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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때 (6)화 (7/130)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때

1장. 부부의 탄생 (6)

“으…….”

타티아나는 이미 소리를 흘려 놓고, 뒤늦게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방금보다 훨씬 더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드언은 그녀의 성대 부근을 끊임없이 핥았다. 그러다 그 울대를 우물거리기도 했으며, 야들한 살만 발라 먹듯 쇄골을 잘근잘근 씹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타티아나의 몸이 경직된다 싶으면 금세 살덩이를 뱉어 내고 입술만을 문대 왔다.

그 입술은 생각지도 못하게 따뜻하고 습한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아니, 부부는 정말 이렇게 친해지는 게 맞는 걸까.

그렇다고 한다면 타티아나도 할 말은 없지만, 이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그녀에게 버거웠다.

숨통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심장에 버금가는 급소였다.

짐승들도 다른 짐승을 사냥할 때는 목덜미를 문다.

그리고 타티아나는 그 급소를 방어하고 지키는 데 도가 튼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건 너무나 생경한 경험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급소를 상대에게 여과 없이 노출하는 걸로도 모자라 고스란히 갖다 바치고 있으니까.

타티아나는 계속해서 이런 짓을 할 거면 그가 어깨를 좀 잡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체중을 실어 온몸을 지그시 눌러 주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녀가 몸부림칠 수 없게.

그런데 기드언은 타티아나의 목덜미를 지독히도 희롱하면서, 그녀의 다른 곳은 전혀 속박하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 자유보다 구속을 말하기를 기다리면서.

‘자꾸 핥으니까 간지러워. 못 참겠다고.’

타티아나는 깔고 누운 이불을 세게 그러쥐며 입술이 새하얗게 변할 때까지 깨물었다.

탄력적인 근육들은 팽팽하게 긴장했고, 뼈마디는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기드언은 그제야 시선을 들고 물었다.

“왜 몸에 점점 힘이 들어가나요, 비.”

“……손이, 몸이 지금 제 말을 잘 안 들어요.”

“…….”

“실수할 것 같아요.”

지금은 이성으로 간신히 억누르고 있지만 이러다 팔을 마구 휘저어 버릴지도 모른다.

의도와는 다르게 그의 얼굴과 목에 생채기를 낼지도 모르겠다.

볼품없는 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나가면 어떡하지.

뭔가를 열심히 참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듯, 타티아나가 쥐고 있는 시트에는 주름이 잔뜩 잡혀 있었다.

그걸 내려다보며 기드언은 입술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리고 타티아나의 손마디를 하나하나 펴서 이불자락을 놓게 했다.

타티아나의 반질반질한 손톱들은 하나같이 그의 것보다 작았다.

기드언은 그중 엄지손톱을 가볍게 훑으며 말했다.

“긴장 풀고 편한 대로 해 봐요.”

“전하를 다치게 할 것 같다니까요.”

타티아나는 정말로 자신이 유혈 사태를 일으킬까 봐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건 목덜미에 울긋불긋한 울혈을 단 채로 할 말은 아니었다.

기드언의 입술이 지나간 자리는 그녀의 머리칼처럼 보랏빛으로 변해 언뜻 보면 상해의 흔적 같았다.

그리고 그 자국은 이미 성인 손바닥만 한 크기가 되어 점점 더 영역을 넓혀 가는 중이었다.

기드언은 당신, 자칫 잘못하면 첫날밤에 피 볼지도 모른다는 타티아나의 발언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기색이었다.

도리어 그녀를 부추기기라도 하듯이 말했다.

“마음대로 해 보라고 하지 않습니까.”

“…….”

“괜찮아요. 비가 열심히 수련하는 동안 나라고 놀았겠습니까.”

그는 설령 네가 여기서 칼부림을 한다 해도 난 다 막을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그 여상한 대꾸에 타티아나는 긴장했던 것도 잊고 그만 피히, 하고 웃고 말았다.

그러곤 볼썽사납게 바둥거리는 것보단 이게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기드언의 목을 휘감았다.

애꿎은 시트만 잡아 뜯던 타티아나의 손은 그렇게 힘겹게 제 위치를 찾았다.

하지만 기드언은 그녀의 손길이 갑작스럽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이제껏 가지런했던 눈썹 사이에는 아주 얕은 고랑이 생겨났다.

비록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사람을 하도 빤히 바라보는 통에 타티아나는 어렵게 얽은 팔을 풀어야 하나 고민했다.

‘마음대로 하라더니…….’

기드언은 자신의 목덜미를 스르륵 타고 내려가려는 팔을 덥석 붙잡았다. 그리고 어깨와 목을 조금 더 숙여 그녀 쪽으로 가까이했다.

여전히 가타부타 말은 없었지만, 이게 팔을 풀지 말라는 뜻이라는 것 정도는 그녀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타티아나는 굳이 확인하듯 물었다.

그냥…… 그가 뭐라고 말할지 궁금해서.

“……왜 그래요?”

“기분이…… 좀…….”

“…….”

“아무것도 아녜요.”

기드언은 뭔가를 떨쳐 내려는 사람처럼 고개를 가볍게 털었다.

그러자 그의 머리칼이 살랑하고 눈썹 위에서 흔들렸다.

달빛을 머금은 백금색 머리칼은 여느 때처럼 고고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마치 천사처럼.

하지만 얼음 조각 같았던 눈동자는 평소보다 짙은 색채를 띠고 있었다.

타티아나는 그 변화를 조금 더 관찰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기드언이 다시금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으니까.

“아으…… 거긴…….”

아픈 것은 아니지만, 편안한 것도 아니다.

즐겁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닌데, 그럼 싫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타티아나는 자신이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입술 새로 나오는 신음 또한 한없이 이상하고 야릇하기만 했다.

타티아나는 그 소리를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그도 말하지 않았나. 마음대로, 편한 대로 하라고.

하지만 정작 기드언은 지금 뭔가를 간신히 참고 있었다.

그녀가 그의 목을 끌어안은 순간부터 쭉 이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가 조금씩 비음을 흘려 대자, 그는 그악스럽게 시트를 움켜쥐었다.

타티아나가 불과 몇 분 전 주름을 만들었던 바로 그 자리였다.

……그녀는 아까 전 이런 기분이었던가.

기드언은 하얀 천을 손아귀에서 내팽개치곤 그대로 타티아나의 뺨을 감쌌다.

침대보를 함부로 다루던 것과는 달리 사뭇 절제된 손짓이었다.

이어 쇄골 주변을 훑던 입술은 목을 거쳐 턱선까지 타고 올라왔다.

동시에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귓바퀴를 돌아 새카맣고 자그마한 귓구멍을 헤집었다.

이 손끝을 고막이 있는 곳까지 박아 넣고 싶다는 듯이.

그리고 턱 주변을 맴돌던 기드언의 입술은 마침내 타티아나의 입가를 향했다.

영역 표시를 하느라 타액으로 범벅이 된 그의 음란한 입술을 흉보듯, 마른침만 삼키고 있던 타티아나의 입술은 버석버석했다.

기드언은 그 메마른 입술에 비를 내리듯 몇 번이나 적시고 성마르게 핥았다.

“……하아.”

이제 이 침대 위에 16, 13살에 불과했던 소년과 소녀는 없다.

첫 키스라는 뒤늦은 자각과 도무지 통제되지 않는 열기.

기드언은 그 열기에 휩싸여 불쑥 그녀의 옷자락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첫날부터 이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몸이 말을 듣질 않네, 속으로 자기 자신을 비웃으며.

계획처럼 되지 않네, 이를 갈며.

아니나 다를까. 키스에 취해 있던 타티아나는 옷 안을 파고든 손길에 실눈을 떴다.

만약 그녀가 조금이라도 호응하는 기미를 보여 주었다면, 그는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

“…….”

타티아나는 뭔가에 상당히 놀란 사람처럼 얼어붙어 버렸다.

기드언은 뒤늦게 그 시선을 피하며 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얼굴을 문지르며 호흡을 정리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그녀의 몸에서 비켜나 버렸다.

타티아나는 입술에 손을 올린 채 천장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눈만 깜빡거렸다.

지금 그녀를 놀라게 한 건 첫 키스의 얼떨함이나 말캉한 속살을 허락 없이 움켜쥐던 손이 아니었다.

불시에 마주친 그의 눈동자였다.

‘방금 저 사람, 눈이…… 빙글 돌아 있었던 것 같은데?’

기드언이 제아무리 표정 관리에 능한 사람일지라도, 눈빛이라는 건 본디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 그가 일어날 땐 이를 으득 가는 소리마저 들린 것 같았다.

타티아나는 다시 한번 잘 확인하고 싶어서 옆에 누워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기드언은 어느새 눈가에 팔을 얹은 채였다.

타티아나는 오묘한 기분을 떨쳐 내지 못하고 기드언을 등진 채 몸을 말았다.

그러다 다시금 뒤쪽을 힐끔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 해도 될 소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녀도 이 어색하고 민망한 공기를 그냥 넘어가기 힘들어서. 자신도 거기에 책임이 있는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을 안고 내일 아침, 그를 마주하는 건 싫다.

“……전하.”

“왜요.”

“정말 이렇게 친해지는 게 맞아요?”

“나도 모르죠. 처음이라니까.”

“…….”

“비는 어떤데요. 나랑 좀 가까워진 것 같습니까?”

“전혀 모르겠는데요.”

그녀는 괜히 퉁명하게 답했으나 그는 이제 완전히 여유를 되찾은 것 같았다.

서운해하거나 마음 상한 기색 없이 피식피식 웃으며 말했으니까.

“그럼 비가 알 때까지 해 봅시다. 내일도, 모레도.”

“…….”

“괜찮으니까 자요, 얼른. 딴마음 들기 전에.”

타티아나는 머쓱한 얼굴로 이불을 끌어 올리며, 마치 한파에 대비하는 사람처럼 몸을 꽁꽁 감쌌다.

하지만 기드언은 여유로운 표정과는 달리 몸의 열기가 쉬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그녀와는 정반대로 이불을 젖혀 놓고 나중에는 상의마저 벗어 버렸다.

그에 타티아나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니 설명까지 해 주었다.

“다른 의도가 아니라 난 원래 이러고 잡니다.”

“……누가 뭐라고 했나요.”

타티아나는 뚱하게 대꾸하며 이불을 만지작거렸다.

자꾸만 드는 이 민망함은 나 혼자만의 것인지 알고 싶은데 그가 거기까진 대답해 줄 것 같지 않다.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야겠다고 타티아나가 마음을 먹었을 때였다.

기드언은 또다시 그녀를 불렀다.

“비.”

“……왜요?”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

“예식 치르느라 말입니다.”

타티아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드언은 보지 않고도 그 시선을 아는 것처럼 ‘이제 진짜로 자요’ 하고 덧붙였다.

입으로는 편히 자라고 하면서, 그 잠을 계속 방해하고 있는 건 사실 그였다.

그런데 타티아나는 항의할 수가 없었다.

어쩐지 손발이 간지러운 기분이라서.

오늘따라 모든 감각이 자기 것 같지 않아 타티아나는 한참이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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