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51화 (251/254)

그의 선택 (2)

콰과광. 콰과광.

한동안 커다란 굉음은 계속 이어졌다.

일방적인 구타에 니드호그의 몸이 잘게 떨려왔다.

극음의 기운이 가득 담긴 주먹이 닿을 때마다 그는 괴로워했다.

뼛속까지 파고든 한기에 주체할 수 없이 몸을 떨었고, 니드호그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이런 고통보다 더 괴로운 것은 지금 처한 상황이었다.

인간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평소에 버러지라고 생각했던 놈에게 두들겨 맞는다는 것은 드래곤인 그에게는 치욕이었다.

그렇다고 자진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강준우는 그가 가지고 있던 힘 대부분을 빼앗아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없게 기운을 갈취하고, 거대한 몸 곳곳에 그의 기운을 심으며 다른 마법이나 능력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끄으윽. 나를 죽여라!]

"미친놈. 누구 좋으라고?

[이 악독한…]

니드호그는 얼마 전부터 계속 같은 말을 내뱉고 있었지만, 강준우도 비슷한 답으로 그의 말을 일축했다.

그가 니드호그의 말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오히려 강준우는 여러 방법으로 니드호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처음에는 극음의 기운을 가득 품은 소수로, 그 다음에는 극양의 혈수를 이용해서 극양의 기운으로 다른 고통을 전해줬다.

각각은 유키코와 김연희가 사용하는 속성이었다.

그들을 죽인 놈에게 비슷한 힘으로 복수를 대신하고 있었다.

점점 늘어나는 상처는 일부러 기운을 흘러 넣으며 회복시켜주고 있었다.

비록, 권우철처럼 회복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재생과 생의 무리를 이용해서 놈을 다시 회복시키면서 다시 분노를 쏟아냈다.

다시 회복된 니드호그를 확인한 그는 곧 놈의 몸을 두드렸다.

"크아아아아!"

일부러 권풍을 만들어내며 충격을 남기자 고통을 참지 못한 니드호그가 괴로워하며 울부짖었다.

하야테의 바람 마법은 이런 식으로 펼치고 있었다.

다시 놈의 몸을 회복시킨 그는 축 늘어진 니드호그의 꼬리를 붙잡으면서 힘을 끌어 올렸다.

"흐읍!"

거대한 니드호그의 몸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올림픽 종목의 헤머를 던지는 것처럼 놈의 꼬리를 잡고 빠르게 돌자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우웅. 부우우웅.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느그호드를 놓자, 원심력을 이기지 못한 그의 몸이 허공으로 쏘아졌다.

자신의 무게보다 몇 백 배는 더 나가는 드래곤의 몸을 내던질 정도로 강준우는 괴력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기운을 쏟아내며 니드호그를 붙잡았다.

"천지역전!"

일부러 크게 소리치며 기운을 쏟아내자, 떠올랐던 니드호그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콰앙.

"크아아아!"

커다란 굉음과 함께 바닥에 처박힌 니드호그는 강한 충격과 기괴하게 뒤틀린 몸에 괴로워하며 울부짖었고, 강준우는 다시 그를 향해 다가가며 기운을 뽑아냈다.

생사경에 이르면서 내공의 제약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 역시 드래곤 못지않은 힘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만큼 니드호그의 상태를 잘 알았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그의 드래곤 하트에서는 막대한 기운이 쌓였다.

그를 제압한 강준우는 니드호그의 몸을 통해서 기운을 보충했고, 여분의 힘으로 곧 죽을 것 같은 놈의 몸을 회복시켰다.

[끄아아아! 그냥 죽여라!]

"좆까!"

[날 모욕하지 마라!]

"애초에 우리를 여기로 데리고 온 네놈 잘못이다!"

이제는 니드호그가 애원하고 있었다.

계속 되는 능멸에 니드호그는 동요하며 울부짖었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단호한 그의 모습에 니드호그는 치를 떨었다.

인간들 중에서도 이렇게 악독한 놈은 처음이었다.

니드호그는 매번 강자의 입장에서 내려다봤다.

아무리 인간에 의해서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자의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그 당시에도 이런 치욕은 없었다.

형세가 좋지 않다는 판단 하에 수많은 인간을 쓰러뜨리고 퇴각한 것이 전부였다.

처음 맞는 상황이 너무 비참했다.

강준우라는 인간에게 당하는 상황 자체가 그에게는 엄청난 모욕이었다.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자, 그는 변명을 하듯 말을 이어갔다.

[너희들을 데리고 온 것은 내가 아니다.]

"개소리! 도마뱀 새끼가 어디서 멍멍이 소리를 지껄여?"

[크윽.]

다시 이어지는 치욕적인 말과 구타에 니드호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이다. 너희들을 데리고 온 것은 내가 아닌 또 다른 존재다.]

"또 다른 존재라고?"

그의 말에 강준우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앞에 있는 놈도 힘겹게 붙잡은 상황이었다. 비슷한 힘을 가진 놈이 있다는 말은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니드호그는 그의 걱정을 씻어주려는 듯이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이름은 흐레스벨그다.]

"흐레… 뭐?"

[흐레스벨그!]

터엉.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

동네 개새끼 대하는 듯한 그의 행태에 니드호그는 말을 아꼈다.

괜히 반항을 해봐야 치욕만 길어질 뿐이었다.

"계속 짖어봐라."

[크윽. … 놈은 내 숙적이다. 거대한 새 주제에 사사건건 내 일에 개입했었다.]

"그래서? 놈이 왜 우리를 부른 거지?"

[나는 쫓겨난 이종족을 하나로 모았다. 비록, 뜻을 함께 하지 않은 놈들도 여럿이었지만, 놈들을 제외하고 모두를 이끌고 인간에게 복수를… 크윽.]

"미친 새끼. 너 때문에 내가, 우리가 이런 생고생을 한 거잖아!"

설명을 듣고 흥분한 강준우는 다시 발길질을 하며 니드호그를 두들겨 팼다.

음풍퇴를 응용하며 빠르게 발을 놀리자, 무영각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발차기가 연신 니드호그의 옆구리에 꽂혔다.

"끄아아아!"

니드호그가 다시 고통스러워하며 괴성을 내질렀고, 분을 풀어낸 강준우는 다시 말했다.

"그래서?"

[끄으윽. 흐레스벨그는… 나와 뜻을 달리했다.]

"그거랑 우리가 여기로 온 게 뭔 상관이냐고?"

[놈은…]

[나는 인간에게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랐다.]

"…."

갑자기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강준우는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았다.

의아해하는 그의 모습에 그 목소리는 상황을 설명했다.

[남아 있는 것은 내 의념뿐이다.]

"의념?"

[인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내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내 육체까지도 그 힘에 사용되면서 겨우 내 의념만 남길 수 있었다.]

인간을 위해 희생을 했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흐레스벨그라는 존재가 분명했다.

그 소리에는 대견하다는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다행히 내 생각이 맞았구나.]

[흐레스벨그! 네놈이 저지른 일이 결국 우리 모두의 염원을 망쳤다!]

[니드호그. 결국에는 뜻을 버리지 않은 네 탓이다.]

흐레스벨그라는 존재는 니드호그의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을 동정하는 듯한 말에 니드호그의 감정이 격해졌다.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던 강준우는 흐릿하게 드러난 흐레스벨그의 형태에 절로 얼굴을 찌푸렸다.

"기회를 줬다는 건 무슨 뜻이지?"

[내 희생이 없었다면 니드호그와 여러 종족들이 너희들의 세계를 침범했을 것이다. 강한 힘을 가진 저들을 통해서 혼란이 찾아왔을 터. 이룩한 문명이 박살나고 수많은 자들이 피를 흘렸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서 니드호그와 거래를 했다. 맹약을 맺으면서 너희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지.]

"우리들을 불러들여?"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들에게 잃어버린 힘을 찾을 기회를 만들어줬지. 그 힘으로 니드호그와 어리석은 종족들을 막을 수 있도록.]

"…."

[결국, 너희들은 니드호그를 막아냈고, 너희들은 아니, 너는 너희들의 세상을 구했다.]

이어진 흐레스벨그의 설명에 강준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까지 겪은 일이 모두 두 놈의 내기로 인한 일이라는 사실에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간신히 욕을 참아낸 그는 마저 흐레스벨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지?"

[그들의 희생으로 이들의 침공을 막을 수 있게 된 거다.]

"저 도마뱀과의 내기에서는 네가 이겼다는 거냐?"

[내기?]

"저놈의 의도를 막았다며?"

[흐음. 단어가 적절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둘의 내기에 놀아난 스스로의 모습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렇다고 이미 의념만 남은 놈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지금 화풀이를 할 수 있는 놈은 앞에 있는 드래곤밖에 없었다.

콰앙.

[크윽.]

[이제 되었다. 그만 니드호그를 놓아 주…]

"뭐라는 거야? 몸뚱이도 없는 새끼가!"

[뭐, 뭐라?]

"네 몸뚱이가 없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라!"

[….]

"씨발, 닭하고 도마뱀 새끼 싸움에 놀아나서 그 개고생을 했다는 거잖아? 이 개 같은 새끼들!"

콰앙. 콰앙.

강준우는 다시 니드호그를 후려치며 분풀이를 해댔다..

격한 그의 반응에 지켜보던 흐레스벨그는 당황했다.

온 인류의 은인인 자신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머, 멈춰라! 지금 무슨 짓을…]

"닥치라고! 이 닭대가리 새끼야!"

[끄으윽.]

흐레스벨그를 무시한 강준우는 곧 죽을 것 같은 니드호그에게 기운을 불어넣으며 회복을 이어갔다.

그러자 니드호그는 애원하듯이 말을 이어갔다.

[주, 죽여줘라. 제발!]

"넌 못 죽어. 내가 죽을 때까지!"

[미친!]

"이대로 놓아주면 네가 죽인 사람들이 억울해하겠지."

원망이 가득 담긴 말이었다.

그 말에 담긴 안타까움을 감지한 니드호그는 일말의 희망을 감지하며 다급히 말을 이어갔다.

[그들을 살리고 싶은 거냐?]

"뭔 개소리냐?"

[그들을 살릴 수 있다!]

[니드호그! 무슨 짓이냐?]

"닥쳐! 닭대가리 새끼야! 너는 계속 지껄여 봐. 그들을 살릴 수 있다고?"

[그래. 그들을 살릴 방법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강준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미 체념하고 있었지만, 방법이 있다는 말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개소리라면 네가 내뱉은 말을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

심상치 않은 그의 반응에 니드호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나는 너희 세계를 침공해서 짓밟길 원했고, 흐레스벨그는 그 일을 원치 않았다. 서로가 부딪치면 이 세계가 위태로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흐레스벨그는 너희들을 통해서 내 일을 가로막으려고 했다. 과거 인간들이 사용한 힘을 되찾으면 차원을 연 나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개소리 집어 치우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이나 말 해!"

[네가 실패하면 된다.]

"뭐?"

황당한 말에 말문이 턱 막혀왔다. 하지만 니드호그의 표정은 너무 진지했다.

혹시나 해서 다시 되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같았다.

[우리가 차원을 넘으면 그들은 너희들 세계에서 살아날 것이다. 이곳의 기억을 간직한 채로.]

"무슨 개소리냐?"

[말 그대로다. 여기에서 실패를 한다고 하더라도 너희들은 대비할 기회를 가지게 되어 있다. 흐레스벨그가 육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맺은 맹약은 오롯이 내 의지를 꺾기 위한 일! 우리가 차원을 넘으면 이곳에서 죽은 인간들은 그 세계에서 다시 기회를 맞을 것이다.]

"…."

[차원의 문을 열고 뜻을 함께한 종족들을 옮기려면 막대한 힘이 필요하지. 내가 전면에 나서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흐레스벨그는 그 점을 주목했다. 내가 나서지 않는 시간동안 이곳의 기억을 바탕으로 힘을 키워서 대응하기를 바란 것이다.]

"너는 그 맹약으로 저 새와 약속을 했고?"

[내가 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건 흐레스벨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거다.]

결국 차원의 문이 열리고 그가 있던 세계와 연결되면 모든 일을 되돌릴 수 있었다.

다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럼 나보고 여기에서 죽어라?"

[….]

[네 세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니드호그를 쓰러뜨리면…]

"너는 닥치라고. 이 새끼야!"

[온 인류의 불행을 자초할 셈이냐?]

"그럼? 여기에서 죽은 사람들은?"

[모두의 기억 속에 영웅으로 남을 것이다.]

"미친 새끼! 그 많은 사람들을 죽여 놓고 그딴 말이 나오냐?"

[나와 같은 숭고한 희생이었다. 그 정도의 희생으로 온 인류를 살릴 수 있다. 더군다나 너는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

"닥쳐!"

강준우는 흐레스벨그의 말을 일축했다. 그리고 달라진 니드호그의 눈빛을 확인하며 고심했다.

'여기에서 내가 죽으면… 모두를 살릴 수 있다고?'

인류를 구하든지, 다시 이 상황을 겪든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희생한 일행들을 떠올린 그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그는 니드호그의 가슴에 손을 찔러 넣으며 입을 열었다.

"고민할 것도 없네. 결정은 내렸다."

[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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