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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때 (25)화 (23/130)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때

2장. 실전 돌입 전 필수 예제 (11)

얼마나 긴 시간, 대체 무엇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걸까.

타티아나는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기드언은 그녀를 그리 오래 혼자 두지 않았다.

금세 방으로 되돌아온 그의 손에는 곱디고운 비단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그 입구를 넓게 벌리며 기드언은 향유와 침실 용품들을 하나둘씩 꺼내 놓았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깊숙이 입을 맞추었다.

타티아나는 잠시 입맞춤에 응하는 듯하더니 넓은 어깨를 조심스레 밀어냈다.

행위가 여기서 더 깊어지기 전에 말하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참을 머뭇머뭇하다가 어렵사리 입을 뗐다.

“전하, 하기 전에 부탁이 있는데요.”

“어떤 거?”

“살살 해 줬으면 좋겠어요.”

기드언은 타티아나가 이런 부탁을 해 올 거라곤 예상치 못해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의외로운 일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들어가려는 사람보단 받아들이는 사람의 신체적 부담이 조금 더 크지 않을까. 작은 크기도 아니었고.

그는 자신이 지금 너무 혼자만의 기대에 취해 그녀의 불안감을 읽지 못하고 들떠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를 경계하며 물었다.

“……혹시 무서워요?”

“아뇨, 그렇다기보단…….”

타티아나도 잘 모르겠는지 입술을 내밀며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제가 아픈 걸 의외로 못 참을 수도 있어요. 맷집이 약할 수도 있다고요.”

“…….”

“사실 저도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살면서 맞아 본 적이 없거든요.”

기드언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러다 이건 좀 너무하지 싶어 인상을 썼다.

“내가 지금 비를 아프게 하거나 폭행하려는 게 아니잖…….”

하지만 그는 중간에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

이게 아내의 입장에선 뭐가 다를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도 관계가 여자에게 주는 감각이 어떤 건지는 잘 몰랐다.

그리고 이건 그녀와 자고 난다 해도 그가 평생 몸으로 느낄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그저 타티아나가 평소처럼 솔직하게 모든 걸 말해 주길 기대하고 바랄 뿐이지.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말아요. 비록 처음이긴 하지만, 난 이제껏 어떤 영역에서건 모든 걸 남들보다 빨리 배워 왔어요. 그게 뭐가 됐든지 간에.”

“…….”

“그러니까 이것도 금방 잘하게 될 겁니다.”

“…….”

“우리, 누가 더 잘하나 내기할까요?”

타티아나는 듣고 있다가 푸흡, 하고 웃어 버렸다.

그녀는 실제로 기드언이 뭐든 빨리 익히는 편이라는 걸 안다.

그가 검술을 배우는 모습을 꽤 자주 훔쳐봤으니까.

그렇지만 그녀도 기드언에게만큼은 지기가 싫었다.

그가 수련하는 모습을 훔쳐보며 얼마나 경쟁의식을 불태웠었는지 그는 잘 모를 것이다.

“전 전하처럼 빨리 배우는 편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한번 시작하면, 잘 될 때까지 꾸준히 해요. 제가 오기가 좀 있거든요.”

“그런가요. 반가운 소리네요.”

기드언은 이 좋은 기분이 너무 티가 날 것 같아 호선을 그린 입술을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었다.

그리고 웃음을 삼키며 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나는 빨리 배우고 오기도 있는데. 그럼 네가 질 게 뻔한 싸움 아냐? 너 이제 어떡할 거야.’

예식을 올린 밤, 자신의 것이란 자국만을 남긴 채 놓아주어야 했던 여체.

기드언은 그때 그 자리에 다시 한번 잇자국을 남겼다. 그리고 손으로는 가운을 잡아당겼다.

혹시라도 그녀가 수치스러워할까 봐 잠시 후를 기약하며 딱 반쯤만.

대신 그는 단추를 딱, 딱 풀더니 자신의 옷은 정말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벗어 던졌다.

타티아나는 그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힐끔거리다 딴청을 피우며 시선을 피했다.

기드언은 곤혹스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도 미소 지었다.

“비는 남자 몸에 관심이 많죠.”

“……내가 언제.”

하지만 모함이라고 딱 잡아떼기엔 타티아나도 찔리는 구석이 많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 아주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는 자신의 몸으로 이끌었다.

타티아나는 자신이 이런 곳을 만질 일이 있을 거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끄러운 상상까지 하기에는 어려웠었나 보다.

맨살의 감촉과 뜨거운 체온, 꿈틀거리는 움직임에 그녀는 눈을 내리떴고, 그는 조용히 채근했다.

“봐요. 안 궁금해요?”

“…….”

“여긴 한 번도 본 적 없을 거 아니야.”

“…….”

“설마 있어?”

기드언의 목소리 톤이 미묘하게 변하자 타티아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번 시작한 고갯짓을 핑계 삼아 그쪽을 곁눈질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왕이면 여기도 맘에 들어 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기드언은 본인이 말하면서도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녀는 전완근, 삼각근이 맘에 든다고 했는데 여기까지는 어려운 바람인가.

혹시 낯설어하며 거부감을 느끼진 않을까.

그렇지만 반드시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당신과 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으니 이제는 또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야 말 것이다.

기드언은 타티아나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눈썹, 손톱, 발톱 어디 하나 소외되는 곳 없이 일일이 입을 맞추었고 손으로는 쉬지 않고 어루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티아나는 몸에 힘을 빼는 게 쉽지 않은 듯했다.

전에 그녀와 스킨십을 할 때도 느낀 것이지만, 십 수 년간 몸에 밴 방어 본능은 단번에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순간순간 헛숨을 들이켜거나 끙끙거렸고, 기드언은 흥분감 때문에 피가 날뛰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이 손길은 타티아나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일까.

기드언도 그게 헷갈리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이불은 축축하게 젖어 아까 전 그녀가 말한 대로 차츰차츰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건 아마 그녀도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준비한 향유를 그녀의 몸에 펴 발랐다.

그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아직 잘 모르니까. 확신하기 이르니까. 아프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봐. 나는 지금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너랑 자는 게 아니야.’

네가 그 사실을 정확히 알았으면 해. 그리고 그걸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야말로 진짜 내 욕심이겠지.

기드언은 타티아나에게 자신을 그대로 파묻었다.

시간과 미끄덩한 액체의 힘을 다 빌렸음에도 하나가 되는 순간에는 고통이 따라왔다.

타티아나의 미간, 자신에게 전해지는 압박감에서 그녀가 버거워한다는 걸 느낀 기드언은 말했다.

“미안. 많이 아파?”

“…….”

“근데 나도 힘들어.”

“……정말?”

기드언은 더 들어가고 싶은 걸 참느라 진짜 딱 돌아 버리기 직전이었는데, 그녀가 두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자 어쩔 수 없이 웃고 말았다.

물론 힘든 건 사실이었다.

그도 살면서 이 정도로 참아 본 적이 많지 않아서.

그런데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설마 지금 너만큼 힘들겠어?’

기드언은 기왕 참은 김에 조금 더 참기로 했다.

저 끝까지 질주해서 단번에 닿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그는 그녀의 여린 부분을 핥아 가며 끊임없이 달랬다.

타티아나가 이 감각에 익숙해질 때까지.

그리고 노력과 정성은 정말로 언젠가는 보답을 받는 걸까.

타티아나는 조금씩 달뜬 숨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기드언은 그게 꼭 그녀가 자신에게 주는 보상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로 달콤하게 들렸다.

그는 다시금 몸을 움직이며 그녀를 밀어붙였고, 타티아나는 이불을 쥐었다가 허공을 헤매다가 손을 정신없이 휘저었다.

기드언은 그녀의 한 손을 꽉 붙들었다.

“손 어디에 둬야 하는지 알잖아요.”

우리 지난번에 미리 연습했잖아. 벌써 잊어버렸어?

타티아나는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하듯 양팔로 그의 목을 휘감았다.

서로의 살갗은 땀에 젖어 번들거렸고, 타티아나는 그를 잡은 팔이 미끄러질 때마다 손톱으로 그의 등을 긁어 댔다.

평소보다 조금 높은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낮은 남자의 목소리.

머지않아 방 안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음성으로 가득 찼다.

누가 먼저였을까.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행위의 마지막을 알렸다.

타티아나는 흐느끼는 소리로, 기드언은 여운이 길고 짙은 신음으로.

타티아나는 기드언이 물러나자 몸을 동그랗게 말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가슴도 거칠게 들썩이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드언은 그녀에게서 조금도 떨어지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계속해서 지분거렸다.

첫정을 쏟아 낸 직후이니 탈력감을 느껴도 이상한 건 아닐 텐데, 뭔가 아쉽고 아까보다 더한 갈증이 일었다.

몸은 그에 따라 아주 충실하게 반응했다.

타티아나는 등에 갑자기 딱딱한 뭔가가 닿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당황한 기색이 느껴지는 눈빛에 기드언은 난감해하면서도 피식거렸다.

그도 이렇게 바로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숨 고를 시간 정도는 잠깐이나마 주려고 했는데.

그런데 타티아나는 입술을 우물우물하더니 별안간 그를 또렷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했다.

“또…… 해 보고 싶어요.”

“…….”

정신적인 쾌감과 함께 몸에 또 한 번 피가 솟는 느낌이었다.

최고의 밤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타티아나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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