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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드남의 흑화를 막아 보겠습니다-88화 (88/140)

너드남의 흑화를 막아 보겠습니다 88화

찰스는 곧바로 기절했다. 삽에 맞은 이마에선 피가 흘렀다.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은 제네비브는 그를 친 삽을 내동댕이쳤다. 있는 힘껏 휘둘렀으니 아마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릴 거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축축한 피가 뒷덜미를 타고 등까지 흘렀다. 뜨겁고 끈적한 감각이 불쾌했다.

제네비브는 탁해지려는 시야를 간신히 붙잡았다.

“하아…….”

제네비브는 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일을 마무리 지었다. 크루즈 사건처럼 반쪽짜리 성공과 완전한 성공 사이에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막을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상황이 최악까지 가지 않았다.

‘정신이 단단히 나갔어.’

제네비브는 대자로 뻗은 찰스를 노려봤다.

어떻게 해야 그의 사고방식을 따라갈 수 있을지 감조차 안 잡힌다. 찰스가 마구간에서 한 이야기는 너무 터무니없어, 제네비브는 그가 진심으로 한 말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고백 같지 않은 고백부터 에드워드를 죽인 뒤, 그 모든 걸 자신에게 뒤집겠다는 독백까지.

호감을 가진 상대에게 이런 저급한 방식을 쓰는 그가, 반성할 기미가 안 보이는 발상을 내놓는 그가 역겨웠다.

제네비브는 그를 조금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쓰러진 찰스는 여전히 총을 쥐고 있었다.

“너도 황당하겠지…….”

제네비브는 빈 탄창을 보며 말했다.

처음부터 허공에 쏘려던 건 아니었다. 총을 빼앗아 판도를 뒤집겠다는 생각은 찰스만이 한 생각이 아니었다.

제네비브는 그가 총을 빼앗을 걸 염두에 뒀다. 찰스는 노골적으로 총을 바라보았으니까. 덕분에 제네비브는 총알을 버려야겠노라 생각했다.

‘몸싸움하는 동안 오발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그녀는 나무 펜스를 향해 하나뿐인 총알을 발사했다.

무모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수였다. 그를 도발하여 총알이 남았다는 걸 암시하고, 방심한 순간 허를 찌를 수 있었으니까.

비록 몸싸움이나 기둥에 부딪혀 뇌진탕을 얻는 건 예상하지 못했고, 몸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성한 곳 하나 없이 아팠지만…… 괜찮았다.

“……제네비브 선배.”

에드워드를 구했으니까.

쓰러진 찰스 뒤로 에드워드가 보였다. 이로써 원작과 달라졌다. 에드워드는 그 끔찍한 경험을 얻지 않았다.

제네비브는 에드워드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갔다. 땅을 덮은 밀짚이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부스럭거렸다.

“돌아가자.”

에드워드는 그녀의 도움을 받아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제네비브는 감기는 눈을 애써 뜨며 조심스럽게 그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 단추를 끼우고, 바닥에 내던졌던 그의 외투를 가져와 걸쳐 줬다.

그런 제네비브의 손이나 그 손길을 가만히 받던 에드워드의 온몸이 심하게 떨렸다.

제네비브는 그런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에드워드가 느낀 공포가 여실히 느껴졌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이 너에겐 얼마나 영원처럼 다가왔을까.

“……이제 다 괜찮아.”

제네비브는 그를 안았다. 에드워드는 마치 안겨 오듯이 제네비브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긴장이 풀린 그의 어깨가 작게 떨려 왔다.

“…….”

제네비브는 그가 진정이 될 때까지 가만가만 토닥여 줬다.

두 사람 모두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제네비브의 금색 머리카락은 피에 엉겨붙었고, 에드워드는 눈물을 쏟아 냈다. 흙투성이에, 검은색 상복은 곳곳에 볏짚이 자잘하게 붙었다.

한순간 목에 힘이 빠진 제네비브가 고개를 뒤로 젖히자, 에드워드가 놀라며 그녀의 머리를 지탱했다.

“피가…….”

제 손에 묻어난 붉은 피를 본 에드워드가 낮게 말했다.

괜찮다고 말하기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머리가 정말 깨지기도 했다.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던 연갈색 눈이 빠르게 돌변했다.

“……찰스 콜린스.”

에드워드가 찰스에게 혐오스러운 눈길을 줬다.

제네비브는 에드워드가 못해도 찰스를 한 대 때릴 거라고 생각했다. 에드워드의 인생에 있어 그는 악몽 같은 사람이었고, 추하디추한 밑바닥을 보인 만큼 그는 맞아도 싼 인간이었다.

아니, 한 대로는 부족했다. 몸에 힘이 남아 있었다면 제네비브가 친히 때렸을 거다.

하지만, 몸이 급속도로 피곤해졌다.

제네비브가 에드워드에게 몸을 축 늘어트리자, 이를 갈던 에드워드는 찰스에게 관심을 껐다.

그는 재빨리 일어서 그녀를 안았다.

“제네비브 선배, 당장 일어나요.”

에드워드는 제네비브의 어깨를 붙잡으며 가볍게 흔들었다.

아직 비몽사몽 한 모습이자, 그는 제네비브의 팔을 꼬집었다. 작게 느껴지는 고통에 제네비브가 인상을 쓰며 눈을 뜨니, 그는 그제야 안심했다.

“……꼬집어서 미안해요. 그래도 자면 안 돼요. 눈감지도 마세요.”

에드워드가 엄하게 말했다.

“……으응.”

지금도 졸음이 쏟아지는데 어떻게 잠을 자지 말라는 건가.

하지만 이 상황에서 잠들면 어떻게 되는지는 제네비브도, 에드워드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후, 에드워드는 제네비브를 안은 채 본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네비브는 뿌연 정신 틈으로 에드워드가 달려가며 도움을 찾는 목소리와 곧 이어지는 여유롭던 하녀의 비명, 그리고 하녀장을 찾으러 가는 걸음걸이를 어렴풋이 들었다.

그는 의사를 불렀다며 본관으로 달려갔고, 그 길목 동안 제네비브는 에드워드의 수많은 질문을 감당해야 했다.

그녀는 잠들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짧게나마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게 무슨 일이……!”

복도에서 일어난 소동에 조문객은 두 사람을 보며 경악했다. 진흙탕에서 한바탕 구른 것 같았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달링 후작부인이 먼저 뛰쳐나왔다.

“이시스 여신님…….”

달링 후작부인이 허망하게 중얼거리며 신을 찾았다.

“……엄마?”

이젠 정말 무리였다. 제네비브는 실루엣으로만 보이는 모친을 불렀다. 발음이 뭉개져 나왔다.

“아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의사가 왔어요……!”

카터 저택 복도는 난장판이었다.

의사가 왔다는 소식에 에드워드는 조문객을 밀치고 응접실 소파에 제네비브를 눕혔다.

어느새 온 블랑카는 제네비브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그 뒤를 졸졸 쫓았다. 뒤늦게 등장한 제임스는 제대로 살펴보라며 의사를 들들 볶았다.

“대체 둘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웬이 그나마 의식이 있는 에드워드에게 상황을 물었다.

“우리 딸…… 우리 딸은 괜찮은가요?”

걱정하는 가족들의 목소리 뒤로 에드워드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저 애가 그런 게 분명하네요. 쯧, 안타까워라…….”

에드워드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그를 의심했다. 의사는 제네비브의 상태를 보며 약 따위를 꺼냈다.

저들끼리 나누는 대화였지만, 지금 제네비브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렸다. 거기에 쇠끼리 긁히는 소리가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피곤해서 잠들려야 들 수가 없었다.

“지금 환자분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부디 목소리를 낮춰 주시기를……!”

말소리가 줄어든 것과 동시에 머리를 헤집은 소음도 점차 자취를 감췄다. 정신은 맑아졌지만, 그만큼 피곤이 몰려왔다.

의사가 있으니, 잠들어도 죽지는 않겠지.

제네비브는 제 팔소매를 걷어 내는 의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내 그걸 경쾌하게 쳤다.

“안정제입니다. 잠시 잠이 들 거예요.”

팔에서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취 효과도 있는지, 머리 뒤에서 느껴지던 통증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찰스 콜린스, 찰스 콜린스가 그랬어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제네비브는 정신을 잃었다. 이렇게 된다면 에드워드는 억지로나마 정체를 밝히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제네비브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이름이 나오자 응접실은 술렁거렸다. 에드워드의 얼굴은 안 보였다.

‘찰스가 오리발을 내민다면…….’

제네비브는 그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하고 싶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황자님……!”

그런데 완전히 정신을 잃기 전, 어느 남자가 에드워드의 신분을 부르며 응접실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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