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50화 (250/254)

그의 선택 (1)

임창현이 익힌 천마신공이 손에 들어오자 부족한 마지막 숙련도가 채워졌다.

그를 처리한다고 무조건 천마신공이 손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강준우는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일부러 천마강림을 펼쳤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천마강림을 펼치면 상대의 무공을 빼앗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았다.

상대적으로 많은 무공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확률을 높였고, 다행히 천마신공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12성으로 올라선 천마신공.

극적인 변화와 함께 적막이 찾아들었다.

찰나의 순간,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니드호그와 다른 사람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강준우 본인만 혼자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리둥절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달라질 스스로의 상태가 관심을 끌었다.

천마신공이 12성으로 올라서면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기존에 보였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12성으로 올랐다는 알림뿐이었다.

'뭐지? 왜 변하지 않는 거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스스로의 상태에 의구심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런 의문을 가지기 무섭게 다른 알림이 전해졌다.

[생사경(生死境)의 경지로 들어섭니다.]

'생사경!'

[만물의 이치가 스며듭니다.]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집니다. 놓쳤던 무리를 획득합니다.]

[새로운 무리(武理), 생(生)을 얻었습니다.]

[새로운 무리(武理), 사(死)를 얻었습니다.]

그동안 얻지 못한 무리들이 손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졌다. 다른 무공을 익히면서 얻어야 할 무리들과 함께 여러 깨달음이 그를 덮쳤다.

억겁 같은 찰나의 시간에 많은 무리가 스며들었다.

굳이 손에 넣은 것들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체득됐다.

경지가 오르면서 나타난 변화는 파격 그 자체였다.

손에 넣은 것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익히고 있던 무공의 성취가 오릅니다.]

[천마군림보의 성취가 12성으로 올라섰습니다.]

[천마복룡파의 성취가 12성으로 올라섰습니다.]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12성으로 올라섰습니다.]

[상청무상신공의 성취가 12성으로 올라섰습니다.]

마공과 정공을 가리지 않고, 손에 넣었던 무공의 성취가 순식간에 12성으로 올라섰다.

깨달음과 함께 무공이 대성하기 시작하면서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던 그의 상태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생(生)과 재생(再生)의 영향인가?'

두 무리가 힘을 전해주기 무섭게 만월의 축복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주변의 기운이 빠르게 그를 향해 몰려들었고, 까맣게 타들어갔던 몸이 자연적으로 회복해 나갔다.

다시 한번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경험하는 것 같았다.

깨달음이나 다른 변화에 의한 환골탈태가 아니었다. 단순히 그의 의지에 따라서 몸을 회복하는 것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몸 상태가 다시 구성되고 있었다.

누군가는 살면서 한번 맞을까 말까 한 상황이 이제는 강준우의 의지에 따라서 이루어졌다.

지금 그의 상황은 조금 전에 니드호그가 스스로의 몸을 회복시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니드호그와 다르게 경지가 달라진 강준우의 경우는 텅 빈 단전은 빠르게 채워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강준우의 변화를 니드호그가 모를 리 없었다.

거대해진 강준우의 존재감에 그는 크게 당황했다. 그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변화였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정상이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변하는 강준우의 모습에 그는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변화를 마치기 전에 앞에 있는 놈들을 쓰러뜨리고 뒤에 남은 놈까지 죽여야만 했다.

기운을 모으던 니드호그는 연신 공격을 퍼부어대는 놈들을 향해 곧바로 숨결을 토해냈다.

[모조리 사라져라!]

콰과과과과.

거대하게 벌린 입에서부터 강렬한 화염이 쏟아졌다.

일전에 강준우를 처리했을 때보다 더 강한 기운이었다.

전방을 뒤덮는 강한 열기에 황 노인을 비롯한 모두가 힘을 쏟아냈다.

'막아야해! 준우가 힘을 회복할 때까지… 크윽!'

'끄으으윽. 미친 도마뱀 새끼!'

콰과과광.

강렬한 공격에 모두가 사력을 다했다.

이미 강준우에게 많은 내공을 넘긴 유키코는 남은 힘을 쥐어짜며 소수마공을 펼쳤고, 백선화도 모든 힘을 쏟아내며 네 정령을 모두 불러냈다.

김연희와 다이스케, 하야테 역시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마법을 펼쳤다.

강준우와 함께 했던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욱 강한 힘을 내보였다.

뒤에 있는 강준우가 힘을 회복할 때까지만 시간을 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으아아아!"

앞에서 공격을 막아내던 자들이 불길에 휩쓸리며 처절한 비명을 토해냈다.

단발마와 함께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에 남은 자들은 더욱 강한 힘을 끌어올렸다.

- 버텨요! 이 공격만 막으면 살 수 있습니다!

하야테의 텔레파시에 대부분은 희망을 가졌다.

지금 이 공격만 막아내면 불가능할 것 같은 놈도 처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친 괴물 새끼!"

"끄으윽."

다시 되돌아오며 힘을 더했던 자들 중에 몇 명이 버티지 못하고 불길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의 이탈과 함께 힘겹게나마 브레스를 막고 있던 상황을 깨져나갔다.

콰과과과.

뜨거운 불길은 그대로 모두를 휩쓸었다.

사력을 다해서 공격을 받아내던 황 노인은 물론이고, 정은수와 김연희, 유키코를 비롯한 모두를 집어삼켰다.

재도 남기지 않고 증발한 모두를 뒤로한 불길은 그대로 강준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시뻘건 화염이 빠르게 주변의 기운을 흡수하는 강준우를 집어삼켰다.

화르르르르.

널따란 공간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니드호그는 모든 힘을 쥐어짜며 브레스를 유지했다.

이 공격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더욱 강한 힘을 쏟아냈다.

강준우를 뒤덮은 불길을 더욱 거세졌지만, 정작 공격을 감행하는 니드호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내 브레스를… 버텨?'

콰과과과과.

결국 가진 기운의 대부분을 소진한 그는 공격을 멈췄다.

더 이상 브레스를 유지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치이이이.

불길이 사라지기 무섭게 요란한 소리가 뒤를 이었다.

전방에서 생겨난 뿌연 수증기가 주변을 가득 채웠고, 곧 그 수증기까지 얼어붙으면서 열기로 가득했던 공간이 차갑게 식어갔다.

시린 한기가 브레스가 만들어낸 열기를 지웠다.

앞에서 팔을 들어 올리고 있는 강준우를 중심으로 주변이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미, 미쳤어. 브레스를 막았어!"

"살았다. 이제 살았다!"

"씨발! 저 괴물 새끼를 죽여버려요!"

몸을 피했던 자들은 강준우의 등장을 반겼다.

강준우가 힘을 되찾으면서 드래곤을 상대할 거라는 누군가의 텔레파시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환호하는 그들과 다르게 강준우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미 그의 일행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남아 있지 않았다.

"후우. 개새끼들!"

답답한 마음에 가볍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그의 품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왔다.

스스로 떠오른 것은 드워프가 만들어낸 비도였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비도에는 강기가 가득 담겼다.

비도를 둘러싼 강기가 회전하기 시작했고, 곧 섬전으로 변하며 니드호그에게 쏘아졌다.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는 그를 막아선 것이다.

터엉. 터엉.

[크윽.]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지금의 니드호그에게는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니드호그가 막히자, 살아남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은 안도하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의지와 다르게 움직이는 몸에 경악했다.

"뭐, 뭐야?"

안도하던 그들은 강준우의 손에 빨려들었다.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강준우의 가벼운 손짓에 일어난 엄청난 흡입력이 서로의 거리를 지웠다.

그들은 강준우에게 목이 잡힌 채 괴로워했다.

구원자라고 생각했던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자들은 다급히 물었다.

"크윽! 왜, 왜 이러는 겁니까?"

"몰라서 묻는 거냐?"

"나는 당신이 힘을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개소리! 너희들이 조금만 참았다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

"…."

살짝 떨리는 목소리에 그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강준우의 말처럼 그들이 조금만 더 버텼다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은 억울했다.

"그래도 우리는 당신을 살리려고…"

"도망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고?"

"씨발! 그래서 어떡하라고? 우리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래. 그래야 그 사람들이 억울하지 않아 할 것 같거든."

"미친!"

우두둑.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그의 목을 비틀었다.

흥분하며 소리친 자는 축 늘어지며 목숨을 잃었고, 남은 사람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개중에 한 명은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

"어쩔 수가 없었어요. 모두가 죽으면 그때는 누가 시간을 끌… 크윽."

간절히 빌면서 애원하던 여자의 가슴에 비도가 꽂혔다.

그대로 가슴을 꿰뚫은 비도는 다시 떠오르며 주변을 배회했고, 그 모습에 남은 자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드래곤이 아닌 강준우의 손을 벗어나야만 했다.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도 못한 그들은 사력을 다해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두가 싸늘한 시신으로 변했다.

바닥에 처박힌 그들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널브러졌다.

겨우 몸을 내던지며 브레스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 전부가 쓰러진 것이다.

[크큭. 지독한 놈이구나.]

그런 강준우의 모습에 니드호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이죽거렸다.

같은 동족을 스스럼없이 죽이는 강준우의 행동은 그로서도 황당할 뿐이었다.

니드호그는 따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강준우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었다.

은밀하게 힘을 모으지도, 같은 인간을 공격하는 강준우를 노리지도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앞에 있는 인간은 그가 온전했을 때와 크게 뒤지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모든 마력을 소진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육체적인 우위에 있다지만, 앞에 있는 놈은 지금의 상태로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었다.

"니드호그?"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냐?]

"세계수의 뿌리를 갉아먹던 버러지?"

[크크큭. 크크크크! 버러지? 감히 나를 보고… 크윽!]

버러지라는 말에 분개하며 소리치던 니드호그는 강력한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강준우가 주먹을 뻗기 무섭게 강한 기운이 날아오며 그를 후려쳤다.

콰앙. 콰앙.

극음의 기운에 니드호그의 몸이 들썩였다.

비늘 주변에 차갑게 얼어붙었고, 그 충격에 니드호그는 침음을 삼켰다.

"꿈틀거려 봐라. 버러지처럼."

[이, 이놈!]

"그래. 계속 반항해라. 내 분이 풀릴 때까지."

[….]

고저 없는 말로 당부의 말을 건넨 강준우는 니드호그에게 다가갔다.

가볍게 걸음을 떼자마자 그의 몸은 니드호그의 앞에 나타났고, 투명하게 변한 주먹이 거대한 그의 몸을 두드렸다.

콰앙. 콰앙.

일격 하나하나에 니드호그의 몸이 흔들렸다.

극음의 기운이 실린 소수가 거대한 몸에 꽂혔고, 그의 주먹이 닿을 때마다 니드호그는 강한 충격에 고통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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