겁니다. 모두가 죽자는 소리나 다름없겠죠."

"크흠. 그래도 놈들을 공격하고 좋은 무기를 손에 넣으면…"

"흐음. 이렇게 생각이 없을 줄은 몰랐는데."

"뭐야? 지금 그 말은…"

"왜? 선빵이라도 날리려고?"

"크흠."

냉랭한 강준우의 말에 보르얀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말을 아꼈다.

그가 가진 힘도 황 노인 못지않았지만, 강준우를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 역시 이종족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그들의 영역을 무사히 통과했다. 이제 와서 약속을 깬다면 처절한 응징이 뒤따를 게 분명했다.

답답한 마음에 한 말이었지만, 오히려 좋은 말을 듣지 못하자 그는 멋쩍어하며 투덜거렸다.

"그렇다고 이대로 움직일 수도 없지 않습니까?"

"우선은… 저 산으로 가보도록 하지."

"괜찮겠습니까?"

"방법이 없는 것 같네. 여기에서 더 버틴다고 하더라도 상대할 놈들이 남아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어떤가?"

"차라리 그게 좋겠네요."

아직 부족함을 느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에서는 더 이상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위험하더라도 목표했던 곳으로 움직이는 게 최선이었다.

"경계를 넘어서도 아무도 없다고 했던가?"

"예. 중앙에 있는 산까지는 아무도 없는 것 같더군요."

이미 그곳을 경험해 본 강준우였기 때문에 그 사실을 공유했다.

그의 말에 모두는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자리한 모두가 무리를 대표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적게는 네다섯 명이, 많게는 열 명이 넘어가는 자들과 함께 한 자들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나아갈 길을 정했다.

40명이 넘어가는 사람들은 결국 산맥을 빠져 나왔다.

간간이 있는 작은 구릉을 제외하고는 널따란 평야가 펼쳐진 곳이었다.

숲이 끝나고 이어진 그곳에는 강준우의 설명대로 아무 것도 없었다.

한적한 그곳에 걸음을 내디딘 모두는 주변을 둘러보며 의아해했다.

"정말 여기에 아무 것도 없는 겁니까?"

"아무래도 준우 군이 한 말이 사실인 것 같군."

기운을 흘리며 주변을 살피던 황 노인도 별다른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적막한 곳에 덩그러니 놓인 높은 산.

그곳까지 가는 길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불안했다.

힘을 가진 대부분이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최종 목적지라고 할 수 있는 그곳으로 들어서는 게 쉬울 것 같지 않았다.

'저 산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하겠군.'

어느 정도 상단전이 열린 그들은 본능적으로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하지만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대로 시간만 지낸다면 내분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서로가 적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움직이도록 하지. 각자가 천천히 움직이도록 하지."

"예. 그렇게 하죠."

황 노인은 자처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보다는 강준우가 더 제격이었지만, 그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앞장서는 것은 꺼려했기 때문에 황 노인이 총대를 멨지만, 그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낯선 움직임이 감지됐다.

"저 옆에 누가 나와요!"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서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역시 산맥을 내려온 것 같았지만, 그 모습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었다.

서로가 좋은 사냥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타난 자들과의 충돌을 우려한 그들은 곧장 무기를 꺼내들며 이어질 상황에 대비했다.

"잠깐! 모두 진정하고 기다리게!"

"누가 여기로 오고 있는데요?"

황 노인은 그들을 만류했다. 되도록이면 불필요한 충돌을 줄일 생각이었다.

저들이 공격을 감행하면 그때 움직여도 충분했다.

강준우가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그가 아니더라도 함께 힘을 모은 사람들의 전력도 약하지 않았다.

나타난 자들 역시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개중에 몇 명이 뛰어오며 대화를 하자는 의사를 밝혔고, 곧 황 노인과 마주했다.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괜히 싸워봤자 서로에게 좋을 건 없으니까요."

"저 산으로 가는 겁니까?"

"목적지는 같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어? 뭐야? 너희들이었어?"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황 노인은 누군가를 반기는 목소리에 말을 잇지 못했다.

따로 나온 자들 중에 한 명에 뒤에 있는 일행들 중에 누구를 확인하며 크게 소리쳤다.

"어? 그 러시아 인이잖아?"

"그러네. 안드… 레이였던가? 그 사람 맞지?"

다이스케는 안드레이의 얼굴을 확인하며 놀라워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잠깐이었지만 서로 힘을 모은 적이 있었다.

"모두 무사했네?"

"알고 있는 사이였나?"

황 노인의 물음에 뒤에 있던 강준우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안드레이와 임창현의 모습을 확인하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역시! 당신이 죽을 리가 없지. 이거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겠는데?"

"오랜만입니다. 무사했군요."

안드레이의 옆에 있던 임창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강준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확인한 강준우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임창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풍기는 기운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뭐지? 익숙한 이 기운은?'

임창현에게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기운이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졌다.

뒤늦게 그 힘의 정체를 확인한 강준우의 표정이 어색하게 변했고, 임창현은 그 얼굴을 확인하며 쓰게 웃었다.

'이 사람이 모를 리가 없겠지.'

임창현은 본인이 천마신공을 익혔다는 사실을 강준우가 알아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 역시도 천마군림보를 익히고 있었다.

언젠가는 강준우에게 먹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였기 때문에 불안해하며 그와는 다른 길로 움직였었다.

결국에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됐지만, 그래도 이제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놀란 강준우를 뒤로한 그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불필요한 싸움은 피할 수 있겠네요."

"우리도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같이 움직이는 건 어떨까요?"

"같이요?"

"어차피 목표는 같지 않나요?"

임창현과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도 그들과 비슷했다.

생각보다 많은 수와 함께 하고 있었다.

저만한 인원이 여기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그런 그의 제안이 그들에게도 나쁠 것은 없었다.

"어떻습니까?"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군. 그래도 잠깐 상의를 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예. 그게 좋겠네요."

황 노인의 말에 임창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의견을 한데 모은 채로 움직였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들어보면서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가볍게 대화를 나눈 그들은 다시 뒤로 물러났다.

이미 안면이 있는 만큼 뒤통수를 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채 말을 나누기도 전에 갑자기 주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묘한 울림이 전해졌다.

바닥 전체가 동요하는 듯한 느낌에 모두가 당황했고, 그 순간 뒤에서 시린 빛이 뿜어져 나왔다.

"뭐, 뭐야?"

"막이야! 투명한 막 같은 게 쳐지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어? 저기! 저 빛은 뭐야?"

전방에 생겨난 둥근 원에서부터 시린 빛이 뿜어져 나왔다.

바닥에 생겨난 그 빛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면서 그곳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자리한 사람들은 모두 무기를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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