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45화 (245/254)

놈의 의도 (2)

그들 뒤로 생겨난 투명한 막은 단단한 벽으로 변했다.

산맥 쪽으로 물러날 수 없도록 그들을 격리시킨 게 분명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활성화 된 마법진과 함께 나타난 사람들이었다.

"뭐야?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잖아?"

"텔레포트?"

"텔레포트라니?"

"텔레포트 마법인 것 같은데? 갑자기 나타났잖아! 그것도 단체로."

그들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여러 개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곧장 활성화 되며 빛을 뿌리는 마법진에서는 일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고,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모두는 긴장했다.

"이게 뭐야? 우리가 왜…"

"조심해! 적이다! 저놈들이 우리를 끌어들인 것 같아!"

"미친!"

나타난 자들은 무기를 겨눈 사람들을 확인하며 곧바로 대응을 갖췄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큰 싸움으로 벌어질 상황이었다.

다행히 곧바로 공격을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일 수는 없었다.

쐐에엑. 콰앙.

누군가가 공격을 날리기 무섭게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버티고 있던 사람들도 공격을 감행할 수박에 없었다.

이렇다 할 대화도 할 수 없었다.

상황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고, 곧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콰과과과광.

"뒤로 물러나! 블레싱!"

"선배, 조심해!"

그들에 비해서 크게 뒤지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타난 수도 비슷했기 때문에 피해는 클 수밖에 없었다.

'뭐지? 이 상황은?'

강준우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동요하지 않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들뿐만 아니라 임창현이 있는 곳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갔다.

산맥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뒤가 막히고, 낯선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싸움이 일어났다. 미처 대화를 해 볼 겨를도 없었다.

'같은 인간들끼리 싸움이라. 이놈들이 우리를 속인 건가?'

가장 먼저 떠오른 자들은 그에게 제안을 했던 엘프 대장로와 구미호였다.

그들의 제안으로 빠르게 사람들이 모였지만, 상황은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더군다나 뒤에는 투명한 막까지 펼쳐졌다.

결계 같은 막은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는 용도인 것 같았다.

당연히 산맥에 터전이 있는 이종족들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콰과광.

강력한 공격을 주고받는 두 무리는 치열하게 싸웠다.

강준우는 일부러 뒤로 물러나며 펼쳐진 투명한 막을 두드리며 다시 확인했다.

'이건 쉽게 부술 수 있는 막이 아닌 것 같은데.'

생각지도 못한 함정에 빠진 것 같았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를 오해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도 많이 당황한 걸로 봐서는 그들이 의도했던 이동은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의 의도가 깔렸다는 건데.'

모두가 그의 손에 놀아나고 있었다.

다시 엘프 대장로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빠르게 줄어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하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크게 소리치며 사람들을 일깨웠다.

"멈춰!"

널따란 평야가 크게 울렸다.

그의 목소리에 몇몇은 귀를 틀어막으며 괴로워했고, 대부분은 얼굴을 찌푸리며 싸움을 멈췄다.

천마후였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란 정은수는 그 음파의 주인을 확인하며 깜짝 놀랐다.

음공을 주로 사용하는 그녀조차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위력이었다.

'언제 이런 음공까지 익힌 거야?'

비교적 뒤에 위치해 있던 강준우는 남은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잠깐 멈추죠. 상황이 이상해요."

"우리가 멈춘다고 저 사람들까지 멈춘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차라리 저놈들을 먼저 제압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조심해!"

쐐에엑. 콰앙.

그들이 공격을 멈췄다지만, 상대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생각지도 못한 강준우의 외침에 잠깐 소강상태로 변했지만 그 상황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다시 날아드는 강력한 공격에 황 노인은 공격을 쳐내며 강준우를 바라봤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흐음."

이제는 압도적인 힘이 필요했다.

황 노인은 그 역할을 강준우에게 맡겼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서며 힘을 드러냈다.

쐐에엑. 퍼엉. 퍼엉.

천천히 걸어 나오는 그를 향해 시뻘건 화염이 날아들었다.

화염 마법은 물론이고 강기가 뒤를 이었지만, 강준우는 손가락을 뻗는 것만으로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미친! 저 새끼는 뭐야?"

"엄청난 고수다!"

"근데, 왜 이렇게 걸어오는 거지?"

"몰라! 우선 놈을 쓰러뜨려. 가까이 오면 우리가 힘들어져!"

"그래도…"

"괜히 머뭇거리다가는 모두가 죽는다고!"

그들 역시 잠깐 고민했지만, 그런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 상황을 겪었던 그들인지라 우선 대화보다는 제압이 먼저였다.

멈췄던 공격이 다시 날아들었다.

따로 말을 해볼 겨를도 없이 날아드는 공격에 강준우는 다시 힘을 끌어 올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콰과과광.

"됐다! 죽었어!"

강력한 공격이 강준우가 있던 공간을 휩쓸었다.

허공에서 터져나가던 공격이 처음으로 바닥을 때리자, 공격한 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강준우는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옆이야. 놈이 바르게 다가오고 있어!"

"언제 저기로…"

생각보다 날랜 그의 움직임에 무공을 익힌 자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 역시 화경에 오른 자들이었다.

강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은 같이 있던 마법사의 도움으로 힘을 키우며 강준우를 향해 달려갔다.

무작정 강기를 날리는 것만으로는 적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더 강하고 집요한 힘이 필요했다.

근접전을 택한 그들은 강준우와의 거리를 좁히며 공격을 날렸다.

기다란 언월도가 푸른 강기를 잔뜩 뿌리며 강준우의 앞을 가로막았고, 시뻘건 도기가 그의 머리를 쪼갤 듯이 날아들었다.

촤아악.

교묘한 합격술에 강준우의 몸이 베였다.

하지만 그를 공격한 두 사람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무 느낌도 없어!'

'이형환위다!'

손에 걸리는 감각이 없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잔상을 공격했다는 사실을 깨달기 무섭게 급히 기운을 끌어 올리며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공격이 아닌 차분한 목소리였다.

"싸울 생각인가?"

"…."

"대화를 했으면 좋겠는데? 누군가의 수작이다. 우리는 싸울 생각이 없…"

"개소리!"

쉬이익. 콰과광.

나름대로 차분하게 대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살기 가득한 공격이었다.

이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누군가의 의도에 놀아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흐음.'

마음을 달리 먹은 그는 확실히 할 생각으로 다시 움직였다.

강준우는 언월도를 휘두르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자를 향해 다가가며 곧바로 검을 뿌렸다.

채앵. 터엉.

"크윽."

"채프먼!"

빈틈을 노렸지만, 미처 반응하지 못하는 자를 대신해서 공격을 막은 사내가 튕겨져 나갔다.

강한 위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가 밀려나자, 다시 그 틈을 파고든 강준우는 언월도를 든 사내를 항해 검을 뿌렸다.

"하압!"

사내는 강준우의 공격에 맞서며 빠르게 언월도를 휘둘렀다.

순식간에 그가 만들어낸 도격에 주변을 가득 채웠고, 둥근 도막이 일정한 공간을 보호했다.

적어도 채프먼이 다시 일어날 때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터엉. 콰드득.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도막은 순식간에 깨져나갔다.

일격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그 틈으로 강한 기운을 머금은 검이 쏘아졌다.

"미친!"

강기를 뚫는 강기의 모습에 사내는 경악했지만, 그럼 감정도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도막에 구멍이 뚫리기 무섭게 날아든 검이 그대로 그의 상체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따로 무공이 넘어오지는 않았다. 손에 넣은 것은 포인트가 전부였다.

하지만 곧 그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리암!"

죽은 사내의 동료로 보이는 자의 분개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포인트와 함께 강한 반감까지 얻은 강준우에게 강력한 도격이 날아들었다.

콰과광. 콰과광.

공간을 가르는 강맹한 도강이 주변을 휩쓸었다.

그가 있던 공간 자체를 베어내는 듯한 강력한 공격이었다.

'오호단문도?'

예전에 마주한 적이 있었던 초식이었다.

코타오루라는 일본인이 상용했던 도법과 같았지만, 그때 상대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그의 공격을 피해냈다.

'또 이형환위라고? 미친!'

다시 펼쳐진 이형환위와 함께 강준우가 사라졌고, 채프먼은 힘을 끌어 올리며 바닥을 박찼다.

서걱.

그가 있던 공간이 베어졌다.

오호단문도 만큼은 어지러운 공격은 아니었지만, 강준우의 단순한 일격도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소리도 없이 날아든 쾌검술은 바로 무영검이었다.

만약 그가 공격이 실패하고 바로 몸을 내던지지 않았다면 몸이 잘렸을 정도로 위험했을 공격이었다.

채프먼은 뒤늦게 후회했다.

대화를 하자던 상대의 말을 무시했던 동료와 그의 판단이 이런 사단을 가지고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잠깐! 잠깐!"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낸 그는 다급히 소리쳤다.

그런 바람이 통했는지 강준우의 공격이 이어지지 않았고, 기회를 얻은 채프먼은 뒤늦게 말을 이어갔다.

"원하는 게 뭐지?"

"…."

"대화를 원하는 거지? 뭘 원하지? 말해 봐.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말로 풀자고."

"필요 없어."

"그게 무슨… 크윽."

서걱.

말을 이어가던 그의 몸이 기울었다.

사선으로 그어진 붉은 줄과 함께 그의 몸이 무너져 내렸고, 강준우는 그런 채프먼을 바라보며 뇌까렸다.

"너무 늦었거든."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무영검이 7성으로 올라섰습니다.]

[무영검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그를 쓰러뜨리기 무섭게 무영검의 성취가 올랐다.

화경에 오른 두 명의 고수를 너무나 쉽게 쓰러뜨린 그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믿었던 두 명의 고수가 한 사람의 손에 너무나 허무하게 쓰러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고수의 등장에 모두가 얼어붙었고, 강준우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말로 했으면 하는데?"

"… 미친! 다크 캐논!"

두 명을 죽여 놓고 하는 말이 너무나 황당하게 들렸다.

죽은 자들과 친분이 있던 자는 곧장 강준우를 향해 마법을 쏘아냈다.

지금까지 봐왔던 마법과 다르게 상당히 빠른 마법이었다.

까만 광선이 레이저처럼 쏘아졌다.

그대로 강준우를 꿰뚫을 것처럼 날아들었지만, 그 힘은 곧바로 튕겨져 나갔다.

터엉.

강준우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기 무섭게 쏘아진 다크 캐논의 방향이 바뀌었다.

"피해!"

콰과광.

배진격으로 공격을 되돌리자, 오히려 마법을 날린 사람이 있던 곳이 터져나갔다.

일부가 그 마법에 휩쓸리며 큰 피해를 입었지만, 정작 마법을 날린 자는 공중으로 떠오르며 그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플라이를 이용하며 위로 올라선 그는 다시 마나를 끌어 모았다.

허공에서 공격을 감행하면 유리한 쪽은 자신이었다.

아무리 무공을 익힌 놈이라지만, 높은 곳까지는 닿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강한 기운이 그를 휩쓸었다.

무형의 힘에 떠오르던 그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커다란 굉음이 뒤를 이었다.

쿠웅.

알 수 없는 힘에 패대기쳐진 사내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상대적으로 육체적인 힘이 떨어진 만큼 강한 충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저 손바닥을 뒤집은 것만으로 상대를 처리한 강준우는 겁에 질린 남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말로 했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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